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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협동조합, 민주주의 교육 산실로 거듭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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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협동조합, 민주주의 교육 산실로 거듭나길

[협동조합 프레시안] 프레시안의 실험, 협동조합 운동의 바로미터

주식회사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생명, 평화, 평등, 협동'의 가치를 대변하는 진정한 대안 언론으로 새 출발하기 위해서란다. <프레시안>은 지난 12년간 진보적 대안 매체로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언론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이번 <프레시안>의 변화는 성공의 결과에 의한 선택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결단 역시 독립적인 언론을 만들고자 했던 그간의 끊임없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레시안>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기존 언론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건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다고 한다. 물론 <AP>나 <교도통신> 등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통신사들은 여러 개별 언론사들이 모여 만든 조합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언론사가 협동조합 형태를 유지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직원 협동조합, 즉 기자들을 비롯한 언론사 직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들이다. 같은 언론 협동조합이라 하더라도 <프레시안>은 직원 협동조합과 독자(소비자) 협동조합의 결합 형태를 갖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들라면 독자와 기고자, 기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캐나다의 지역 독립 언론 <미디어 협동조합(The Media Co-op)>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세계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프레시안>의 새로운 실험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 <프레시안>은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첫 사례다. 지난 1일 프레시안 협동조합 창립 총회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언론 협동조합 전환의 의미

지난 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이제 우리 사회도 5명만 모이면 금융과 보험을 제외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법적·제도적 변화는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협동조합 설립 붐으로 이어졌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데는 협동조합이 갖는 고유한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1주 1표'가 아닌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 결정과 주주의 이윤 확대가 아니라 조합원의 권익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공동 소유, 1인1표,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운영과 투명성 등은 협동조합을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게 만든 이유다.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평등한 정치 참여의 권리에 기초'한다. 한편, 사익을 추구하는 시장의 작동 원리 및 기업의 운영 원리는 1인 1표라는 평등성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민주적 운영 원리를 기업 운영의 원리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기존 시장 체제와는 구별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프레시안>의 선택은 협동조합의 영역을 언론으로까지 확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협동조합 언론사는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언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능한 모델이다.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 역시 그런 고민 위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언론은 경제의 한 영역일 뿐 아니라 사회의 중요 영역이다. 무엇보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다. 언론 자유가 말살되는 곳에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벗어나 언론 매체를 공동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1987년 민주화 운동과 <한겨레>의 탄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겨레>는 1988년 7만 명의 주주가 모인 국민주 신문으로 출범했다.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도 법도 없었기 때문에 주식회사의 형태를 채택했지만 당시 협동조합기본법이 있었다면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사주조합인 <경향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는 다르지만 문화방송(MBC)의 경우는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이 문제될 때마다 대주주의 전횡,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협동조합 형태로의 전환 방식이 논의되곤 한다.

언론이 제약된 곳에서 자유로운 생각을 갖기는 어렵다. 언론의 독립을 빼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언론 분야의 협동조합은 불가능했다. 기본법 시대를 만나 언론의 협동조합 형태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문을 최초로 연 것이 <프레시안>이다.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

이제 <프레시안>은 언론으로서 맡는 정치교육 뿐 아니라 협동조합을 통한 민주주의 실천의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운영은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실천 과정이기 때문이다. 1인1표제의 민주적 운영 방식은 생활 속 민주주의를 훈련할 수 있는 교육장이다. "협동조합은 그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학교"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협동조합의 운영은 민주주의의 축소판이며 1인1표, 경영의 투명성,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는 결국 깨어있는 조합원에 의해 가능하다.

협동조합이 사회 전체로 확대될 때 이러한 일상적 민주주의를 경험하는 시민들도 늘어날 것이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언론으로서뿐 아니라 소비자 조합원으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경험하게 하는 교육장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이제 소비자 조합원들이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열었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이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르는 시험대 위에 놓여 있다.

공동체의 민주적 경험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벤저민 긴스버그·매튜 크렌슨 지음, 서복경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에서 저자들은 미국에서 민주주의의가 약화된 이유를 대중 민주주의가 개인 민주주의로, 시민이 고객으로 해체되는 현실에서 찾고 있다. 과거 엘리트들이 정치 영역을 장악하기 위해 비엘리트들을 동원했던 방식이 대중 민주주의였다면 이제는 대중을 사적 시민들로 해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경험은 집단적인 것에서 점점 개인적인 것이 되어 간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은 개인적으로 해체된 대중들이 집단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프레시안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대중은 단순히 돈을 지불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적극적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면 단순히 조합비를 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민주적 회사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학습하며 경쟁이 판치는 사회에서 협동의 가치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중요하다. 교육은 조합원들이 조합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동조합의 의무다. 조합원 모두가 건전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속적인 협동조합 교육은 필수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수준과 같이 간다'고 한다. 민주주의가 사회에 뿌리내리고 나아가 질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주의에 대한 그 사회의 이해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교육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고 참여하는 만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도 성장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경험은 이러한 시민 교육을 일상적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이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의 성공적 안착을 기대하며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은 새로운 언론 환경에서 언론 매체의 진화와 적응 그리고 미래 전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의 성공과 실패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난관이 있을 것이다. 아직 우리 사회의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여 금융권에서도 신용도 평가 기준이 개발되지 않아 일반 기업에 비해 매우 저평가를 받는 불이익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아직 협동조합에 익숙하지 않고 불필요한 선입견 때문이다. 언론사의 경우 협동조합 형태가 오히려 광고 등에서 불이익 받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무엇보다 협동조합 운영은 주식회사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을 소외시키지 않고 의사 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자칫 직원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 되어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겨레>도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인 '1인 1표' 형식으로 회사가 운영되기는 하지만 권리가 사실상 직원들에게 위임돼 창간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주주들이 소외되었던 문제를 경험했다. 소비자, 즉 독자 조합원을 어떻게 끌어안고 갈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또 협동조합의 규모는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확대되어야 하지만 조합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개인 조합원과 조직의 연계는 느슨해 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는 점도 예민하게 봐야할 문제다.

민주적 운영에 방점을 찍다보면 자칫 기업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편집권 독립을 위해 직원 조합원의 주도권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직원 조합원과 독자 조합원 간의 균형을 이루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시안 협동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프레시안은 그동안 진보적 대안 언론으로서 한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무엇보다 인터넷 언론 매체, 특히 진보 언론들의 취약한 분야인 경제 문제를 중요한 영역으로 다뤄왔다는 점을 평가하고 싶다. 이제 언론사 운영도 협동조합 형태로 가져간다는 점에서 생산하는 정보의 내용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형식이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의 충성 독자로서 이번 프레시안 협동조합이라는 의미 있는 시도가 부디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그 길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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