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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돈스쿨' 비난이 오해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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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돈스쿨' 비난이 오해인 이유

[시민정치시평] 로스쿨 5년, 섣부른 대체론을 경계한다

'누구나 변호사가 되어보는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20대를 넘기고 나면 변호사 되기가 인생을 건 도전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상의 변화와 수요에 맞는 변호사가 나오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저는 이것을 바랍니다. 이것들은 시민의 상식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로스쿨은, 유력 정치인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기회의 나라'를 내걸고 로스쿨을 다니지 않고서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로 예비시험 제도를 만들겠다고 주창하면서 현안이 되었습니다. '로스쿨 대체론'은, 로스쿨이 경제적 여유계층과 입학전형에서 내세울 게 많은 여유계층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을 주된 논거로 삼고 있습니다. 자신의 실력만으로 정원제 선발시험인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다닌 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자는 주장입니다.

모든 제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며, 로스쿨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와 사례들만 가지고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2009년부터 시행된 로스쿨의 운영상황을 찬찬히 점검해보고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매년 2000명씩 입학생을 받아들이는 전국 25개 로스쿨들은 과연 어떤 상황일까요?

어려운 처지의 사람이 변호사가 되면 흔히 '개천에서 나는 용'에 빗댑니다. 변호사가 '용'인 사회가 정상인가 묻고 싶지만,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도 변호사라는 전문직종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 장벽이 없거나 낮아야 합니다.

로스쿨은 매년 입학정원 2000명의 5% 이상을 경제적 또는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특별전형으로 뽑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떨까요? 첫 입학생을 받아들인 2009년부터 5년간 매년 평균 125명이 특별전형으로 입학했습니다. 모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하지만, 최소 125명이 매년 변호사 자격 취득 기회에 근접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전국 25개 로스쿨 중 세부내역 확인이 가능한 18개 사례만 보면, 지난 5년간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이 376명이고, 1~4급 장애인이 62명이었습니다. 농어촌지역 중고교 졸업자도 24명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응시생들의 경제적 또는 사회적 지위에 관한 통계 자체가 없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자기 주변의 사례나 특이사례만 언론을 통해 알려져 있을 뿐이지요. 하지만 저는 사시 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이 '돈스쿨'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등록금 상황을 볼까요? 25개 로스쿨에서 연간 등록금이 2천만 원이 넘는 곳은 3개 사립대 로스쿨이고, 12개 사립대 로스쿨은 1990만 원대에서 1500만 원대, 서울대는 1300만 원대, 9개 국공립대는 1030만 원대에서 960여만 원대입니다. 전문직업 대학원이니 비싼 게 당연하겠지만 서민층에는 부담되는 금액임이 분명합니다.

이 부담을 완화하는 장학제도는? 18개 로스쿨만 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전액장학생 수혜자는 매 학기별 재학생의 37.1%였습니다. 재학생중의 1/3은 전액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2012년도 17개 로스쿨의 1,2학기 평균 재학생 수는 4,581.5명이었는데, 그중 32.2%인 1,474.7명이 전액장학생이었습니다. 놀라운 수치입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성적기준이 아니라 경제적 기준으로 장학금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해보면, '로스쿨=돈스쿨' 등식은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2009년부터 5년간 25개 로스쿨에 입학한 이들의 나이를 보면, 32세 이상 연령층이 대략 연평균 357명이었습니다. 로스쿨 1, 2기생이 졸업 후 응시한 1~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령대를 보면 35세 이상 연령대가 평균 309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령대에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번 시행된 사시에 합격한 이들은 367명이었으니, 매회 평균 74명에 못 미쳤습니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요?

대학졸업 후 사회활동과 직장생활 경험을 해본 이들이 변호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건 도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변호사 집단이 다양해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변호사가 되는 경우가 증가한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5개 로스쿨 입학생 중, 비법학사는 첫해가 1300명이었고 가장 최근인 2013년에는 937명입니다.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던 첫 해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5년간 매년 1104명의 비법학 전공자가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입학정원 2000명의 절반입니다. 두 차례 실시된 변호사시험에서도 비법학사는 각각 899명과 917명으로 매회 합격자 약 1500명의 절반을 넘었습니다.

사법시험 체제에서는 어땠을까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차례 실시된 사시 합격자를 보면, 매년 평균 237명이 비법학사였습니다. 3~4배 이상 늘었다는 것입니다. 다양성의 면에서 긍정적이지 않나요?

로스쿨의 미래가 낙관할 것도 아니지만, 나쁜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전하고 싶습니다. 잠재성이나 발전시킬만한 긍정적인 면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로스쿨 체제는 '단 한 방'으로 시험에 합격하면 입신양명하는 사시 체제를, '교육을 통해 사람을 키우고' 그 후 자격을 부여하는 체제로 전환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형식적 기회균등이 아니라 실질적 기회균등과 다양성 확보라는 정책목표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문제 사례들을 들어보면 큰일 난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좋은 사례들도 뽑으라면 얼마든지 나옵니다. 문제는 단편적인 개별 사례만을 가지고 전부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사법개혁이라는 큰 목표 속에 도입한 로스쿨이 지난 5년 동안 어떻게 운영되고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사법시험 존치나 로스쿨을 우회하는 예비시험 도입 등 섣부른 로스쿨 대체론을 경계하자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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