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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진상품 '웅어'와 '천년초 막걸리'의 환상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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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임금님 진상품 '웅어'와 '천년초 막걸리'의 환상궁합

[이기영의 '천년초' 사랑]<2> 6월, 천년초 꽃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천년초 꽃 축제가 시작됐다. 매년 6월 초면 한 송이 한 송이가 너무나 청초하고 아름다운 노란 천년초 꽃 수백만 송이가 장관을 이뤄 행주산성 한강 가를 뒤덮었다. 그런데 100년만이라는 지난 겨울 혹한과 연일 추웠던 봄 날씨 때문인지 올해는 6월 중순이 되도록 행사 전날까지 꽃이 피질 않아 잠을 못 이루었다. 이미 2주 전에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행사를 공지했기 때문에 매일 농장에 나가 관찰을 했다. 그런데도 천년초가 한 송이도 피질 않아 전화 초대는 엄두도 못 냈다. 오히려 꽃 축제에 오겠다는 문의에 한두 주 뒤에 오라고 솔직히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 천년초 ⓒ이기영
그런데 행사 당일 새벽에 나가니, 일출과 동시에 기적처럼 천년초 꽃 두어 송이가 피었다. 천년초 음악회가 열리기 직전인 오후 5시경에 꽃을 세어보니 열일 곱 송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천년초의 자태에 매혹됐다. 천년초 꽃은 몇 송이에 불과했지만, 다들 밭에 나가 천년초를 사진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주요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라 연기할 수가 없어서 예정대로 진행했는데 10년 전 천년초 연구의 계기를 만들어준 혜민스님과 나의 대표곡 '한강은 흐른다'의 가사를 준 오세영 시인,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이시재 한국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권변호사로 맹활약 중인 고교동창 이덕우 등 80여 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농막콘서트장을 꽉 채웠다.

지난 8일 진행된 천년초 꽃축제 행사(6월 1일∼30일) 오프닝은 오세영 시인의 '한강은 흐른다' 시낭송에 이어, 아마추어 성악가 테너 문상준 씨가 노래했다. 문상준 씨는 은행지점장인데 성악가로 TV에 출연할 정도로 매우 맑고 고운 음색과 엄청난 성량으로 하이D 음까지 잘 소화한다. '한강은 흐른다' 노래는 이미 바리톤의 시인으로 불리는 세계적 성악가인 최현수가 노래해 녹음한 바 있는데, 그와는 다른 해석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천년초 어머니'라는 노래와 동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동영상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 엄두를 못 냈는데, 마침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이 도와줘 우선 사진동영상으로 만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들 모두 '노래가 좋다'며 파일을 보내달라고 하는 등 반응이 좋았다. 어떤 이는 아는 가수에게 음반을 만들도록 주선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천년초 어머니>

작사·작곡·노래 이기영

천년을 하루같이 내 고향을 지켜주던 노란 천년초꽃 활짝 피던 날 나는 나는 고향을 떠났다네
그리운 누이들도 새색시 되어 꽃가마 타고 가던 날 고향의 천년초는 앞마당을 지키며
어머님의 눈물과 함께 남았네
어린 시절 뛰어놀다 피가 흐른 내 무릎에 당신이 아프신 듯 찡그리시며
어머님은 천년초 부쳐주셨지. 세월이 흘러 흘러 고향에 오니 떠나가신 어머님 눈물에 차네
아 ~ 아 엄동설한 얼어버린 눈 속에서도 천년초는 여전히 푸르구나


트롯형식의 '천년초 어머니'는 천년초가 우리 전통민간약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과 천년초의 은덕을 고향 어머니의 사랑에 비유해 노래했다.

'천년초 어머니'는 어린 시절 가수 배호를 좋아했던 나의 노래 성향이 반영됐다. 배호는 40년 전 트롯가수로, 매력적인 저음부터 높은 고음까지 3옥타브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등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매우 품격 높은 트롯을 선사해주었다. 배호는 요즘 '바운스'란 노래로 새로운 청춘을 구가하고 있는 가왕 조용필을 능가하는 깊고 애절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결핵으로 일찍 사망했다. 많은 이들이 아직도 배호를 잊지 못해 동호회를 만드는 등 아직도 그의 노래를 사랑하고 있다. 대표곡으로는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등이 있다. 이날 오랜만에 만난 고교 동창생들과 7080노래를 부르며 새벽까지 천년초 막걸리를 마시며 학창 시절 추억을 더듬었다. 배호 동호회 회원이라는 한 친구는 동호회에 초대해 콘서트를 주선하겠다고도 했다.

이번 천년초 꽃 축제의 부제는 '행주 웅어회와 천년초 막걸리 축제'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술도가 '계룡 백일주' 이성우 사장의 도움을 받아 지난 1년간 천년초 막걸리를 개발했다. 천년초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때문인지 뒷맛이 깔끔하고 막걸리 특유의 누룩 냄새가 사라져 품격 높은 와인과 같은 막걸리가 탄생했다.

저혈압 때문에 식사 때마다 와인을 마셨던 아내도 이젠 와인 대신 천년초 막걸리를 마신다. 아내는 천년초 먹걸리를 마신 뒤부터 저혈압으로 오후만 되면 몸이 가라앉는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 이는 천년초에 풍부한 마그네슘(Mg)이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우유회사는 한국인에게는 칼슘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사실 칼슘보다도 마그네슘이 크게 부족하다. 눈이 자꾸 떨리거나 무릎이 갑자기 움직이는 현상은 마그네슘 부족 때문이다. 뼈에 칼슘이 축적돼 골밀도가 높아지려면 칼슘은 물론 마그네슘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칼슘이 뼈에 가지 못하고 근육에 쌓이면서 무릎이 갑자기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급성 심장병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심장병과 심혈관계 질환으로 죽는 사람이 1년에 약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천년초 막걸리에는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간을 보호해 숙취가 거의 없다. 다음날 두통도 거의 없다. 알콜은 위장과 간에서 분해돼 취기를 주는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하는데, 천년초에는 간 보호 물질이 풍부해 이를 즉시 무해한 초산으로 전환시켜 준다.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한 천년초는 막걸리를 마신 다음 날 흔히 있는 설사 등의 장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이 묽지 않아 장이 편안하다. 이 때문에 몇몇 사람은 변비나 설사 등 장 문제가 해결되었다며, 그야말로 무슨 약처럼 천년초 막걸리를 주문한다.

이 같은 성화에 아예 큰마음을 먹고, 이번 기회에 자유로 옆 행주대교 교각 행주나루터에 임금님 진상품 행주 웅어회와 천년초 막걸리 주막을 열었다. 2층은 천년초 중화요리전문점이 있고, 3층은 웅어와 천년초 박물관을 준비 중이다. 천년초와 웅어 테마관이 완비되면, 곧 고양시를 대표하는 행주지역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행주 웅어회가 천년초 막걸리 안주로 들어간 데에는 사연이 길다. 나의 고향인 행주는 원래 행주치마와 웅어회가 유명했다. 행주치마는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의 승전지로 국사책에도 기술돼 있어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행주 웅어는 이미 잊혀진 지 오래다.

하지만 올해 웅어가 몇몇 방송과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근처 능곡에 있는 웅어집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사실 5년 전 고향 행주로 귀향하면서 자연녹지인 행주농장에 웅어 박물관을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지자체조례가 갑자기 바뀌면서 뜻을 접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웅어의 본고장 행주에 웅어 횟집이 없어 주막을 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여기엔 오래된 추억이 되어버린 고향의 사연이 있다. 어린 시절 나의 아버님은 웅어를 잡는 어부였다. 아버지가 강에 나가 희고 가는 그물을 거둬오면, 난 그물에서 은빛으로 반짝이는 웅어를 뜯어내 광주리에 담았다. 웅어는 멸치과에 속해 큰 멸치처럼 생겼는데,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죽어 활어회로는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주로 초고추장 회무침이나 구이로 먹는데, 그 고소한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 웅어는 조선 시대 임금님 진상품에 속해, 행주에는 궁중의 주방을 담당하는 사옹원 소속의 위어소라는 관청과 석빙고가 있었다.

그런데 3년여의 독일 유학을 마치고 오니, 행주에 웅어가 사라졌다. 88올림픽 때 간첩이 수중으로 침투해 생길 수 있는 테러를 방지하고 유람선을 띄우겠다며, 신곡수중보을 만들어 물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웅어는 남해나 서해바다에 사는데 산란기 때 강 하구로 회귀한다. 특히 행주산성처럼 수심이 낮은 곳의 갈대숲에 알을 낳는다. 그래서 갈대 위자를 써서 위어(葦魚)라고 불렀다. 하천에 수중보를 만들면 물길이 끊기고 정체되면서 물이 오염된다. 게다가 모래톱과 여울이 사라지고 흐름 자체가 끊겨 생태계가 총체적으로 망가진다. 이 때문에 행주 명물인 웅어는 물론 황복도 사라졌다.

난 수중보의 이런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MB 정부의 4대강 사업(대운하)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가 혼이 난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찰을 당하고 연구비와 방송 출연까지 끊긴 것은 물론, 당시 대운하 반대 음반으로 발표한 노래 '한강은 흐른다'가 방송금지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노래는 '내 마음의 노래' 사이트가 선정한 '한국 가곡 100곡' 집에 실렸고, 이젠 중학교 2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려 우리 민족의 영가로 사랑받고 있다.

한강이 흐르려면 수중보를 없애야 하고, 그래야 웅어가 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단 며칠 사이에 결심을 하고, 고향 행주에 '행주 웅어회와 천년초 막걸리' 민속주점 개장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기영의 '천년초' 사랑]

'천년초'를 아시나요?

이기영 교수 약력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 출생(1957년)으로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거쳐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1989년), 미국 텍사스 보건대 생리학과 부교수를 역임했으며(1993-1995년), 현재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공학과 정교수로 일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천년초 연구에 몰두해 왔으며 (주)천년초체험농장을 창업, 천년초 보급에 애쓰고 있다.

노래를 통한 환경운동을 해왔으며 그가 작곡한 '김치된장청국장' '지구를 위하여' '한강은 흐른다' 등은 초등,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됐다.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천안·아산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이사, 환경문화예술진흥회 운영위원장, (사)한살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8년 제6회 천주교환경상(과학기술부문), 2003년 제1회 EBS자연환경대상(문화예술부문), 2006년 환경의 날 유공자 표창, 대통령 표창 및 훈장, 2007년 환경의 날 충남환경보전대상 개인부문 금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 '노래하는 환경교실' '음식이 지구다' 등이 있고 '영원한 고향' '나의 나무' 지구를 위하여' 등의 음반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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