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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연쇄 반응? '후쿠시마' 아닌 '밀양'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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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연쇄 반응? '후쿠시마' 아닌 '밀양'에 주목!

[초록發光] '탈핵 희망 버스' 타고 밀양 가자!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비범한 진실을 신영복 시인은 일깨운다. 진정으로 힘이 되는 위로는 누구에게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누구와 함께 마냥 길바닥에 앉거나 아무 말 없이 함께 걷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함께 맞는 비"는 이 땅의 비정규직 투쟁을 상징하는 문구가 되었다. 기륭전자 분회의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릴레이 동조 단식단이 '함께 맞는 비'라는 누리꾼 연대를 만들었고, 노동 가수 김성만도 같은 제목의 노래를 지어 불렀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투쟁이란 게 그렇다. 단기간에 해결되는 경우도 드물어 수년 이상을 끄는 장기 투쟁이 되기 일쑤고, 이른바 연대 단위도 뾰족하게 할 수 있는 게 없다. 같이 천막을 쳐주고, 썰렁한 길바닥 집회장을 채워주고, 가끔은 나눠 먹고, 또 가끔은 함께 두드려 맞고 느끼는 거다. 그리고 그게 작지 않은 힘이 된다. 가끔은 승리하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함께 견디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시대 연대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방사능 비라면 절대로 함께 맞아선 안 되는 비다. 1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한반도 전역에 처음 비가 내릴 때, 9시 뉴스는 기상청 관계자와 핵 전문가들을 불러서 한마디를 청했다. 편서풍 덕분에 거의 영향이 없겠지만, 그래도 가급적 안 맞는 게 좋다는 당연한 대답은 핵이 갖는 근원적 위험과 그 보편성을 알려준다. 체르노빌의 세슘이 지금도 지구 어딘가를 떠돌고 있듯, 후쿠시마의 핵종들은 대기와 바다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소리와 빛깔이 없는 방사능은 가장 저렴한 먹을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값비싼 의료와 안전 장비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이들을 먼저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핵 발전이 실은 계급과 불평등의 문제임을 알려줄 것이다. 누군가의 부와 편안을 위해 어느 지역, 어떤 집단이 희생당해야 하는 것이 핵 발전의 본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라늄 채굴, 제련, 농축에서부터 발전소 건설과 운전, 폐기물 처리 그리고 필연적 부산물인 핵무기까지 사이클의 모든 과정에서 그렇다.

심지어 8차의 하청 단계를 거치며 일당 13만 원을 받으며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투입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국도 핵발전소를 드나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시나브로 늘고 있다. 수도권의 전기 공급을 위해 조용한 어촌과 농촌을 지리적으로 착취해야 하는 핵 발전은 급기야 밀양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을 낳고 말았다. 구조적 불의에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공모한 결과다.

불평등과 불의를 극복하는 수단은 거듭 생각해도 연대고 투쟁이다. 그런데 연대와 투쟁은 이 희생들이 '우리'의 일이라는 자각과 경험이 밑받침될 때 생겨나기 마련이다. 삼척과 영덕의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은 누구의 일인가? 우리들은 이에 대하여 '외부 세력'인가?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의 반경 20킬로미터 내에 거주하는 해운대 주민들은 외부 세력인가? 또 400키로미터 떨어진 서울 시민들은 외부 세력인가? 방사능비가 모두의 일이듯, 고리와 월성, 삼척과 영덕, 그리고 밀양의 일은 이미 우리 모두의 일이다.

한진중공업 '희망 버스'를 되돌아보자. 김진숙을 살리기 위해, 탄압받는 노동자와 함께 비를 맞기 위해 많은 이들이 달려갔다. 그러나 그 시작은 '날나리' 외부 세력들의 조용한 모의로부터 시작되었다. 김진숙과 송경동의 비범한 기여는 희망 버스의 거대한 규모가 아니라 정리 해고의 문제가 다름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것을 비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일깨워 준 데에 있었다.

핵발전에 맞서 외롭게 싸우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님비(NYMBY) 굴레를 깨는 원리도 연대의 경험에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외부 세력이자 내부 세력임을 자처할 때, 비로소 핵발전의 지배 체제는 흔들리고 '탈핵'이 상식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 않을까?

아직은 조용히, 밀양으로 가는 '탈핵 희망 버스'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치우 님이 분신 자결한 죽음의 송전탑 자리에 생명의 나무를 심자는 제안이다. 3월 17일(토)에 수도권과 부산, 울산, 경남에서 출발하는 버스들이 밀양시 삼문동에 모여 1박 2일의 탈핵의 난장을 벌여보자는 것이다.

한진 희망 버스와의 짝퉁스러움은 문제가 아니겠다. 이제는 탈핵의 계급 연대, 사회 연대가 필요할 때다. 1박 2일 짬을 내어 함께 타고, 보고, 먹고, 느끼고, 그리하여 위로하고 배우자. 유명한 분들이 오시면 좋겠지만 무명의 날나리들이 더욱 환영받을 것 같다. 조만간 자세한 행사 안내가 나올 것이다. 1차 탈핵 희망 버스의 영예로운 라이더를 예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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