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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과 김무성, 그리고 NLL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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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윤창중과 김무성, 그리고 NLL의 진실

[한반도 브리핑] 새누리당과 국정원 커넥션, 도대체 무슨 일이…

지난 5월 초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윤창중이 있었다면, 이번 한중 정상회담 기간 중에는 김무성이 있었다. 정상회담 현장이냐 서울이냐는 장소의 차이는 있지만, 청와대 시각에서 볼 때 정상회담 성과를 허무는 대형 사고라는 공통점이 있다. 윤창중 사건이 개인의 추문이라면, 김무성 의원의 고백은 대통령 선거의 불법성 시비로 확대될 수 있을 정도의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이다.

지난 6월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포기'발언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날조했던 것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짠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때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명예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배포하였다. 세계 외교사와 세계의 정보기관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던 것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합작한 대선 시나리오?

하지만 김무성 의원의 발언은 박영선 의원의 '새누리당-국정원 대선개입 커넥션'에 대한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총괄지휘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박근혜 후보를 제외하고 사실상 새누리당 캠프의 1인자였던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김무성 의원은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 시절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법으로 기밀로 정해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장이 입수해서 읽은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대화록 내용을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낭독한 것도 심각한 기밀누설 행위이다.

▲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부산지역 합동연설회에 찬조연설자로 나선 김무성 의원.(오른쪽) . 김 의원은 부산지역유세에서 "전 국민이 최고의 관심을 갖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가서 한 굴욕적인 발언에 대해 제가 오늘 대한민국 대표로 이 자리에서 공개하겠다"며 한 문서를 꺼내들고 7분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을 읽어내려갔다. ⓒ연합뉴스

그런데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열람한 사람은 김무성 선거대책본부장 한 명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종합상황실장도 대화록을 열람하였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1인자와 2인자가 국정원의 협조를 받아 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서 대통령 선거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만하다.

김무성 의원의 해명에는 정문헌 의원이 봤다는 정상회담 발췌록의 진실을 밝히는 단서도 담겨 있다. 정문헌 의원은 작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허위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한 사람이다. 정문헌 의원은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할 때 정상회담 발췌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문헌 의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한 것처럼 그은 선이고,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발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인 2007년 11월 민주평통 연설에서 땅따먹기 발언을 했다. 그런데 정문헌 의원은 정상회담 대화록에 땅따먹기 발언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정문헌 의원의 발언이 날조된 녹취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정문헌의 진실

김무성 의원은 자신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본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과 민주평통 발언록 등을 발췌한 문건을 보았다고 말했다. 정문헌 의원은 땅따먹기 발언은 자신이 착각한 것이라도 둘러댔지만, 김무성 의원은 문건이 실제로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작성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정상회담 발췌록에는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민주평통에서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연설도 발췌했던 것이다.

국정원이 민주평통 발언까지 발췌해서 정상회담 발췌본을 만든 것은 다분히 악의적이다. 노 전 대통령이 대중연설에서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발췌록 자체를 날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서야 그런 발언까지 발췌록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다.

정문헌 의원은 착각한 것이 아니라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날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앞뒤 문장 다 자르고 만든 발췌록을 본 것이다. 이런 날조된 발췌록을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열람하고 흥분했던 것이다.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들이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보았다면 발췌록을 본 후 이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였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불법 배포한 정상회담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해분쟁 지대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바꾸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을 집요하게 설득했던 것이다. 서해평화협력지대란 육지의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의 서해평화협력지대와 박근혜의 DMZ 국제평화공원

정전협정에는 육지에 군사분계선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남북 각각 2km씩 비무장지대를 설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의회에서 DMZ 국제평화공원을 제안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제안한다고 해서 군사분계선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군사분계선이라는 '선'이 명확해야 평화적 이용도 촉진될 수 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NLL을 기준으로 남북한이 등거리, 등면적으로 공동어로를 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적으로 이용한다고 군사분계선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한다고 NLL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은 NLL을 지키고 평화협력지대로 서해의 분쟁을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난독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노무현이 NLL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의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보고하는 굴욕을 보였다고까지 주장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 보고를 왜곡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왜곡 날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를 영토를 포기한 대통령으로 몰고가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자기 최면에 걸려서 보고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구분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대화 중 '예 좋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문맥을 따지지 않고 김정일 위원장에 동의한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예 좋습니다'와 같은 말은 협상용어로 '대화진행용 이중언어'라고 한다. 대화진행용 이중언어는 보통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해서 사용된다. 비즈니스 협상에서는 신뢰를 쌓으려고 할 때 유용한 용어이다. 그런데도 자기 최면에 걸린 새누리당 관계자들에게는 이런 '이중언어'도 NLL포기발언으로 보여지는 것이다.

자기최면과 자기과신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NLL왜곡 및 날조를 바탕으로 문재인을 낙선시키는 공세에 성공했다. 새누리당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것과 같은 무리수를 두고 역풍을 맞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는 자기최면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는 뭔가 부족하다. 대선도 끝났기 때문이다.

'자기최면'이 아니라 이번에는 '자기과신'이 그 이유이다. 상반기에 계속된 북한의 말폭탄 때문에 국민들은 북한 피로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 때문에 전략이 없는 강경책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배포나 김무성 의원의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에 대한 고백은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무조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자기확신이 넘쳐난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엉성할 뿐만 아니라 정교하지도 못하다. 회담의 '격'을 말하는 것은 매우 엉성했다. 남북의 제도차이를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북한의 권력구조도 파악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회담 수석대표와 의제도 합의하지 못한 것은 회담전략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사례이다.

엉성하고 정교하지 못한 정책을 수정하지 않고 국민들의 북한피로감에만 의존해서 포퓰리즘처럼 북한 때리기에만 급급하는 정책은 오래갈 수가 없다. 이는 국민들을 이스라엘처럼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불안한 상태로 몰아넣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결국 강경정책 피로감에 빠진 국민들이 선택하는 정책은 화해와 공존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 배포한 사건과 새누리당이 정상회담을 왜곡하여 대선에 악용한 사건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이다. 새누리당의 지나친 자기확신과 지나친 자기최면에서 비로된 두 사건은 결국 대통령 선거의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의문까지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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