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비핵화 딜레마', 박근혜 정부 묘수풀이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비핵화 딜레마', 박근혜 정부 묘수풀이는…

비핵화와 남북현안, 선후관계 면밀히 따져야

정부가 북한에 장관급회담을 제안하면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가 해빙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미대화의 전제로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 역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어, 이 문제는 장관급회담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대로 북한은 비핵화 논의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낮아 비핵화 문제가 자칫 다른 현안 해결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압박과 대화라는 양날개를 축으로 삼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에 입각한 박근혜 정부가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모처럼 도래한 남북 대화 국면의 향후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어느 수준에서 거론할 것인가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를 환영한다면서도 북미 간 핵 협상 재개에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미국과 대화를 진전시키려면 북한은 2005년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국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공동성명 이행 약속, 즉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전제돼야 미국이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월 2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내·외신 기자회견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며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된 국제의무와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명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에 장관급회담을 제의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9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갖자고 답변했다. ⓒ뉴시스

따라서 장관급회담이 성사될 경우 정부는 어떤 형식으로든 비핵화 문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회담과 관련한) 우리 측 의제가 곧 정해질 텐데, 정부가 북한에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를 회담의 조건이나 회담의 진전과 연계시켜서 요구하면 장관급회담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 교수는 "장관급 회담에서는 당장 남북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의제를 갖고 성실히 이야기하고, 비핵화에 대한 관심과 의지는 양국이 합의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과거의 장관급회담 사례를 보면 합의문에 '남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6자회담에서 성실히 노력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도출한 적이 있었다며 북한과 이 정도의 합의를 이루고 6자회담에서 핵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 역시 "북핵문제는 6자회담에서 다뤄질 문제"라면서 정부가 북핵 문제를 정식 의제로 가져가면 회담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 역시 장관급회담이라는 틀이 수용할 수 있는 대화 주제의 범위를 양국이 모두 알고 있다면서 "비핵화 문제는 일단 원칙적인 측면에서 짚어주는 단계로 가고 당면한 현안을 논의하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한반도 및 동북아 문제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커지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비핵화 문제와 남북 현안에 대한 선후관계를 면밀히 따져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핵과 남북 현안,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백 수석연구위원은 북핵문제와 당면한 남북 현안을 분리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현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 첫 단계에서는 핵 문제와 별도로 인도적 지원이나 남북 경협 등의 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남북이 신뢰가 쌓이는 단계가 되면 핵 문제를 다루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정부 역시 이번에 (비핵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는 하겠지만 회담 자체를 그르치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용석 선임연구원 역시 정경분리의 원칙을 적용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핵화 문제는 원칙을 상기시키는 정도로 접근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문제 등 제기된 현안을 중심으로 회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핵화와 북한 인권 문제 등을 우리가 제기하게 되면 북한에서도 평화체제나 정전협정과 같은 이른바 '근본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북한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비핵화 문제를 우선적으로 꺼내면 남북 간 관계 개선은 커녕, 다시 한반도가 냉각기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