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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소유가 없는 마을… 서울도 가능하다!

[도시 주인 선언·13] 배제되지 않을 권리

오늘날 도시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토지가 사적 재산이라는 관념에 아주 친숙하다. 더 나아가 토지가 사적 재산권으로 설정되어 있어야만 안전한 교환 대상이 되고 시장 경제 발전의 기초가 된다는 '토지 사유제 신화'를 강하게 신봉한다.

그런데 토지 사유제가 자본주의 경제 발전의 기초라는 주장은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 토지 사용권만 안전하게 보장해 주면 토지에 노동을 투입하여 생산 활동을 하고, 교환이 진행되어 경제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개인에게 토지 사용권을 넘어 배타적인 토지 소유권을 부여하게 될 경우 지대 불로소득까지 사유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지대 추구를 위한 과도한 개발이 이루어져 경제 발전이라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개발은 결국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강력한 토지 사유제에 기초할 때 초래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많은 시민이 도시 공간에서 누려야 할 권리로부터 배제되고 소외된다는 점이다. 토지에 대한 권리 즉 토지 재산권은 곧 공간에 대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로크 이래로 많은 재산권 이론가들이 사적 토지 재산권을 정당화하여 오면서 배타적인 토지 재산권은 하나의 공리가 되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은 토지에 대해 배제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었다. 이제 도시 공간에서 시민들이 배제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권리는 무엇인지 "배제되지 않을 권리"로서의 재산권을 제시한 맥퍼슨을 중심으로 재산권 이론 여행을 떠나보자.

기존 재산권 개념의 두 가지 문제

맥퍼슨은 기존 재산권 개념의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한다. 하나는 오늘날 통상적으로 재산이 사물을 의미한다고 인식하는 문제이다. 봉건 시대에 '권리'로 이해되던 토지 재산권이 산업 혁명과 인클로저 운동을 거치며 개인의 배타적인 '사물'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근세 사상가들이 각종 저술에서 재산권을 흔히 사유 재산권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했다는 문제다. 재산권을 사유 재산권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재산권을 배타적인 개인의 권리로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제는 맥퍼슨이 새로운 재산권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배제되지 않을 권리"로서의 공유 재산과 관련된다.

배제되지 않을 권리

맥퍼슨은 위에서 제기한 두 가지 문제에 기초하여 재산권 개념을 사유 재산에만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그는 재산권을 사유 재산, 공유 재산, 국가 재산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인간이 창조하지 않은 토지와 같은 공유 재산은, 개별 구성원들이 토지를 사용할 강제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개인들'의 재산으로 보았다. 즉 공동의 권리도 역시 개인 권리로, 공유 재산은 개인들의 재산이지 국가 재산이 아니라고 보았다. 국가는 다만 개인이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감당할 뿐이라는 것이다.

맥퍼슨의 이러한 견해는 그동안의 통상적인 견해와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사유 재산과 공유 재산은 이렇게 정리된다. 사유 재산은 어떤 것의 사용과 수익에서 한 개인이 타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보증에 의해 창출된다. 반면 공유 재산은 각 개인들이 어떤 것의 '사용'이나 '수익'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에 의해 창출된다.

이러한 논증을 통해 맥퍼슨은 두 가지 결론을 도출한다. 첫째, 사유 재산, 공유 재산, 국가 재산 모두 개인의 권리이다. 둘째, 공유 재산이야말로 가장 이물이 섞이지 않은 재산권이다. 그 이유로, 다른 두 종류의 재산과 달리 공유 재산은 항상 자연적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사유 재산은 자연적 개인의 권리일 수도 있고 인공적 개인(법인)의 권리일 수도 있으며, 국가 재산은 항상 인공적 개인(법인)의 재산권이기 때문이다.

맥퍼슨이 제시한 "배제되지 않을 권리"로서의 개인의 재산권 대상은 자연 자원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는 개인의 재산권은 사회의 생산력을 포함하여 사회의 성취 결과물들을 사용하고 이익을 취하는 데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라고 규정하고, 그 대상으로 첫째, 사회의 축적 자본과 자연 자원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 둘째, 인간적인 삶을 위해 사회의 전체 생산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권리를 제시하였다.

"배제되지 않을 권리"의 대상을 자본과 소득까지 확대·적용하면 사적 재산권이 침해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맥퍼슨이 제시한 새로운 재산권 패러다임이 갖는 장점은 순수한 의미의 공유 재산인 토지에 대한 재산권을 개인의 권리로 파악하고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해야 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점이다.

비재산권(improperty)으로서의 도시 지대 문제

'사용'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한다면, '수익'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한 가지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지대 문제이다.

그동안 사적 토지 재산권 연구자들은 지대 문제를 깊이 다루지 않았으나 토우니와 힐 그린은 비교적 정확하게 지대 문제를 다루었다. 토우니는 홉슨이 제안한 "비재산권(improperty)" 개념을 사용하여 도시 지대를 사적 재산권으로 삼는 것의 악성 정도를 분석하였다.

토우니는 악성 정도에 따라 재산권에서 비재산권으로 9가지 유형의 재산을 열거하였는데, 9번으로 갈수록 비재산권으로 분류되어 악성 재산권의 성격이 강해진다. 도시 지대는 이 중 8번째에 위치하여 악성 정도가 심한 비재산권에 해당한다.

그린은 토지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토지가 일반적인 부와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토지 사유에 따른 불평등을 막기 위해 '유증의 자유'와 '거래의 자유'에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거래의 자유에 제한을 가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매매 차익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린은 노동이나 자본을 투여하여 생긴 가치와는 달리 땅의 가치로부터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국가가 전유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주장한다. 토우니와 그린의 논리를 종합하면, 악성이 큰 도시 지대를 정부가 환수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도시 공간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와 "비재산권"의 현대적 적용

독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그동안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누려왔는지, 도시 지대의 "비재산권" 문제는 어떻게 처리되어 왔는지 잘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사적 재산권을 법률로 강하게 보호하는 시스템에서 살아왔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개인의 토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과 사회 전체의 도시 지대에 대한 권리를 도둑맞아 왔다고 해서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계속해서 도둑맞아야 하는가? 이전 일이야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겠지만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원칙을 정하고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우리나라처럼 이미 대부분의 토지가 사유화된 상황에서, 우선 악성 정도가 심한 비재산권에 해당하는 도시 지대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 헨리 조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가치 세제(Land Value Taxation)를 제안했다. 도시 지대를 조세로 환수하는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토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권을 충족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지대는 토지의 자연적인 상태뿐만 아니라 도시로의 인구 집중과 각종 경제 활동 및 도시 정부의 재정 활동으로 인해 '공적'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도시에 거주하거나 이용하는 이들은 모두 공적으로 창출된 지대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이 지대가 사적 토지 재산권에 갇혀 있어서 사유화되는 것을 보고도 어찌할 수 없었으며, 이제는 너도 나도 지대 추구를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뉴타운 문제와 보금자리 문제가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재산권 문제에서 더 나아가 시민들의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이 있다. 바로 공유 토지를 개인에게 임대하여 사용하는 제도로, 일명 공공 토지 임대 제도로 불린다. 이 제도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생태학자 하딘이 토지 공급이 제한된 공유 토지에서 외부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매 등 시장 방식으로 공유 토지 사용권을 개인에게 분배하자고 제시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 레치워스. ⓒletchworthgc.com
19세기 영국의 도시계획가 에베네저 하워드는 헨리 조지의 영향을 받아 그의 저서 <내일의 전원도시>에서 공공 토지 임대 제도를 핵심 제도로 하는 전원도시를 제시하였다. 전원도시는 오늘날 각종 신도시의 모태이다.

공공 토지 임대 제도와 관련된 전원도시의 핵심 원칙으로 첫째, 도시 자치 기구가 전 도시 구역을 영구히 소유하여 통제하며 개인에게 임대하는 방법으로 토지를 분배한다, 둘째, 정해진 성장의 한계에 달할 때까지 도시의 번영과 성장으로 생기는 지대를 커뮤니티를 위하여 유보한다는 것이다. 하워드는 실제로 레치워스와 웰윈이라는 전원도시를 런던 주변에 만들었는데, 올해가 레치워스가 만들어진 지 벌써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최근 해병대에서 기수 열외라는 형태로 동료 부대원들로부터 배제된 한 해병이 참극을 벌인 사건이 일어났다. 사회 또는 공동체로부터 배제되는 것은 커다란 아픔이자 고통이다. 토지 즉 공간으로부터 배제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여서, 독점적 토지 사유제로 인해 공간으로부터 배제된 이들은 커다란 고통을 당하게 된다.

▲ 레치워스 유산 박물관. ⓒletchworthgc.com
1980년대 말 전세금 급등으로 자살한 세입자들, 20년이 지난 오늘날 전세 대란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세입자들, 부동산 투기로 가격이 오른 아파트를 무리하게 사면서 진 가계 부채를 갚지 못하고 결국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이들. 이들도 역시 도시 공간에서 배제된 이들이다.

우리에게는 토지 사용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와 토지 수익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첫째 권리는 개인에게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하여 만족시킬 수 있으며, 둘째 권리는 도시 지대를 조세로 환수하여 공공재정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

우리 안에 깊이 내재하고 있는 자연법과 맥퍼슨의 재산권 이론은 우리에게 '당신에게도 도시 공간으로부터 배제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가르친다. 이제 그 권리를 향유하는 몫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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