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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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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선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4호 <3>

북한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지형에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표출되고 있다. 그 핵심에 북·중 관계의 균열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이 북한과 한·미 사이에서 다소 '대북 경사적 균형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외형상 '느슨한 북·중 공조 대(對) 한·미의 강고한 전력적 인내' 구도가 지속되었다. 그런데 2012년 12월 북한의 은하3호 장거리로켓 발사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이전과 다른 이상기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국 내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그 후 전개된 일련의 위기공세를 비판하고 대북정책의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언론 지면의 곳곳에 등장했다. 5월 7일 자 <환구시보>(環球時報) 영문판은 "북·중 관계가 1953년 이래 가장 저점에 있다"는 자국 내 저명 국제정치학자의 인터뷰 내용을 게재했다.

중국 정부차원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중국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의 대부분의 규정을 의무사항으로 격상시키는 데 동의했고, 내부적으로도 관련 부서에 동 결의안 이행을 엄격 집행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4월 보아오 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그 누구라도 이기적 목적을 위해 주변지역이나 세계를 혼동의 상태로 몰아넣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는 대북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어 5월에는 중국 대형은행들이 미국의 독자 제재대상으로 지목된 조선무역은행과의 금융거래 중단을 공표하기까지 했다.

▲ 최룡해(왼쪽)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5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했다. 이날 회담에서 최 총정치국장은 그동안 입었던 군복이 아닌 평상복 차림으로 시 국가주석을 만났다. ⓒAP=연합뉴스

이로써 한국과 미국에서는 북한문제에 대해 비로소 정치적 보이스가 일치되는 상황이 도래해 '한·미·중 공조'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북·중 간 냉각 기류가 지속되는 와중에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北京)을 전격 방문(5.22~24일)한 것이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에 고위층을 파견한 것은 북·중 관계 역사에서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은 어떤 의도에서 특사 외교―누가 먼저 제의했는가는 또 다른 논쟁점이긴 하지만―를 단행한 것일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가일층 구체화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개정헌법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그리고 올 1월 북한 외무성은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임을 밝히고,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핵무력을 양과 질 면에서 확대 강화할 것임을 밝혔고, 이어진 4월 최고인민회의는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해 핵보유 정당화를 위한 대내적 입법화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핵보유국 지위의 대내적 공식화'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올 상반기 얻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의 행보는 어떠할까. 그것은 대내적으로 얻은 '성과'를 외교적으로도 공고히 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그동안 단절시켜 두었던 일본, 중국, 남한,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복원시켜야 한다. 이는 5월 중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특사 이지마 아사오(飯島勳)의 방북, 5월 하순 최룡해의 방중, 6월 초 남·북 당국 간 회담 제의, 6월 16일 북·미 고위급회담 제의 등으로 나타났다. 역시 이 과정에서 궁극적 타깃은 미국이겠지만, 핵심적 연결고리는 중국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5월 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인내' 기조가 재확인되고 중국마저 대북 제재에 일관되게 동참하자 국면전환을 위한 전술적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한·미·중 공조 체제라는 일종의 '대북 포위형 압박구도'의 가시화는 향후 북한의 외교적 행보에 가장 큰 타격이다. 북한은 이제 외교적으로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핵 군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등 새로운 의제로 6자회담을 포함해 북·일, 남·북, 북·미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를 재개해 국제적 '대북 보상기제'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향후 북한이 피동적 객체로 전락하지 않고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실질적으로' 한·미 공조에 참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이해구도에 일정 정도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을 것이다.

최룡해는 5월 24일 시진핑 주석에게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적극적으로 지킬 것"이라 언급했다. 비록 '비핵화'라는 수사를 누락시켰으나,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언술적 내용에 상당 부분 호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국은 6자회담을 북한 비핵화 기제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상황 관리 기제로 바라보고 있다. 즉 6자회담을 북한뿐만 아니라 한·미의 행보도 관리할 수 있는 기제로 보고 있다.

북한의 6자회담으로의 복귀는 중국외교에 분명 유리한 재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룡해는 24일 당일까지도 시진핑을 면담하지 못했다. 그것은 6자회담 등 중국이 듣고 싶어 하는 언질이 없었기 때문이다. 23일 자 <환구시보> 사설은 북한특사 방문 목적이 무엇이든 평양에 필요한 압력을 행사해 북한이 행동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직설적이고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24일 최룡해의 6자회담 언급이 있자, 25일 자 사설은 "중·북 간 우호관계의 기반은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깊고 두터우며, 구체적 문제에서 마찰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것이 중·북 대립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긍정적 논평으로 급변했다.

중국으로서도 6자회담이 북한 비핵화 기제로 작동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북한이 비핵화 궤도로 복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외교적 활용도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시진핑 체제의 강대국 외교에서 가장 핵심적 이슈는 미국과의 '새로운 형태(新型)의 대국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의 이면에는 무역통상, 인권, 사이버 해킹, 군사적 마찰 등 쉽게 풀기 어려운 양자문제가 산적해 있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의 국제적 책임을 시현해 보일 수 있는 국제적 이슈에 대해 스스로 그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미국과 협력의 모멘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는 미국과의 전략적 공감대 형성에 필요한 재료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한편 한국과도 신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해 갈 필요성이 존재한다. 이는 FTA 등 기능적 협력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중국 중심의 동북아 지역협력에 유리한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수사들이 필요하다. 시진핑 주석은 최룡해와의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고 대응했다. 6월 미·중 정상회담(7~8일)에서도 중국은 "중·미는 북핵문제에서의 원칙적 입장과 총체적 목표가 일치"함을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최소한 비핵화 궤도로 복귀하도록 압박을 지속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전략물자 지원 중단, 국경폐쇄 등과 같은 대북 '독자 제재'보다는 '유엔의 국제제재'의 틀 내에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에너지의 90%, 소비재의 80%, 식량의 4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북 제재로 인한 불확실성을 중국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결과는 원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문제의 전략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찌 되었건 북한과의 관계유지가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의 불법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지만, 북·중 간 정상적 거래는 지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향후 '유엔 국제제재'의 틀 내에서 북한을 '관리'하는데 성과를 보인다면, 한편으로는 '독자 제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북한과의 파경을 막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적 책임성을 시현함으로써 '동북아 G2'로서의 외교적 위상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상당기간 중국의 대북 정책은 한·미의 '전략적 인내' 기조에 북한이 '일정 부분' 호응할 것을 종용하면서, 그럴 경우 한·미에 대한 북한의 요구(평화체제 및 보상 등)도 '일정 정도' 지지해 줄 것이라는 '조건부 지지'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월 16일 북한의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중대담화를 통해 그동안 오랫동안 끄집어 내지 않았던 '비핵화 유훈'을 언급하였고, 19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중국 외교부와의 '전략대화'(1)를 통해 이를 재확인하고 "6자회담을 포함해 어떤 형식의 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중국의 정책기조에 일정 부분 호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향후 중국이 현재와 같이 한편에서는 북한이,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가 자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을 계속 즐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자국의 입장을 바꿀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6월 북한 국방위원회 중대담화는 핵보유국 지위가 "그 누가 인정해 주든 말든···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될 것"임을 전제한 것이었다. 결국 중국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여 최소한 북한이 비핵화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서, '한·미 역할론'을 동시에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중국은 북한의 '완전한(궁극적)' 비핵화는 북한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한·미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과도한 '중국역할론'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 한·미 양국은 '교착상태의 잠정 중단' 정도에서 상황이 봉합되지 않도록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 필자주석

1. 외교 당국 간 '전략대화'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양당(兩黨) 간 전략대화는 2011년 6월 평양에서 리위엔차오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장과 최태복 당비서 간에 1차 회의가 열렸다. 이는 2011년 5월 김정일 방중으로 양당 간 대화채널의 제도화에 합의한 이후 단행된 후속조치였다. 그리고 2차 회의는 2012년 4월 베이징에서 김영일 당 국제부장과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간에 진행되었다. 그런데 중국 측에서는 양당 간 대화를 '전략소통'(strategic communication)으로, 외교 당국 간 대화를 '전략대화'(strategic dialogue)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북·중 전략대화는 당 채널이 아니라, 정부 간 공식채널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7·8월호(제24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한반도 정세와 중국의 역할'입니다.

* 원제 : 최룡해 특사 방중과 북·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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