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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편한 진실…이명박과 간디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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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불편한 진실…이명박과 간디는 닮았다

[나는 반론한다] 오창은의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서평에 답한다

각하께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라는 말씀을 하신 후 하룻밤 사이에 이에 분노하는 댓글이 2만 개가 넘게 달렸다.

이런 논란과 각하의 도덕성 검증 여부를 떠나서 각하께서 간디처럼 정말 도덕적인 분이라는 가정을 한번 해보자. 만약 각하께서 간디 수준의 도덕적인 분이시라면 각하의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관련된 논란은 지금보다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부자' 혹은 '고소영' 내각이라고 비판을 받게 한 각하의 정책들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왜? 각하께서는 간디와 공통점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각하께서 인도 방문시 간디의 묘소를 방문하신 것과 간디를 존경한다고 말씀하신 것에 많은 분들이 분노하신 것은 각하와 간디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하와 간디에게 단 하나의 공통점은 있다.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대중은 자신을 믿고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도덕성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서울시장 후보에 나서게 된 박원순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매력'에서 간디 이후의 최고의 간디주의자 비노바 바베를 인용하면서 간디를 존경한다고 하였다. (☞바로 보기 :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매력)

나는 박원순이 간디의 도덕성을 따라가고 싶어 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간디주의'는 따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이야기에 대부분 의아해하실 것이다. 우선 그분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신동수를 아십니까? 신동수는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서 해고 철폐를 요구하며 40일간 단식을 하다 건강이 너무나 악화되어서 9월 23일 크레인 밑으로 내려갔다. 그 날 김진숙 지도위원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크레인 위의 단식 40일. 신동수 동지가 내려가셨습니다. 용역들에게 쫓겨 올라왔던 길을 밧줄에 매달려 내려갔습니다. 115 사이즈 입고 왔던 사내가 95 헐렁한 채 갔습니다. 보름달 같던 사람이 그믐달이 되어 갔지만 달이 차오르듯 다시 차올라 곧 오시겠지요.(☞바로 가기)

우리 사회는 도덕적인 지도자들의 등장에는 열광하고 있지만 신동수에 대해서는 그가 누구인지 지금도 모르고있다. 이 글은 '신동수'와 도덕적인 정치가가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 것인가를 '간디의 도덕성'과 '간디주의'를 통해서 같이 생각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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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남부디리파드 지음, 정호영 옮김, 한스콘텐츠 펴냄). ⓒ한스콘텐츠
마하트마 간디는 위대하다. 우리가 인도의 해방을 위해 그가 주장하는 방법들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표현했더라도 그를 경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나라에 비협력 운동으로 가져온 거대한 각성에 대해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배은망덕한 자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마하트마는 불가능한 전망이다. (바가트 싱)


'프레시안 books'에는 얼마 전 나온 간디 비판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에 관한 두 편의 글이 실렸다. 오창은은 이 책의 서평을 통해 간디의 사상이 그의 정치적 오류보다 더 중요하다는 강조를 하셨다. (☞관련 기사 : 간디, 현대의 성자? 냉혹한 정치가?)

김기협도 자신의 글에서 간디와 같은 도덕적인 지도자가 필요함을 논하면서 지금 우리가 박원순, 안철수에 열광하는 근거로 들었다. (☞관련 기사 : 사람들이 안철수 박원순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는?)

내 글이 이 글들에 대한 반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두 글의 중심이 되는 내용인 정치가의 도덕성에 대한 강조는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다만 한 가지 짚어볼 것은 짚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적는다.

정치가의 도덕성은 중요하다. 도덕은 정치가의 1차 덕목이다. 그리고 도덕적인 정치가라도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도덕적인 정치가 또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정치가의 정치가로서의 오류와 한계를 지적하고 그를 넘어서려는 시도들을 도덕적인 정치가의 도덕성 자체를 무시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또 이러한 시도들을 정치에서 도덕성을 무시하는 입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오해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자기 지역에서 최고의 카스트로 태어난 간디(간디가 태어난 구자라트 지역은 상인 카스트인인 바니야가 브라만을 압도하는 지역이다)와 남부디리파드(케랄라 최고위 브라만)는 인도 좌우를 떠나서 그 도덕성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둘의 정치적 이상이다. 간디는 영국 침입 이전의 카스트가 유지되는 인도 봉건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고 남부디리파드는 카스트도 빈부 격차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남부디리파드는 간디 때문에 인도 민족 해방 운동에 뛰어들게 되었지만 '간디주의'에서 벗어나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다. 그러나 남부디리파드는 평생 '간디의 도덕성'을 간직하고자 노력했고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간디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간디주의'에서는 벗어난 것은 간디를 부도덕한 정치인이거나 위선적인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간디의 이상에 동의하지 않았던 그는 카스트 제도의 철폐에 가장 기본이 되는 토지 개혁을 인도에서의 1차 정치적 목표로 설정하였다. 왜 토지 개혁을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간디주의'와 토지 개혁의 관계를 간디가 한 말에서 한번 찾아보자.

"해가 갈수록 관습이 매일 내 속에서 자라나 바르나(카스트)는 인간 존재의 법칙이며 따라서 카스트는 힌두교도만이 아니라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에게도 펼요한 것이고 은혜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간디)

간디에게 힌두는 요즘 사용되는 개념을 빌리자면 '지배 구조(governance)'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상 체계이자 또 실제로 이를 구현할 사회 시스템으로 카스트 즉 다양한 직업의 자티(jati, 태생이란 의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할일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들로 이루어진 촌락 공동제와 그 촌락 공동체 간의 생산 관계를 제시하는 행정 이론이자 정치 경제 이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카스트에 과학적 기반이 있다고까지 하지 않았을까. 간디는 자티 시스템이 가장 이상적인 지배 구조이고 이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며 이것을 삶의 방식으로 따르는 이들을 힌두로 생각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간디는 조국이 파키스탄과 인도로 분열이 될 바에는 하나의 인도를 위해서 이슬람의 종교를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간디는 크리슈나 신을 숭배했지만, 자신이 혐오하는 서구식 생활을 따르는 힌두교도보다는 자신이 강조해온 자티 시스템 하에 살아가는 이슬람교도를 더 힌두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도는 울퉁불퉁하다>(정호영 지음, 한스컨텐츠 펴냄), 76~77쪽)

간디에게 지주는 지주 자티로 태어났기 때문에 지주의 업을 쌓아야 하고 인간의 배설물을 치우는 자티로 태어난 불가촉천민은 인간의 배설물을 살다 치우다 자식에게 그 일을 물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자연 질서'가 영국의 침입이 가져온 '과학과 문명'에 흔들리고 있다고 본 그는 '영국으로부터 벗어나 이전의 평화로웠던 '마을(판챠야트)'이 운영되는 방식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한국에서 간디가 논하던 '마을'을 시민 운동에 도입하시려는 분들이 계신데 그 분들의 '간디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중앙이 아닌 마을로의 '권력의 분산'이다. 그러나 간디의 행간 즉 카스트 제도와 자티 시스템이 있다는 전제는 읽지 않고 있다. 간디 주장의 행간을 읽지 못한 채 간디의 '마을'을 논하면 이때부터 간디주의는 '(한 점 오류가 없는) 성서'가 되어버린다.

인도에서 '마을'로의 권력의 분산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것은 '간디주의'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박종수의 번역으로 나온 아미트바두리의 <품격 있는 발전>도 '마을'로 권력이 분산되어야 함을 논하고 있는 대표적인 저서이다. 이 책은 인도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2억6000만 명이 빈곤선 아래에 짐승 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역자 박종수는 '간디주의'가 꿈꾸는 '마을'이 지주들과 상층 카스트 입장에서는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는 영상을 역주로 추가하였다. Isdin.org에서 제공하고 있는 11분짜리 다큐멘터리 를 보면 간디가 꿈꾸던 '판챠야트'가 현재도 유지되고 있는 곳의 처참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보기 : I am dalit. How are you)

소규모 촌락이 경제에서의 독립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는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간디주의'도 될 수도 있고 남부디리파드가 그 기반을 잡은 케랄라 주의 모범 사례로 발전할 수도 있다. 남부디리파드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케랄라 주는 인도에서 지금도 가장 가난한 주 중의 하나이지만 유아 사망률과 문맹률이 가장 낮고 여성의 사회 참여와 교육 수준이 가장 높고 판챠야트로 권력을 분산시킨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개발 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정통 우익 아마르티아 센은 케랄라 주를 개발 경제학의 모범으로 삼았다. 케랄라 주는 전 세계 개발 경제학자의 메카이다. 아마르티아 센이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한 주의 사례를 들다니 그도 좌파였나? 이런 질문 자체가 나오는 것이 우리가 얼마나 반공에 절어 있는가 보여줄 뿐이다.

남부디리파드의 실천은 김기협이 자주 논하는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서 진행되는 일반 민주주의의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인도에서의 이 일반 민주주의의 문제는 남부디리파드가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로 1950년대 말에 제기했지만 "1950년대 좌우 대립이 첨했던 시절"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해결이 되지 않은 문제이다.

1952년 이후 인도의 좌파 정당들이 내걸고 있는 주요 정책은 사회주의 혁명의 내용이 아니다. 2010년 8월에 열린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술 대회에 참석한 CPIM(Communist party of India(Marxist), 인도 공산당 마르스크스주의)의 총서기 프라카시 카라트는 좌파 세력은 여전히 1940년대의 이론과 개념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1940년대 제기한 토지 개혁 문제의 해결이 공산당이 집권한 주 외에는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좌파가 집권한 3개 주 중에서 가장 큰 주인 웨스트벵골 주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웨스트벵골 주의 경작지는 인도 전체 경작지의 2.55퍼센트밖에 되지 않으나 독립 이후 전체 인도 토지 개혁 수혜자의 50퍼센트는 이 주에 있다.

좌파가 집권했던 주를 벗어난 나머지 90퍼센트가 넘는 토지들은 아직도 지주의 손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통계는 동영상인 에서 보았던 달리트(dalit, 억압 받는 자들, 불가촉천민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들의 삶과 그대로 연결된다.

인도는 현재 국토의 3분의 1에서 마오이스트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합법적인 공산당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비합법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오이스트와 인도 공산당이 요구하는 토지 개혁은 혁명적인 것이 절대 아니다.

독립 이후 인도 공산당들이 추진한 가장 큰 숙원 사업인 토지 개혁은 한국의 경우 이승만 정권 때 시작해 박정희 정권 때 마무리 했고 대만의 경우 장제스 정권 때 실시했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하르토 정권 때 이루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와 장제스와 수하르토의 반공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인도 공산당의 목표인 토지 개혁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1949년 남한은 인구가 2020만 명이었는데 한국 전쟁 전후로 죽은 민간인의 수가 무려 1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투로 인한 군인 및 민간인 희생자를 제외한 수치다. 이 100만 명이 모두 공산주의자일 리는 없을 것이다. 김구를 포함히여 우익계 독립 운동가들까지도 학살 당했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는 1956년 사이에 1억 명의 인도네시아 국민들 가운데 50만 명을 공산주의자라는 죄명으로 죽이고 150만 명을 감옥에 보냈다. 하지만 산업화를 위해 토지 개혁은 실시했다. 타이완의 장제스 반공 정권은 당시 600만 명의 대만 인구 중 2만 명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서 마녀사냥을 했지만 토지 개혁은 실시했다. 타이완에서는 3000여 명이 간첩죄로 사형을 당했고 8000명이 감옥에 갇혔는데 이들에게 누적된 형기는 1만 년이 넘었다. 이렇게 토지 개혁 측면에서 인도의 민주주의를 바라보면 독립 이후 공산당 집권 주 이외에는 토지 개혁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여기 인도의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왜 세계 최대의 마오이스트 세력들이 등장했겠는가. (<인도는 울퉁불퉁하다>, 309~311쪽)

인도 어딘가에 이승만이 다시 태어나 공산화를 막기 위해서 토지 개혁을 하자고 외쳤다면 이승만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을 받거나 마오이스트라는 오명을 쓰고 감옥에 감금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토지 개혁은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각 국에서는 '혁명'과는 거리가 아주 먼 반공 정권들이 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산당에 대한 '일반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인도에서의 공산당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인도에서 활동하는 합법 공산당은 이승만이 한 토지 개혁이 가장 큰 목표이다.

토지 개혁은 카스트 제도를 붕괴시킨다. 지주라는 계급이자 카스트를 없애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트들은 간디가 그들을 부른 하리잔(신의 아이들)이라는 단어를 혐오한다. 불가촉천민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의 아이들(하리잔)'이기 때문에 신이 정해준 데로 받는 자티를 지키라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봉건 신분은 토지가 분배되면 붕괴가 된다. 간디와 간디 이후의 간디주의자인 비노바 바베는 토지 개혁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을이 순조롭게 운영되는' 카스트 제도의 붕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디는 소작인이 지주에게 지대 납부의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할 것을 국민회의의 운동 강령에 넣는 것을 제안했고 실제로 이를 관철시켰다.

토지 개혁에 대한 반대는 '간디의 도덕성'이 아니라 '간디주의'가 주도하고 있다. 간디 이후의 최고의 간디주의자로 칭송을 받는 비노바 바베가 주도했던 부단 운동(부단의 의미는 '선물로 받은 땅')은 토지 개혁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지주가 간디의 도덕성에 감화 받아 소작인에게 토지를 선물로 주는 이 운동의 한계는 지주가 선물로 자신의 소유에서 6분의 1만 주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노블레스 오블레주의의 모범으로 칭송받고 있는 비노바 바베의 부단 운동을 인도의 모든 지주들이 다 따른다고 해도 토지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오창은이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의 서평에서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은 인도 공산당에 적을 두고 있는 사회주의자의 시각에서 간디주의를 평가한 글이기에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며 읽어야 한다. 1950년대 중반은 동서 냉전 체제가 엄혹하던 시대였고, 인도 내에서도 이데올로기 대립이 점차 가열되던 시기였다"라고 말한 것은 맞다.

오창은의 의견에 동의하는 내가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은 남부디리파드의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은 냉전의 산물로 남은 것이 아니라 책에서 제기한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서 이 책이 서글프게도 시사성을 현재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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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좌파들이 간디를 혁명의 방해자로 비난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오해이다. 간디는 비협력 운동을 전개하기 전 영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통일 전선' 형성을 위해 무슬림의 칼리파트 운동을 끌어들였고 펀자브와 벵갈의 전투적인 민족주의자들을 만나서는 1년만 참으면 '스와라지'를 달성할 것이니 전투적인 저항은 당분간 중단할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철폐할 시기에는 간디는 이들과는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의하여 철폐하여 무슬림들에게는 힌두에 대한 배신감을 처음으로 주었고 좌파들에게는 분노를 샀다. 이 시기에 좌파들에 의해 간디를 혁명의 배반자로 보는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1930년대에도 바가트 싱 같은 좌파들은 간디를 존경하였다. 바가트 싱은 간디가 '겁쟁이들' '비겁한 무리들' '폭도'들이라고 규정한 이들 중 한 명이다. 간디는 영국 정부에다가 바가트 싱의 처형을 앞당겨줄 것을 요구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인도 민중 내부로 전파되는 것을 꺼려하였다.

바가트 싱은 시크교도(남자들은 모두 터번을 쓰고 살아야 한다)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종교와 무관함을 밝히기 위해서 터번을 벗고 산발을 한 채 '락스타'와 같은 모습으로 법정에서 서서 카스트도 빈부 격차도 없는 세상을 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가트 싱은 이 글 제일 처음에 인용한 것처럼 죽음을 앞둔 감옥에서도 자신을 서둘러 사형시켜 주기를 영국 정부에게 요청했던 간디에게 경의를 표했다.

1998년 남부디리파드는 죽기 2개월 전 적은 자신의 마지막 글 "간디 암살의 정치학"에서까지 간디가 남긴 유산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인도인에게 호소를 하였다.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의 한국어 번역판에는 이 글이 추가되었다.) 남부디리파드는 평생 '간디의 도덕성'을 간직하고자 노력했고 '공산주의자들 사이의 간디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간디주의'에서는 벗어난 것이 간디를 부도덕한 정치인이거나 위선적인 인물로 판단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타고난 운명에 만족하고 마을의 상층 카스트 원로의 지도에 따라 평화롭게(?) 살아가는 간디의 마을이 인도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0년! 인도를 대표하는 공산당인 CPIM의 총서기인 프라카시 카라트는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의 2010년판에 서론을 적었는데 아래와 같이 끌을 내었다.

E. M. S.는 간디주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끝까지 유지하면서 마르크스주의자와 간디주의자가 공동 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계속 주장하였다. 이 사실은 이 책의 끝에 언급되었다. 힌두트바 세력의 위협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간디주의의 유산을 전유하려는 종교계의 시도로부터 그것을 지켜내야만 한다. 비록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쇠약해지고 제도화되기는 했지만 간디주의자들 내부에는 1990년대에 도래된 자유주의와 민영화(privatization)에 반대하는 흐름이 있다. 지배 계급이 간디의 스와라지, 스와데시, 아힘사 같은 고귀한 개념들에 단호하게 등을 돌렸을 때 요구 받았던 것은 바로 민중과 국가 주권에 관한 간디의 사상과 실천에 존재하는 가치를 보전하라는 것이었다. E. M. S.가 1950년대 초반에 간디와 간디 사상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에서부터 시작된 이 실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간디주의는 박제처럼 굳어버린 공식적인 해석과 코뮤날의 목적을 위해 왜곡하고 악용하려는 파멸적인 시도 양쪽 모두로부터 지켜져야만 한다.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31~32쪽)

좌니 우니 먼저 따지는 것 보다는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 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인도 공산당들의 목표는 토지 개혁이다. 하지만 한국 전쟁 전후로 100만 명이 무고하게 죽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이승만이 한국에서 토지 개혁을 했다고 해서 이승만을 남부디리파드처럼 전 국민의 존경을 받은 좌파 정치인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독일 우파 정권의 대통령 크리스티안 볼프는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의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아래와 같은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김진숙 지도위원님, 그리고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인권 강화를 위해 애쓰시는 모든 여러분께 큰 성과가 있길 기원합니다. 저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근간이 이 성과에 대한 기본 전제조건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산 영도의 한나라당 김형오 국회의원은 희망 버스를 사회주의 혁명 세력들이라고 했다. 이제 그는 독일 우파 정권의 대통령을 향해 사회주의 혁명의 국제 연대를 하지 말라고 비난해야 하지 않나? 좌우 좀 그만 따지자!!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독일 대통령 크리스티안 볼프와 김형오를 같은 우파로 묶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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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주의는 현재 어떻게 정치적으로 기능하고 있는가? 간디가 보여주었던 도덕성을 가진 정치가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도덕적인 정치가는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까?

인도 전역은 현재 안나 하자레가 이끄는 반부패 운동에 열광을 하고 있다. 단식 투쟁과 흰 옷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하자레는 현재 제2의 간디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 그는 12일 만의 단식을 통해 반부패법을 제정하겠다는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간디주의'가 지금 인도에서 부활한 것 같은 분위기이다.

얼마 전 나는 인도에서의 간디주의의 현실적 기능에 대한 내 고민과 이 반부패 운동을 연관시켜서 글을 <한겨레21>에 적었다. (☞관련 기사 : 하자레에 의한, 기업가를 위한 반부패 운동)

인도의 반부패 운동은 사과 상자를 받은 이들만이 대상이라고 나는 이 운동을 규정했다. 이는 나의 의견만이 아니다. 인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주간지 <이코노믹 폴리티컬 위클리(Economic & Political Weekly)>에도 나와 비슷한 의견들이 실리고 있고 <뉴욕타임스>에도 이에 관한 글이 실렸다. (☞관련 기사 : India's selective rage over corruption)

이 운동은 뇌물을 주고받은 '권리'인 주파수 등으로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기업인들은 대상이 아니다. 또 수익이 나는 공기업을 소소한 뇌물로 불하받아 해고와 비정규직화를 진행하는 기업인들 또한 이 반부패 운동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으로 치면 국영 기업이었던 알짜배기 대한조선공사를 불하 받아 조선업을 시작하여 주주의 이익은 챙기면서 무자비한 해고를 계속 단행해온 한진중공업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맘모한 싱이 참 딱하다. 그가 주도하여 사업을 정부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고 수익이 나는 공기업들은 거의 헐값에 넘겨주었는데도 그도 이제 반부패 운동의 공격의 대상이다. 인도의 기업인은 정부가 '최소한의 정부'로 바뀌기를 원하고 있는데 인도의 '부패한 정치인'은 아직도 '왕년의 관행'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부패 척결의 역사를 잠시 보자. 국가 경제 개발 계획을 이끌던 군사 정권에서 삼성 공화국이라는 용어가 나오게 된 민간 정권으로 이양된 시기인 김영삼 정부는 집권 초기에 반부패 척결을 시작했고 '세계화'를 최초로 언급했다. 물론 김영삼은 국가 주도 자본주의에서 기업 주도 자본주의로 넘어가는 혼란기에 결국 외환 위기를 부른 일등공신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지만 김영삼 정부는 기업인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정부'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았다.

현재 인도의 반부패 운동은 인도 정치인이 김영삼처럼 알아서 먼저 기업인들을 위해 나서주는 '센스'가 없기에 기업인들이 참다 못해 들고 일어난 운동이다. 이 반부패 운동은 '간디주의'가 주도하고 있지만 '품격 있는 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고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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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수도 델리에서 12일간 단식을 한 안나 하자레가 매 초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인도의 변방에서 인류 역사상 최장 단식인 11년간의 단식을 하는 이롬 샤르밀리아는 언론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2010년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 자유 순위에서 인도의 언론은 122위를 차지했는데 이 순위는 한국보다도 한참 낮다. 기본적으로 인도 주요 언론은 공정 보도와는 거리가 멀기에 항상 행간을 읽도록 노력해야 한다.)

샤르밀리아는 인도 동북과 카시미르 주에서 적용되는 현장에서 바로 테러 혐의자를 살해할 수 있는 군특별권한법(AFPSA, Armed Forces (Special Powers) Act)에 의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10명이 즉석에서 살해되는 것을 보고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인도 정부는 그녀의 단식 투쟁을 막고자 감금한 후 음식을 거부하는 그녀에게 코에 호스를 강제로 주입하였다. 코에 호스가 주입된 11년간 그녀는 물조차 거부하면서 인권을 위해서 싸우고 있지만 그녀는 철저하게 묻혀 있다. (☞관련 기사 : Anna becomes an icon, Irom Sharmila forgotten)

이롬 샤르밀리아는 안나 하자레에게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안나 하자레가 11년째 코에 호스가 주입된 채 감금되어 있는 이롬 샤르밀리아에게 한 엉뚱한 대답은 "너도 델리로 와서 내게 합류해라"였다. 반부패 운동의 지지자들은 "지금 투쟁을 한 곳에 모아야 된다"라는 명분하에서 그녀를 무시하고 있다.

한 때는 온갖 곳을 활발하게 취재 다니던 기자였고 아름다운 시를 적던 시인이었던 그녀는 현재 37킬로그램이다. 그녀의 동영상 를 꼭 보기 바란다. 이 동영상도 몇 년 전에 올라온 것이기에 지금 그녀의 상태는 이 보다 더 나쁠 것이다. (☞바로 보기 : My Body, My Weapon)

그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2의 간디나 여자 간디라고 부르지 않는다. 인권의 문제는 중산층의 이익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에서 '간디주의'는 '인권'이 아니라 '중산층의 이익'을 위해 간디의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봉사하고 있다.

이롬 샤르밀리아의 일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간디주의가 지금 다시 부활을 했지만 이롬 샤르밀리아가 인류 최장의 단식을 하는 것은 계속 묻혀 있다. 우리도 지금 안철수와 박원순에 열광을 하지만 '해고 철폐'를 주장하며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서 목숨을 건 단식을 한 신동수에 대해서는 열광을 하지 않는다.

6

도덕성을 갖춘 정치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도덕적인 정치가는 도덕 외에 갖추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의 서평 중 인상에 남는 것은 마지막 구절을 "간디를 깊이 이해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엘리티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쓴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이 <경향신문>에 쓴 서평이었다. (☞관련 기사 :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도덕적인 정치 지도자는 간디의 도덕성은 따르되 간디의 정치적 오류까지 따라가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의 도덕성에 대한 신념과 확신에 기반을 두고 대중은 자신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상층 카스트 계급이였던 간디는 아쉬람에서 노동을 하는 도덕성을 보여 박원순을 포함한 후세의 많은 이들에게 감동 을주었다.

그러나 간디는 그의 도덕성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계급적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여 제1차 세계 대전 때 9만 명의 젊은이들을 영국 제국의 총알받이로 죽게 하는 등의 정치적 오류 등을 저질렀다. 남부디리파드는 간디의 도덕성과 정치의 관계를 아래와 같이 평가하였다.

그리하여 여기에서 우리는 수많은 민중을 제국주의 착취와 억압에 대항하여 행동하도록 각성시켰던 한 인간을, 투쟁 과정에서 보여준 영웅적 행동과 자기희생적 정신으로 역사에 깊이 각인된 그런 수백 명 남녀들의 맨 앞에 서 있는 한 인간을, 인도 전역에서 수천 명의 충성과 신뢰를 담보하였던 한 인간을, 하지만 추종자들에게 착취를 끝내는 것은 전투적인 투쟁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전쟁과 억압에 봉사하였던 한 인간을, 비폭력의 이름으로 딩그라 같은 혁명가들의 애국적 행동들을 비난하였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을 제국주의의 총알받이로 보내는 것에는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한 인간을, 무엇보다도 제국주의 착취에 대항한다는 명분으로 인류의 문명에서 근대적이고 과학적이고 진보적인 모든 것을 비난하는 한 인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69쪽)

간디의 마을'은 카스트/자티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즉, 신에 의해 상층 카스트 계급으로 태어난 원로들에 의해 운영되는 마을로 민주주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간디의 도덕성과 별도로 보아야 할 간디의 오류들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이런 그의 계급적 입장의 한계에서 나왔다.

도덕적인 정치가가 절실히 필요한 우리가 간디의 정치적 오류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도덕적인 정치가의 도덕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도덕적인 정치가만이 아니라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 살겠다고 외치는 소리와 도덕적인 정치가가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이 필요하다.

지금 누가 신동수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던 단식은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 서 있었다. 우리가 신동수에게는 열광하지 않고 도덕적인 지도자 박원순, 안철수에만 열광하는 이유는 이 새로운 기반이 아직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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