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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좌초한 서울, '과적 도시'의 예정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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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좌초한 서울, '과적 도시'의 예정된 운명!

[도시 주인 선언·11] 과적 도시, 대한민국 ①

과적 도시의 문제점

1990년대 빈번하게 언론에 보도되었던 과적 차량의 횡포는 대부분 끔찍한 사고를 연상시켰다. 한 언론은 한국의 운전자들이 덤프트럭, 버스, 트레일러 등과 같은 화물 차량을 만날 때 공포심을 느끼기까지 한다고 전한다.

실제로 몇 해 전 출근길에도 시멘트를 싣고 달리던 트럭에서 시멘트 포대가 도로 위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황급히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았거나 주변에 차량이 많이 따라왔다면 꼬리를 무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다. 짐을 가득 실었던 대형 트럭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시멘트를 한 차례 더 흘리곤 들썩들썩 거리는 시멘트 포대채로 유유히(?) 사라졌다. 적재물을 안전하게 묶지도 않았던 과적 차량이었다. 이런 아찔함을 피하는 방법은 무조건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과적 차량, 이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어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며 심각한 사고를 유발시킬 수 있는 폭탄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과적 차량과 비슷하게 과도히 적재 물량을 쌓고 있는 과적 도시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 것인가? 우선은 아무래도 상당한 위협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빨리 그곳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과적 차량을 신고하고 싶어지듯 과적 도시도 빨리 신고하여 불법이 자행되지 못하도록 막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도 우리가 살고 있는 대도시를 과적 도시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싶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이 대도시로 몰려들며 그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을 보면 이미 만성이 되어 있든지, 아니면 조금 번거로울 뿐 나에게 당장 커다란 피해가 없기 때문에 별 걱정을 하고 있지 않는 듯싶다.

이런 마음 상태는 그래도 대도시에는 살만한 것들, 볼만한 것들, 즐길 만한 것들이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적 차량이 아무리 차량을 온갖 즐길 것, 볼만한 것 그리고 살만한 것으로 치장하고 있더라고 '과적 차량'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과적 도시도 수많은 사람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다.

▲ 집중 호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나서 피해를 입은 인근 아파트. 난개발이 낳은 이 사고 역시 과적 도시 서울의 문제다. ⓒ프레시안(손문상)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도시를 어떻게 과적 도시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는 과적 차량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파악하여 봄으로써 과적 도시의 특징과 문제점을 유추해 낼 수 있다.

과적 차량은 간단히 말하여 탑재 한도를 넘어서 과도히 적재 물량을 싣고 이동하면서 다른 차량의 운전자에게 위협을 끼치는 차량이다. 이러한 과적 차량은 다른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뿐만 아니라, 도로를 파손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형 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과적 차량이 빈발하는 이유는 과적으로 내모는 업주들의 이윤 추구에 대한 욕구가 사그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운전자도 자신은 운전에 능숙하며, 지금까지 큰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기에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로서 더욱 많은 임금을 벌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코너링을 할 때나 언덕을 오를 때 속도가 늦춰져서 조금 불편하지만, 그래도 기름 값을 아껴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편익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자기만을 생각하는 안이하고 이기적인 생각 때문에 과적 운행이 가져올 불행과 불법에 대해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과적 도시도 한마디로 과도한 인구 규모의 도시이다. 인구가 많다보니 새로 짓고 부숴야 할 일도 많다. 그만큼 사건 사고도 뒤따른다. 어디를 가나 복잡하기가 그지없다. 즉, 과적 도시를 과적 차량에 빗대어 살펴보면 도시라는 공간에 인구와 주택, 도로 등 기반 시설을 과도하게 밀집시킴으로써 용량을 초과시킨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쾌적하고 편안한 삶이란 찾아보기 힘든데 인위적으로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명목 하에 기반 시설을 이중삼중으로 깔아놓고 있다. 한번 문제가 터지기 시작하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그리고 서울외곽순환도로가 불길에 휩싸인다. 얽히고설킨 것을 풀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한 사람의 운전자에 해당하는 시장이 너무 많은 시민을 그 도시에 태우고 용량이 초과된 도시를 운전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여 다수의 시민은 만족보다는 불만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런 도시에서는 매일같이 짐짝처럼 내어 몰린 시민들이 출퇴근을 위하여 미어터지는 버스를 기다리고, 지하철에 올라타기 위하여 아등바등하여야 한다.

시장이나 대형 할인점에 가더라도 이리 부닥치고 저리 부닥치며, 딱 하루 주말의 여유를 즐기려 놀이공원을 찾아가더라도 더 이상 놀이공원이 아닌 지루한 '기다림의 공원'이 되어 버린다. 결국 일주일 내내 하루도 편히 쉴 날을 누릴 수 없는 피곤함의 연속에 빠져든다. 과적 도시가 환경을 파괴하고 개발만 일삼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삼척동자도 느낄 수 있는 사항이다.

물론 도시의 운행을 책임진 시장은 이 때 즈음 되면 본인이 세상에서 가장 능숙한 운전자인 것처럼 '쾌적한 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다른 곳보다 훨씬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지만, 이는 과적 차량이 과속으로 질주하다가 어느 순간에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야마는 것처럼 공수표가 되어 버린다.

매일같이 수습의 수습이 꼬리를 잇는 것이 시장의 대표적 직무가 되어버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이러한 사건 사고를 조금 더 빠른 시일 내에 극복하여 수습하는 것이 대단한 치적인 양 말이다. 이처럼 과적 도시는 다른 일반적 중소 도시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사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도시의 운영이 어려워 사고의 위험이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는 도시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과적 도시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가도시화 현상(Pseudo-Urbanization Phenomena)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도시화 현상이란 급속한 도시 성장과 팽창의 과정 속에서 농어촌의 노동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급격히 도시로 몰려들면서 나타나는 슬럼이나 소득 계층 간의 분리와 같은 왜곡 현상이다.

유입된 인구로 말미암아 주택 수요는 급증하나 주택 가격은 앙등되고 주택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은 인간답지 못한 주거 여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내몰린 현상에 해당한다. 즉, 허울뿐인 도시에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도시의 문화를 즐길 수 있을까?

1988년 우리나라에서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때, 서울로 진입하던 성화 봉송로 변에 위치하던 비닐하우스 마을의 주민들은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하고 두더지처럼 처박혀 살아갔다.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도 공권력에 의하여 강제 철거를 당하고 또 다른 도시로 밀려나야만 했다. 속된 말로 '문화는 무슨 개뿔'. 이런 자조 섞인 말조차도 사치스러운 언어처럼 다가올 뿐이다.

가도시화 현상은 근본적으로 적절한 일자리와 주거 제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철거를 통해 강제 이전을 시키더라도 또 다른 도시에서 제2의 가도시화 현상을 만들어 놓을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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