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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가 경영' 불투명, 박근혜 경제 민주화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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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국가 경영' 불투명, 박근혜 경제 민주화 '현실적'"

김종인과 백낙청, '대선의 핵' 두고 열띤 공방

김종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모든 사물을 단순화해 보는 기업 경영자적 사고방식으로 국가 운영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박근혜 의원의 발언과 행보를 놓고 "5.16 쿠데타를 쿠데타가 아니라고 말하는 역사 인식으로 과연 '경제 민주화'를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24일 서울 금천구청에서 열린 금천시민대학 토크 콘서트에서 2012년 대선 구도의 핵인 박근혜·안철수 두 인물을 놓고, 정중한 발언 가운데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보수 진영의 '경제학 교사'와와 진보 진영의 '오래된 스승'이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주자에 대한 호오를 드러내며 맞붙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저녁 7시 시작된 토크 콘서트는 사회를 맡은 고성국 정치평론가가 두 사람에게 적극적인 인물평을 요구하며 열띠게 진행됐다. "전환의 세계, 변화의 시대, 그리고 한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벌어진 종합 토론인 만큼 주제는 경제 민주화와 남북관계 등 큰 그림이었지만 주요 발언은 모두 12월 대선에 집중됐다.

김종인 "경제 민주화, 박근혜가 '현실적'"

▲ 김종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동선대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먼저 경제 민주화 문제를 두고 김종인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1987년 개헌 시 이른바 '경제 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119조 2항을 만드는 데 기여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재벌 옹호 정책을 펴 온 새누리당에 기울자 놀라움과 비판의 시선이 뒤따랐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도 "새누리당을 변화시켜야지 국민이 편해질 수 있다", "(차기 집권은) 한국 사회의 갈등 구도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란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새누리당 집권 현실론을 펼쳤다.

이에 고성국 평론가가 "박근혜 의원이 말을 잘 듣는가"라 질문하자 "최근 한두 달이 아니라 몇 년간 이야기해본 결과 비교적 현실에 대한 이해가 높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보 진영의 경제 민주화론은 비현실적이고 그 주장이 과격하"다 비판했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한국의 왜곡된 갈등 구조를 시정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서민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고도 말했다. 지난 총선 야권통합에 참여한 백낙청 교수에 대해 "너무 순수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백낙청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 말을 잘 듣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경제 민주화를 해 주면 국민들의 역동성이 커진다는 설명은 내 역사 인식으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온건한 표현으로 비판했다. "지지 기반이 권위주의적인 후보가 어느 훌륭한 경제학 교사의 조언을 듣고 감동해 경제 민주화란 꿈을 품을 수는 있지만, 그 갸륵한 마음이 냉엄한 현실 속에서 오래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는 말도 박근혜 후보를 겨누기 위한 것이다.

그는 "'87년 헌법' 경제 민주화 관련 조항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기여는 존경스럽지만 그것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잘 실현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 보라"며 경제 민주화가 경제 차원을 넘어 사회 곳곳에 걸쳐 있는 큰 문제임을 강조했다. "정치적 민주주의라는 과정을 수반하지 않으면 경제 민주화도 어렵다"는 것. 그는 "그동안 헌법 119조 2항을 무력화하는 데 주도적으로 움직여 온 세력을 어떻게 타이를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 저항해 온 세력 쪽에 더 큰 힘을 실어 역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백낙청 교수는 또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박근혜 후보의 발언을 놓고 "기본적으로 역사의식이 부족하고 권위주의가 체질화되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며 "그런 의식으로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싶다"고도 말했다. 이에 김종인 위원장은 "'최선의 선택'이란 표현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역사 해석 차원이 아닌 표현 차원으로 문제를 한정했다.

"안철수 '소통'의 정체는…"

또 다른 '대선의 핵'인 안철수 원장을 놓고서는 '제대로 지도력을 보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으나 부정적 시각의 수위는 김종인 위원장 쪽이 높았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원장은 "나는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경영자의 사고방식"이라며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말했다. 또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사물을 너무 단순화해서 본다"며 "만약 (안 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그런(사업가적인) 버릇이 나오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국 평론가가 "'불통의 박근혜, 소통의 안철수'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2~3000명의 젊은이들 앞에서 그들 구미에 맞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여러 상황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 박수를 치긴 하지만, 그건 결코 소통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안철수 원장을 지금의 '스타'로 만든 '청춘 콘서트'를 언급한 것이다.

백낙청 교수는 "아직 안철수 원장과 만나본 적 없지만 23일 방영된 '힐링 캠프'(SBS)와 최근 나온 <안철수의 생각>(제정임 엮음, 김영사 펴냄)만 봤을 때 경제 민주화 문제나 한반도 평화 문제에 있어 깊이 생각해 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틀린 대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정치를 이해하고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앞으로) 검증 받아야 할 문제"라 덧붙이면서 '안철수 대망론'과는 선을 그었다. 한편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도 "훌륭한 사람이지만 아직 인품에 걸맞은 획기적인 지도력을 가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은 누가 될까

이미 '박근혜 캠프'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의 대선 전망은 확고하다. 그는 "여야가 일대 일로 맞붙는 구도가 될 경우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수도권에 사는 20~40대에게 호소 가능하도록 변신한다면 박근혜 후보가 2~2.5퍼센트 차이로 당선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낙청 교수는 "크게 봐서 올해 대선은 희망과 불안이 대결하는 국면이 될 전망"이라면서 "많은 국민들이 나라도 나서서 세상을 제대로 바꿔보겠다는 꿈을 공유하면 불안이 아닌 희망을 대표하는 사람이 이기겠지만, 그저 '박근혜 정도가 대통령 되지 않겠냐'라고 마음먹으면 박근혜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토크 콘서트 말미 "전문가는 아니지만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안철수 원장의 출마 및 당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백 교수는 "안철수 원장은 분명 출마하겠지만 민주통합당에 들어가 경선을 치를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서울 시장 당선을 선례로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 모델은 대선에선 적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4.11 총선 당시 야권 연대를 도모했던 백낙청 교수이니만큼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과 안철수 각각 훌륭한 당·정치가이고자 한다면 이에 맞는 창의적 대답과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는 금천구와 민주주의리더십아카데미, <프레시안>이 공동 주최하는 금천시민대학1기 토크 콘서트 '대한민국의 길을 묻는다'(총 7강)의 일환으로, 각각 정치, 경제(재벌), 복지, 교육, 남북관계, 부동산 문제에 대해 토론한 1~6강에 이어 마지막 순서로 진행됐다. 토크 콘서트 주요 내용을 정리한 기사는 오는 금요일(27일) 아침 <프레시안>에 게재된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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