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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절대 기준 OOO? 그 허구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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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절대 기준 OOO? 그 허구를 밝힌다!

[프레시안 books] 마리오 리비오의 <황금 비율의 진실>

☎ 홍재철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회위원장) : "우리가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정면으로 모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2000여 년 동안 믿어온 수십억의 크리스천들을 도저히 믿어서는 안 될 예수를 믿는 마치 정신병자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
☎ 진중권(진행) : "혹시 시사회 같은 것을 통해 영화나 책을 보셨는지요?"
☎ 홍재철 : "아니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습니다."


2006년 3월 31일 SBS 라디오 <시사전망대>의 한 장면이다. 나는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었다. 명색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기독교인인 나는 부끄러웠다. 결국 책을 주문했다. 얼떨결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전2권, 안종설 옮김, 문학수첩 펴냄)를 읽게 된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흥미진진했다.

ⓒ프레시안
소설을 이끌어 가는 단서는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죽으면서 자신의 배 위에 그려놓은 별. 이 별은 정오각형(pentagon)의 꼭짓점을 잇는 다섯 개의 대각선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에 '펜타그램(pentagram)'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정오각형의 한 변(파랑)과 대각선(빨강)의 비율을 구해 보면 약 1:1.618이 된다. 또 펜타그램의 변이 다른 변에 의해 분할되는데 이때(노랑:자주=자주:초록)도 1:1.618로 나뉜다. 흔히 말하는 황금비, 바로 그것이다.

1.618이 어디서 나왔느냐고? 자로 재보면 된다. 물론 수학적으로도 구할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우리는 중학교 2학년까지 다 배웠다.)
ⓒ프레시안
그림에서 자주색 선분의 길이를 1이라고 하고, 노란색 선분의 길이를 x라고 하면, 파란색 선분의 길이도 x이며, 빨간색 선분의 길이는 (1+x)다. 그러면 이런 식이 생긴다.

1:x=x:1+x
x2-x-1=0

이 2차방정식을 근의 공식을 이용하여 풀면 두 개의 근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양의 근이 1.6180339887…이다. 뒤에 있는 우수리를 뺀 나머지 1.618을 황금수라고 한다. (지금 내가 소개하는 책에서 수학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 <비트루비우스적 인간>(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 ⓒ프레시안
<다빈치 코드>에서 소니에르는 또 하나의 수학적 흔적을 남겼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드로잉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에 등장하는 남자와 같은 자세로 죽었다. <다빈치 코드>는 퍼즐과 황금비 등의 수학적 법칙을 이용해 주인공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댄 브라운은 황금비라는 패턴을 이용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하긴, 패턴은 본질을 파악하는 도구다. 6각형의 눈송이 패턴에서 얼음 결정의 원자적 기하를, 행성의 공전에서 중력과 운동 법칙을, 그리고 무지개에서 물방울은 둥글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았는가!

스웨덴 예테보리에 있는 한 서점의 외벽에는 이상한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다.

0, 1, 1, 2, 3, 5, □, 13, 21, 34, 53, 89, … , 514229

이 괴상한 수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514229에서 끝났을까?

ⓒ프레시안
사진이 흐려서 8인지 9인지 구별이 안 되는 숫자는 □로 표시했다. 이 □에 해당하는 수는 얼마일까? 눈치 빠른 독자는 이 수열의 패턴을 찾았을 것이다. 세 번째 항부터는 앞의 두 항을 합한 수다. 따라서 □는 8이다. 이런 수열을 유럽에 아라비아 수 체계를 소개한 레오나르도 피보나치(1170~1250년)의 이름을 따서 피보나치수열이라고 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수를 피보나치 수라고 한다.

황금비 이야기를 하다가 피보나치수열을 이야기하는 것은 뜬금없는 일이 아니다. 인접한 피보나치 수의 비율을 계산해 보자.

34/21=1.6190, 51/34=1.6176, 89/55=1.6182 (…) 377/233=1.6180

피보나치수열에서 점점 더 뒤로 갈수록 인접한 두 피보나치 수의 비는 황금비에 가까워진다. 이 성질은 1611년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알아냈다. 케플러는 잎차례(phyllotaxis)와 피보나치 수의 관계도 발견했다. 줄기가 수직으로 자라는 동안 잎은 상당히 규칙적인 간격으로 돋아난다. 잎은 다른 잎의 바로 위로 돋아나지 않는다. 아래쪽 잎에 필요한 수분과 햇빛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잎이나 가지는 줄기를 따라 나사선 모양으로 생겨난다. 결국 잎은 2/5, 3/8처럼 피보나치수열 항들의 비로 나타난다.

피보나치 수는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꽃잎의 수는 거의(!) 피보나치 수다.

칼라릴리 (1개)
등대꽃 (2개)
연령초 (3개)
접시꽃 (5개)

▲ 칼라릴리. ⓒ프레시안

▲ 등대꽃. ⓒ프레시안

▲ 연령초. ⓒ프레시안

▲ 접시꽃. ⓒ프레시안

코스모스 (8개)
시네나리아 (13개)
샤스타 데이지 (21개)
제충국 (34개)

▲ 코스모스. ⓒ프레시안

▲ 시네나리아. ⓒ프레시안

▲ 샤스타데이지. ⓒ프레시안

▲ 제충국. ⓒ프레시안

이 외에도 데이지 가운데는 꽃잎의 수가 55개, 89개인 종류가 있다. 그리고 파인애플 표면의 육각형 과린을 보면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어서 올라가는 줄이 8개, 오른쪽 위로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 줄이 21개 있다. 해바라기 두상화를 자세히 보면 꽃(씨)들이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배열된 나선 패턴이 있는데, 두 나선의 비가 55/34, 89/55, 144/89 등으로 인접한 피보나치 수의 비와 같다.

자연을 경외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에서 관찰되는 이 신비로운 수를 신성시할 수 있다. <다빈치 코드>는 이런 심정을 십분 활용한 소설이다. 그리고 많은 교양 수학책이 황금비를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고 <피보나치수열과 황금비>(김진호 지음, 교우사 펴냄)처럼 아예 이 주제를 다룬 책들도 있다. <신성 기하학>(스티븐 스키너 지음, 김영희 류혜원 옮김, 열린과학 펴냄)은 자연과 예술에 숨어 있는 황금비를 총천연색의 도판으로 보여준다. 거의 모든 책이 다루는 예가 겹친다. 솔직히 좀 지겹기도 하다.

▲ <황금 비율의 진실>(마리오 리비오 지음, 권민 옮김, 공존 펴냄). ⓒ공존
그런데 초여름에 나온 <황금 비율의 진실>(마리오 리비오 지음, 권민 옮김, 공존 펴냄)은 두 가지 면에서 기존의 책들과 확연히 다르다. 첫째는 충실한 역사서라는 점이다. (저자는 물리학자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주장, 플라톤이 정다면체(정4, 6, 8, 12, 20면체)로 하고자 했던 이야기, 그리고 여기에서 파생된 케플러의 우주를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 난 이 주제를 이렇게 자세히 설명한 책을 아직 보지 못했다. 제2장(만물에서 수를 읽다)은 최근에 출간된 <숫자의 탄생>(조르주 아프라 지음, 김병욱 옮김, 부키 펴냄)의 충실한 요약본이기도 하다.

둘째는,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인데, "완벽을 창조하는 가장 아름다운 비율의 미스터리와 허구"라는 책의 부제가 말하듯이 황금비에 얽힌 허구를 적나라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많은 책들이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황금비를 찾아내지만, 당시 사람들은 황금비를 몰랐다. 또 많은 건축물, 조각품 그리고 음악에서 황금비를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은 황금비를 보기 원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찾아낸 비율에 불과하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프레시안
주식 시장에 관해서도 피보나치 수와 관련된 이론이 있다. 1930년대 중반 미국의 증시 분석가 엘리엇이 내놓은 것이다. 그는 75년 동안의 주가 변동을 연구한 끝에 주가를 밀어 올리는 파동과 끌어내리는 파동이 있는데, 각각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정도는 피보나치 수와 관계있다는 엘리엇 파동 이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현상을 이리저리 분석해 꿰어 맞춘 것일 뿐 주가 변화를 예측하는 정확한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황금비가 음악, 미술, 건축 등에 의도적이고 실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다. 그리고 황금비는 하나의 비율일 뿐 어떤 절대적인 숫자가 아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영속하는 가치를 지닌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은 바로 그러한 학문적인 인식으로부터 탈피한 사람들이다. 비록 수학, 과학, 자연 현상의 많은 영역에서 황금 비율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황금 비율을 미학의 일정한 표준이나 시금석으로 해서는 안 된다." (295~296쪽)

참, 스웨덴 예테보리 서점 외벽의 피보나치수열이 514229에서 끝난 이유는 이 숫자가 바로 서점의 전화번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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