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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하루 우유 세 컵? 상식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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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하루 우유 세 컵? 상식의 배신!

[김성희의 '뒤적뒤적']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솔직히 제목에 솔깃했다. 우리가 왜 동물들을 차별(?)하는지 문화심리학이나 인류학의 측면에서 조명한 것으로 기대했다. 매일 밤 요크셔테리어를 끼고 자면서 보신탕을 먹는 심리가 스스로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보신탕을 스스로 찾아 먹지는 않지만 지인들과 어울리면 분위기를 깨지 않을 정도로 손대기는 하는 정도다. 그렇긴 하지만 보신탕을 비난하는 행위 자체는 동의하지 않는다. 음식이란 문화의 반영이라 믿어서다.)

그런 기대는 살짝 어긋났다. 번역판의 제목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이긴 하지만 뉘앙스가 좀 달랐다. '육식주의'에 대한 철저하고도 전면적인 비판을 담았다. 그런 만큼 "우리는 왜 개를 사랑하고 돼지를 먹고 소를 신을까"가 책 내용을 좀 더 정확히 표현하는 제목으로 보였다.

비록 오해에서 펼쳤지만 얻은 게 많았다. 우선 남의 살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돌아볼 수 있었다. 책 제목에 대한 답부터 보자면 우리가 육식에 거리낌이 없는 것은 제도 때문이다. 미국의 법률상 한 존재의 법적 지위는 '인격' 아니면 '재산'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인간은 법적 인격이고 모든 동물은 법적 재산이다. 법적 인격은 하늘에서 주어졌다는 기본권을 갖지만 법적 재산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소유주가 사유 재산인 동물을 마음대로 사고팔고, 먹고 입고 신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지은이는 그러면서 공장식 농장으로 불리는 동물 밀집 사육 시설(CAFO : 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과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눈 뜨고 못 볼 광경을 고발하며 육식주의를 비판한다. (여기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이들이 반길 자료들이 수두룩하지만 2008년 이전 이야기인데다 책의 주제가 아니기에 생략한다.)

▲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멜라니 조이 지음, 노순옥 옮김, 모멘토 펴냄). ⓒ모멘토

무엇보다 동물성 식품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란 경고문을 붙이자는 대목이 눈에 띈다. 시가에는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는데 실제 위험할 정도로 시가를 피우는 사람은 미국 성인 인구의 1퍼센트도 안 된다고 한다. 반면 매일 섭취할 경우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50퍼센트, 대장암 발생 위험이 300퍼센트, 전립선비대증 위험이 세 배 증가하는 육류를 미국 성인의 97퍼센트가 즐긴다는 사실을 꼬집는 제안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육류에 경고문을 붙일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살충제, 비소, 항생제 및 호르몬이 위험한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똥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니 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채식주의를 지키지 않을 바에야 책에 실린 단호한 육식주의 비판은 불편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육류 신화'가 어떻게 우리 의식에 자리 잡았는지를 분석한 대목은 특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육식주의에 국한할 게 아니라 사회의 주류 이데올로기가 성립하고 행세하는 행태를 설명할 수 있어서다.

"허구를 사실로 내세움으로써, 그리고 진실을 드러낼 우려가 있는 모든 비판적 사고를 방해함으로써" 폭력적 이데올로기는 유지된다. 이것이 '정당화'되고 내면화하면, 그것이 단지 널리 퍼진 견해가 아니라 보편적 진리인 듯이 그에 맞춰 살게 된다고 한다. 지은이가 '3N'이라 부르는 그 기제는 바로 '정상이며(normal), 자연스럽고(natural), 필요하다(necessary)'는 주장이다. 지은이는 이는 모든 착취적 시스템에 동원되는 방식이라며 미국에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을 때 남성만 투표하는 것은 "선조들이 정해 놓은" 일이며, 여자들이 투표를 하면 "국가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고, "재앙과 파멸이 온 나라를 덮칠"거라고 이유를 댔던 예를 든다.

지은이는 전문가나 언론이 이런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유지를 돕는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체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환자로 취급하거나 방해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방식을 쓴다. 육식주의에 관해 보면 고기 먹기를 거부하는 여성을 섭식 장애로 보는 심리학자,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과 각종 암 및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유를 하루에 세 컵은 마시라고 권유하는 의사들이 그렇다. 언론 또한 화살을 비켜가지 못한다. 지은이는 농장 사육 동물의 폭력적 처우나 식육 산업의 부패한 관행에 대한 폭로 기사 건수와 휘발유 값 인상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패션 실수에 관한 기사 양을 비교해 보라고 권한다.

이런 '믿음'은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대상화', 한 집단의 모든 개체가 똑같은 특성을 지녔다고 보는 '몰개성화', 사람이나 사물을 대립된 두 개의 범주로 나누는 '이분화'란 '인식의 트리오'를 통해 강화된다.

지은이는 '육식주의의 신화'를 파헤치느라 이런 예를 들었지만, 그리고 이건 미국의 사례지만 과연 우리는 어떨까.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하는 새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고 필요하다고 여기는 잘못된 믿음은 없을까. 전문가들이나 언론은 과연 올바르고 공정하게 여론을 이끌고 있을까. 이 책에 주목한 이유다.

지은이는 이데올로기가 확고히 자리 잡았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성성이 여성성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기고 여성보다 남성이 사회적 권력을 더 많이 갖게 만드는 가부장제를 예로 든다. 자기 주장, 수동성, 경쟁심, 나눔, 통제, 권위, 합리성, 정서성, 독립심, 의존성, 배려 중 어떤 자질이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큰지 골라보라면 대부분 남성적 자질을 택하지만 이는 가부장제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 지적한다.

사실 이처럼 육식을 이슈화한 책은 여러 나왔다. 그러니 이 책이 불편한 보통 사람들로선 오히려 <동물에 대한 예의>(잔 카제즈 지음, 책읽는수요일 펴냄)를 권한다. 육식에 국한하지 않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 전반에 대한 성찰을, 온건하고 현실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단순한 육식주의 비판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상위 네 개 이하의 회사가 40퍼센트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 산업은 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나,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서로 얽히도록 하는 '회전문 인사' 또한 사리(私利) 추구와 공익을 위한 행정 업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는 비판이 그렇다.

또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주된 역할은 시민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책과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식탁에 올라오는 식품이 우리를 병들게 하거나 죽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는 "민주주의는 중독될 위험 없이 음식을 먹고 공기를 마실 자유가 아니라 우리 몸을 병들게 하고 지구를 오염하는 상품들 중에서 선택할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질되었다"란 구절이 나온다. 이 땅의 누군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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