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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관계 변화, 우리의 희망대로만 해석해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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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관계 변화, 우리의 희망대로만 해석해서는 안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4호 <5>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3차 북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논의들이 한국과 미국에서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대북정책의 변화는 전술적 차원의 미세한 조정일 따름이며, 조만간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포기하는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북한이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대북정책과 북·중 관계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지속요인과 변화요인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1. 중국의 대북정책 조정

북한이 3차 핵무기 실험을 실시한 뒤 중국의 대북한 인식과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책변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첫째, 중국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특수관계로 다루지 않고 일반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정부 인사들은 북·중 관계가 동맹관계가 아니라 정상적 국가 사이의 관계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국은 한반도 안정유지 차원에서 북·중 동맹관계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왔는데, 중국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커다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시기에 사용해 왔던 '전통적 우호관계'라는 용어까지도 중국은 사용하기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1)

중국이 북한과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중국이 북한과 전략대화를 개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국 지도부 사이에 빈번한 교류와 접촉이 이루어졌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중·북 지도자 간에 중요한 국제문제에 대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이 지난 6월 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수도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계관은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 부부장과 한반도 주요 현안에 관해 전략대화를 갖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 ⓒAP=연합뉴스

북·중 전략대화는 2011년 6월 리위엔차오(李源潮)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부장이 방북했을 때 처음으로 개최되었으며 2012년 4월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 방중 시 2차 전략대화가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집권당 간 대화가 아니라 외교부문 전략대화가 개최되었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특수한 관계로 다루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과 북한 집권당간 관계가 경색되었으며,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외교부 채널을 통해 다루려 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편, 2013년 6월 박근혜-시진핑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은 정치·안보분야 전략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북한과 장관급 전략대화를 개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과는 부총리급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보다 한국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기 시작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중국이 이전의 태도를 바꿔 한반도 안정유지보다 비핵화를 우선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했지만, 미국의 대북 군사위협 때문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 북한에 핵 포기를 압박하기 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주문하고 북한의 안보위협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까지 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안정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안정유지보다 먼저 거론하고 있다. 6월 7~8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6월 27일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천명했다. 북한이 핵무장 능력을 강화하게 되면 미국의 대(對)동아시아 군사개입과 일본의 재무장 명분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 핵무기를 중국의 국익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의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중국의 태도가 변화되었다.

셋째,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조치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 결의에 찬성하면서도 북한에 제재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의 '이중적 자세'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치를 무력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3차 핵무기 실험을 실시한 후에는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치를 적극 이행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다.

올해 4월 17일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방정부와 기업에게 안보리의 대북 제재조치에 포함된 물자가 북한에 운송되지 못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가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중국이 협조하고 있다. 5월 7일에는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북한의 의심스런 계좌를 폐쇄하고 북한 은행과의 금융거래를 중단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후진타오 집권시기에는 중국이 북한에 이러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웠다.

중국의 외교안보정책 결정자들이 북한과의 우호관계 강화보다는 한·미와 협력관계 발전을 중시하는 인사들로 개편되었다는 사실은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진타오와 달리 시진핑은 푸젠과 상하이 등 남부의 경제 개방지역에서 오랜 기간 경륜을 쌓아오면서 한국과 많은 인연을 맺어 왔기 때문에 북한보다는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양제츠(杨洁篪)는 미국과의 관계를 다뤄온 외교전문가로서 북한과 미국 간 핵문제를 둘러싼 대립구도에서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기 보다는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는 공산권과의 당 대 당 관계를 주로 담당해 온 중앙대외연락부 부장직을 거친 다이빙궈(戴秉国)가 북한 지도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새로 중국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 양제츠는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과의 교분이 깊지 않다.

대만판공실 주임에서 외교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한 왕이(王毅) 역시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구성된 중국 외교안보정책 실무지도부는 과거에 비해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중국 지도자와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중국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로 지칭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2)

2. 중국의 대북정책 근본적 변화 제약요인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제약하는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을 통해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현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기존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조를 밝히고 있다.(3) 시진핑 집권 1기 이내에 중국이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중국에서 북한이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방어적 현실주의 사고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중국의 전략가들은 여전히 북한이 중국의 적대세력으로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베이징에서 불과 600여km 밖에 되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는 북한이 중국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오고 북한이 중국의 잠재적 위협국가의 영향권 내로 편입되게 된다면 중국에는 악몽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북한을 자국의 안보에 대한 '완충지대'(buffer-zone)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 우호협력관계를 지속하고자 한다. 시진핑 지도부 하에서도 중국은 북한에서 안정이 유지되도록 협력하고 북한이 붕괴하지 않도록 최소한도의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포기하기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

둘째, 대북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동북아전략 추진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문제, 남사군도와 서사군도 영유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지역 국가들과 갈등을 벌이고 있는데, 이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적어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과 갈등하고 있는 지역국가들을 지원하지 않도록 해야만 역내 영유권문제를 중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역내 갈등을 이용하여 아시아에 대한 재균형정책을 전개하고 있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미·중, 한·중 간 깊이 있는 정치·안보적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한 중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환은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했을 때 예상되는 부정적 결과 때문에도 중국은 북한문제를 신중하게 다루려고 한다. 과거 북·중 관계를 통해서 볼 때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발동할 경우, 북한은 중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독자노선을 채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순간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한 과도한 압박정책은 북한을 반(反)중세력으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대북정책을 대폭 조정하여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체제가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중국은 우려한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어 수많은 북한주민이 국경을 넘어 중국 영내로 유입될 수 있고, 북한의 혼란은 곧바로 긴 국경선을 접한 중국 동북지역의 안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이 통제 불가능한 불안정 상태에 빠지거나 붕괴될 경우, 그 부담의 대부분을 중국이 지불해야 할 것으로 우려한다.

3. 맺는 말

시진핑 등장 이후 북·중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중국과 북한의 지도부가 교체되었고, 중국의 국제 지위가 크게 신장되었으며, 북한이 중국의 국익을 저해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북한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양국 모두 상대방과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조만간 북한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는 남북한관계와 한반도 평화통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변수 중의 하나다. 따라서 북한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기 시작한 시진핑시대 북·중 관계 변화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 및 대처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북·중 관계 변화상을 한국이 희망하는 대로만 해석하고 대처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필자주석

1. 2013년 6월 19일 중·북 외교부문 전략대화 시 김계관은 중·북관계를 전통우호관계로 규정한 반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장예쑤이는 수식어 없이 중·북관계로만 지칭했다. "张业遂:实现半岛无核化符合各方利益,"

2. 중국은 '중국인민의 오랜 친구'(老朋友)라는 표현을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에드가 스노, 시하누크 캄보디아 국왕, 키신저 등 중국에게 우호적이었던 인사들에게만 사용했던 용어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중국인민의 오랜 친구'로 지칭했다는 사실은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발전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증거로 판단된다. "2013年6月18日外交部发言人华春莹主持例行记者会,"

3. "社評: 半島, 中國需在動態中維護現行政策,"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7·8월호(제24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한반도 정세와 중국의 역할'입니다.

* 원제 : 중국의 대북정책, 근본적 변화는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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