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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흥분 마! 더 센 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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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흥분 마! 더 센 놈이 온다!

[마니아 서재·어둠의 기사 배트맨 연대기⑤] 배트맨 시리즈 작가 열전

오는 19일 드디어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원작 만화인 <배트맨 : 나이트폴>(1~3권, 더그 만케 지음, 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펴냄)도 지난 9일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 <배트맨 : 나이트폴>(더그 만케 지음, 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지난 6월 15일부터 5주간 달려온 '프레시안 books'의 '마니아 서재-어둠의 기사 배트맨 연대기'는 이번 5회로 연재 종료됩니다. 미국 드라마·슈퍼히어로 코믹스 마니아인 칼럼니스트 최원택이 1938년 첫 등장, 한 세기 가까이 사랑받아 온 배트맨과 그 동료·악당들의 활약과 다양한 모습을 다섯 편의 글로 정리했습니다. (☞지난 연재 바로 보기 : ①배트맨, 원래는 냉혹한 살인자였다!②'다크 히어로' 배트맨, 사실은 동성애자?! ③<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조커가 나온다고?④배트맨을 '박살낸' 유일한 악당은 누구?) 오늘 마지막 글에서는 배트맨 이야기를 탄생시킨 창조자, 주요 스토리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마지막 호를 완독하시면, 글 말미에 연재 시작과 함께 공지했던 독자 이벤트 퀴즈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배트맨과 관련된 일곱 개의 퀴즈, 정답은 5회에 걸쳐 실린 연대기에 골고루 숨어 있습니다. 퀴즈를 모두 맞혀 주신 분 중에서 추첨을 통해 세 분께 세미콜론의 '다크 나이트 배트맨 시리즈'(전 11권)를, 서른 분께 <배트맨 : 이어 원> 단행본을 증정합니다. 응모 방법 등의 상세한 내용은 하단을 참조해 주세요. <편집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배트맨은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만화 이상의 위상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이, 놀란 자신의 천재적 재능에서만 창조된 것은 아니다. 배트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벌써 70여년이 넘은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배트맨은 여러 슈퍼히어로들 중 좌장의 입장에서 폭력적이라느니 선정적이라느니 동성애적이라느니 유치하다느니 하는 온갖 고난에 시달렸다.

이런 고난 속에서 배트맨은 여러 쟁쟁한 스토리 작가와 작화가의 손을 통해 정제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통해 극찬 받는 현대의 영웅 배트맨은 이런 고난의 시기 속에서 여러 뛰어난 스토리 작가들에 의해 재정립된 결과이다.

오늘 날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배트맨이 있기까지 큰 기여를 한 스토리 작가들 중 '[마니아 서재·어둠의 기사 배트맨 연대기③] 모던 배트맨, 거듭난 조커(☞바로 가기)'를 통해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를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를 위시한 뛰어난 스토리 작가들의 개인적 배경과 그 배경이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배트맨 스토리에 어떤 영향을 주고 기여를 했는지를 조명한다. 또 이들의 작품들 중 배트맨 그래픽노블 외 주목해볼 만한 작품도 소개한다.

굽히지 않는 순정 마초 프랭크 밀러(Frank Miller)

배트맨 그래픽노블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세미콜론 펴냄)
<배트맨: 이어 원>(프랭크 밀러·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곽경신 옮김, 세미콜론 펴냄)
<배트맨: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세미콜론 펴냄)

비(非) 배트맨 그래픽노블

<300>(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린 발리, 세미콜론 펴냄)
<씬시티>(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세미콜론 펴냄)
<로닌>(프랭크 밀러 지음, 문은실 옮김, 시공사 펴냄)

▲ 프랭크 밀러.
미국 메릴랜드의 가톨릭을 믿는 아일랜드계 가정에서 1957년에 태어난 프랭크 밀러는 1979년 5월에 출간된 <데어데블> 158호를 통해 데뷔했다. 벤 애플렉 주연의 영화 <데어데블>(2003)로 국내에도 알려진 히어로 데어데블은 시력을 잃은 아일랜드계 맹인 변호사 매트 머독이 붉은 가면과 복장을 갖춰 입고 뉴욕 맨해튼의 헬스 키친 지역을 배경으로 범죄자들을 처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데어데블이 아일랜드계 미국인 캐릭터이며 그가 주로 활동하는 곳이 맨해튼의 헬스 키친 지역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미드타운 웨스트 지역 34-57가인 헬스 키친 지역은 과거 가난한 노동계급의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이 많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아일랜드계 범죄조직이 악명을 떨치던 지역이기도 하다. 아일랜드계 갱스터들이 일으키는 유혈사태들 때문에 지옥의 부엌(Hell's Kitchen)이라는 별명을 얻은 지역이다. 현재는 뉴욕의 중심지 맨해튼의 땅값 비싼 지역이 되어 예전의 악명은 많이 사그라졌지만 여러 소설과 영화, 드라마들이 과거의 악명에 기대고 있다. 데어데블도 이런 헬스 키친의 맥락에 근거한 히어로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프랭크 밀러가 감정을 이입할 만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실제로 프랭크 밀러는 1980년대에 헬스 키친에 거주하면서 느낀 바를 데어데블에 많이 투영했다. (1990년대에 LA에서 거주했던 경험은 <씬시티>에 반영되었다.) 덕분에 데어데블은 그저 그런 슈퍼히어로물이 아닌 갱스터 장르와 느와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같은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스파이더맨이 그려낸 뉴욕보다 훨씬 어둡고 위험하며 비열한 뉴욕의 헬스 키친에서, 범죄자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응징을 가하는 프랭크 밀러의 데어데블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프랭크 밀러가 손대기 전까지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데어데블 시리즈는 인기 시리즈로 되살아났고 신인 만화 작가 프랭크 밀러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데어데블이 속했던 마블 코믹스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높아진 인기와 위상 덕에 DC 코믹스의 작업도 하게 된 프랭크 밀러는 1986년, 모던 배트맨 시대를 열어젖힌 작품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그려낸다. 스토리뿐 아니라 작화가도 겸하기도 하는 프랭크 밀러가 직접 작화를 맡은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은퇴했다가 돌아온 장년의 배트맨이 주위의 압력에 불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모습을 처절하게 담아내었다. 자신에게 돌아올 악명과 불이익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신념을 관철시키는 장년의 순정 마초 배트맨은 현실과 일상에 찌들어 정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호소하는 히어로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성인 독자들에게 오히려 호소력을 발휘했다.

▲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프랭크 밀러 지음, 김지선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1980년대 냉전 체제에서 레이건 정부의 보수적인 정책을 비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중 등장하는 대통령의 얼굴은 레이건을 희화화한 모습이다. 소련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은 미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배트맨이 통제하는 고담 시만이 빠르게 안정을 찾자,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위신을 배트맨이 깎아내린다고 생각해 슈퍼맨에게 배트맨 타도를 지시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개인의 정당한 자유를 침해하고 통제하려는 국가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맥락, 정의 추구를 위해 법을 초월하려는 개인의 오만함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프랭크 밀러의 성향은 확실히 전자에 가깝다.

개인의 신념을 위해서 역경과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순정 마초 히어로의 처절한 싸움은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이후에도 프랭크 밀러의 여러 작품에서 거듭된다. 자신과 하룻밤 연을 맺었던 여성이 살해당하자 그 복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씬시티>의 마브,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 더 넓은 영토와 권력을 주겠다는 페르시아 황제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자유인으로서의 스파르타 인의 긍지를 지키려는 <300>의 레오니다스가 대표적인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도구는 역시 폭력이다. 초인적인 마초 캐릭터들이 비장한 독백을 내뱉는 가운데 펼치는 무자비하고 감각적인 폭력은 이들의 신념을 더욱 아름답게 포장한다. 비록 피투성이가 되고 죽음의 문턱을 수시로 오가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더라도 이들의 신념은 꺾이지 않는다.

프랭크 밀러는 스토리뿐 아니라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배트맨 :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백>, <씬시티>와 <300>이 스토리와 함께 그림도 그린 작품이다. 흑백을 강조한 거친 화풍은 프랭크 밀러의 스토리에 최적화된 화풍으로, 프랭크 밀러 작품의 매력을 한껏 더 끌어올린다. 하지만 너무 거친 화풍이 종종 불친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배트맨의 탄생을 다룬 <배트맨 : 이어 원>은 프랭크 밀러가 스토리를 쓰기는 했지만 작화는 깔끔하고 정갈한 데이비드 마주켈리가 맡았다. 작품의 색채도 프랭크 밀러의 다른 작품과 사뭇 다르다. 배트맨의 비장한 독백은 거의 사라지고 배트맨을 성장시킨 사건에 집중한다.

▲ <배트맨 : 이어 원>(프랭크 밀러·데이비드 마추켈리 지음, 리치먼드 루이스 그림, 곽경신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그렇다고 <배트맨 : 이어 원>이 프랭크 밀러의 경력과 완전히 동떨어진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프랭크 밀러가 애호하는 갱스터적인 소재와 필름 느와르의 분위기는 <배트맨 : 이어 원>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배트맨 : 이어 원>은 그 동안 배트맨 시리즈가 선보였던 조커나 투 페이스 같은 외모나 복장부터 과장된 괴짜 악당들이 아니라 현실적인 범죄조직의 보스와 그와 결탁한 고위 공무원들을 배트맨의 적대자로 등장시켰는데, 여기에서 등장한 이들은 이후 <배트맨 : 롱 할로윈>, <배트맨 : 다크 빅토리>같은 만화와 영화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등 배트맨 시리즈에 붙박이로 등장하게 된다.

프랭크 밀러는 잔혹함이 지배하고 폭력이 만연한 세상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결국 후회 없이, 의심 없이 또 생사에 관계없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순정 마초 주인공을 마치 야생마처럼 풀어놓는다. 이들의 고독하고 처절한 싸움은 독자들에게 통쾌함과 애틋함을 선사하여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고독한 영웅행위가 모든 독자들에게 의심 없이 사랑받은 것은 아니다. 프랭크 밀러 스스로도 자신의 영웅들에게 비판의 여지를 남겨두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프랭크 밀러는 번번이 의심 없이 행동하는 영웅들에 대한 찬가로 회귀한다. 앨런 무어는 이런 프랭크 밀러의 정 반대편에 서 있는 스토리 작가다.

삐딱하고 냉정하게 되묻는 앨런 무어(Alan Moore)

배트맨 그래픽노블

<배트맨 : 킬링 조크>(앨런 무어 지음, 브라이언 볼런드 그림,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비 배트맨 그래픽노블

<왓치맨>(앨런 무어, 데이브 기본즈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브이 포 벤데타>(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프롬 헬>(앨런 무어, 에디 캄벨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 앨런 무어.
프랭크 밀러에 비해 앨런 무어가 배트맨에 행사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앨런 무어가 스토리를 쓴 배트맨 코믹스도 그 숫자가 극히 미미하고 그래픽노블 판형으로 출간된 작품도 <배트맨 : 킬링 조크>(앨런 무어 지음, 브라이언 볼런드 그림,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단 한권이다. <배트맨 : 킬링 조크>의 작화를 맡은 브라이언 볼런드의 후기를 보면 이 작품을 제안한 사람은 자신이며 앨런 무어 스스로도 '그다지 넘치는 애정을 갖고 작업한 작품도 아니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금까지 나온 조커 이야기 가운데 최고이며 앨런 무어의 최고작 가운데 하나'(IGN.COM)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 되었다.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다. 아니, 내가 난생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만화다"라는 팀 버튼의 평가나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를 연기한 히스 레저가 자신의 조커 연기에 <배트맨 : 킬링 조크>를 참조했다는 인터뷰 내용은 이 작품이 출간 이후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캐릭터에 행사한 영향력의 규모를 짐작하게 하는 평가들이다.

▲ <배트맨 : 킬링 조크>(앨런 무어 지음, 브라이언 볼런드 그림,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48쪽에 불과한 단편 <배트맨 : 킬링 조크> 한 편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뒤흔든 앨런 무어. 그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 출신의 만화 스토리 작가다. 1953년, 영국 노스햄턴의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앨런 무어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책을 비롯해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미국의 코믹북 속에 마치 화성이나 미래 도시처럼 묘사된 뉴욕을 동경하기도 했다. (그렇게 동경하던 뉴욕은 훗날 자신이 스토리를 쓴 <왓치맨>에서 초토화된다.)

비슷한 노동계급 자녀들이 다니던 학교에서 수재 소리를 듣던 앨런 무어는,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경제적인 여유로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중산층 자녀들을 목격하고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게 되었다. '우승할 수 없다면 경기에 참여하지도 않는다'는 성격 탓에 학업에 흥미를 잃고 학교를 자퇴한 앨런 무어는 화장실 청소부나 피혁 공장 직원 같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을 전전하며 약물 중독에도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런 밑바닥 인생 도중에도 독서와 글쓰기를 계속했고 어린 시절 탐독했던 만화를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자비 출판으로 자신의 만화를 팔던 앨런 무어는 영국의 음악 잡지 (New Musical Express), <사운즈>(Sounds) 등에 자신의 만화를 싣기 시작하면서 프로 작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한다. 곧 스스로가 작화에는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토리 작업에만 집중하게 된 앨런 무어는 국내에는 영화로 잘 알려진 <저지 드레드> 시리즈가 연재되던 만화 잡지 <2000AD>에 <퓨처 쇼크> 시리즈로 만화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그의 재능은 마블 코믹스의 영국 지사 마블UK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캡틴 브리튼>, <마블맨> 등 마블UK의 슈퍼히어로 스토리를 쓰면서 경력을 쌓아가던 앨런 무어는 곧 미국 본토에서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 <왓치맨>(앨런 무어, 데이브 기본즈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DC 코믹스에서 슈퍼맨, 배트맨, 그린 랜턴 등 여러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스토리를 쓰던 앨런 무어는 자신의 이름을 가장 드높인 <왓치맨>(Watchmen, 1987)을 발표한다. 영국 태생으로 바라본 미국과 미국의 슈퍼히어로들은, 미국에서 기존에 출간되어 오던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관성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고 비판적인 시각을 펼쳐보였다. 정의와 자유 그리고 공공의 이익은 히어로라면 응당 추구해야 마땅한 가치이겠지만, <왓치맨>은 여러 개성을 지닌 히어로들이 얽히면서 각자의 신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그 가치들이 전혀 달리 해석된다. 또한 사랑과 시기, 질투와 같은 인간적인 감정까지 곁들어져 서로 반목하고 충돌하는 모습을 지극히 냉정한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떤 히어로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히어로들 각자의 한계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앨런 무어의 <왓치맨>에서는 슈퍼히어로 코믹스가 선사하는 통쾌함이나 박진감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프랭크 밀러는 히어로에게 잔혹한 고난, 심지어 죽음까지 선사할지언정 결국 히어로의 승리에 저울추를 얹어준다. 반면 앨런 무어는 히어로를 잔인하고 냉정하게 취급한다. 프랭크 밀러가 히어로 개인의 독백을 전면에 내세우며 독자들을 히어로의 내면에 몰입하게 한다면 앨런 무어는 히어로가 겪는 고난과 핍박을 담담하게 그려내어 독자의 감정 이입을 최대한 배제한다. 프랭크 밀러가 잔혹함이 지배하고 폭력이 만연한 세상을 가감 없이 묘사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는 마초 히어로의 손을 들어주는 반면, 앨런 무어는 결코 히어로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앨런 무어의 히어로들은 악과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수시로 절망하고 풀이 죽는다. 잘해봐야 그 절망을 견뎌내고 담담히 악과 세상의 부조리를 직시하는 것 정도다. 앨런 무어는 히어로들의 낭만적인 승리 선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배트맨 : 킬링 조크>가 배트맨이 아닌 조커의 기원과 행적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커라는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이야기에서 배트맨이 조커를 제압하는 것은 그저 예정된 수순일 뿐,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조커의 악행 역시 독자가 감정 이입하거나 동의할 만한 것은 아니다. 배트맨은 마치 자연 현상처럼 무심하게 다가와 폭주하던 조커를 제압하고는 조커에게 갱생을 제안하지만, 조커는 태생적으로 자신이 갱생될 수 없는 존재임을 농담을 통해 배트맨에게 다시 일깨워준다. 농담을 마치고 혼자 웃기 시작하는 조커를 따라 웃는 배트맨의 모습으로 끝나는 <배트맨 : 킬링 조크>의 결말은 배트맨이 상징하는 선, 질서, 이성 등이 조커가 상징하는 악, 혼돈, 광기와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줄 뿐이다.

선한 히어로가 고난 끝에 승리한다는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관성을 파괴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드러나는 히어로들의 인간적인 한계를 냉정히 까발려버리는 앨런 무어의 이야기들은 그가 스토리를 쓴 작품들의 연출에서도 나타난다. <배트맨 : 킬링 조크>과 <왓치맨>에서 앨런 무어는 기본적으로 한 페이지에 가로 세 칸 세로 세 칸의 칸 분할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리고 동일한 시점의 장면이나 유사한 구도의 장면을 연속으로 배치하되 그 안에서 약간의 변화들을 제시하는 정중동의 연출을 자주 선보인다. 박진감과는 한참 거리가 먼 이런 연출은 히어로들의 행적을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독자에게 요청한다.

앨런 무어가 이렇게 슈퍼히어로들을 냉소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묘사하는 배경에는 어린 시절 계급에 따른 좌절과 밑바닥 생활 그리고 업계에서의 오랜 비주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본고장 미국에서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스토리 작가가 되었지만 앨런 무어는 여전히 비주류 시절의 삐딱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창작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관련 상품 개발을 진행하는 출판사와의 불화는 격렬했다. <왓치맨>을 비롯해 앨런 무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앨런 무어와는 아무 관계없이 진행된 작품들이다. 앨런 무어는 자신의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는데 상당히 부정적인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대중적인 매체인 영화로 전환되면서 자신의 원작이 갖고 있던 메시지가 상당히 훼손되기 때문이다.


▲ <브이 포 벤데타>(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브이 포 벤데타>, <젠틀맨 리그> 등의 영화다. 원작의 깊이 있는 메시지들은 대폭 축소되고 상업적 성공을 위해 대중성 다분한 액션 오락 영화로 전락해버렸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브이 포 벤데타>는 영화보다 훨씬 더 어둡고 복잡한 작품이다.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 하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의 작품은 오직 만화라는 매체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연출된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2003년 제작된 자전적인 다큐멘터리 <앨런 무어의 마음의 풍경>(The Mindscape of Alan Moore)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코믹북과 영화의 유사점을 언급한다. 나는 영화 기법을 이해한 코믹북 작가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나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만화를 영화화의 상관관계에만 국한해 본다면 가장 최고의 만화 작품도 그저 움직이지 않는 영화 정도로 취급될 것이다. 나는 1980년대 중반 이 사실을 깨닫고 오직 만화만이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을 집중 시도했다. 만화의 각 칸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시각적으로 담는 방식, 캐릭터가 이야기하는 것과 독자들이 볼 수 있는 이미지들 사이의 병렬 배치가 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980년대의 내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화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 나는 이 점을 1990년대에 영화 <왓치맨>의 감독으로 내정되었던 테리 길리엄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하는데 적극 반대해온 앨런 무어의 뜻과는 별개로 그의 작품들 중 그 저작권이 출판사에 귀속된 여러 작품들이 영화화 되었다.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젠틀맨스 리그>등이 그런 작품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모든 영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여 그러한 영상화에 저항하고 있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서 영화라는 매체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씬시티>, <300>에 만족하고 거기에 고무 받아 직접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한 프랭크 밀러와는 대조적이다.

배트맨의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그랜트 모리슨(Grant Morrison)

배트맨 그래픽노블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데이브 맥킨, 그랜트 모리슨 지음,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비 배트맨 그래픽노블

<올스타 슈퍼맨>(그랜트 모리슨 지음, 프랭크 콰이틀리 그림, 임태현 옮김, 시공사 펴냄)

▲ 그랜트 모리슨
최근 배트맨 시리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아니 주고 있는 스토리 작가는 그랜트 모리슨이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작품은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 한 편밖에 없지만 미국 현지에서 진행 중인 배트맨 시리즈의 여러 굵직한 사건들을 마련한 작가다.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랜트 모리슨은 1960년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태어났다. 십대 후반부터 영국의 만화 잡지 <신화들 근처>(Near Myths)에 만화를 발표했던 모리슨은 1980년대 초반에는 더 믹서스(The Mixers)라는 밴드에서 음악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마블UK와 잡지 <2000AD>를 통해 만화 작품 활동을 하던 그랜트 모리슨은, 앨런 무어가 80년대 이끌었던 만화 판 '브리티시 인배이전'의 일원으로 미국의 코믹스 업계에 진출한다.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를 오가며 슈퍼맨과 배트맨, 애니멀맨, 엑스맨 등의 스토리 작업으로 명성을 얻은 그랜트 모리슨은 특히 배트맨 시리즈에서 충격적인 사건들을 마련했다. 초기작에 속하는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은 스토리나 작화 모두 난해하고 몽환적인 작품으로 배트맨과 맞선 악당들이 갇히게 되는 정신병원 아캄 수용소가 설립된 사연과 조커의 계략에
▲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데이브 맥킨, 그랜트 모리슨 지음,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의해 아캄 수용소에 갇혀 헤매는 배트맨이 악당들의 광기에 잠식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히스 레저는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연기에 <배트맨 : 킬링 조크>와 함께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을 참고로 삼았다고 한다. 이후 그랜트 모리슨은 <배트맨과 아들>(Batman & Son, 2006)을 통해 배트맨에게 다섯 번째 로빈이 되는 아들 데미언 웨인을 선사한다.

그랜트 모리슨은 저스티스 리그가 활약하는 <파이널 크라이시스>(Final Crisis, 2009)와 배트맨을 다룬 <배트맨 R.I.P.>(Batman R.I.P., 2008) 두 작품을 통해 배트맨이 악당 다크사이드의 손에 의해 살해되는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특히 <파이널 크라이시스>는 편집부의 통제를 받지 않은 그랜트 모리슨이 자신의 특기인 난해한 이야기 전개를 마음껏 펼친 작품으로 만화를 뛰어넘은 뛰어난 작품이라는 극찬과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는 혹평이 엇갈리는 작품이다. 이후 그랜트 모리슨은 <배트맨 : 브루스 웨인의 귀환>(Batman : The Return of Bruce Wayne, 2010)을 통해 브루스 웨인을 죽음으로부터 부활시켜 배트맨으로 복귀시킨다. (브루스 웨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는 1대 로빈인 딕 그레이슨이 잠시 배트맨을 맡고 있었다.)

▲ <배트맨 : 브루스 웨인의 귀환>(그랜트 모리슨 지음, DC).
죽은 줄 알았지만 사실 다른 시공간에 유배되었던 브루스 웨인이 선사시대부터 미국의 청교도 시대, 카리브해 해적 시대, 서부시대 등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 부활하는 <배트맨 : 브루스 웨인의 귀환>은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다른 슈퍼히어로를 압도하는 배트맨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슈퍼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초능력을 지닌 슈퍼히어로들 사이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고 뛰어난 지능과 냉철함으로 오히려 다른 슈퍼히어로를 압도하는 배트맨의 모습은 이전부터 강조되어왔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의 강점과 약점, 행동 패턴을 철저히 파악하여 한 수 앞서나가는 배트맨은 여러 작가들을 거치면서 점점 더 강력하게 묘사되었고, 결국 약간은 비꼬는 의미에서 신처럼 전지전능하다는 배트갓(Batgod, 한국에서는 뱃神)이란 별명을 얻게 되었는데, 바로 이 별명을 얻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스토리 작가가 바로 그랜트 모리슨이다.

그랜트 모리슨은 2010년부터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 <배트맨 주식회사>(Batman Incorporated)를 시작했다. 제목 그대로 <배트맨 주식회사>는 배트맨은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배트맨을 프랜차이즈화 하여 전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현지에서 배트맨을 고용하여 범세계적인 규모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화와 영화, TV를 오가는 스토리텔러 제프 로브(Jeph Loeb)

배트맨 그래픽노블

<배트맨: 허쉬>(밥 케인 지음, 제프 로브 글, 스콧 윌리암스, 짐 리 그림, 박중서 옮김, 세미콜론 펴냄)
<배트맨: 롱 할로윈>(제프 로브 지음, 팀 세일 그림, 박중서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세미콜론 펴냄)
<배트맨: 다크 빅토리>(제프 로브 지음, 팀 세일 그림, 박중서 옮김, 그레고리 라이트, 세미콜론 펴냄)
<배트맨: 캣우먼>(제프 로브, 팀 세일 지음, 최세민 옮김, 세미콜론 펴냄)

비 배트맨 그래픽노블

<슈퍼맨: 포 올 시즌>(제프 롭, 팀 세일, 부얀 한센 지음, 최원서 옮김, 시공사 펴냄)

▲ 제프 로브.
프랭크 밀러가 <배트맨 : 이어 원>을 통해 재탄생시킨 배트맨을 충실히 이어받은 제프 로브의 배트맨 그래픽노블 <배트맨 : 롱 할로윈>(팀 세일 그림, 박중서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세미콜론 펴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배트맨 삼부작에 가장 많이 참고했다고 언급한 작품이다. <배트맨 : 롱 할로윈>은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분위기보다는 갱스터 느와르의 분위기가 더 두드러지기에 투 페이스같은 캐릭터부터 장면 연출까지 <배트맨 : 롱 할로윈>의 많은 요소가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로 스며들었다.

제프 로브는 대학 재학 시절인 1970년부터 시작한 만화 스토리 작가로서의 경력도 상당하지만 TV 드라마와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 및 연출과 제작부 경력도 상당하다. 마이클 J. 폭스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고등학생으로 등장하는 하이틴 코미디 <틴 울프>(Teen Wolf, 1985)의 시나리오 작업으로 영화 제작에 첫발을 내딛은 제프 로브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액션영화 <코만도>(Commando, 1985)를 비롯한 여러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플래시의 영화화 작업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지만 영화는 제작이 중단되고 만다. 하지만 DC 코믹스와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DC 코믹스 측으로부터 만화 스토리 작가 제안을 받게 된다.


▲ <배트맨 : 롱 할로윈>(제프 로브 지음, 팀 세일 그림, 박중서 옮김, 리치먼드 루이스, 세미콜론 펴냄). ⓒ세미콜론
제프 로브가 최초로 작업한 만화 스토리는 1991년 출간한 <무명의 도전자>(Challengers of the Unknown)로 여기서 만난 작화가 팀 세일과 함께 이후 <배트맨 : 롱 할로윈>, <배트맨 : 다크 빅토리>, <배트맨 : 캣우먼>등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한다.

2002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작화가 짐 리와 함께 작업한 <배트맨 : 허쉬>를 통해 새로운 악당 허쉬를 배트맨 시리즈에 편입시켰다. 배트맨 외에도 슈퍼맨을 비롯한 DC 코믹스뿐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저스등 마블 코믹스 슈퍼히어로 스토리도 작업한 제프 로브는 2002년에는 슈퍼맨의 청소년 시절을 다룬 프리퀄 격의 TV 드라마 <스몰빌>의 대본 작업에 참여하면서 한동안 뜸했던 TV 산업으로 되돌아온다. <틴 울프 2>(1987)에서 함께 대본작업을 했던 팀 크링이 2006년에 <히어로즈>라는 슈퍼히어로 소재의 TV 드라마를 제작하자 제프 로브는 옛 인연과 슈퍼히어로 코믹스 대본 작업을 한 경력 덕에 <히어로즈>의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TV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면서도 슈퍼히어로 코믹스 스토리 작업을 지속한 제프 로브는 DC와 마블 코믹스뿐 아니라 다크호스 코믹스, 이미지 코믹스 등 여러 출판사에서 쟁쟁한 슈퍼히어로들의 스토리를 작업한다. 손대는 작품마다 평단의 호평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제프 로브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만화 업계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작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아이스너 어워드(Eisner Award)를 네 번 수상하기도 한 제프 로브는, 지면과 영상 두 매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작가이기도 하다.

프랭크 밀러와 앨런 무어, 그랜트 모리슨과 제프 로브. 이 밖에도 뛰어난 스토리 작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70년 동안 구축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이어받아 새로운 배트맨의 모습을 재창조하고 있다. 비록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완결되지만, 놀란의 배트맨은 코믹스에서 구축된 거대한 배트맨의 작은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배트맨은 또 다른 재능 있는 감독에 의해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퀴즈가 나갑니다! 배트맨과 그 주변의 역사,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특징, 스토리 작가에 대한 문제가 골고루 섞여 있습니다. 연재 1화부터 5화까지를 다시 읽어보시면 어렵지 않게 정답을 알 수 있습니다.

퀴즈 응모를 원하시는 분은 질문을 빼고 일곱 개의 정답만을 적어 성함과 함께 7월 19일(목) 정오까지 sns@pressian.com으로 보내주세요. 정답과 당첨자 알림은 24일(화) 저녁 프레시안 알림 기사를 통한 공지, 이메일 개별 통지로 이루어집니다. (기사는 공식 트위터 계정(@Pressian_news)을 지켜봐주세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퀴즈 : 학교 폭력 문제가 발생하자 그 원인으로 '웹툰'을 지목했던 한국의 모 보수 신문처럼, 1950년대 미국에서도 만화를 사회악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어떻게든 유해성을 부각시키려던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만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지 강력히 설파하고 특히 배트맨을 콕 집어 "심리적으로 동성애적이다"라고 말한, 이후 배트맨 시리즈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한 정신의학자가 있었죠. 이 사람의 이름과 그가 만화의 유해성을 설파한 저서의 제목을 적어 주세요.

두 번째 퀴즈 : 위와 같은 사회적 압력에 따라 배트맨은 어느 시기 배트하운드, 배트마이트, 배트우먼, 배트걸 등 '유사 가족' 구성원을 거느린 건전한 시리즈로 변모하고 맙니다. 독자층이 넓어진 이 시절의 배트맨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갈수록 유치해진다는 이유로 배트맨으로부터 멀어지는 독자들도 생겼습니다. 이 경향을 의식한 DC 코믹스는 1964년 배트맨 패밀리 구성원 일부를 '제거'하는 개혁을 단행하는데요. 이 개혁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세 번째 퀴즈 : 다음 설명 가운데 사실과 다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를 골라 주세요.

① 제이슨 토드 - 2대 로빈의 이름 (*7월 14일 23시 14분까지 '제이슨 토드'가 아니라 '제임스 토드'라는 오타로 출제되어 있었습니다. 14일 23시 14분 이전 도착 이메일 정답 채점에 반영하겠습니다.)
② 그윈플레인 - 조커의 모티프가 된 소설 속 인물의 이름
③ 마크 해밀 - 펭귄의 단골 성우를 맡은 배우의 이름
④ <배트맨 : 킬링 조크> - 앨런 무어 원작의 유일한 배트맨 그래픽노블 단행본
⑤ 앤 해서웨이 -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우먼 역할을 맡은 배우

네 번째 퀴즈 : 배트맨을 박살낸 유일한 적수 '베인'은 1930~40년대를 풍미하던 펄프 픽션의 주인공인 이 사람을 모델로 하여 탄생했습니다. 의사이자 과학자, 발명가이자 모험가인, 비상한 두뇌를 가진 이 캐릭터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다섯 번째 퀴즈 : 다음은 배트맨 시리즈를 위대하게 만든 스토리 작가들의 얼굴입니다. 왼쪽부터 이름을 차례로 적어주세요.



여섯 번째 퀴즈 : 1987년에 출간된 <배트맨 : 선 오브 디먼>에는 탈리아 알 굴과 배트맨이 직접 아들을 낳는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아이는 이후 로빈이 됩니다. 하지만 이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 "둘이 직접 낳은 아들"에서 "둘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는 아이"로 뒤집히게 되는데요. 이 아들은 몇 대 로빈이며 그 이름은 무엇일까요?

일곱 번째 퀴즈 : <배트맨 : 아캄 어사일럼>의 스토리 작가 그랜트 모리슨이 2010년부터 시작한 배트맨 시리즈의 제목을 맞춰주세요. 작품은 배트맨이 세계 각지에 지사를 두고 범세계적인 규모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아직 국내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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