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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보상법' 탓에 밀양 주민만 생고생!

140여 명 상경해 송전탑 지원법 반대…산자위 심의 보류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운 날씨에 경상남도 밀양 주민 140여 명이 농사일을 뒤로 하고 상경했다. 21일 오후 1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 건너편에서 이른바 '밀양 보상법'에 반대하는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보상법은 필요 없다. 765 송전탑 즉각 백지화하라"고 입을 모았다.

주민은 보상 필요 없다는데 언론만 신나

이들이 농사일로 한창 바쁠 시기에 급하게 서울로 걸음을 재촉한 것은 송전탑 지원법 때문이다. 20일 오후, 김관영 민주당 의원이 "송·변전 시설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지원을 토대로 한 '송전탑 지원법'('송·변전 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언론은 이를 '밀양 보상법'으로 명명하고 밀양 송전탑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런 기사에 정작 당사자인 밀양 주민의 목소리는 없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이 법안을 "해결책"이라고 추켜세우는 모습을 보며 밀양 주민은 황당하기만 했다.

결국 밀양 주민은 2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지원법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상경했다.

▲ 21일 오후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 도중 한진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왼쪽부터)과 여상규 새누리당 간사, 오영식 민주당 간사가 소회의실에서 법안 처리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일단 '밀양 보상법'이라는 명칭 자체가 주민들의 진의를 왜곡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밀양 주민들은 애초 이 법이 이야기되던 때부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전체 1484 세대 송전선로 경과지 주민 중에서 1813명이 이 법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지원법은 송전탑 건설로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보는 지역을 '재산적 보상 지역'으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송전탑을 중심으로 94미터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송전탑에서 33미터 떨어진 논은 보상해주고 1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은 매년 7000만 원에서 1억 원의 마을 기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그러면 송전탑에서 35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느냐"며 "1.2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의 부동산 거래도 모두 중단되고 그곳 주민의 재산권 역시 강탈당했는데 그곳의 주민들은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보상을 더 받는 법이 아니라 송전탑이 필요 없는 법을 바란다"며 "핵발전소를 잔뜩 지어놓고 밀양처럼 노인들이 사는 곳에 송전탑을 지어 서울로 송전하는 송·배전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협의체 둘러싼 잡음 끊이지 않아

무엇보다 주민들은 오는 7월 8일부로 활동이 종료되는 전문가 협의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까 봐 우려했다. 송전탑 건설을 전제로 하는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송전탑의 대안을 논의하는 전문가 협의체는 본연의 목적을 잃고 식물 조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국회 산업통자원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29일, 밀양 사태와 관련해 가능한 모든 해법을 검토하는 '밀양 송전탑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40일간 가동키로 했다. 전문가 협의체는 한국전력 추천 3인, 대책위원회 추천 3인,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1인, 여·야 합의 1인)으로 구성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전문가 협의체의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전력과 대책위원회에 해결 방안을 권고하면 양측 모두 이에 따라야 한다. 결국 전문가 협의체가 밀양 문제 해결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5일 활동에 들어간 전문가 협의체는 지금까지 11일, 13일, 17일 세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4명의 위원(야당 추천 1명, 대책위 추천 3명)이 한국전력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논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기자 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항의하는 등 전문가 협의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책위원회 추천 위원인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주민들이 이미 거부한 법이 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해서 너무 실망스럽다"며 "전문가 협의체에서 아무리 진지하게 대안을 검토해도, 이미 지원법이 통과한 상황이라면 과연 국회에서 이를 진지하게 다뤄주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전문가 협의체 활동 종료 후 결정키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분분했다. 결국 국회 산업자원통상위원회는 지원법을 상정했으나, 법안 심의는 보류하기로 했다.

8년간 계속돼온 송전탑 문제의 최종 결정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송전탑 지원법이 갑자기 '밀양 보상법'으로 포장돼 등장한 탓에 애먼 주민들만 더운 여름날에 종일 고생한 셈이다.

이계삼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언론에서 이 지원법을 밀양 사태의 해결책이라고 보도하는 것을 보며 주민들이 속앓이를 많이 했다"며 "이 사건으로 오히려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의지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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