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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의 기적, 철공소 가득했던 거기는 변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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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의 기적, 철공소 가득했던 거기는 변신 중!

[도시 주인 선언·16] 예술과 도시가 만난 문래동 이야기

현대 도시는 다양한 삶의 양상이 중층으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자본주의적 삶이 집적된 공간이다. 정치, 경제, 행정, 문화, 교육 등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자본주의적 소비의 삶이 구체적으로 구현된다. 규격화된 삶의 양식, 공간을 둘러싼 불평등의 문제, 파편화된 관계 등 부정적인 요소도 많지만, 도시 에너지의 긍정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구성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 문래동 전경. 철재 상가 주변을 뺑 둘러서 아파트, 아파트형 공장 등이 들어섰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유럽의 경우 산업 구조의 재편으로 1960년대 이후 도심의 공장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방치된 곳들이 많았다. 이러한 공간을 대안적 삶, 새로운 예술을 꿈꾸던 사람들이 스쾃을 만들어 '새로운 삶과 예술의 실험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도시 빈 공간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공간 소유'를 통해 자본과 권력을 재생산하는 현대 사회를 고발하고, 직접 행동을 통해 공간을 전용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려는 시도이다.

행정 당국으로부터 반란자들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이들은 전용된 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안해 가고 있다.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과 토론회 등을 조직하면서, 현대 사회의 모순을 직시하게 하고, 그 모순의 시발점에서 다시 생성의 에너지를 길어 올려 지역 사회를 활기 있게 하는 데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예술의 역사, 그 자체와 예술의 철학적 본성을 문제시하고,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현재적 삶을 재구성하는 존재이다. 이는 삶과 예술이 다른 층위에 있지 않다는 인식의 발로이며,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창의적으로 살아가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종류의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곳을 우리는 '스쾃(Squat)'이라 부르기도 하고, 예술 창작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문래동 작업실을 표시한 지도. (문래동에 있는 디자인그룹 노네임노샵에서 제작했다.) ⓒ노네임노샵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모여 있는 곳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예술 작품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일상적으로 만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곳이 창작촌이다. 창작촌이 기존의 예술 공간이라는 개념과 대별되는 지점은 창작실 즉 예술의 생산처가 집적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예술 공간이 생산처이기보다는 발표 및 소통과 교류가 중심이 된다면 창작촌은 생산을 중심으로 한 소통과 교류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생산이 중심이라 하더라도, 발표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예술가들의 개인적 공간인 창작실을 여러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 보여 주는 '오픈 스튜디오'나 지역 페스티벌 등을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를 마련한다. 이때 지역 주민들은 단순한 참여자이기보다는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창의적 생산자로 변화되기도 한다. 어느 지역에 창작촌이 있다는 것, 그것도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거주하며 작업, 소통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빡빡한 도시 생활에 바람구멍을 만나는 것과도 같다.

▲ 문래동 풍경. 적재된 철재들이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문래동은 서울의 영등포구에 위치한 예술 창작촌(예술 공단)이다. 영업 중인 철공 단지에 자발적으로 조성된 예술가들의 창작실 집적지이자 도시 재개발의 위험과 직면하고 있다는 특이성이 있다. 문래동이 가진, 철공 단지와 예술 공간의 '공존'이라는 지역적 특성은 정부나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현재의 인위적이고 획일화된 도시 재생 논리와는 다른 도시 재생을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문래동 철재 상가에서는 다양한 예술 행사들이 진행된다. 퓨전 음악 그룹 앙상블 뒷돌의 공연 모습.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문래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철공소 사람들과 여러 종류의 예술가들, 맛좋은 현장 식당과 구멍가게, 예술 관련 직종의 사람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이 있다. 2006년에는 10여 개에 불과했던 작업실 숫자가 2010년에는 약 80여 개로 늘어나면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200명이 넘는 도심 속 창작촌으로 자리 잡았다.

LAB39 예술가들 및 먼저 입주해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의 '예술 복덕방' 활동이 많은 예술가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아, 새로운 예술 아지트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창작촌으로 모습을 갖춰가던 때는 2008년부터인데, 2008년은 준공업 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되었던 문래동 지역이 개발 제한 법령이 완화되면서 재개발의 분위기로 한층 어수선하던 때였다.

철공소든 작업실이든 대부분 세입자 신분의 문래동 거주자들은 오픈 스튜디오, 아트 페스티벌 등등 많은 예술 행사들을 진행하였고, 이는 언론을 통해서 여러 차례 보도되었다. 재개발이 예정된 철공 단지와 예술 활동이라는 조합은 언론에 매력적인 소재이기도 했지만, 예술가들이나 철공소 종사자들에게는 개발 이후 사라지게 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보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했다.

예술 행사에 대한 준비와 언론 보도에 대한 열린 자세들은 외부적으로 문래동을 유명하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문래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람들을 더 많이 불러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비록 개발 소식에도 불구하고 이 위태로운 공동체에 발을 들여놓고 자신의 삶을 풀어내고 싶어 했다.

▲ LAB39는 이것 저것하는 프로젝트 공간이다. 위 사진은 전시회가 열린 모습.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 복길네 벽화 설치. 2008년 문래공공미술프로젝트(기획 김윤환)에서 제작한 사진가 박지원의 사진 벽화와 미술가 왕희정의 설치 조형물이 <함밧집 복길네>를 채우고 있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문래 창작촌(문래 예술 공단)은 새로운 예술 아지트로 기능하고 있다. 특이한 공간과 장소성은 예술가들을 모이게 하고,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다. 크거나 혹은 작은 문래동에서의 예술 이벤트들을 대부분 국제성을 띤 행사로 진행되고 있으며, 또한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국제 무대에 많이 진출한다.

경계 없는 예술 센터나 극단 몸꼴의 경우 자체 네트워크와 초청을 통해 해외에서 공연 및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LAB39를 비롯한 미술 작가의 경우에도 해외와 연결된 전시나 프로젝트에 초청되고 있다. 특별한 예술 행사가 있지 않아도, 한국을 방문하게 되는 해외 예술가들은 수시로 문래동에 들러서 예술가들과 교류하고, 관계를 맺으며, 예술과 지역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눈다.

그런 의미에서, 문래동은 관계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공간이자, 문래동 외부의 자원들이 접속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자율적 공간으로 실험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문래동은 예술과 예술가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계속 질문하고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방법과 전략을 모색하는 실험의 장이 되었으며, 바로 그러한 지점에서 새로운 예술 활동의 발신지로 기능하고 있다.

▲ 옥상 미술관 프로젝트를 위해 10년간 쌓여져 있던 옥상의 쓰레기들을 다국적 예술가+철공소 종사자가 함께 청소하였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무언가는 색다른 장소, 대리석 바닥이나 마감이 완벽한 깨끗함이 없어 자유로운 헐거움을 주는 곳, 부족한 것이 많아 보여 나의 경험을 보탤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곳, 신발 흙을 털고 들어가야 만 할 것 같은 성전과도 같은 갤러리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들이 아니기에, 다소 소박한 작품들이 있기에 작품에 말 걸기 쉽고, 예술가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 꽉 짜인 기획이 아니기에 '나'도 개입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곳, 시간이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곳, 이질적인 것들이 묘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곳. 이런 곳이 문래동이다.

이처럼 도시의 창작촌은 시민들의 숨통을 틔어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공간이다. 누구나 자유로워지고 누구나 좀 더 헐거워져서 타인의 삶과 의견, 관계들이 서로 삼투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이다. 하여 누구나 예술가가 되고, 누구나 노동자가 되며, 누구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다중적 정체성으로 스스로 즐거워 질수 있는 장소가 바로 문래동이다.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주류적 가치 뿐 아니라 다른 가치도 동등하게 존중되고, 자본주의의 극복된 형태로서 삶과 예술의 일치를 제시하기 위한 현실적 노력이 펼쳐지는 공간임과 동시에 새로운 예술 개념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 옥상 미술관 프로젝트에 초청된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후비오가 옥상의 쓰레기들을 모아 '소비의 탑'을 만들었다. 이 조형 작품은 아쉽게도 불이 나서 소실되었다.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2011년 현재, 문래동은 현대 도시에서 예술 창작촌이 도시 재개발의 도구로 호명되는 공간이 아니라 삶과 예술의 문제를 직시하고 새로운 삶과 예술의 재구성을 위한 '현재적' 실천이 집약되어 있는 장소임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은 <나의 아름다운 철공소 : 예술과 도시가 만난 문래동 이야기>(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지음. 이매진 펴냄)에 실릴 원고 일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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