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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100권도 안 팔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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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100권도 안 팔리는 책

[희비를 가르는 100] M(뭐든지) D(다하는) 인문 MD

2010년 7월 31일 창간호를 낸 '프레시안 books'가 2년 만에 100호를 냅니다.

이번 프레시안 books는 100호 그리고 2주년을 자축하면서 숫자 '100'을 열쇳말로 꾸몄습니다. 또 100호를 내면서 프레시안 books 100년을 상상합니다. 2013년 100주년을 앞둔 일본의 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을 찾아가고, 100년이란 시간을 견딘 서점, 도서관 등을 둘러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열두 명의 필자는 자신의 추억과 '100'을 엮은 글을 선보입니다. 여러분도 프레시안 books가 펼쳐 나갈 100년을 함께 지켜봐 주세요.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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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서점에 돈만 내면 '화제의 책' 뽑힐 수 있다"는 기사(<동아일보> 2012년 6월 20일자)가 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 서점 광고 구좌의 명칭을 문제 삼은 내용인데, '주목 신간', '추천 기대작', '리뷰 많은 책' 등의 구좌가 정말 '주목할 만한 신간'인지 '추천할 만한 기대작'인지 그리고 '리뷰가 많은 책'인지 판단하는 과정 없이, 정해진 광고비만 지불하면 원하는 도서를 보여준다는 비판이다.

기사는 서점이 책의 질을 따져 선정한 '좋은 책'과 돈만 내면 달아주는 '좋은 책'이 뒤섞여 독자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한 소규모 출판사 편집장의 말을 전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책의 내용이 좋으면 서점들이 알아서 인터넷 화면의 좋은 자리에 넣어주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광고비로 통하는 것 같다."

서점에서 책을 보여주는 공간은 크게 두 가지다. 앞서 말한 광고 영역 그리고 '알아서 인터넷 화면의 좋은 자리에 넣어 주었'다고 착각하기 쉬운 비광고 영역이다. 광고 영역이야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돈을 주고 사는 공간이니 더 붙일 말이 없고, 비광고 영역에 노출하는 도서를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지 살펴보자.

온라인 서점의 주요 노출 공간은 웰컴 페이지(이하 '웰컴'), 국내 도서 메인 페이지(이하 '국내 메인'), 분야별 페이지로 나뉜다. 이 가운데 분야별 페이지는 담당자의 재량이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워서 자유롭게 책을 고르고 편집할 수 있다. 그만큼 부담이 덜하다는 의미이니 당연히 방문자가 적고, 영향력도 웰컴과 국내 메인에 비할 수 없다.

웰컴과 국내 메인은 대개 일주일에 두 차례 바뀌는데 '선서 회의' 혹은 '선책 회의' 또는 '메인 회의'라 불리는 도서 담당자들의 회의를 통해 노출할 도서를 결정한다. (일주일에 두 번이니까 설, 추석 명절 등을 제외하면 1년에 '100'번 정도 진행된다고 보면 되겠다.) 회의의 방식은 서점마다 다르지만 대강의 풍경은 이렇다.


▲ <안철수의 생각>(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웰컴 톱북에는 김영사에서 나온 안철수 신작 <안철수의 생각>을 추천합니다. 대선 이슈로 기사가 쏟아지면서 등록되자마자 하루에 1000부 이상 판매가 되었어요. 지금 추세로 보면 물량이 모자랄 듯하지만, 다음 주 월요일 힐링캠프 출연까지 이어질 예정이라 이번 타이밍에 노출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웰컴 화제의 책에는 두 종을 신청하는데, 우선 따비 출판사의 <스파이스>(잭 터너 지음, 정서진 옮김, 따비 펴냄)는 향신료를 중심으로 다룬 문화사인데 지난 주말 언론 서평이 괜찮았고 판매도 꾸준한 편입니다. 최근 이런 문화사 책들의 판매가 좋지 않은데, 이런 소재를 다룬 책은 거의 없어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A서점에서는 국내 톱북 도서로 노출하고 있는데 우리는 ○○부, A서점은 ○○부 정도 판매입니다. 글항아리 출판사의 <집 잃은 개>(리링 지음, 깁갑수 옮김, 글항아리 펴냄)는 중국에서 화제를 모은 논어 해설서인데 두 권 세트가 6만3000원 고가인데도 초기 판매가 좋은 편입니다. 지금까지 ○○부가 나갔고, 작년에 나온 <논어, 세 번 찢다>(황종원 옮김, 글항아리 펴냄)도 ○○부 나가서 ○○부 정도까지는 무난하게 판매될 거라 예상합니다."


대략 이런 식으로 각 노출 영역에 맞는 책을 담당자가 돌아가며 설명하는데, 늘 그렇듯 책은 많고 자리는 적으니 한 권이라도 더 자기 자식을 보여주고픈 담당자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해당 도서의 판매량은 물론 출판사의 프로모션 계획, 경쟁사와의 노출 비교, 내용에 대한 평가와 담당자의 감상 등 이런저런 근거를 들어 책의 장점을 설명한다. 이렇게 각자 설명하고 난 후 최종 결정 방식은 서점마다 다른데 투표를 하는 곳도 있고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곳도 있고 팀장 등 결정권자들이 따로 논의해서 선정하는 곳도 있다.

출판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지금까지 설명한 대략의 풍경이 익숙하실 텐데, 온라인 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그만큼 도서를 노출할 공간과 방법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웰컴과 국내 메인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움직임이 있다. 앞서 '알아서 인터넷 화면의 좋은 자리에 넣어 주었'다는 게 착각이라 말한 까닭이다. 이제 시야를 좁혀(넓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서점의 도서 담당자(이하 'MD')가 책을 알리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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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MD가 무슨 말인지 설명을 해야 할 텐데, 스스로를 알라딘 인문 MD라 말하는 나조차도 MD의 정확한 의미를 모른다. 보통 온라인 서점의 도서 담당자를 MD라 부르는데, 이 정체모를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쇼핑몰 MD에서 온 말이지만 서점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말이라 모른 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글로벌하지도 로컬하지도 않은 그리고 업계 안에서도 의미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이 말을 꾸준히 쓰는 까닭은, 책을 팔기 위해서라면 뭐든지(M) 다하는(D) 일의 내용을 제대로 표현했기 때문일 텐데, 여기서는 100권의 책이 팔리는 상황을 통해 MD가 하는 일을 살펴보려 한다.

상황은 세 가지다. 우선 하루에 100권 팔리는 책이다. 서점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이 정도 판매량이면 베스트셀러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 번째는 한 달에 100권 팔리는 책이다. 이 정도 판매량으로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지만, 기분 좋게 수정 필름을 뽑으며 2쇄를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초반 흐름이다. 마지막 경우는 마지막에 밝히겠다.

하루에 100권 팔리는 책의 경우

이런 책이 아무도 모르게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멀티플렉스의 확대로 영화가 첫 주에 모든 걸 쏟아 붓듯 책도 초반 3주면 결판이 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를 기대하는 책이라면 출간 이전에 MD와 정보를 공유하고 프로모션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게 보통이다. 서점에서는 이런 걸 단품 프로모션이라 부르는데 서점의 전체 매출 규모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론 이 경우에도 시일이 흐르면 정규 분포 곡선에 가까워지면서 서점별 매출 규모에 따른 판매 비율에 가까워지지만 초반 흐름에서는 서점의 특성과 MD의 역량이 드러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선 출간 전에는 출판사에서 교정지나 가제본을 준비해서 MD가 미리 읽어보도록 배려(혹은 압박)한다. 물론 이걸 다 보기는 쉽지 않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읽은 분량과 판매량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정비례한다면 알라딘이 매출 1위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어쨌든 주요 부분을 살펴보며 원고의 특성을 이해하고 판매 포인트를 잡는다. 그리고 출간 직전부터 출간 이후 한 달 정도까지 이어질 프로모션 계획을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상상 가능성에 근거하여) 정리하여 출판사에 제안한다.

이 가운데 몇몇은 출판사가 계획한 내용과 겹치기도 하고 몇몇은 비용과 절차상의 문제로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제안하는 건 해당 도서에 대한 MD의 관심 그리고 판매 의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라 하겠다. 때때로 출판사와 무관하게 서점이 자체 비용을 들여 단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돌베개 펴냄) 출간 때 알라딘에서 만든 '대한민국 헌법 소책자'와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돌베개 펴냄) 출간 시 20대 구매자에게 응원의 의미로 적립금을 준 내용이다. 책의 메시지와 잘 맞아떨어진 기획으로, 서점의 비용 부담이 있지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시도이고 앞으로 늘려가야 할 프로모션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출간이 코앞에 닥치면 MD는 초기 수요 예측을 해야 하는데, 실제 판매보다 지나치게 많은 부수를 받으면 출판사는 기분 좋고 MD도 어깨가 든든하나 매월 말 과다 재고 목록에서 그 책을 마주하며 줄기차게 반성하는 기회가 된다. 반대의 경우라면 출판사는 마음이 상하고 MD도 민망하다. 이렇게 잘 나갈 책을 너만 몰라줬다며 다른 서점에 비해 이벤트 혜택을 제대로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초기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잘 나가는 책의 물량이 떨어진 다른 서점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이 글을 정리하는 오늘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런 경우에는 다다익선을 실천하면 좋겠으나 출판사의 책이 모자라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결국에는 웃을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다.)

자, 이제 도서 정보가 등록되어 판매를 시작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이슈가 아니라면 하루에 100부 판매를 기대하는 책은 대개 판단의 기준이 저자다. 따라서 저자의 기존 저작을 구매한 독자들의 정보를 미리 뽑아 출간 즉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출간 소식과 도서 링크를 보낸다. 최근에는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어 문자 메시지를 받고 휴대전화로 바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문자 메시지가 구매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확실한 타깃 독자층이라면 출간 소식을 전하는 메일은 구매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확산 독자층이다. 예를 들어 장 지글러의 신작이 나오면 빈곤/불평등 카테고리의 도서를 구매한 독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식이다. 대개 출간 첫 주에 이런 작업이 이루어지고 주말에 서평 기사가 나오면서 1차 판매량이 잡힌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설명한 웰컴과 국내 메인 노출 수위를 가늠할 수 있는데, 하루 100권 판매를 예상하는 도서의 경우라면 대개 웰컴의 가장 좋은 자리(알라딘의 경우 '편집장의 선택')에 가기 마련이다. 이제 멋진 카피와 읽을 만한 소개 글(일종의 프리뷰)을 쓰면 기본 임무가 마무리된다. 담당 MD가 소개 글을 따로 쓰는 서점은 알라딘이 유일한데 매일 수백 명이 방문할 정도로 독자들이 관심이 높은 공간인 데다 책에 대한 담당 MD의 이해 수준을 드러내는 글이라 판매와 무관하게 부담이 되는 일이다.

이제 두 가지 일이 남는다. 하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빠른 시일 안에 정점에 이르도록 돕는 일이다. 일단 웰컴 노출과 베스트셀러 순위 진입을 통한 노출이 독자들에게 그 책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책의 내용에 더해 즉시 구매를 돕는 혜택을 제공하는 게 효과적이다. 적립금이나 '1+1'로 나가는 별도 증정품이 이런 예다.

다른 하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책이 오랜 기간 순위를 유지하며 판매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MD의 역할은 이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해당 도서를 중심으로 주제나 저자 등을 엮어 기획전을 진행하는 게 보통인데, 이런 경우 여러 출판사 사이의 조율과 적절한 경품 선택 등 행사 진행 전반을 MD가 맡는다.

최근 나온 정민 교수의 <한밤중에 잠깨어>(정약용 지음, 정민 엮음, 김영사 펴냄)의 경우 마침 다산 탄생 250주년이라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정민 교수의 다산 관련 저작을 모아 기획전을 열었는데, 진행은 모든 서점에서 공통으로 했지만 이벤트 기획은 알라딘에서 제안한 경우다.

다른 한편, 책의 내용을 더욱 깊이 있게 전하기 위해 프리뷰가 아닌 본격 리뷰를 쓰거나 저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하고 출판사와 함께 강연회나 북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몇몇 서점은 자체 공간을 활용하거나 언론사와 공동으로 정기적인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모아 연속 기획 강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한 달에 100권 팔리는 책의 경우

한 달에 100권 팔리는 책은 MD가 챙겨야 할 주요 도서이지만, 서점 전체로 봤을 때는 성에 차지 않는 상품이다. 바꿔 말하면 물량 공세를 펼치기 어려우니 적절한 투자와 효과적인 성과를 얻어야 하는 경우라 하겠다. 사실 프로모션의 과정과 내용은 하루에 100권 팔리는 책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적은 규모로,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알라딘'에서 '인문'을 담당하는 'MD'로서의 고민을 나눠보려 한다.

한때 인문·사회 도서를 꾸준히 찾아 읽는 '3000 결사대'가 있었다. 물론 내가 태어날 무렵의 일이니 '300'을 능가했다던 그들의 위용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장기전이 되면 싸우는 문제 못지않게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해진다. 게다가 그들은 독서를 일로 삼는 상비군도 아니었으니 세월이 흐르며 '3000 결사대'가 '2000 결사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이들의 숫자가 인문·사회 도서의 초판 부수였다는 건데, 마지막 전장을 지키던 2000 결사대의 흔적조차 사라진 지금, '인문학은 알라딘'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100명 남짓한 최후의 전사들이 협곡을 지키고 있었으니…. 그때가 29개월 전 알라딘 인문 MD로 일하기 시작한 때다.

(책이 안 나간다는 푸념을 반복하는 듯하지만) 처음 MD를 시작한 2010년 상반기만 해도 어지간한 학술서도 50부 매절을 진행하곤 했다. 예를 들어, 그린비출판사의 이론서들이 그렇다. 사실 서점 전체 매출, 해당 분야의 매출, 출판사의 매출은 규모가 크고 변수도 많아 전체 수치가 줄어든다는 데서 느끼는 위기의식은 강한 반면 그 의미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매절 부수는 사실상 해당 책의 초기 독자 수효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맡은 분야의 전체 매출 등락과 상관없이 위험 경고로 여기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건 서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공급율과 매절 관계 때문이다. 공급율은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비율로 인문서의 경우 보통 정가의 65퍼센트에 들어온다. 매절이란 건 (그 본래 의미가 어떻든지 간에) 일정 부수를 한 번에 사면 공급율을 낮춰주는 내용인데 보통 50부, 100부 단위를 기준으로 삼아 공급율의 5퍼센트를 깎아준다.

정리하면 MD는 해당 도서가 적절한 회전율(보통 한 달)로 매절 부수를 소화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 적정 수량을 주문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달 안에 50부가 나가는데 10부씩 다섯 번 주문하면 이익이 없고, 50부를 한 번에 주문하면 '정가×5퍼센트×매절 부수'의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이 판단이 이익률과 곧장 연결되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더 무서운 건 이 정도 최소 판매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당 도서에 대한 추가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현실이겠다.

출판사로 눈을 돌리면, 최근 주요 신간들이 초기 서점 노출과 언론 서평 등으로 1쇄를 가볍게 소화하고 나서도 깊은 고민에 빠지는 이유가 이와 같은 맥락일 텐데, 실제로 2000~3000부가 빠르게 소진되어 2쇄에 2000부를 찍었는데 어느 순간 판매가 뚝 끊어져 2쇄 물량이 그대로 창고에 남아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2~3만 부 팔기보다 5000부 팔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 진실인 것이다.

이런 재고는 대개 1년 반 정도 잠들어 있다가 구간 전환 시기에 맞춰 특가 판매로 소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 독자들은 당장 제값을 주고 책을 사서 읽기보다는 (사실 인문서는 당장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으니) 할인 판매를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패턴을 학습하고, 이에 따라 자연히 초기 판매가 줄어드니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니 당장 문제를 해결할 마땅한 방법(역시 완전 도서 정가제밖에는 없어 보이지만 실제 적용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고 누구도 당장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니 이게 정말 될까 싶기도 하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반복되어 온 해결책이 실현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하루에 100권 팔리는 책보다 한 달에 100권 팔리는 책들이 출판사-서점-독자의 선순환 구조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고리이고 건강한 출판 문화 혹은 출판 시장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지점이라는 걸 서점 MD의 입장에서 재차 확인하는 정도로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 경우

마지막 경우는 끝까지 100권도 안 팔리는 책의 경우인데, 막상 쓸 말이 많지 않고 길게 쓰면 눈물 날 거 같아서 간단히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이런 책이 많지는 않을 게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한국 출판 시장에서 최소 판매 부수가 200부 정도라 말하고, 옵셋 인쇄(offset printing)에서 최소 부수로 잡는 기준도 500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서점에서 100부가 채 나가지 않는 책이 MD의 눈에 띄기는 쉽지 않다.

도서관 납품이나 전문가 집단의 직접 구매 등으로 소진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서점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현실에서 유의미한 시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책의 대부분은 출판사 프로모션이 거의 없고 담당 MD를 만나 책을 소개하는 일도 흔치 않다.

그럼에도 다 해서 100권도 안 팔리는 책의 경우를 굳이 꺼내든 이유는, 이런 상황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서다. 음반 시장이 무너지며 앨범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 때 신해철은 "이제 가수가 직접 CD를 집 앞에서 전해줄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어쩌면 책을 사서 사인을 받는 지금의 사인회 풍경이 저자가 집으로 찾아가 책을 전해주며 사인을 해주는 모습으로 바뀔지 누가 알겠는가. 아, 지금 그 걱정 할 때가 아니구나.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MD는 무얼 하고 있으려나. 걱정은 접어두고 일단은 한 달에 100권 팔리는 책에 더욱 힘을 쏟자고 100번쯤 다짐해본다. 이번 주에도 신간 미팅으로 쌓인 책 100여 권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좌우 앞뒤를 둘러싸고 있으니 말이다. (아, 이 정도면 숫자 100과 책을 연결지어 달라는 '프레시안 books'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걸까.)

사족 : 가끔 MD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이나 받아보면서 말은 함부로 하며 위세를 부린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 글을 읽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라면 알라딘에서 '친절한 태근 씨'를 찾아주시기 바란다. 제목과 표지 의견부터 가장 효과적인 프로모션 계획까지 일거에 처리해드린다. 그것도 무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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