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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禁' 슈퍼히어로, 그 끈적한 혹은 짜릿한 세상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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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禁' 슈퍼히어로, 그 끈적한 혹은 짜릿한 세상을 아십니까?

[마니아 서재] 슈퍼히어로 코믹스③ <왓치맨>과 버티고의 히어로들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인 슈퍼맨과 배트맨, 저스티스 리그를 소개한 뒤 곧 영화 개봉을 앞둔 <어벤져스>를 시작으로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을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DC 코믹스에서 <왓치맨>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이 영 걸렸다. 비록 마블의 어벤저스에 비해 DC 저스티스 리그 소속 히어로들과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화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하지만 저스티스 리그를 명백히 뒤튼 코믹스 <왓치맨>(앨런 무어 지음, 데이브 기본스 그림,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을 비롯하여 <왓치맨>의 스토리 작가 앨런 무어의 영향을 받은 DC 산하의 성인용 코믹스 임프린트 버티고(Vertigo)의 히어로들은 마블의 히어로들보다 앞서 이미 스크린에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영상화된 DC 버티고 소속 히어로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DC 코믹스가 마블에 비해 영상화 쪽에서 부진하다는 인식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 무릎 꿇은 초인 영웅들의 비가 <왓치맨>

미국의 작가들이 창조한 초창기 슈퍼히어로들은 현실 속에서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재난과 범죄를 초인의 능력으로 막아내고 모두로부터 기꺼이 영웅의 칭호를 얻었다.

<저스티스 리그>(2001~2004년)나 <저스티스 리그 언리미티드>(2004~2006년) 같은 어린이 대상 슈퍼히어로 애니메이션들은 여전히 이들을 영웅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슈퍼히어로 코믹스 ① 슈퍼맨 대 배트맨'과 '슈퍼히어로 코믹스② 저스티스 리그의 영웅들'에서 언급한 여러 작품들처럼 현재의 DC 슈퍼히어로 코믹스들은 더 이상 슈퍼히어로들을 옛 낭만만으로 그려내지 못한다. (☞관련 기사 : 슈퍼맨이 배트맨을 절대 이기지 못하는 이유, 원더우먼이 슈퍼맨의 연인?)

한계를 뛰어넘은 영웅들의 한계가 드리운 그림자는 영웅 개인뿐 아니라 전 인류에게 재앙을 안겨준다. 동심 속 정의의 영웅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요즘 유행하는 '멘붕(멘탈 붕괴)'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의 가치관과 이해관계로 인해 빚어지는 불화는 안타깝지만 서로의 능력을 이용해 서로를 견제하고 압박하는 초능력 배틀은 정교한 체스 게임처럼 흥미진진하다. 이처럼 현실에 구속되고 자신의 한계에 발목 잡힌 초인 영웅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허망한 몸부림은 삐딱하고 음험한 영국 작가 앨런 무어가 1986년에 발표한 묘한 슈퍼히어로물 <왓치맨>을 통해 급물살을 이루었다.

ⓒthemoviebanter.com
1939년부터 1985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가면으로 정체를 감춘 히어로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지만 <왓치맨>의 미국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다른 역사를 갖고 있는 평행 우주 속 미국이다. 우리 사는 세계의 역사에서는 야당 선거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에 하야한 리처드 닉슨이 <왓치맨> 속 미국에서는 무려 5선에 성공하여 1968년부터 1985년까지 무려 17년간 집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한 이유는 <왓치맨>의 세계에 우리 세계에는 없는 슈퍼히어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스티스 리그'처럼 코믹스 속에서는 '미닛맨(Minutemen)' 영화에서는 '왓치맨'이라는 이름의 단체에 속한 이들 <왓치맨>의 히어로들은 '저스티스 리그'의 히어로들과 닮은 듯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과학 실험 중 실수로 대량의 방사능에 노출되어 신에 가까운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춘 '닥터 맨해튼'은 슈퍼맨을 연상시킨다.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슈퍼맨처럼 닥터 맨해튼 역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 특히 미소 냉전 구도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보장해주는 인간 핵무기(닥터 맨해튼이란 명칭이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왔다)로 취급된다. 실제 역사에서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고전하지만 <왓치맨>의 미국은 닥터 맨해튼의 활약 덕에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 승리는 결국 닉슨에게 장기 집권을 안겨준다.

배트맨의 여러 측면을 나눠 가진 듯한 히어로들도 다수 등장한다. 초능력은 없지만 배트맨처럼 뛰어난 지능과 육체에 엄청난 부를 지닌 오지맨디아스가 대표적이다. 다만 그는 상속 받은 재산과 기업 대신 자신을 캐릭터 상품화하여 대기업을 갖게 된다. 나이트 아울은 박쥐가 아닌 부엉이 즉 조류이기는 하지만 밤에 활동하는 날짐승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점과 여러 첨단 과학 기술이 적용된 장비들로 범죄를 제압한다는 점에서 배트맨과 유사하다.

단벌 신사의 가난한 히어로 로어셰크는 배트맨이 지닌 하드보일드 탐정의 면모뿐 아니라 범죄에 대한 남다른 증오를 공유한다. 물론 로어셰크 쪽이 배트맨에 비해 훨씬 더 불우한 유년 시절을 겪은 탓에 더욱 편집증적인 증오로 똘똘 뭉쳐있다. 이 밖에도 범죄 활동뿐 아니라 성적인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기꺼이 누리는 여성 히어로 실크 스펙터와 악당인지 히어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악행을 태연히 저지르는 코미디언 등 여러 히어로들이 저스티스 리그처럼 포진해있다.

하지만 1930년대 말부터 이어져오던 <왓치맨> 속 히어로들의 활동은 1977년에 상원의원 존 데이비드 킨이 가면이나 코스튬 등을 입고 법 바깥에서 활동하는 자칭 범죄와의 투사들을 금지하는 킨 법안을 내놓으면서 불법으로 규정된다. 미국 정부에 도움이 되는 닥터 맨해튼이나 코미디언 외의 다른 히어로들은 활동을 중지하고 현실의 삶에 침잠한다.

정부와 같은 외부의 압력으로 히어로들의 활동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설정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여론과 미국 정부, 유엔 등이 저스티스 리그에 꾸준히 경계와 견제의 시각을 보내는 것이나 이후 소개할 마블 코믹스에서 초인 등록 법안을 두고 슈퍼히어로끼리 내전을 벌이는 <시빌 워>(마크 밀러 지음, 최원서 옮김, 시공사 펴냄) 등 꽤 친근한 설정이지만 <왓치맨>은 시기상으로 꽤 앞서는 작품에 속하고 또 기존의 히어로들이 아닌 오리지널 캐릭터를 채택하여 현실을 더욱 신랄하게 드러내고 캐릭터들을 기존 팬들의 저항 없이 더욱 험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슈퍼히어로 코믹스와의 차별을 두었다.

▲ <왓치맨>(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왓치맨>의 히어로들은 미국이 세계에 휘두르는 패권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닥터 맨해튼과 코미디언의 베트남 전쟁 참전이 그렇다. 코미디언이 대통령 존 피츠제럴드 케네디를 암살하는 장면이나 왓치맨 히어로들이 정부의 지침에 따라 데모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장면은 (모든 국가들이 그렇지만) 미국이라는 국가가 폭력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것을 슈퍼히어로를 통해 간결하게 보여준다. 킨 법안 이후 다른 히어로들의 활동이 금지되었지만 초능력을 가진 과학자인 닥터 맨해튼은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연구를 계속하고 코미디언은 반미 성향이 짙은 제3국의 정부를 무력으로 전복하는 등 미국 정부가 지시하는 더러운 임무들을 마다 않는다.

<왓치맨>은 코미디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살해되면서 시작한다. 초능력은 없지만 20대 미식축구 선수의 체력에 더불어 베트남과 남미 같은 전장을 누볐던 백전노장인 코미디언이 자택에서 허무하게 살해된다. 코미디언의 사망 소식을 들은 다른 히어로들은 저마다 그와 함께 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가면 쓴 영웅들의 전성시대부터 히어로 활동이 금지된 이후가 미국의 어두운 역사와 겹쳐진다.

다른 히어로들은 워낙 적이 많았던 코미디언의 죽음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다만 로어셰크가 누가 코미디언을 살해했는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코미디언을 살해한 정체불명의 집단은 역시 다른 히어로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 위협은 히어로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곧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그래픽 노블의 격을 높인 앨런 무어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로 슈퍼히어로에 대한 선입견을 무너뜨린 <왓치맨>의 작가 앨런 무어. 슈퍼히어로에 대한 낭만 없이 냉혹하기만 한 시각은 그의 국적과 계급 때문에 만들어졌다. 영국 하층 계급 출신에서 태어난 그는 꽤 좋은 머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반골 기질 때문에 학업을 포기, 17살에 학교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가 퇴학된다. 퇴학 이후 학교에서 얻은 반 '사회적 성향(sociopathic)'이란 딱지 때문에 피혁 공장이나 호텔 화장실 청소부 같은 직업을 전전했고 그마저도 마리화나 흡연 등으로 쫓겨나야 했다.

그 가운데 지역 신문이나 음악 전문지에 직접 그린 만화를 연재하던 그는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토리 작가로 나서게 된다. 언더그라운드부터 점점 두각을 나타내어 마블 코믹스의 영국판인 마블 UK 등 메이저에서도 성공을 거둔 그는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종주국인 미국의 DC 코믹스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고 배트맨, 그린 랜턴, 슈퍼맨 등의 스토리를 쓴다.

1985년에 발표한 <왓치맨>은 앨런 무어의 미국 경력 중 대표적인 작품이다. 앨런 무어가 영국에서 발표한 <브이 포 벤데타>(앨런 무어 지음, 데이비드 로이드 그림, 정지욱 번역, 시공사 펴냄)에 레이건과 마거릿 대처의 우익 연합 그리고 영국 내 극우 정당 내셔널 프런트(National Front)의 부상으로 인한 파시즘의 전조를 담아내었다면 <왓치맨>은 1980년대 중반 냉전으로 인해 높아진 핵전쟁의 공포를 담아낸 작품이다.

▲ <프롬 헬>(앨런 무어·에디 캄벨 지음,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왓치맨>으로 앨런 무어는 1988년에 과학 소설(SF)에 주어지는 휴고 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코믹스로는 첫 번째 휴고 상 수상이었다. 앨런 무어의 작품은 <왓치맨> 외에도 <배트맨 킬링 조크>(앨런 무어 지음, 브라이언 볼런드 그림, 박중서 번역, 세미콜론 펴냄), <프롬 헬>(앨런 무어 지음, 에디 캠벨 그림, 정지욱 번역, 시공사 펴냄) 등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그 밖에도 국내에도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했던 <헬 블레이저(Hell blazer)>와 <젠틀맨 리그>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의 원작 <비범한 심사들의 연맹(The League of Extraordinary Gentlemen)> 역시 앨런 무어가 원안을 맡은 작품들이다.

이처럼 <왓치맨>을 비롯해 앨런 무어의 작품 다수가 영화화되었지만 앨런 무어 본인은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하는데 무척 부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코믹스는 코믹스 그 자체로 완결된 매체로 생각하여 그것을 다른 형식의 매체, 특히 영화로 각색하는데 반대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 대다수의 2차 저작권이 DC 코믹스를 비롯한 회사에 귀속되어 있어 그의 공공연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왓치맨> 등은 영상화되었다.

작품 판권을 마음대로 영화사에 판매하는 DC 코믹스를 비롯한 여러 주류 출판사들과 불화를 겪어온 앨런 무어는 이 때문에 소규모 독립 출판사와 주류 출판사 사이를 수차례 오갔다. 이 때문에 앨런 무어에게서는 자신의 작품을 영상화한 작품에 대한 칭찬은커녕 악담만 듣게 된다.

원작 <왓치맨>의 위상과 영화 <왓치맨>의 인상적인 성적 덕에 DC 코믹스는 <왓치맨> 히어로들의 프리퀄 프로젝트인 <비포 왓치맨(Before Watchmen)>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앨런 무어와는 전혀 무관하며 당연히 앨런 무어도 참여하지 않는다. <왓치맨> 캐릭터의 저작권은 DC 코믹스에 속해있기에 원작자를 배제하고도 이런 결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DC 코믹스의 결정에 앨런 무어는 "완전히 파렴치하다(completely shameless)"고 비난했다. 하지만 앨런 무어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참여하는 스토리 작가와 작화가들의 면모는 쟁쟁하여(<슈퍼맨 포 투모로우>의 브라이언 아자렐로 등) 수퍼 히어로 코믹스 팬들 중 일부는 큰 기대를 품고 있다.

DC 코믹스의 성인용 임프린트 '버티고'

앨런 무어를 비롯한 프랭크 밀러, 닐 게이먼과 같은 코믹스 스토리 작가들의 출현으로 슈퍼히어로 코믹스는 더 이상 어린아이들이 보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복잡 미묘한 구성과 재미를 갖춘 매체로 인식되게 되었다.

DC 코믹스는 이런 작가들의 등장과 거기에 발맞추어 확대되는 성인 시장을 주목하여 1993년에 버티고(Vertigo)라는 임프린트를 출판 시장에 선보인다. 성인 연령의 지적인 독자를 대상으로 더 복잡한 주제와 함께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허용된 버티고에서는 걸출한 성인 대상 코믹스들이 쏟아져 나왔다.

▲ <헬블레이저>. ⓒvertigocomics.com
영화 <콘스탄틴>(2005년)의 원작인 <헬블레이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폭력의 역사>(2005년)의 동명의 원작이 버티고의 대표작이다. <레슬러>, <블랙 스완>의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국내에는 <천 년을 흐르는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더 파운틴(The Fountain)>이 영화로 제작되기 전에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버티고에서 동명의 코믹스로 출간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판타지 소설가로 이름이 잘 알려진 닐 게이먼의 걸작 그래픽 노블 <샌드맨>(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시공사 펴냄)과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 중인 <휴먼 타깃>도 버티고 소속이며 앨런 무어의 <브이 포 벤데타> 역시 버티고에서 재출간되었다.

최근 마블 코믹스의 여러 히어로들이 속속 영화화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어 상대적으로 DC 코믹스 작품들의 영상화가 부진해보이기는 하지만 이미 영상화된 버티고 작품들을 더해보면 DC 코믹스의 전체 영상화는 마블에 비해 마냥 뒤처지지만은 않는다. 다만 한국에 DC 코믹스와 버티고의 작품들이 최근에서야 정식 번역되어 영화를 통해 버티고라는 DC 코믹스의 임프린트 성격이 서서히 한국 코믹스 독자들에게도 파악되고 있다.

영미 성인 대상의 코믹스이기에 버티고 작품 중에는 '과연 이런 소재까지 만화로 그려낼 수 있나' 싶을 정도의 파격적이거나 현학적인 작품들이 상당하다. <헬블레이저>의 주인공 존 콘스탄틴의 인간 남녀뿐 아니라 악마와 몽마까지 섭렵하는 자유로운 성적 취향을 갖고 있다.

▲ <프리처>. ⓒvertigocomics.com
전도사라는 의미의 제목을 가진 <프리처(Preacher)>는 천사와 악마 사이에서 태어나 선악을 초월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 '제네시스'를 소유한 전도사 제시 커스터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도망친 신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추적의 목적은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에 대한 책임을 신에게 묻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신은 물론 기독교의 신이다.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불경하기 짝이 없는 소재이지만 버티고라는 임프린트 아래에서 문제없이 완결되었다.

고대 신화부터 현대의 문학과 대중문화에 이르는 엄청난 인용을 자랑하는 <샌드맨>은 어렵다는 의미에서 성인용 코믹스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원래 DC 코믹스의 전신인 어드벤처 코믹스에서 1939년에 첫 등장한 샌드맨은 정장과 페도라 모자 차림에 방독면을 끼고 수면가스를 사용하여 범죄자를 체포하던 가면 쓴 영웅이었다.

DC 코믹스에서 1970년대 경 일명 '쫄쫄이'라 불리는 원색의 스판덱스를 입은 슈퍼히어로로 거듭난 샌드맨은 1989년, 판타지 소설가 닐 게이먼에 의해 꿈나라의 왕 모르페우스로 재탄생한다. 작품 속에서 '꿈(Dream)'이라고 불리는 꿈의 신 샌드맨은 고대와 현대라는 시공을 초월하고 지옥을 비롯한 여러 신화 속 환상 세계부터 개인의 꿈속에 자리한 세계까지 모든 꿈속을 종횡무진한다. <샌드맨>에 따르면 전 인류의 신화와 동화 속부터 개개인의 꿈에 등장하는 꿈의 신들 모두 샌드맨 모르페우스인 셈이다.

국내 번역된 도서 3권에 수록된 19번째 이슈 '한여름 밤의 꿈'에서는 셰익스피어를 요정의 세계로 이끌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이 세상에 나오게 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 이슈는 1991년에 세계 환상 문학상(World Fantasy Award) 단편 부문을 수상한다. 1975년부터 뛰어난 환상문학에 수여되어온 세계 환상 문학상 최초로 만화가 수상한 사례다. 그리고 <샌드맨> 이후 아직까지 만화가 세계 환상 문학상을 수상한 사례는 없다. (<샌드맨> 수상 이후 세계 환상 문학상이 만화의 수상을 금지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여전히 만화는 수상 대상이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명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샌드맨>은 이후 영상화에 대한 많은 소문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많은 <샌드맨> 팬들의 기대 속에 여러 루머가 돌고 그 루머에 대한 원작자 및 관계자의 부정적인 코멘트가 이어졌다. <샌드맨> 영상화와 관련한 여러 소식 중 현재까지 확인되는 바는 2010년에 <샌드맨>의 TV 드라마 판권을 워너브라더스가 확보했다는 것까지다.

(브라이언 본 지음, 피아 구에라 그림,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국내에 가장 최근 소개된 버티고 임프린트의 코믹스 (브라이언 본 지음, 피아 구에라 그림, 정지욱 옮김. 시공사 펴냄) 역시 영화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단 한명의 남성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의 남성들(과 포유류 수컷)이 모두 사망한 충격적인 미래를 그린 역시 버티고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파격적인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남자가 모두 죽고 여자들만 살아남은 세상에 홀로 남은 남자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인 남편들이 죽자 그 자리를 대신 잇기 위해 총기로 무장하고 백악관으로 쳐들어오는 여성 공화당원들. 마지막 남은 남자 하나를 처치하기 위해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살해하는 극단적 페미니스트 집단인 '아마존의 딸들'.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 인류를 존속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 여성들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주인공 남성 요릭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상상 하에서 전개된다.

영미 권에서의 높은 평가와 판매고 속에서 DC 코믹스의 버티고 코믹스들 역시 조금씩 국내에 번역 소개되고 있다. 이미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의 번역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고 파격적인 소재가 끌려 해당 작품이 번역되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는데 기존의 유명한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코믹스에서 느낄 수 없던 파격과 자극 그리고 지식과 맥락의 집약 면에서 버티고는 진정한 성인용 만화이자 DC 코믹스의 새로운 저력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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