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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명의 출발, 열쇠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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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혁명의 출발, 열쇠는 여기에!

[프레시안 books]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 교육>

"'창의적 문화 교육'의 목표는 교육의 구성원 자체가 기존의 문화적 상징 체계를 적절하게 학습할 뿐만 아니라, 협력과 자발성을 바탕으로 각 개인들의 감성, 인성, 지성 등 다양한 역능을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창의성을 증진시킴으로써, 진행 중인 사회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함과 동시에 미래 사회를 능동적이며 주체적으로 변화시켜갈 수 있는 '창의적 민주 시민'을 육성하는 데 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21쪽)

위의 인용문은 한국 교육의 혁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이 난해한 책(<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 교육>(심광현·노명우·강정석 지음, 살림터 펴냄))을 독자들에게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아낸 것이다. 이 문장 안에는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문제적 진단, 미래 사회와 미래 교육의 관계, 창의적 문화 교육의 핵심 개념들, 창의적 문화 교육의 목표와 실천 과제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저자들은 이 문장의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채워나가기 위해 상당히 폭넓은 이론을 적용하고, 풍부한 자료를 섭렵하고, 복잡한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이들은 창의성 연구의 대표적인 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뿐 아니라, 인지발달이론가 레프 비고츠키와 교육심리학자 제롬 브루너, 프랑스의 혁신교육학자 셀레스탱 프레네의 이론을 동원하여 창의적 문화 교육의 복잡한 프레임을 짠다. 이뿐 아니다. 창의적 문화 교육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새로운 전망을 구성하기 위해 앨빈 토플러와 레이 커즈와일과 같은 미래학자들의 논거들을 끌어들일 뿐 아니라, 인지과학과 칸트의 철학을 접목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이 책의 핵심 연구 내용을 맡은 심광현의 모든 이론적 역량이 결집된 듯한 느낌이다, 창의적 문화 교육이란 이름에 매혹되어 쉽게 달려들었다가는 독자들이 이 책의 이론적, 분석적 무게에 눌려 크게 낭패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문제의식과 그 논거가 일관되기 때문에 계속 읽다보면 종국에는 저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 교육>(심광현·노명우·강정석 지음, 살림터 펴냄). ⓒ살림터
그래서 독자들은 이 책의 난해한 이론적 설명과 수없이 등장하는 복잡한 다이어그램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자세히 읽어보면, 결국 이 책에서 저자들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래사회에 대응하는 한국 교육의 혁신에 필요한 이론과 실천이 무엇인가를 창의적 문화 교육이란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2011년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로 저자들이 수행한 <창의적 문화 교육의 새 프레임> 정책 연구 보고서의 결과물을 대폭 수정 보완하여 만든 이 책은 진보 교육 정책의 이론적 패러다임 구성에서부터 입시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대안적 문화 교육 프로그램 모델 제시 그리고 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 로드맵과 교육 혁명을 향한 마스터플랜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이고, 거시적이고, 급진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워낙 복잡하고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지면상 각 장의 내용들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개념과 열쇳말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저자들이 생각하는 교육 혁신의 기본 패러다임은 문화 교육과 협력 교육 간의 상호 작용적 실천에 있다. 저자들은 문화 교육을 협소한 의미의 예체능 교육으로 한정하지 않고 교육 과정 그 자체로 생각하고 있다. 교육은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율적 역량을 키우는 창조적 주체화 과정"(23쪽)으로 정의하고 있는 바 교육 과정은 그 자체로 문화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창의성 교육은 개인의 탁월한 잠재 능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사회적 실천의 장에 참여하면서 다른 개인들과의 반복적인 상호 작용을 이루어낼 때에만 발휘"되는 것이며, ""교사와 학생과 사회적 장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에 초점을 두려는 교육"(17쪽)이다. 창의적 문화 교육은 그런 점에서 집단들의 상호 작용적 협력 교육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 교육으로서 문화 교육은 21세기 유비쿼터스 시대의 도래로 그 필요성이 더 크게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판단이다. 문화적 도메인의 증가, 집단 지성의 생성, 문화 콘텐츠의 자유로운 접속과 생산 등이 협력 교육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내부에 잠재된 다중 지능들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촉진하여 지성-감성-인성-체력 간의 균형적 발발을 지향"(15쪽)하는 협력 교육은 개인들 간의 협력을 통해 경쟁적 입시 교육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 저자들은 줄곧 이 책에서 창의성, 문화 교육, 협력 교육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칙센트미하이의 창의성 체계 모형을 적용해 경험(I : 개인), 문화(D : 영역), 사회 체제(F :분야)의 상관관계를 밝혀 교육 혁신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책에서 강조하듯이, "교육과 문화의 재결합", "집단 지성의 시대에 요구되는 창조적인 문화적 주체화"(24)가 바로 삭막하고 참담한 한국 교육 현실을 돌파하는 실천 지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미래 사회와 미래 교육을 강조하고, 과학기술 혁명으로의 전환의 계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의 낡은 교육 패러다임 때문이다. 한국의 지배적 교육 현실은 100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문과-이과', '교육-연구'의 낡은 이분법에 갇혀 있다. 이러한 이분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21세기 GNR(genetics, nano technology, robotics) 혁명으로 대변되는 과학기술의 기회를 최대한 살려 "첨단 과학기술의 문화 정치적 전환"을 이루어내고 "학문 간 융·복합-통섭의 흐름"(54쪽)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완전히 비관적인 현실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 경기도와 서울에서 진보적 교육감이 선출되면서 교육 혁신의 계기가 만들어졌고, 이 책도 그러한 교육 혁신의 열망을 구체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한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2장에서 저자들은 근·현대 교육 담론의 계보학을 다루면서 중요한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는데, 이 역시 오로지 창의적 문화 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1)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포괄하는 교육 영역의 확대, 2) 개인의 발달 과정을 인지과학적, 철학적 연구, 문화 연구의 성과와 결합, 3) 개인과 공동체 간의 균형 발전을 모색하는 협력 학습(118~120쪽)의 세 가지 방향은 창의적 문화 교육의 중요한 목표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 중의 하나는 창의성 문화 교육에서 강조되는 창의성의 관점을 대단히 폭넓은 지적 스펙트럼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의성이라 개념은 이제 너무 진부하고 오염된 언어가 되었다. 특히 창의성을 생산성, 경쟁력으로 등치시키려는 교육 지식 자본들은 창의성뿐 아니라 문화 역량, 집단 지성의 의미도 왜곡시킨다. 이 책은 이러한 오염된 창의성의 의미를 제거하기 위해 인지과학의 관점을 보완하고, 프레네 식의 구성주의적 협력 교육 모델을 비판적으로 전유하고, 칸트를 창조적으로 해석해서 철학적 인간학과 신경정신분석학을 결합하고자 한다. 또 다중 지능을 창의성 교육의 중요한 원천으로 간주하여 다양한 감각들이 충돌하지 않고, 상호 보상받고 촉진을 활성화하는 것을 저자들은 대안으로 제시한다(200쪽). 말하자면 창의성이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의 도구로 왜곡되지 않게 하는 중요한 관점 중의 하나가 바로 협력 교육, 상생과 상호 보상의 교육인 것이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교육 혁신, 나아가 교육 혁명을 외치는 이 책의 취지와 논거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창의적 문화 교육의 기본 프레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분석하고 초등 교육에서 대학 교육까지 교육 체계와 교육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자한다. 저자들은 서울시 교육청의 '문예체 교육' 정책과 경기도 교육청의 '창의 지성 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시도한다. 서울시의 문예체 교육의 경우 '문'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문'의 의미가 문학에서 문화로 다시 인문으로 조정되는 과정에서 저자들은 문예체의 교육이 '협의의 문화 교육'으로 국한하여 사용됨으로써 문화 교육 본래의 혁신적 패러다임의 원리를 거세시켰음을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 그나마 문예체 교육도 입시 교육 체제 안에서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수준에 머물렀다(217~8쪽). 경기도 교육청이 제시한 '창의 지성 교육' 역시 창의성을 지성적 능력으로 협소하게 이해하여 과학적 사고와 오감 능력, 비판 이성과 욕구 능력의 관계들을 충분히 사고하지 못했다(219쪽). 저자들은 이어서 창의적 교육 과정의 원리를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와 비고츠키 이론을 원용하여 설명하고 있고, 창의적인 통합 교과 과정의 기본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통합 교과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사례들, 예컨대 김인규의 안면도 산길 프로젝트와 서울 형 혁신 학교의 좋은 사례들을 분석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이 책의 8장을 참고하라).

마지막으로 이 책은 창의적 문화 교육이 실현을 위한 정책 과제 로드맵을 마련하고자 한다. 기존의 전국 혁신 학교들의 교육적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에서 시작해, 이 책에서 줄곧 강조하고 있는 '협력 학습 통합 교과'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과정을 거쳐, 그리고 이러한 교육 혁신 제안들이 광범위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 담론을 생산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창의적 문화 교육의 실천 경로는 앞으로 헤쳐나 갈 과제들이 많다.

이 책이 제시하는 창의적 문화 교육이 예체능 교육 범주에만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진보적 교육 이념으로 인지되길 저자들이 원한다는 것은 보론에서 제시하는 '교육 혁명 마스터플랜 개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저자들은 오래 동안 진보적 교육 진영에서 논의되었던 두 가지 대학 교육 개혁안(국·공립 대학 통합 네트워크 안+국립교양대학교 안)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면서 초등 교육에서 대학의 고등 교육 전체 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들이 제시하는 대학 개혁의 혁신 10대 정책안을 요약하자면, 1) 입시 교육을 폐지해 초·중등 교육을 정상화하고 5년간의 중등 교육 과정과 상급 대학 교육 과정을 가기 위한 중간 단계로 2년간의 교양 과정을 담당하는 '전국국립교양대학교'를 설립하고, 2) 직업 전문대 교육 과정 내실화, 3) 일반 대학+특수 대학의 정상화, 4) 사회적 응용 학문 분야의 전문대학원화, 5) 기초 학문은 국립대, 응용 학문은 사립대로의 특성화, 6) 사립대와 전문대의 준 국립 대학화, 7) 공동 학위제 수여를 통한 대학 통합 네트워크 강화, 8) 권역별 국·공립 대학의 특성화, 9) 동일 전공 전문대학원들의 세부 특성화, 10) 모든 국민들의 평생 교육 실현을 위한 개방 대학 체계 구축이다.

이 책은 어쨌든 이 주제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창의적 문화 교육을 설명하는 이론적 범주와 실천적 범위들이 너무 광범위해 한편으로는 풍부한 정보와 시각을 제공받는 강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너무 많은 이론들과 경향들을 한 군에 끌어 모아 독서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있다. 창의적 문화 교육을 설명하는 내용들이 장 별로 중복되는 부분도 많고 지나치게 그림과 도표가 반복적으로 복잡하게 제시되어 도식이 갖는 명료화의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차라리 창의적 문화 교육의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제 모델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그 안에서 어떤 잠재력과 가능성을 더 많이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이 창의적 문화 교육이 왜 교육 혁신의 방법이 아니라 목표인지를 충분히 이해했을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의 진보적 혁신, 아니 혁명을 원하는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의 내공을 뛰어 넘는 책을 쓴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문제의식과 실천적 다이어그램이 적어도 진보적 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교육 현장만이라도 먼저 수용되고 실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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