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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저주…태풍보다 더 무서운 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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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저주…태풍보다 더 무서운 놈이 온다!

[초록發光] 먹을거리 위기가 다가온다

미국에 가뭄이 심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이달 들어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채소, 곡물, 수산물까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 가까운 원인인 이 땅의 폭염은 입추가 지나며 조금 꺾이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1950년대 이후로 가장 심하다는 가뭄으로 그 피해 면적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는 미국의 중서부 곡창 지대가 가뭄 피해를 입은 터라 세계 곡물 가격은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옥수수와 콩은, 지구적 차원의 애그플레이션을 겪은 2007~8년보다 폭등하고 있어 훨씬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먹을거리의 4분의 3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당시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과 함께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수출 통제 조치, 인도와 중국 등 신흥 개발국의 사료 등 곡물 수요 증가, 옥수수 등 곡물을 연료로 활용하는 바이오 에너지 정책 확대, 투기 자본의 유입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곡물 가격이 상승하였다. 밀, 옥수수, 쌀 등 주식을 안정되게 공급하지 못한 이집트, 멕시코, 필리핀 등 수십 개 지역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났고, 그 후유증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재스민 혁명으로 이어졌다.

당시 우리는 그나마 주식인 쌀을 어느 정도 자급하고 있어 이토록 낮은 식량 자급률에도 관련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정도에서 큰 소요 없이 지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다행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지금과 같은 구조화된 위기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때도 그랬는데 어떻게 또 넘어갈 수 있겠지'라며 무관심과 안일로 대응케 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우리 스스로를 몰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중순 환경부가 배포한 보도 자료의 내용은 우리 사회의 먹을거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대상으로 수입 식품에 대한 푸드 마일리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2010년 우리나라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1톤당 7085킬로미터로 4개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그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양의 먹을거리를 멀리서 구하고 있다는 것인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곡물이 푸드 마일리지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증가 시기를 보면 한-칠레로부터 시작된 여러 자유무역협정(FTA)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지난 10년간 우리 식량 자급률은 27퍼센트 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먹을거리의 이동거리는 10년 전에 비해 평균 37퍼센트나 길어졌다. 그 만큼 우리는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고, 온실 기체를 더 많이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20세기 후반기는, 전반기 전쟁 시기에 비정상적으로 발전시킨 과학기술과 활용 체제를 산업적 방식으로 일상에 적용하여 자원과 에너지를 약탈적으로 활용해 왔다. 농업에 있어서도 비료, 농약, 기계 설비와 자재, 관개수 등 자원과 에너지를 고도로 투입하여 두 배 이상 늘어난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었다. 이른바 '녹색 혁명'이다. 그러나 세기말에 들어서면서 투입을 해도 생산성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답보 상태에 다다랐다. 그나마 이제는 투입할 수 있는 화석 연료조차 생산 정점을 넘어서 지속적인 투입도 불가능해지고 있다.

생산이 한계 상황을 맞고 있는데 더해 수요의 확대와 분배의 왜곡은 위기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근래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2억 톤 가량 되는데 늘어나는 육식으로 인해 200억 마리에 이르는 가축과 닭에게 더 많은 몫을 나눠줘야 한다. 최근에는 바이오 연료를 위해 자동차에게도 곡물을 내줘야한다. 지난해 세계 인구는 70억을 넘어섰고, 자동차 등록대수는 2010년에 10억 대를 넘었으며,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30퍼센트가 바이오 연료로 쓰였다.

여기에 더해 21세기 들어서 기후 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이 홍수와 가뭄, 폭염과 냉해로 빈번해지며 전 세계 곡물 생산과 수급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생산량은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30퍼센트 대에 이르던 세계 곡물 재고율은 지난 10년 사이에 10퍼센트 대로 떨어졌다. 가축과 자동차에게 3분의 1의 곡물을 나누지 않는다면 아직은 인류가 먹고 살 수 있는 양 이상의 곡물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전 세계의 기아 인구(만성 영양 결핍 인구)는 10억을 넘었고, 비만인구는 15억을 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급력을 높이는 일이다. 자급을 이루기에는 어차피 농지가 충분치 않으니 해외 식량 기지를 개척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100퍼센트 자급을 이루기도 어렵고 일정량은 밖에서 구해야한다. 하지만 곡물 수급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는 것에서 보듯이 해외에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한 수준에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구하려 하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먹을거리를 어느 정도 생산하는가'를 가늠하는 자급할 수 있는 역량으로서 자급력은 여섯 가지 요소를 거론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 수, 연령대, 농지 면적, 농지의 지력, 농업용수, 종자 등이다. 살펴보면 지금 한국 사회에 긍정적인 요소는 거의 없다. 사람 문제는 사회 인식의 변화와 정책적 뒷받침으로 일정하게 해소해 갈 수 있지만, 돌이키기 어려운 부분이 농지와 종자 문제이다. 농지 트러스트와 토종 종자 보전 등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화석 연료에 의존한 지구적 먹을거리 체제는 식량 위기를 변곡점으로 찍고, 이제 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물질 문명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문명 단계로 도약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생존은 먹을거리에 달려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구상에 매장된 석유를 넘는 에너지를 쓸 수는 없으며, 비가 내려 보충되는 물보다 많은 물을 쓸 수도 없다. 식량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한 더 이상 인구 증가는 없다. 생산방식, 소비량과 소비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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