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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씨앗 NLL, 노무현은 왜 "괴물"이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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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씨앗 NLL, 노무현은 왜 "괴물"이라 했나?

군사 대치는 평화를 못 지켜…盧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안전판' 구상

국정원이 지난 24일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권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야권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대화록에 'NLL 포기 발언'은 없다면서 이를 공개한 국정원에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화록 공개를 둘러싼 핵심 쟁점인 'NLL'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은 NLL이 정전협정 이후 사실상의 해상 경계선 역할을 수행했으며 NLL을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5일 "우리의 NLL, 북방한계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로 지키고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NLL이 정말 해상 경계선인가'하는 NLL의 정의 문제부터, 왜 NLL이 남북 간 분쟁의 씨앗이 됐는지에 대한 논란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NLL의 대치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종식시키기 위해 제안됐던 것이라며,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지난 2007년 10월 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NLL 누가, 왜 만들었는지부터 논란

NLL은 영어로 'Northern Limit Line'의 줄임말이며 국어로는 '북방한계선'이라고 번역한다. 단어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NLL은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의 '한계'를 두는 선이라는 의미다. 즉, 북방한계선이 북한에서 남침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니라, 남한에서 북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된 선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NLL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사실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NLL 설정과 관련해 통상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1953년 정전협상 당시 해상분계선 합의에 실패한 뒤 유엔군 사령관인 마크 클라크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이 시작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 중앙정보국 (CIA)의 1974년 1월 1일 자 문서에는 이와는 다른 내용이 적혀있다. (☞ 관련기사 보기 : 美 비밀문서 "NLL은 영토선 아니다")

보고서는 NLL이 1960년 이전에 설정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떤 문서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1953년보다 12년 늦은 1965년 1월 14일 한국의 해군사령관에 의해 설치됐다고 기술돼있다. 또 NLL의 목적에 대해 "유엔사령부 함정이 특별한 허가 없이는 NLL의 북쪽을 항해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사고를 피하는 데 있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NLL을 사실상의 해상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있는 남한의 입장에 대한 평가도 담겨 있다. 보고서는 남한의 입장이 "국제법적으로도 어떠한 근거가 없고 NLL 길이의 일부는 영해에 관한 최소한의 조항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 시절 국방장관이었던 이양호 전 장관은 1996년 7월 16일 "북한함정이 북방한계선을 월선해도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방부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국방부는 정전체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53년 NLL을 설정했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이후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새로운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NLL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한반도의 화약고가 돼버린 NLL

NLL 설정과 정의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면서 NLL이 한반도의 대표적인 화약고로 인식돼왔지만 전쟁 직후부터 NLL이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다. 북한은 1973년 제346차 군사정전위 회의 때까지 NLL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1973년 10월부터 11월까지 43회에 걸쳐 NLL을 침범하는 이른바 '서해사태'를 일으켰고 이후 매년 수십 차례씩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 결국 북한은 1973년 12월 열린 제347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NLL을 인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NLL에 대한 양측의 논란은 1999년 6월 15일 제1연평해전이 터지면서 가속화됐다. 당시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사와 북한군 간 장성급회담을 통해 NLL이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라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는 "새로운 해상불가침경계선은 남북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야 하며 그때까지 현 NLL이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 해 9월 NLL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조선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이어 2000년 3월에는 '서해 5개섬 통항질서'를 공포했다. 북한은 당시 발표한 통항질서를 통해 연평도를 오가는 수로와 백령·대청·소청도를 오가는 수로, 이렇게 총 2개의 수로를 지정했다며 이 수로를 통해서만 서해 5도를 통행하라고 요구했다.

NLL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의 대치 속에 2002년 6월 29일 제2연평해전이 발발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한 서해 지역은 한반도의 화약고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 긴장 완화 방안으로 제시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본격적으로 NLL을 둘러싼 대립이 시작됐던 1973년 이후 NLL을 비롯한 서해 5도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남북 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남북이 2007년 정상회담이후 내놓은 10.4 선언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만들겠다고 명시한 것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10.4선언의 5항에는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중략)..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주항을 활용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해주항에는 북한 해군 서해 함대 소속 상당수의 전력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10.4 선언이 그대로 이행되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만들어 졌다면 자연스럽게 북한의 서해함대를 후방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참여정부는 이를 통해 서해 5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북 간 군비 경쟁을 축소시켜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고 안보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의 '공동어로구역' 구상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평화협력지대' 구상이 허심탄회하게 논의되는 대목이 나온다. 요컨대 긴장을 평화로 해소하기 위한 두 정상 간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서 "그 부분이 우발적 충돌의 위험이 남아있는 마지막 지역이기 때문에 거기에 뭔가 문제를 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남쪽에서도 군부가 뭘 자꾸 안하려고 한다. 이번에 군부가 개편이 되서 사고방식이 달라지고, 평화협력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군부라는 것은 항상... 북측에서도 우리가 얘기 듣기로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남북 양측 군부의 강경론을 우려했다.

남북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남북은 2007년 11월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서해상 공동어로구역 설정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그러나 남측은 NLL을 기선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북측은 북측이 1999년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과 NLL 사이의 해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지정하자고 맞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우려대로 이명박 정부 이후 NLL 관련 남북 군사회담은 달라진 정권 분위기와 맞물려 이뤄지지 못했고, 2009년 11월 10일 대청해전 발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으로 인해 NLL을 비롯한 서해 5도 일대는 남북이 첨예한 대결을 펼치는 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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