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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주민, 들리지 않는 목소리!

[도시 주인 선언·18] 외국인의 권리를 생각한다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한참이 된 듯하다. 그런데 외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를 주변에서 보기 쉽지 않다. 외국인 밀집 지역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지만 실제 외국인을 이웃으로 알고 지내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어느 일본인 학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에게도 외국인은 '보이지 않는 주민'이 된 것일까?

한국에서 '다문화'는 비교적 밝은 색깔로 포장되어 있다. 다문화 사회는 경제적 활력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져온다고 한다.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그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져오기에 앞서서, 우리 사회의 많은 외국인들은 기본권을 위협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최저 주거 수준에 못 미치는 주거 환경, 아동의 교육 기회 박탈,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한국 다문화 사회 미래가 밝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 기본권을 위협하는 주거 여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대다수는 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약 절반가량이 빈곤 상태에 있다고 한다. 주거 여건의 경우, 한국인도 열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의 사정이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제도적 지원의 틀 (이것도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내에 있는 한국인과는 달리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는 대체로 단신으로 국내에 들어와 최장 5년까지 체류한다. 소득이 월 100만 원 남짓하기 때문에 주거에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 없다.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방에 여러 명이서, 화장실과 부엌이 없는 주택에서, 혹은 회사 기숙사에서 거주한다. 안산시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 상황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다가구 주택이나 원룸에 거주하고 있었고, 비거주용 건물에 거주하는 경우도 16퍼센트에 달했다.

점유 형태로 보면 보증부 월세와 월세가 60퍼센트를 넘었으며, 전세는 0.9퍼센트에 불과해 주거 안정성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저 주거 기준과 비교해 볼 때 전체 외국인 가구의 14.6퍼센트가 최저 주거 기준을 미달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평균의 10배에 해당한다. (하성규·고성열, "외국인 근로자의 주거 실태에 관한 연구", <대한부동산학회지>)

회사 기숙사의 여건은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회사가 영세한 소기업이기 때문에 적절한 주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다. 대부분 사무실 일부와 가건물, 혹은 컨테이너를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숙사에 대한 정부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주거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기숙사의 노동자들의 1인당 평균 공간이 교도소보다도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노동자들이 어떠한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지 실태 조사조차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 외국인이 밀집 거주하는 경지고 남양주 마석 가구 공단 지역. ⓒ박세훈

외국인이 밀집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가구 공단 지역.

결혼 이주자의 상황은 노동자보다는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의 가족, 소위 다문화 가족의 절반가량이 빈곤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나마 한국 남성과 정상적인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면 극단적인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혼과 가정 폭력 등으로 가정생활이 불가능해지면 이들의 주거는 막막해진다. 많은 민간 단체에서 이들을 위한 임시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규모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 : 위협받는 이주 아동 교육권

외국인 가정의 2세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는 다문화 사회의 핵심적인 과제이다. 이주 아동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성장하느냐, 혹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되는가에 다문화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력의 차이는 사회적 기회의 차이로 그리고 다시 다음 세대의 학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유엔권리위원회는 2003년 한국에 "모든 외국인 아동에게도 한국 아동과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으며, 한국이 1991년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서도 비준 당사국이 모든 아동에게 동등하게 교육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다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이주 아동들은 국내 공교육 진입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교육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배려가 미흡해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어 능력의 부족, 한국 학생들의 무시와 차별, 학교 문화의 차이 등으로 학교 부적응 현상이 심각하다. 이주 아동의 학습과 학교 생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없이는 이러한 현실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미등록 외국인 자녀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한다고 하고 있지만 학교장 재량에만 맡겨 놓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공교육에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학교장에 따라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부모 스스로가 불법 체류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입국한 중도 입국 자녀(재혼한 외국 여성이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 데려 온 외국 태생 자녀)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조사에 따르면 중도 입국 자녀의 2명 중 1명꼴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는 이주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 시스템 강화, 이주 아동 차별 및 인권 침해 예방 그리고 이주 아동의 해당 학년 또는 학기 동안 부모의 강제 퇴거 조치 일시 유예 등의 조치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그리하여 이주아동의 교육권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책 현장에서 들리지 않는 외국인의 목소리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련 정책은 최근 요란하기 그지없다. 정책의 명칭부터, 사회 통합 정책, 외국인 정책, 다문화 정책, 다문화 사회 지원 정책,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 등 복잡 다양하다. 부처별로 경쟁하듯이 외국인 지원 정책을 도입하였으며, 그로 인해 최근 5년 사이 한국의 외국인 정책은 급속히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가지고 집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도시에서 외국인의 권리'라는 말은 생소하다. 외국인은 아직 권리를 가진 존재라기보다는 정책의 시혜적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정책 현장에서 외국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의 외국인은 아직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역량이 부족하다. 때문에 누군가에게 대변되어야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

중앙 정부는 중앙 정부대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단체는 역시 제 각각 거주 외국인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많은 단체가 외국인 지원에 나설수록 외국인은 대상화되고 주변화된다. '권리'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도와주어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결국 외국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역량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들의 현실을 자세히 살펴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어야 하겠지만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외국인의 사회적·경제적 역량을 강화하여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제적인 활력과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다문화 사회는 그러한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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