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년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학자마다 이견은 분분합니다만 천재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고고학자 조르주 이프라는 숫자를, 경제학자 에드워드는 도시를 꼽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국의 존 미클스웨이트(John Micklethwait)는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장답게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기업을 꼽았습니다. 그는 저서
하지만 모든 기술이 가치판단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발명품은 모두에게 절대선은 아닌 듯 보입니다. 많은 복리로 인해서 대출 이자를 어마어마하게 무는 사람이 있고, 숫자로 인해 수학 시간에 골치를 썩는 사람이 있으며, 도시 개발로 인해 강제 퇴거 명령을 받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인류 최고의 발명품은 혹자에게 최악의 직장이 되는 수도 있는 법입니다. 만약 최고의 발명품이 최선의 발명품이었다면 모든 직장인은 매주 월요일 아침을 손꼽아 기다려야 하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제 주변에는 그렇게 월요일에 맘이 설레어 밤잠 설치는 그런 사람은 없는 듯 합니다. 물론 직장 생활이 재미있다면 오히려 회사에 돈을 내면서 다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어떻게 조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대체로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3년을 주기로 슬럼프가 찾아온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슬럼프 또는 매너리즘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대개 유학이나 이직 또는 사업을 생각하면서 직장을 관두게 되지요. 더러는 '내가 조직 생활이 맞는 사람인가'하고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며 말입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수십 년간 해 오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만두어야지'하고 마음먹으면 월급이 오르고, 다시 '그만두어야지'하고 마음을 먹으면 아이 분유값을 챙겨야하고, 마지막으로 '그만두어야지'하고 마음먹으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책임져야하는 처지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랍니다.
물론 우스개로 주고받는 이야기들이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직장인은 자아 실현이나 비전 따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반화하기엔 직장인들의 비애나 시련이 여간 모진 것이 아닙니다. 밥 먹듯 하는 야근으로 자기계발은 남의 얘기인 경우가 다반사죠. 책들이 이야기하는 재테크는 어렵고, 승진을 하면 할수록 행여나 감원 대상에 이름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합니다.
심지어 <스물여덟 이건희처럼>의 저자 이지성은 한 선배의 말을 빌려 이렇게까지 이야기합니다. "회사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정신차려라. 그럼 야근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공하겠다. 넌 미래를 팔아먹고 있는 거야. 월급 몇 백에. 재테크 공부 열심히 하면 진짜로 부자 될 것 같지? 정신 차려라. 재테크는 가진 자들이 서민을 위해 제조한 정신적 마약에 불과해. 승진 축하한다. 그런데 네가 어디까지 승진할 것 같냐? 병장이 되면 남은 건 제대밖에 없다. 승진의 끝도 마찬가지다."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그의 말이 물론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좀처럼 쉽지만은 않은 직장 생활. 비전이 있다고 해서, 대기업이라고 해서, 관련 학과를 전공해서, 일단 시작하기는 했는데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나를 알고, 상사를 알고, 회사를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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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의 속마음>(정광일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부터 FAIR 인사노무 컨설팅을 설립해 현재 국내외 기업의 인사 관리에 대한 자문 및 노사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는 저자는 과거와는 달리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오늘날 회사에서의 새로운 개념의 직업관으로 '커리어로서의 직장'을 이야기합니다. 다시 말해 홈을 밟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1, 2, 3루를 성공적으로 밟을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죠.
책의 목차 분류와는 무관하게 그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요지는 첫째, 나를 관리하라, 둘째 관계를 관리하라,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회사를 파악하라는 것이죠. 나를 관리하는 것은 배려하고 겸손하라는 등, 직장 생활에서의 태도와 습관을 이야기하며,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직장 상사와의 관계 관리를 이야기합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마지막인 회사를 파악하라는 부분인데 회사의 인사, 노무 정책과 현행 법규에 대한 부분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는 책에서 "가장 좋은 재테크는 몸값을 높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단순히 열심히 공부해서 몸값을 높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그는 어설픈 셀러던트(공부하는 직장인)가 되지 말고 프로리맨(프로페셔널 직장인)이 되라고 단호하게 말하죠. 이는 경력 관리를 위해 적당한 타이밍에 적합한 조직으로의 이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건이 됩니다. 책에는 이직, 경력 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이트가 소개되어 있는데 네이버 카페 '인사쟁이', SERI(삼성경제연구소)의 'M&A 포럼', '커리어 포럼' 등 이 있습니다.
더불어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해주는데 가령 "연봉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직 시 평가 조회는 어떻게 이뤄질까?" "퇴사 시기는 언제가 적기일까?"에 대한 답변을 명쾌하게 풀어줍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 누구나가 궁금증을 가질 만한 물음이지만, 막상 찾아보면 인터넷에는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만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전문가의 명쾌한 조언과 답변이 반가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이 제안하는 커리어 플랜은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나는 자발적 잡노마드입니다. 이는 막연하게 더 나은 직장을 찾아 떠도는 직장 일을 일컫는 파랑새 증후군과는 다르죠. 잡노마드는 더 나은 커리어와 더 높은 성취, 그리고 삶의 만족을 위해 계속 도전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하나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1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직장에서 샐러리맨들이 생각하는 예상 정년은 평균 43.9세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2008년보다 4.5세 줄어든 것이라고 하는데요. 계속적으로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 추세이니 어쩌면 1인 2직업이 일반화되는 날도 멀지 않았을지 모를 일이죠. 직업을 찾아 즐거이 떠날 수 있는 여행을 위해, 훌륭한 안내서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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