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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가를 원해? 그럼, 500원 말고…

[프레시안 books] 이상이의 <복지 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

'복지 국가 전도사'라고 불리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이상이가 신간을 냈다. 책의 제목은 <복지 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메디치미디어 펴냄)이다.

5년 전 대선, 그러니까 2007년에는 대선 패배의 암운이 뚜렷했다. 바로 그때, 2007년 7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한국의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역동적 복지 국가'라고 주창하며 조직을 결성했다. 그리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10년 무상 급식 논쟁이 이슈로 부상하게 되자, 이를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라는 보다 상위의 복지 국가 유형 논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주도하게 된다.

'복지 국가 전도사'가 쓴, 복지 국가 개론서

지금은 <경향신문>의 편집국장을 하고 있는 기자 이대근은 이를 두고 보수 세력의 선진화 담론에 맞서는 "복지 국가의 '역습'"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복지 국가 담론을 한국 정치의 핵심 의제로 만드는데 최대 주역 중 한 사람이 바로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왜 '역동적 복지 국가'이어야 하는가"이며 2부는 "복지 국가가 내게 필요한 이유"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 1부는 총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2부는 정책적 각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개인의 행복'의 관점에서 볼 때, 복지 국가는 우리에게 왜 바람직한 것인지이다.

총론에 해당하는 1부의 내용은 인간 행복의 관점에서 볼 때, 권리 확대의 역사를 크게 자유권-참정권-사회권의 확대 역사로 보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역사를 자유방임 자본주의였던 자본주의 1.0의 시대, 복지 국가 전성기에 기반을 둔 수정 자본주의 모델이었던 자본주의 2.0의 시대, 그리고 신자유주의 담론이 지배했던 자본주의 3.0의 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덧붙여 한국에서 복지 국가와 관련된 정책의 발전사를 간략히 다루고 있다.

이상이는 이런 외국 사례와 한국 사례를 모두 종합하여, 그 대안으로 '역동적 복지 국가'를 주장하고 있다. 그가 주장하는 역동적 복지 국가는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 이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복지 국가'는 '경제 민주화'의 상위 개념

▲ <복지 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이상이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메디치미디어
이상이가 주장하는 네 가지 작동 원리는 크게 보면, '복지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복지 국가는 '국가 모델'을 의미하는 것인 반면, 경제 민주화는 경제 정책과 관련된 영역이라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이상이의 강조는 '사소한' 말꼬리 잡기로 비칠 소지가 있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점을 굳이 강조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복지 정책을 '경제와 무관한' 소외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사회 정책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복지 국가'라는 보다 원대한 국가 모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복지 국가에 걸맞은 정치(정당) 체제와 복지 국가에 걸맞은 경제 체제를 갖출 때만 복지 국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이상이의 주장은 되새겨 볼 여지가 많다.

<안철수의 생각>에 담겨있던 5대 불안론의 진짜 원조

안철수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이전에, <안철수의 생각>(김영사 펴냄)이라는 책을 냈고, 이는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을 유심히 보면, 평소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이상이가 주장하던 5대 불안론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이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5대 불안론은 △일자리 불안 △보육-교육 불안 △의료 불안 △노후 불안 △주거 불안이다. <안철수의 생각>에는 이러한 5대 불안론이 용어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5대 불안론이 바로 이 책 2부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즉, 2부의 내용은 이러한 5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한국 사회의 '정책적 과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요컨대, '정책 각론'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말' 한국 사회에서 복지국가는 가능할까?

이상이의 책은 특히나 복지 국가에 대한, 보다 쉬운 '대중적 개론서'를 보고 싶었던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론과 각론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고, 역사적 흐름과 정책적 내용이 적절히 잘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대중적 개론서'로 더 적합하다는 말은 바꿔서 말하면, 복지 국가의 취지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더 진전된 무엇이 없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 그것은 어느 정도는 입문용 대중적 개론서가 갖고 있는 장점이자 동시에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복지 국가를 연구했던 한국의 적지 않은 지식인들이 1) 복지 국가는 꼭 필요한데 2) (그러나) 한국은 유럽과 달라서 복지 국가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리고 그러한 분들은 유럽의 역사적 선례에 근거하여, 몇 가지 논거를 제시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논거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유럽은 강력한 노동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2) 유럽은 강력한 사회민주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3) 유럽에서 복지 국가 팽창기는 산업화 팽창기였기 때문에 노동 운동의 성공이 가능했다. 4) 유럽은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5) 유럽은 1929년 대공황과 같은 엄청난 경제적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논거들은 대체로 역사적 '팩트'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진리'가 되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지만, 이러한 인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인식 틀 자체가 '다른 나라'의 사례에 대한 '경험주의적' 오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하게 말하면, 이러한 인식 틀은 또 다른 교조주의일지도 모른다.

복지 국가가 '실제로' 실현되려면…

한국은 유럽과 확연히 다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복지 국가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유럽과는 다른 '토종적' 문제의식에 기반을 둔 '수정주의적' 방법론이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건강보험 제도이다. (이 책의 7장에 부분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공공 의료와 관련하여 유럽의 경우, 대체로 '국·공립 병원'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국·공립 병원의 비율은 7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은 63퍼센트에 달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부러워한다는 '국민건강보험' 제도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단일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불과 김대중 정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건강 보험 제도 시스템은 각 회사별로 가입되어 있던, '조합주의적' 건강 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 노동조합 그리고 외환 위기 직후의 김대중 정부의 강력한 의지 등이 맞물려서,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라고 할 수 있는, 조합주의적 건강 보험 제도가, 전 국민 모두가 단일하게 가입되어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로 변경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건강보험의 통합은 '유럽의 사례'를 논거로 복지 국가의 실현 가능성에 회의를 제기하는 분들이 주로 제시하는, △산업 팽창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노동 운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사회민주당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사례가 그러하듯이, 우리는 다른 정책 분야들에 대해서도 '토종적' 문제의식과 한국의 현실에 걸맞은 '수정주의적' 방법론을 창의적으로 생각해낼 수만 있다면, 스웨덴식 복지 국가 모델이 사회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철학—이론-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대한민국 역시도 가장 창의적인, 그러나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한국형' 복지 국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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