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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싸움은 애들 장난! 진짜 전쟁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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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삼성 싸움은 애들 장난! 진짜 전쟁이 온다!

[프레시안 books] 찰스 아서의 <디지털 워>

2009년 가을, 한국에 '아이폰'이 나타났을 때 "삼성의 옴니아가 더 뛰어나다"는 광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때까지 가장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고 평가받은 아이폰과, 모바일 영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 체제(OS)를 도입했던 국산 스마트폰의 대결은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당시 애플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구글 안드로이드를 재빠르게 도입하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 났다.

3년 남짓한 사이 스마트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등 태블릿PC 시장까지 열렸는데 언제까지 수년 전의 일에 마음을 쏟을까 싶다. 하지만 당시 아이폰이 불러온 충격은 단순한 '스펙 비교'에서만 나온 게 아니었다. 21세기 초반 전 세계 IT 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는 동안 한국은 규제 당국과 IT 기기 제조사, 통신사가 합작해 우물 안 개구리 식 IT 생태계를 구축했다. 일부 '얼리어답터'를 제외하곤 우물 안에 갇혀 있던 소비자들은 IT 강국으로 홍보됐던 자국의 본래 모습에 분통을 터트렸고, 지금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한국이 '스마트'한 세계를 만났던 2009년 말은 길게는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 IT 회사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자웅을 겨뤘던 전투의 1막이 내려가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 데스크톱PC 시장을 선점했던 빌 게이츠의 MS, MS에 밀려 와신상담 중이던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가 태동할 시기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게이츠나 잡스와 달리 인터넷을 일찍 경험하고 그 가능성에 주목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구글은 우리가 잘 모르던 사이 21세기판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치열한 전투를 벌여 나갔다.

우물 안 개구리 식 IT 환경에 대한 아쉬움은, 현 시점에서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기업이 된 이들의 전쟁사(史)를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는 후회와 맞닿아 있다. 아이폰 도입 이후 국내에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부터 시작해 최근 인터넷에서 최대 강자로 떠오른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까지 다루는 많은 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들이 전쟁을 치루면서 피어낸 걸작과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아이디어까지 그 흥망을 조리 있게 다룬 책은 이달 초 번역 출간된 <디지털 워>(찰스 아서 지음, 전용범 옮김, 이콘 펴냄)가 아닐까 싶다.

찰스 아서는 영국 <가디언>의 IT 전문 기자로 25년 동안 활동한 베테랑 언론인이다. 활동 기간 동안 전 세계 유수의 IT 기업 경영인들과 교분을 쌓으며 치열한 취재 활동을 벌인 그이지만 <디지털 워>는 단순한 IT 기업사를 다룬 책은 아니다. 변화무쌍하고 기호에 민감한 IT 시장에서 기업들의 '공급자 마인드'가 쉽게 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 기업의 아이디어에 기존의 철옹성은 속절없이 무너지지만, 그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과정이 쉬운 것도 아니었다.

1차 대전 : 검색시장

▲ <디지털 워>(찰스 아서 지음, 전용범 옮김, 이콘 펴냄). ⓒ이콘
전쟁은 MS와 인텔이 데스크톱PC 시장을 평정하고 반독점 논란에 휘말렸던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첫 전쟁터는 검색 시장이었다. 야후와 알타비스타가 초기 시장을 선점했던 검색 시장의 기본은 크롤링(crawling) 기술이다. 각각의 웹페이지를 복사하고 단어의 빈도를 인덱스로 만든 다음, 검색어에 부합하는 페이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MS 역시 검색 시장의 가능성을 일치감치 눈치 채고 검색 엔진 개발에 나섰지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난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한 건 구글이었다.

스탠퍼드 대학 시절 웹 페이지 사이에 중요도 순위를 매기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페이지와 브린은 이를 바탕으로 구글을 선보였다. 검색 알고리즘 이외에도 구글이 집중했던 건 사용자 경험이었다. 검색 결과를 단순히 나열해 이용자들의 '클릭 수'를 늘리려 했던 다른 검색 업체와 달리 구글은 첫 페이지에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고, 빠른 검색을 원하는 이들이 점점 몰려들기 시작했다. 배너 광고로 너덜너덜했던 다른 사이트와 달리 구글은 현재까지도 초기 화면에 자사 로고와 검색창 하나만 떠 있는 쾌적한 검색 환경을 제공한다.

뉴욕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던 2001년 9월 11일, 온라인에서 사건과 관련한 뉴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었던 검색 사이트는 구글이 유일했다. 하지만 인터넷 업계의 후발주자인 구글은 자신들의 성장을 떠벌리지 않음으로써 IT 업계의 괴물이었던 MS의 눈을 피하려 했다. MS가 자신들을 인식하고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자사 MSN 사이트로 오는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구글에서 링크를 타고 넘어온다는 사실을 MS가 눈치 챈 건 2003년이다.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 '언더독' 프로젝트를 시작한 MS는 시행착오와 함께 비대해진 조직의 관료주의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 MS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윈도 부서와 검색 엔진 개발 부서 사이의 협력은 순조롭지 못했고, 검색 광고 사업에서도 경영진의 판단 착오가 이어졌다. MS는 2004년 말 개선된 MSN 검색 엔진을 선보였고, 2006년 윈도 라이브 서치로 간판을 바꿔달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MS의 검색 엔진은 이제 빙(Bing)으로 다시 이름을 바꾸고 반격을 노리고 있다.

2차 대전 : 음원 시장

구글과의 검색 대결에서 물러난 MS는 온라인 음원 시장 경쟁에서도 애플에 무릎을 꿇었다. 애플이 첫 타석에서부터 홈런을 친 건 아니었다. 200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잡스는 당시 유행하던 음악 파일의 CD 굽기에 회의적일만큼 음원 시장의 가능성에 오판을 내리고 있었다. 나중에야 소비자들의 니즈를 눈치 챈 애플은 자사 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한다.

애플이 선보인 음원 재생 기기 아이팟은 기존 타사 음악 기기를 뛰어 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무선 인터넷이나 라디오 등 잡다한 기능을 덜어낸 기기였다. 대신 애플은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경험에 집중했다. 기능을 최소화해 크기를 줄인 디자인 등 사용자들이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고,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해 아이팟을 유행시켰다.

아이팟을 성공으로 이끈 저변에는 아이튠스가 있었다. 불법 음원 공유로 골머리를 앓던 대형 음반 제작사들에게 애플은 저렴한 가격으로 개별 음원을 제공받는 계약을 성사시킨다. 애플의 인지도와 '1곡=99센트'라는 단순한 구입 경로, 아이팟이 어우러져 애플의 음원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MS 역시 음원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애플을 꺾기 위해 나섰지만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첫 시도로 음원, 사진, 동영상을 포괄하는 포터블 미디어 센터(PMC)를 바탕으로 '플레이포슈어'를 선보였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실패했다. 이후 음원 사업에 집중해 가입형 음원 서비스인 '야누스'를 출시했지만 복잡한 프로그램 설치와 잦은 오작동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사용자 경험보다는 기술만을 고려한 결과였다. 절치부심해 다시 선보인 '준'마저 MS의 음원 생태계 구축 시도를 망쳤다는 혹평을 받았다.

MS는 음원 시장에서 애플에 철저하게 패배했고, 잡스는 PC 시장에서 게이츠에게 맛봤던 실패를 멋지게 되돌려줬다.

이후 벌어진 스마트폰 대전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피처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 사무용 스마트폰계의 강자 블랙베리 등은 애플의 아이폰에 일격을 당했다. 아이폰은 아이팟의 성공과 유사한 길을 걸었다. 음원 시장과 마찬가지로 애플은 휴대 전화 사업에 문외한이었다. 첫 제품이 실패하면 그 다음에는 성공할 확률이 더욱 줄어들 위험이 컸다.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날밤을 새며 잡스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춰나갔다.

아이폰이 발표된 후, 경쟁사들과 평론가들은 구현된 기술이 기존에도 불가능했던 건 아니었다며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적절히 구현해 사용자 경험을 만족시켜주는 차원에서 아이폰을 따라가는 스마트폰은 이후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앞서갔지만, 애플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를 통합해 구축한 IT 생태계만큼의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 전 세계에서 최대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거듭난 애플은 태블릿PC 시장에서도 아이패드를 앞세워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영원한 승리는 없다!

<디지털 워>에서 단순히 승패를 따져보면 21세기가 열어놓은 IT 세계의 대전은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검색 광고라는 차별화된 수익 전략을 가지고 있었던 구글도 검색 시장을 장악하며 모바일 시장에서도 적절히 숟가락을 얹었다. 반면, '윈도'와 'MS오피스'라는 막강한 자산을 가지고 있던 MS는 모바일 시장에서도 자사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 수익 모델을 기반으로 애플에 대항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음원과 검색 시장에서도 거대 기업의 허점을 노출하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제품 경쟁으로 승리하지 못한 기업들은, 차선책을 들고 나왔다. 자사의 특허를 활용해 상대방의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노키아가 애플을 고소해 합의금을 받아냈고, 애플은 잡스가 이를 갈던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선전포고를 한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선봉에 섰던 삼성전자는 현재 애플과 50개가 넘는 특허 분쟁을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다.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찼던 과거의 전투에 비했을 때 조금은 지루한 공방전이다.

<디지털 워>의 마지막 장은 잡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IT의 패러다임을 바꾼 잡스의 죽음으로 약 15년간에 걸쳐 벌어졌던 전쟁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MS의 패배도, 애플의 승리도 영원하리란 보장은 없다. 이들은 또 다시 격돌할 전쟁터를 찾을 것이고, 첨단 기술의 구현만큼 사용자 경험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승리할 것이다.

이제 한국 소비자들도 그 경쟁의 까다로운 심판 중 하나가 됐고, 삼성은 애플 등과 같은 무대에 서는 플레이어가 됐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지만, 다음 전쟁에 기대를 놓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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