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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이승엽, 그만큼 먹었으면 은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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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찬호·이승엽, 그만큼 먹었으면 은퇴해라!

[정희준의 '어퍼컷'] 한국 야구가 '폐기물 처리장'인가?

박찬호가 돌아온다. 나는 박찬호를 정말 좋아한다. 스즈키 이치로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권 선수 중 최고의 선수였다. 또 잘생긴데다가 사생활에서도 모범적이었고 국가 대표로 출전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꼽으면 1순위로 이름을 올릴 인물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의 한국 프로 야구 진출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승엽, 김태균까지 무더기로 돌아온다고 한다. 어느 언론은 이를 '왕들의 귀한'이라고 썼다. 그들의 등장은 내년 프로 야구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더욱 인기를 높여 줄 호재다. 그러나 한국 야구의 간판이었던 이들의 '무더기 복귀'는 다른 한편 꽤나 강한 쓴맛을 남긴다.

용이 되려는가, 이무기가 되려는가

박찬호는 지난 10월 28일 한국 시리즈 경기에 앞서 SK 이만수 감독과 삼성 유중일 감독 그리고 KBO 구본능 총재까지 만났다. 그는 한국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국가 대표로 국위선양을 했고, 외환 위기 때는 국민들에게 힘도 드렸는데…외국인 선수도 바로 뛸 수 있는데 한국 사람이 왜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섭섭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세게(?) 나오자 "박찬호 선수는 일본에서 은퇴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채 은퇴했으면 좋겠다"며 그의 복귀에 부정적이던 구본능 총재도 최근엔 "여론이 중요하다"며 논란에서 한 발 빼는 듯하다.

문제는 타 구단의 입장이다. 박찬호가 국내에서 뛰려면 8개 구단이 합의하여 박찬호를 위한 특별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원래 이들은 박찬호만을 위한 예외적 판단을 내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한화의 전력이 밑바닥 수준이고 박찬호도 그렇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기에 적어도 부정적 태도는 아닌 듯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화 입장에서 박찬호는 '계륵'(닭의 갈비.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고 타 구단 입장에선 옛날 아이들 표현대로 '깍두기'(어느 편에 있어도 상관없는 사람)다. 분명한 것은 그가 내년 프로 야구 흥행에는 상당한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지금 많은 야구팬은 박찬호가 던지는 모습을 보길 원하고 있고 대부분의 야구 기자들도 도와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KBO의 최종 결정과는 상관없이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편함은 가시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그는 은퇴를 선언했어야 했다. 그래서 야구팬들 사이에 전설이 되었어야 했다.

▲ 박찬호 선수. ⓒ뉴시스

한국 야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박찬호가 한국에 오고 싶었으면 2007년 해외파 선수에 대한 특별 지명 때 들어오든지, 그때가 재기에 몸부림 칠 때라서 힘들었다면 2008년 친정팀 LA 다저스에서 재기에 실패한 후 한국행을 결정했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작년 시즌 끝나고 일본으로 갈 것이 아니라 그때 한국으로 왔어야 했다.

LA 다저스에서 재기에 실패한 후에도 미국과 일본의 네 개 팀을 전전하다가 일본에서마저 실패하자 한국에 와 야구인들 만나고 다니면서 선처를 바라는 그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박찬호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이는 한국 야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내년에 그는 우리 나이로 마흔이다. 마흔 살의 거물급 선수인 박찬호가 팀에 들어가면 구단은 그를 특별 대우할 수밖에 없고, 또 신입 선수지만 구단주의 총애를 받게 될 박찬호를 다른 선수들이, 특히 후배들이 달갑게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특히 코치들이 난감해진다. 본인의 팀 내 적응도 문제지만 오히려 기존 선수와 코치들의 '적응'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가 국위선양을 했고 국민에 힘을 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박찬호 한 사람 때문에 1997년 고작 30만 달러 지불하던 MLB 중계권료가 2001년 800만 달러로 폭등했고 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7년부터 2001년 사이 국내 프로 야구의 인기가 바닥을 친 것 또한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600만 명을 향해 달려가던 시즌 관중 수가 박찬호 열풍이 몰아친 1998년 200만 명대로 곤두박질 쳤다. '8개 구단이 박찬호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그때 나온 것이다.

또 온 국민이 박찬호에게(만!) 열광하다보니 광고계의 평가대로 박찬호는 '단군 이래 최고의 광고 모델'이 되었다. 국민이 박찬호에게 느꼈던 고마움 이상으로 국민은 그때 이미 그에게 보답한 것이다.

이승엽, 후배 위한 은퇴는 어떤가

▲ 이승엽 선수. ⓒ뉴시스
그런 점에서는 이승엽도 마찬가지다. 박찬호(17년)보다는 짧지만 이승엽도 총 16년(일본 8년)의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뛸 때는 한 해 연봉이 무려 70억 원이었다. 통산 연봉으로 치면 거의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박찬호에는 못 미쳐도 4~500억 원은 벌었을 것이다. 부와 인기와 명예를 모두 얻은 운동선수가 되었다.

그런데 이승엽 역시 일본 프로 야구에서 재기에 실패하고 한국에 온다. 그가 원하는 삼성으로 갈 확률도 높다. 그러나 팬들을 제외하면 그의 귀환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특히 이승엽 때문에 자리를 위협받게 되는 후배들에게 그의 복귀는 청천병력이다. 타자인 그는 팀의 타순 9개 중 하나를 가져갈 것이고 이는 후배 선수에게 박탈감을 줄 것이다. 그 박탈감은 이승엽에게 자리를 빼앗긴 선수에 한정되지 않는다.

박찬호는 1994년, 이승엽은 1995년 프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냥 성공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됐다. 돈도 엄청나게 벌었다. 이들이 바로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 중 첫째, 둘째 부자다. 외국에서 뛴 덕이다. 그런데 나이 40을 바라보는 이들이 지난날의 영광을 잊지 못해 한국에 다시 들어와 뛰려 한다.

이상하다. 다른 종목과는 다르게 프로야구 선수들은 좀 은퇴시기를 잘못 찾는 듯하다. 야구 선수들은 최고령 선수 기록 경신이 목표인가. 농구의 이상민은 팀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그리고 배구의 김세진은 서른둘 한창 나이였지만 은퇴했다. 체력이 옛날 같지 않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면서. 축구의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모두 서른다섯 이전에 은퇴했다. 유상철은 은퇴하면서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내 욕심만 부려서는 나와 팀이 모두 힘들어진다"고 하기도 했다.

김태균, 핑계가 '4번 타자'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바로 김태균의 일본 프로 야구 포기와 국내 복귀이다. 일본 진출 1년 반 만에 팬과 언론의 표현처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핑계 삼아 국내 복귀를 결정한 김태균은 전 소속 팀인 한화 복귀가 유력시 된다. 1년 반 일본에서 뛰며 40억 원 정도는 벌어들인 그는 대지진과 부상 등을 핑계 댔지만 사실은 일본에서의 대접이 성에 차지 않았고 성공할 자신도 점차 줄어든 데다가 한국의 프로 야구가 시쳇말로 잘 나가자 일본 생활에 싫증이 났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김태균의 경우는 프로 선수로서 3년이라는 그리 길지도 않은 계약 기간조차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포기한, 매우 실망스런 경우다. 요즘 야구 선수들, 혼과 신을 다하는 야구가 아니라 편하게 대접 받으며 돈 때문에 야구한다는 걸 제대로 증명해 준 인물이다. '한국 선수'의 자존심 이전에 '야구'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경우다.

한국 야구는 노후 보장용?

원래 세계 체제(world system)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과 같은 주변국의 프로 리그들은 중심국, 특히 미국의 2, 3류 선수들의 생계 수단으로 기능하거나 나이가 들어 퇴출된 선수들의 선수 생활을 연장해주는 공간이라고 한다. 많은 학자들은 이를 'dumping ground(폐기물 처리장)'라고 했다.

세계화가 가속화 되면서 이로 인한 문제도 점차 커져갔다. 우선 용병 선수들 때문에 토착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박탈된다는 점과 어린 선수들이 미래에 용병 선수들과 포지션을 놓고 경쟁하지 않기 위해 특정 포지션으로 몰려 그 스포츠의 기형적 발전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 야구와 농구에서 특히 심하다.

그런데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의 복귀는 이러한 '스포츠 세계 체제'에 매우 독특하면서도 한국적인, 새로운 국면을 추가한다. 이들처럼 주변국의 검증된 특급 자원이 중심국 리그에 스카우트된다. 이들은 중심국에서 활동하면서 중심국의 리그를 자신의 출신국에 알리는 마케팅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TV 중계를 보게 만들고 계속 관심을 갖고 외국 스포츠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르는 혜택이 있다. 우선 엄청나게 많은 연봉이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만약 중심국에서 실패하더라도 그들은 다시 자신의 출신국 리그로 돌아갈 수 있다. 선수 생활을 몇 년 늘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심국에서 실패했음에도 단지 중심국에서 뛰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중심국 진출 전 받았던 연봉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LG의 이병규를 제외하면 최근 일본에 갔다 돌아온 선수들은 모두 과거 한국에서 받던 것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앞으로 프로 야구 선수들은 이들에게서 얻은 학습 효과를 스스로의 진로 결정에 활용할 것이다. 외국에 진출하면 열이면 아홉은 실패하지만 일단 적어도 2년 계약에 30억 원은 확보한다는 것(김태균은 3년 50억 원이었고 현재 이대호는 2년 75억 원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돌아오면 과거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 말이다(이혜천, 이범호가 그랬고 지금 김태균도 한화와 다년 계약 100억 원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잘 나갈 때 오지 그랬어

이러한 스포츠 세계 체제에서는 재미있게 대비되는 역(逆)현상이 일어난다. 미국 선수들은 일본이나 한국에서 재기해서 미국(또는 일본)으로 돌아가는데 반해 (롯데의 펠릭스 호세, 삼성의 훌리오 프랑코, 두산의 타이론 우즈 등) 한국 선수들은 미국, 일본에서 실패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점 말이다. 또 미국 선수들은 잘 나갈 때 돌아가는데 한국 선수들은 잘 나갈 땐 절대로 안 돌아온다.

그런데 왜들 그렇게 환영할까. 외국물 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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