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간에 주름이 잡히고
얼굴이 초췌한 태국인이 왔다.
입국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기숙사에서 짐을 싸들고 나와
주렁주렁 들고 다닌다.
당장 집에 가려고.
티셔츠를 들어 보이는데
가슴에 대짜 파스를 붙였다.
"가슴이 아파?"
"예. 심장이 뛰고 숨이 막혀요."
"파스 붙이니 나아?"
"천만에요."
"그럼 왜 붙였어?"
"아프니까 구해달라는 표시지요."
그러고 보니 파스가 난파선의 깃발처럼 보인다.
그는 5년 전까지 한국의 전자회사에서 일했다.
귀국 후에도 고향에서 전자회사에 다녔다.
그만큼 전자가 좋다.
가볍고 깨끗하니까.
그래서 재입국할 때 1지망은 전자를 쓰고 2지망은 플라스틱을 썼는데 막상 와보니 무겁고 먼지 많은 알루미늄 공장이어서 이때 이미 심리적으로 난파상태에 빠진 거였다.
그래 별수 없이 태국 갈 줄 알았는데
다음날 기적이 일어났다.
사장님이 직장 이동을 허락한 거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사장님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말했다.
"불쌍타 아입니꺼! 집에 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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