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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환율 손발 묶인 좌파 정부, 비장의 무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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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환율 손발 묶인 좌파 정부, 비장의 무기는?

[기고]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새로운 실험, 성공할까?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조스팽 총리가 극우 르펜 국민전선 후보에게 결선 후보를 내주고 정계 은퇴하면서 좌파 연합 정부의 막이 내리고 나서, 10년 만에 다시 프랑스에서 좌파 정부가 들어섰다. 1997년 조스팽 정부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올랑드 대통령과 애로 수상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재정, 경제 위기와 함께, 이에 대해 '긴축보다는 성장'이라는 해법을 제시한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정책은 이후 잇따르는 유럽 국가의 공직 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 미칠 것이라 예견된다. 하지만 사회당 정부가 그 '성장'을 위해 어떠한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위해 제시하는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하는 내용에 대해선 많이 논의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 그 '성장'을 위해 정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정부 재정에 대한 위기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이 아닌 정부가 성장을 위해 어떠한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혹독한 재정 위기 시대에 좌파 정부가 자신의 이념적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율성이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에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재정 위기 속 좌파 정부의 정책적 자율성은?

세계화 시대에는 정부가 경제 정책을 구사함에 있어 자율성이 많이 제한받는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기준이 바로 재정 적자 규모와 재정 수지에 대한 규제이다. 소위 '마스트리히트 기준'이라 불리는 이 기준은 1992년 2월 조인된 조약에 근거한다.

유럽공동체는 단일 화폐인 유로(euro)의 도입을 결정함과 동시에 회원국에게 자국의 물가 상승률이 물가가 가장 안정된 세 회원국의 평균보다 1.5퍼센트를 초과하지 않을 것, 재정 수지가 GDP(국내 총생산)의 3퍼센트를 초과하지 않을 것, 전체 공공 적자 규모가 GDP의 60퍼센트를 초과하지 않을 것을 강제하였다.

이후 이 규정은 1997년 6월 암스테르담에서 조인한 '성장 안정 협약'으로 이어졌고, 다시 2005년 재정 수지와 공공 적자 규모를 중심으로 다시 구체화된다. 2011년 말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도한 '신재정 협약'이라는 것도 회원국들이 이 기준을 준수할 것을 강제하는 것을 그 핵심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은 단지 유럽연합뿐만 아니라 세계화와 더불어 세계 투자 시장에서 국가의 재정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였고, 모든 국가들이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금과옥조로 취급되었다. 물론 모든 나라에 이 기준이 동일하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제3세계 국가들에게는 아직 이러한 세련된(?) 기준을 들이대기보다는 정치적 안정성, 민주주의 정도 같은 경제 외적인 기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적어도 정치적으로 안정된 선진국들은 이러한 기준이 세계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따른 영향은 정부의 정책적 자율성의 위축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현재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재정 수지 3퍼센트 기준과 공공 적자 규모 60퍼센트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혁 혹은 좌파 정부가 등장한다고 해도 급격히 확대된 재정 투자나 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

나아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많은 좌파 정부들이 이러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국영 기업의 민영화나 공공 주식의 매각, 공공 서비스의 축소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화의 영향을 분석하는 많은 학자들이 '마스트리흐트 기준'을 '수렴의 기준(criteria of convergence)'이라고 칭하면서 세계화 시대에 국가들의 경제 정책은 정부의 이념을 떠나 '복지 예산 축소, 작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형태로 수렴되는 경향을 갖는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았다. 먼저, 재정 수지 3퍼센트 기준과 공공 적자 규모 60퍼센트 기준의 준수가 반드시 경험적으로 복지 예산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많은 선진국이나 신흥 발전국에서 교육과 연구 분야에 대한 공공 투자가 오히려 확대되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하고, 세계화로 인해 고용 안정성에 대한 위협은 경우에 따라 실업 보험이나 사회 안전망의 확대를 가져오기도 한다고 지적된다. 또 일부 학자들은 정부가 재정 수지와 공공 적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외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일정 정도 발생한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둘째, 정부의 정책 결정에 있어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정책 결정자들은 국내 변수, 즉 유권자들이나 이익 집단의 선호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국가 간 경제 협력이나 국제 무역 협정이 이를 조인하는 국가들의 국내 산업이나 단체들의 반발과 요구에 따라 지체되거나 수정된 경우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이 '마스트리히트 기준' 압력은 정도를 달리한다. 경제 안정기와 위기 상황과 다르다는 점이다. 성장이 계속 동반된다면 이 기준에 대한 일시적인 이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불황 시기에 정부 지출의 급속한 확대는 경제 위기를 초래할 만큼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남부 유럽의 경제 위기는 이러한 상황을 방증한다. 일부에서 그리스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받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그리스 복지 체계는 바로 몇 해 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1980년대 중반에 그 모델이 형성되었다. 이 모델은 또한 2000년대 초반에는 그리스가 경제적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국민의 높은 구매력을 낳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05년부터 진행되어온 경기 침체 시기에는 같은 모델이 재정 수지 악화를 낳아 오늘날처럼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1년 말에 있었던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한 신재정 협약의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재정 수지 3퍼센트와 공공 적자 규모 60퍼센트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서 유럽이사회는 그 나라의 상황에 따라 합당한 규제 방법과 정도를 정했다. 하지만 신재정 협약은 유럽 재정 위기 상황에서 기준 위반국에 대한 제재 조치를 즉각적으로 진행할 것을 그 내용으로 하기로 했다. 회원국에 대한 긴축 정책 강제가 목적이었던 것이다.

좌파 정부가 자율성을 갖는 방식은?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등장하게 된다. 재정 위기와 관련하여 좌파 정부가 자율성을 갖는 방식은 어떠한 것들이 존재하는가? 여러 방법들이 존재하겠지만,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많이 제기된다.

하나는 조세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환율 정책이다. 조세 정책은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의 세입을 넓이는 방법이지만, 납세자들의 저항을 고려해야 한다. 환율 정책은 자국의 통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여 공공 적자의 규모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방법이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은 경제 불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를 비롯한 유로화를 사용하는 정부는 자국의 통화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국 차원에서 환율정책을 사용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유럽의 정부들은 통화 안정성을 갖는 대신에 상대적으로 정책적 자율성을 제한받게 된다. 프랑스 정부도 예외가 아니어서 자신의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선 조세 정책을 중심으로 재정 압박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사회당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프랑스 사회당의 해법은?

경제적 상황이 다른 만큼 2012년 대선은 2007년 대선과 이슈와 정책에서 차이가 있었다. 2012년 대선에서 핵심 경제 이슈가 재정 위기와 실업 문제였다면, 2007년 대선에선 구매력 상승이 주요 이슈였다.

2007년 대선 당시 사르코지 후보는 유권자들의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더 일해서 더 벌기(travailler plus pour gagner plus)'라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이 정책은 과거 35시간 노동 시간 제도가 엄격이 규제하였던 초과 근로 시간을 유연화하고 동시에 초과 근로 시간 임금에 대해 세금과 사회 보장 분담금을 면제해줌으로 초과 근로를 장려하여 구매력을 높이는 방안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반해 2007년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는 최저 임금을 1500유로로 인상하여 최저 임금 수준에 밀집해 있는 저소득층의 전반적인 임금 인상을 꾀하는 방안을 제안하였고, 동시에 기초 수급 대상자도 근로를 하면 소득에 기반을 두고 기초 수급 수당 수준을 조정하여 지급함으로써 워킹푸어(working poor)를 최소화하는 연대 소득 제도(RSA)를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더불어 두 후보 모두 파편화되어 있던 프랑스의 사회적 대화 구조를 개편하여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높이고 사회적 대화를 안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폭 넓은 중산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펼친 사르코지 후보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2012년은 정부 재정 위기에 따른 재정 정책과 10퍼센트에 이르는 실업과 관련하여 일자리 창출, 대량 해고의 방지가 주요 이슈로 등장했었다. 언론의 보도에서처럼 '긴축이냐 성장이냐'라는 대립에서 다수의 유권자가 올랑드 후보의 '성장'을 택하였다. 그렇다면 이 성장 정책은 무엇인가?

올랑드 대통령은 긴축은 구매력의 하락과 세입의 하락을 가져와 정부 재정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가 성장을 위해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끌고 기업 재투자를 자극하여 실업을 줄이고 성장을 통해 세입을 늘려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표에서 보듯이 프랑스의 2011년 국가 채무는 GDP의 85.8퍼센트를 기록하고, 재정 수지는 5.2퍼센트로 상당히 높다. 이 수치는 앞서 지적한 신재정 협약의 3퍼센트와 60퍼센트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당이 제시한 정책은 무엇인가?

ⓒ프랑스대사관

산업 투자 정책 : 신개입주의와 공공 투자 은행

▲ 사회당의 대선 공약집 <변화(changement)>. ⓒ프레시안
사회당은 대선 공약집 <변화(changement)>에서 '신개입주의(nouvel interventionnisme)'를 이야기한다. 정부가 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개입해야 함을 분명히 하지만, 이 방법은 예전과 같이 정부 예산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투자 은행(Banque publique d'investissement)을 건립하고 이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공공 투자 은행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투자와 정부가 100퍼센트의 주식을 소유하는 우체국 금융 파트의 인프라로 만들어질 예정이라 한다. 공공 투자 은행은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혁신 분야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정부 개입주의를 실현하면서도, 정부가 직접적인 투자 재정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도모하고 동시에 새로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여 실업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경제 위기에 따른 실업의 확대를 막고자 사회당은 집단 해고에 대한 규정을 강화할 것을 제기하는데, 정당하지 못한 집단 해고를 진행하는 기업에 대해선 정부 지원금 전액을 회수할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실업 정책은 조세 정책과도 연관된다.

조세 정책 : 기업의 재투자 유도와 자본 소득에 대한 누진세

먼저 기업의 이익이 재투자로 이어지고, 주주 배당금으로 전환되는 규모를 줄이기 위해 기업의 법인세를 기업의 재투자율과 배당금 수준에 따라 조정하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현재 33.3퍼센트로 되어 있는 법인세를 재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 대해선 20퍼센트까지 하향 조정하고, 배당금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해선 40퍼센트까지 상향조정하는 내용이다. (참고로 한국의 법인세는 2011년 22퍼센트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재투자를 확대하여 고용 창출을 유도한다는 접근이다.

또 다른 한축의 조세 정책으로 이자 및 배당 같은 재산 소득세의 세금에 대해 근로 소득세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15.5퍼센트인 재산 소득에 따른 세금을 누진적으로 적용되는 근로 소득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아래 표에서처럼 1인당 연소득 구간에 따른 누진세율을 재산 소득에 대해서도 적용할 예정이다.

▲ 프랑스의 근로 소득 세율(2011년). ⓒ손영우

이에 더하여 15만 유로 이상의 수입에 대해서 45퍼센트로 세율을 높이고 1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고수익에 대해선 75퍼센트의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빈부의 격차를 줄이면서 세입을 늘이겠다는 전통적인 좌파 조세 정책을 고수하면서도 기업의 재투자를 유도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한다는 방침을 제기 하였다.

금융 정책 : 위험 투자 축소와 단기 투자 자본 규제

한편, 금융 정책에 대해선 위기에 따른 위험 투자를 줄이고, 투기 자본을 유럽 차원에서 규제한다는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은행의 예금 업무와 투자 업무의 분리함을 통해서 일반 예금이 투자로 전환되어 위기 시 은행이 곤란을 겪게 되는 상황을 배제하고 은행의 안정화를 꾀하는 정책으로 이미 스티글리츠나 크루그먼이 금융 안정화를 위해 권고하였던 내용이기도 하다.

또 단기 투기 자본의 이동을 줄이고 투자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유럽 수준에서 금융 거래세(0.05퍼센트)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였다. 소위 토빈세로 이야기되었던 이 정책은 투기 자본이 국경을 넘을 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투기 자본을 규제한다는 생각이었으나, 투자를 감소시킬 위험이 있으므로 일국 차원에서는 도입이 어렵고 국제 규모에서 적용해야 함으로 그 실효성에서 의문시 되어왔던 정책이지만, 이번 유럽 위기를 통해 다시 제시된 정책이다. 이렇게 단기 투자에 대한 일종의 장벽은 해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 정부의 세출과 세입 계획안. ⓒ프랑스대사관

올랑드 대통령은 이에 더하여 국가 재무 60퍼센트와 재정 수지 3퍼센트를 규제하고 있는 '안정 성장 협약'이 안정과 성장을 위한 금과옥조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피사니-페리(Jean Pisani-Ferry)는 안정 성장 협약은 독일의 재정 규모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며, 이것이 하나의 기준은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안정과 성장의 절대적인 수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프랑스와 같이 국가 재무가 80퍼센트에 이르더라도 재정 수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성장률이 뒷받침된다면 안정과 성장에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올랑드 대통령은 현재 긴축 재정을 원칙으로 고수하고 이를 의무화하고 있는 신재정 성장 협약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회당 정부의 약점은 무엇인가?

이상과 같은 사회당 정부의 주요 경제 정책은 경제 위기에서도 좌파 정부의 자율성을 높이고 성장과 빈부 격차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몇 가지 변수에 종속된다.

먼저 사회당의 정책은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을 가정하고 있다. 사회당은 아래와 같은 성장률을 전망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성장률은 프랑스만의 경제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며, 유럽과 세계 경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성장을 위한 투자가 경기 악화로 인해 효과가 절하된다면 그에 따른 세입이 늘지 않아 재정 적자의 폭은 그만큼 확대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대사관

앞의 것이 외부적 요인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는 내부적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노동조합과의 관계이다. 프랑스의 노조는 조직률이 한국보다도 낮은 8퍼센트 수준이며, 전국노조가 7개로 파편화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현재 프랑스 정부의 정책은 전반적으로 근로자들의 구매력보다는 실업과 빈곤층, 혁신 분야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 노조와의 조정 여부는 정부의 능력을 시험하는 핵심 관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근로자 중 공공 부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전체 노조원의 60퍼센트 가량이 공공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프랑스 노조의 임금 인상은 정부의 재정 확대와 직결되기 때문에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사전 조정은 좌파 정부가 빈곤층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임금 인상을 의심하는 정부와 투자를 의심하는 노조 간의 '죄수의 딜레마' 관계가 형성될 위험이 존재한다.

더욱이 과거 사르코지 정부가 실현한 추가 근로 수당에 대한 세금 면제를 폐지함에 따라 근로자들의 구매력은 더욱 낮아질 수도 있다. 만약 경기가 좋고 정부 투자가 효과적이면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가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회적 대화는 '죄수의 딜레마' 관계로 빠질 위험이 농후하다.

특히 지난 1998~2000년 조스팽 정부가 35시간 노동 시간 단축을 진행할 때에도 1999년 초까지 경기가 안정화되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던 사회적 대화가 1999년 중반 이후 경기가 악화되자 공무원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투쟁을 제기해 정부의 재정 위협으로 직결되었다. 물론 올랑드 대통령은 연례 임금 포럼을 개최하여 임금 관련 사회적 대화를 정례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러한 대화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파편화된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우호적인 환경이 요구된다.

이상과 같이 2012년 대선으로 탄생한 프랑스의 사회당 정부는 유럽 재정 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모두 실현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정책들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러한 정책들이 어떠한 난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는가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찰이 이후 지구 다른 편에서 유사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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