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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그 남자,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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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잘 나가던 그 남자,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진 까닭은?

[안종주의 '위험사회'] 우울증,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2001년 미국 뉴욕의 어느 하루…….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출판 편집자인 클래리사. 그녀는 지금 옛 애인인 리처드의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는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엄마 로라에 대한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살아온 리처드는 지금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꽃도 사고 음식도 준비하고 파티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클래리사는 리처드를 찾아 간다. 그는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클래리사가 보는 눈앞에서 5층 창밖으로 뛰어내린다.

영화 <디 아워tm(The Hours)>에 나오는 영화의 장면이다. 창밖으로 뛰어내려 자살한 그가 앓고 있던 병은 우울증이다. 이런 영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신문, 방송을 통해 "가정주부가 어린아이와 함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동반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놀라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정확하게는 그가 자살한 것은 맞지만 동반 자살했다는 말은 틀렸다. 아이를 살해했다는 표현이 적절했을 것이다.

흔히 '바늘 가는 데 실 간다'고 말한다. '한약방의 감초 같다'는 말도 있다. 여기에 '자살 뒤에 우울증이 있다'는 말을 보태고 싶다. 모든 자살에 우울증이 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살 원인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우울증이 차지하고 있다. 자살이 우리나라 사망 원인 가운데 무려 4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울증 환자도 많을 것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살 사망자가 10만 명당 30명가량이고 해마다 1만5000명가량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얼마나 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통계를 보면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이며 10만 명당 1057명꼴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100명당 1명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50만 명가량의 우울증 환자가 병원의 치료를 받는 것이다. 우울증인데도 그냥 방치하거나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까지 더하면 실제 우울증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

우울증은 현대인의 병이며 한국도 더는 우울증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우울증은 여성에게서 훨씬 많이 발생하며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 인구, 특히 여성 노인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임에 분명하다.

▲ <디 아워스>. ⓒ프레시안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그만큼 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뜻에서 붙인 별명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1억2100만 명이 우울증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다.

우울증 환자는 매사에 흥미를 잃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도 죄의식을 느끼며 '내가 사회에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와 같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식욕이 떨어지고 활력이 저하되며 집중이 되지 않는 것도 우울증의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또 슬프고 공허하며 아무런 희망이 없다는 느낌을 갖는다. 소화 불량, 과도한 잠, 만성 피로, 두통 등도 우울증 증상으로 꼽힌다.

이런 증상은 만성적일 수도 있고 사라졌다, 나타났다 반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침내 일상생활에서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을 하는데 실질적인 장해로 이어진다. 만약 이런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우울증 환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우울증 증상은 경계선 성격 장애와 같이 다른 여러 정신 질환 증후군의 주요 증상으로 나기도 하지만 비정신적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두 종류의 바이러스에 복합 감염돼 발생하는 단핵구증(monocytosis)은 우울증과 유사한 정신적 장해 증상으로 이어지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초기 증상의 하나도 우울증이다. 생체 리듬 혼란도 우울증에 관여한다.

우리가 우울증에 흔히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의 감기'에 비유했지만 감기처럼 얕보았다간 큰 코 다친다. 우울증은 감기가 아니라 독감처럼 대해야 한다. 독감이 때론 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게서 폐렴으로 번져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듯이 우울증도 초기에 적절한 치료 등을 하지 않고 방치했다간 자살과 같은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살자는 남성이 많지만 우울증 환자는 여성이 훨씬 많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해마다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다. 2010년 10만 명당 여성 환자 수는 1485명으로 남성 환자 수 637명보다 2.3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일수록 우울증 환자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과 2007년에는 60~69세에서 우울증 환자수가 가장 많았으나 2008년 이후에는 70세 이상의 고령층에 우울증 환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통계는 기관별, 즉 통계청이나 경찰청이 서로 약간의 차이가 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09년 1만4722명이, 2010년 1만4779명으로 거의 같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정신적, 정신과적 문제, 즉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자살 원인 1위이며, 2009년 4132명(28.1퍼센트)에서 2010년 4357명(29.5퍼센트)으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 연도별·원인별 자살자 현황(단위 : 명). ⓒ경찰청

자살은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특히 한국인의, 한국 사회의 문제기이도 하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000만~2000만 명이 매년 자살을 시도하며 5000만~1억2000만 명이 자살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거나 가까운 친척들이나 관련자들이다. 아시아는 전 세계 자살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6000만 명이 자살 또는 자살 시도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에서 자살에 대한 관심은 유럽이나 북미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에는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 사회 경제적 요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도 실제 자살 규모에 비해 자살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관심이 낮은 편이다. 자살 뒤에는 우울증이 버티고 있고 우울증은 환자 자신과 가족 모두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우울증을 포함한 정신 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낙인을 찍는 국가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 자살로 젊은 생을 마감한 유명 탤런트·배우였던 이은주 씨의 경우도 심각한 우울증 판정을 받았으나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서 치료하라는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뒤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기 싫어서가 한몫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살과 우울증은 매우 심각하고 서로 연관된 공중 보건 문제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께가 되면 우울증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장해의 가장 중요한 단일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구적으로 우울증과 그리고 다른 자살과 관련된 정신 장해에 걸린 사람들의 대다수는 치료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우울증을 적절히 치료받고 자살의 위험을 줄이려는 목표를 지닌 중재를 받는다면 우울증 환자가 실질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다양한 요인 때문일 수 있다. 공중의 우울증과 자살에 대한 이해 부족 또는 심리학적인 문제와 연관된 낙인이 위험에 처한 개인이 필요한 치료를 받는데 방해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는 자살과 우울증에 관해서 공중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을 중요한 활동으로 삼고 있다. 즉, 정신 건강에 대한 무지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자살에 대해, 우울증에 대해 학생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과 노인들을 얼마나 교육하고 있는가? 자살·우울증 예방 교육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교육하고 있는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우울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학교에서, 사회에서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 혹 있다면 그 교육은 얼마나 제대로 된 교육이었는가?

우울증은 뇌의 특정 물질 변화와 관련이 깊다. 여기서 특정 물질이란 신경 전달 물질을 말한다. 신경 전달 물질은 뇌의 신경 세포가 서로 신호를 교환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신경 전달 물질의 농도는 무엇보다도 신체 질병, 유전, 호르몬 변화, 약물, 노화, 뇌 손상, 계절적/빛 주기 변화, 사회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우울증은 특정 요인에 대해서 관리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다양한 요인에 대한 중재와 차단이 필요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과 실업, 빈곤 등에서 탈출시키려는 노력 등도 매우 중요하다. 겨울에도 햇빛을 보기 어려운 어두컴컴한 골방이나 쪽방, 지하방이 아니라 환한 햇빛을 볼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우울증이 이처럼 여러 요인과 관련이 있으므로 우울증 치료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지·행동 치료뿐만 아니라 음악 치료, 예술 치료, 집단 치료, 심리 치료, 애완동물치료, 신체 운동, 항우울제 처방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울증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해 자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중증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기분 나쁜 일이나 슬픈 일, 예를 들면 실연, 실직, 이혼, 가족 사망, 질병, 빈곤, 승진 누락 등등으로 언제든지 우울할 수 있는 환경 속에 현대인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심각한 빈부 격차, 학력 경쟁 등 사회 경쟁을 치르고 있는 한국인들은 더욱 그렇다.

우리 모두 한번쯤은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보고 혹여 자신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우울 상태라면 병원을 찾아 '자살 바이러스'가 몸에서 활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개인과 가족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서.

다음은 국내 한 대학 병원에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이다.

우울증 자가 진단 설문 문항

1. 자꾸 슬퍼진다.
2. 스스로 실패자라는 생각이 든다.
3. 앞날에 대해 비관적이다.
4. 일상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5. 죄책감을 자주 느낀다.
6.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7.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8.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9.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
10. 평소보다 많이 운다.
11. 평소보다 화를 더 많이 낸다.
12.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13.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14. 내 모습이 추하게 느껴진다.
15. 일할 의욕이 없다.
16. 평소처럼 잠을 자지 못한다.
17. 쉽게 피곤해진다.
18. 식욕이 떨어진다.
19. 몸무게가 줄었다.
20. 건강에 자신감이 없다.
21. 성생활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위의 각 설문 문항에 대해 항상 그렇다(3점)/자주 그렇다(2점)/가끔 그렇다(1점)/아니다, 거의 그렇지 않다(0점) 가운데 하나는 골라 답하라. 그리고 점수를 더하라. 그 총점이 아래와 같다면 이렇게 받아들여라.

- 0~10점 : 현재 우울하지 않은 상태다.
- 11~20점 : 정상적이지만 가벼운 우울 상태다. 자신의 기분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 21~30점 : 무시하기 힘든 우울 상태다. 우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런 상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 31~45점 : 심한 우울 상태.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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