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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책과 최고의 사랑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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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책과 최고의 사랑을 나누었다!

[프레시안 books] 벨 훅스의 <올 어바웃 러브>

사랑에 관한한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 사랑이 필요한 시대? 혹은 사랑이 충만한 시대? <올 어바웃 러브>(이영기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의 저자인 벨 훅은 지금을 '냉소의 시대'라고 평가한다. 확실히 사랑에 대해서 최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자가 우위에 서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랑하는 방법은 '밀고 당기기'가 대세이고, 매력 있는 남자는 '나쁜 남자'이며,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혼인을 통해 취업난을 해결한다는 '취집'이라는 말이 왜 떠돌겠는가. 사랑은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되거나 철부지들의 어릴 적 장난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사랑, 한마디로 별 거 아니란 말이다. 도대체 우리에게 사랑이 남아 있긴 한가? 사랑이 밥 먹여 주나? 사랑하면 살림살이 좀 나아지는가?

이 책은 이제까지 읽은 책 중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출몰하는 책이다. 동시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훌륭하게 사용된 책이기도 하다. <올 어바웃 러브>는 사랑에 관련된 가장 최근의, 가장 고도의, 가장 진지한 책임에 틀림없다.

책에서는 우리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고 강변한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 듣는 대중가요 가사는 거의 사랑에 빠지거나, 사랑에 빠져서 너를 갖겠다거나, 사랑하는 나를 버린 너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내용뿐인데 말이다. 드라마는 또 어떤가. 재벌 3세가 그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본인 소유 백화점의 직원과 연애를 하고,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한다. 이게 다 사랑 때문이다.

사랑 놀음에 책이 빠지면 곤란하다.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구분하고 남자와 여자가 마땅히 해야 할 사랑의 처세술을 전파하는 자기 계발서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혹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황문수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이나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김희영 옮김, 동문선 펴냄)처럼 사랑의 이름을 한 두툼한 사유의 인문서도 있다.

<올 어바웃 러브>는 이 가운데 가벼운 자기 계발서보다는 두툼한 인문서에 보다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을 사유하는 것만으로 저자는 독자와 다른 형이상학적 사유보다 친밀한 관계가 되고는 하지만, 반대로 누구나 하는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식상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역시 친밀함과 식상함 사이에 벨 훅스와 한국의 독자는 위치하게 될 것이다. 부드럽기도 하고, 강건하기도 하며, 적절하면서도 어정쩡하다. 어쩔 수 없다. 사랑이 원래 그러한 것이니까.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제목으로 두면서 책은 그것을 뒤집는다. 차라리 '세상 모든 것의 사랑'이라고 해야 어울릴 만큼 책에서 상정하는 사랑의 스펙트럼은 광대하다. 그 중심에는 우리기 좁은 의미로 사랑이라 표현하는 남녀(혹은 남남·여여) 간의 사랑이 있다. 이 이야기라면 솔직히 듣는 입장에서 지겨운 표정과 큰 하품을 숨길 방법이 없다. <올 어바웃 러브>의 사랑스러운 점은 1대 1의 사랑을 1대 무한대의 사랑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나와 연인과의 사랑, 나와 부모와의 사랑, 나와 타인과의 사랑, 더 나아가 나와 사회(세계)와의 사랑까지 사랑은 기온이나 습도처럼 넓게 퍼져 존재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All about Love가 아닌 All about World 혹은 All about Human이라고 해도 좋겠다. 하긴 놀랄 것도 없다. 오랜 기간 인류는 사랑을 해왔으니까. 사랑 없이 인간과 사회를 설명할 수는 없다.

▲ <올 어바웃 러브>(벨 훅스 지음, 이영기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책읽는수요일
사랑에 대한 냉소는 사랑에 대한 이해로 해결할 수 있다. 앞의 문장은 <올 어바웃 러브>의 가장 간결한 요약이 될 것이다. 이 논지는 사랑에 대한 이해로써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고, 이것은 지상의 낙원에 이르는 길이다, 라는 조금 복잡한 문장으로 진화한다. 진정한 사랑을 알면 만연한 배금주의를 해소하고 탐욕으로 물든 자본주의를 치유할 수 있다. 저자가 속해 있는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문제들은, 사랑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미국인인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가 나누는 사랑은 잘못된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야 한다! 이 얼마나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우리는 자고로 사랑에 대하여, "사랑은 얄미운 나비"라는 말로 그 변화무쌍한 비행술을 찬양했으며,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말로 사랑이 가진 부정성까지 인정했고, "사랑은 차가운 유혹"이라고 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까지 널리 수용했다. 그래도 부족하다. 도대체 진짜 사랑이 무엇이기에?

책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를 사랑할 때 : 체벌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상호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
*파트너와 사랑할 때 :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영혼의 결합이며 그것은 진실을 담보로만 가능하다. 대화하고 사랑하라.
*나를 사랑할 때 : 나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신을 사랑할 때 : 물질주의에 빠진 현대 종교는 영적 구원이 불가능하다. 신이 곧 사랑이라는 믿음이 우리의 영혼을 깨어나게 한다.
*공동체를 사랑할 때 : 사랑의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이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권력욕과 지배욕에서 벗어날 때, 일상을 긍정할 수 있다.
*세계를 사랑할 때 : 단순한 삶은 우리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고양시켜준다. 욕망을 부추기는 TV를 끄고, 사랑의 감정을 소중히 하자.
*가족을 사랑할 때 : 가족 구성원의 상처를 치유하면 더 큰 공동체가 튼튼해진다. 우리가 서로 의존해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다시 파트너를 사랑할 때 : 권력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흔쾌히 나누는 것이 가장 좋은 사랑의 표현이다. 용서는 가장 어렵지만 가장 좋은 나눔이다.
*또 다시 파트너를 사랑할 때 : 최고의 사랑은 몸의 결합이 아닌, 영혼의 결합이다. 두려움 없는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
*또 그 소리
*또 다시 그 소리
*또, 또, 다시, 다시, 그 소리, 아까 그 소리


그렇다. 이 책의 미덕은 좋은 소리가 연달아 나온다는 것이고, 이 책의 악덕(?)은 그 소리가 그 소리 같다는 것이다. 이것도 사랑의 특성 때문일까? 하긴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잠'이니까. 어느 순간 책을 읽는 우리는 <올 어바웃 러브>와 진정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고백하자면) 2~3번 그랬다. 사랑하니까.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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