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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도 먹는 동물들, 그 추악한 진실은…

[프레시안 books] 폴 그린버그의 <포 피시>

3만여 종의 물고기 중 350종 인간의 식탁에 올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물의 행성이라고 할 수 있다. 5억1000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지구 전체 면적 중에서 바다의 면적은 무려 3억6100만 제곱킬로미터나 된다. 지구의 3분의 2를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산술적으로는 바다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 우리나라와 똑같은 규모의 국가 3621개를 세울 수 있다.

45억 년 전 최초의 바다가 생성된 후에야 비로소 지구에 생명이 탄생했다. 바다에는 플랑크톤부터 해조류, 어류, 포유류, 파충류, 갑각류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해양 생물은 약 3000만 종 이상이며, 국내에서는 대략 3만 종(확인 1만 종, 미확인 2만 종)이 살고 있다.

3000만 종이나 되는 해양 생물 중에서 물고기는 약 3만 종이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어종의 수는 대략 1200종이다. 약 3만 종의 물고기 중에서 인간의 식탁에 오르는 물고기는 기껏해야 350종이며, 그 중 한국 사람의 밥상에 오르는 물고기는 고등어, 멸치, 조기, 청어 등 약 150종으로 파악된다.

지난 2009년 우리나라의 수산물 총생산량은 318만2300톤에 이르렀으며, 이 중 양식 어업은 전체 수산업 생산량의 41.3퍼센트에 해당하는 131만 3300톤이었다. 수산물 중 물고기 생산량은 142만4000톤이었다. 우리나라 부근의 바다에서 고등어 17만5000톤, 멸치 20만3000톤, 조기 3만6000톤, 청어 3만7000톤 등 79만5000톤의 자연산 물고기를 잡았다.

또 양식을 통해 넙치(광어) 5만4000톤, 조피볼락(우럭) 3만3000톤 등 10만9000톤의 물고기를 생산했다. 원양 어업을 통해 참치 32만2000톤, 명태 3만9000톤 등 49만4000톤의 자연산 물고기를 잡아들였으며, 강이나 호수에서 뱀장어 7000톤, 메기 4000톤, 잉어 2000톤 등 2만6000톤의 민물고기를 포획했다.

초국적 거대 기업을 살찌우는 탐욕스러운 잡식성 동물

이렇게 잡아들인 물고기들은 모두 탐욕스러운 잡식성 동물인 인간의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어패류를 가장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미국인은 연간 1인당 93.8킬로그램의 육류를 먹어치운 반면, 1년간 어패류를 기껏해야 23킬로그램을 소비했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인은 연간 1인당 35킬로그램의 육류를 소비한 반면, 1년간 어패류를 무려 51.5킬로그램이나 먹어 치웠다. 참고로 일본인은 2005년 기준으로 연간 1인당 34.65킬로그램의 육류, 64.6킬로그램의 어패류를 섭취했다.

뭍에서 나는 곡식, 채소, 과일, 고기는 물론이려니와 하늘을 나는 새나 바다에 사는 물고기나 조개, 심지어 석유까지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인간의 식탐은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위협한다. (현대 농업과 식품 산업은 석유 없이는 존립할 수 없으며, 석유에서 각종 식품첨가물을 추출한다.) 그리고 초국적 거대 기업은 먹을거리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욕망을 이용하여 엄청난 이윤을 거둬들인다.

음식에 대한 욕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본능적으로 인식한 탓인지 '자연 상수'부터 '따먹 문수'까지 국내 정치인들의 망언엔 유독 먹는 것과 관련된 부적절한 성적 표현들이 많다. 약삭빠르기로는 방송이나 신문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터인지라, TV 프로그램엔 부적절한 맛 집 정보가 넘쳐난다. 그 내막은 최근 다큐멘터리 <트루맛쇼>가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트루맛쇼>가 날 것 그대로 보여준 방송사, 제작사, 식당 간의 검은 유착 관계를 통해 '미디어가 유포하는 이미지의 지배력'을 깨닫게 된 독자들에게 참치, 대구, 연어, 농어 네 종류의 물고기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오만이 어떻게 생명과 환경을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한다.

탐욕의 대상이 된 물고기에 대한 탐사 보고서

▲ <포 피시(Four Fish)>(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시공사 펴냄). ⓒ시공사
<포 피시(Four Fish)>(박산호 옮김, 시공사 펴냄)는 낚시꾼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그린버그가 물고기의 왕 연어, 자연산 진미에서 대량 양식을 통해 일상식이 된 농어,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흰 살 생선 대구,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음식 참치를 현미경(물고기)과 망원경(해양 생태와 환경)으로 꼼꼼하게 들여다본 탐사 보고서이다.

그린버그는 네 종류 물고기의 역사와 어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노르웨이의 거대 연어 양식장에서부터 알래스카 원주민 유픽 에스키모의 전통적 어업 작업장까지 직접 발로 뛰며 취재를 했다. 또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조지스뱅크로 대구 낚시를 가기도 하고, 뉴욕 브루클린에서 160킬로미터 떨어진 허드슨캐년으로 참치 낚시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 책은 물고기 이름의 어원도 설명하고 있는데, "영어 단어인 '배스(bass, 농어)'는 독일어인 '바르제 오어 바르슈(barse or barsch)에서 나왔다(100쪽)"라는 내용은 저자나 번역자의 사소한 실수가 아닐까 추정된다. '배스(bass, 농어)'는 영어인 바스(barse) 또는 독일어인 바르슈(barsch)에서 유래한 단어다.

바스(barse)의 어원은 '바늘, 가시, 비늘'의 뜻을 지닌 인도-유럽조어(祖語) 바스(bhars-) 또는 바스트(bharst-)에 기원을 둔 계르만계 조어(祖語) 바르사즈(barsaz, '가시가 많은 물고기'의 뜻)에서 온 고대 영어 베르스(bærs)에서 진화한 중세 영어 바스(bars)에서 유래했다. 영어 바스(barse)의 동계어(同系語)로는 네덜란드어 바르스(baars, 농어)와 독일어 바르슈(Barsch, 퍼치고기), 그리고 라틴어 파스투스(fastus, 자존심, 거만, 경멸)가 있다. (<위키피디아> 'barse')

농어의 우리말 어원도 살펴보면, 정약용은 <아언각비(雅言覺非)>에 농어의 한자식 이름인 노어(鱸魚)를 '노응어'라고 한다고 기록했으며, 서유구는 <난호어묵지>에 농어를 꺽정이, 농어의 새끼를 갈다기어(葛多岐魚)라고 소개했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 유배 생활을 통해 저술한 <자산어보>에서 농어 새끼를 보로어(甫鱸魚) 또는 걸덕어(乞德魚)라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연을 지배하려는 기업 권력과 생명 상품화

<포 피시>의 장점은 해양 생태와 환경이라는 숲은 못 보고 물고기라는 나무만 보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린버그는 물고기와 인간과 환경을 넓고 깊게 관찰하고 있다. 그는 데이비드 카펜터 같은 독성학자를 인터뷰하여 허드슨 강 한가운데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 공장에서 폴리염화비페닐(PCB)을 강에 배출하여 먹이사슬을 통해 강과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오염시켰으며, 자연산 연어보다 양식 연어가 체내에 PCB가 더 높게 농축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어 양식은 0.5킬로그램의 어육을 얻기 위해 1.5킬로그램의 생선을 사료로 먹여야 하므로 공장식 축산업과 마찬가지로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 이 책에 소개된 유전자를 조작한 아쿠아어드밴티지 연어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 인간의 식용으로 허용하기 직전에 미국 의회에서 일시적으로 보류된 상황이다. (미국 하원은 2011년 6월 15일 유전자 조작 연어에 대한 미국 식약청의 식용 승인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아쿠아바운티가 유전자를 조작한 연어는 대서양연어(Atlantic salmon)에 왕연어(chinook salmon)의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연어의 먼 친척인 대구류(ocean pout)의 유전적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 자연산 연어는 일반적인 추운 날씨에는 성장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데, 유전자 조작 연어의 유전적 스위치는 1년 내내 작용하여 성장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에 따라 연어의 성장 속도가 2배로 빨라져서 3년이 되어야 성장하는 연어들이 16~18개월 만에 판매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성장하여 이윤을 높여주게 된다.

그린버그가 유전자 조작 연어의 본질을 좀 더 파고들어 극단적인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되어 생명을 포기하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기업 세계화의 맨얼굴을 낱낱이 보여주지 못한 부분은 약간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업 권력과 생명의 상품화로 인해서 세계 생물량의 25퍼센트가 이미 상업화되었다. 기업 권력은 극단적인 유전자 조작 기술(특히 나노 수준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여 현재까지 시장 경제 바깥에 남아있던 세계 생물량의 4분의 3을 포획하여 상업화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토양 침식·과학기술·기업 집중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인 ETC 그룹(농민의 권리라는 개념을 만들어 소개한 '국제농촌진흥재단(RAFI)이 2001년 단체 이름을 'ETC 그룹'으로 변경했다)은 지난 2008년 11월 "누가 자연을 지배하는가? 기업 권력과 생명 상품화의 마지막 전선"이라는 제목의 코뮈니케를 발표했다. (☞바로 보기)

이 코뮈니케에서는 기업 집중을 통해 어떻게 식량, 농장, 건강, 천연자원이 상업화되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업들의 상품화 전략에 의해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고,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고, 농민들이 농토로부터 추방당할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고 있다.

자연산 물고기 위한 4가지 실천 원칙, 양식 물고기 5가지 성질

그린버그는 과학기술과 경영 기법으로 해양 생물을 정복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을 비판하며 물고기를 식품에서 존중받아야 할 생명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연산 물고기를 위해 사회적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실천해야 할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어업이 상당히 감소해야 한다.
2. 바다 생태계의 상당 부분을 어업 금지 구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3. 관리할 수 없는 종은 전 세계에서 보호해야 한다.
4. 먹이사슬의 근본을 지켜야 한다.

또한 그는 앞으로 우리가 양식해야 할 물고기는 다음 4가지 성질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1. 효율적이어야 한다.
2. 자연계를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3. 숫자를 제한해야 한다.
4. 적응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자연 상수'나 '따먹 문수', 그리고 '삽질 MB' 같은 정치인들도 자연산 물고기와 미역을 따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엉뚱한 곳에 삽질하는 것을 멈춘다면 풍자나 패러디의 대상이 아니라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레알 여신' 수준의 '안구정화'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포 피시를 얼마나 잡아들이고 있나

<포 피시>에서 다루는 네 가지 물고기의 2009년 국내 생산량은 33만2025톤에 이른다.

연해 어업으로 농어를 1000톤, 대구를 7000톤, 연어를 25톤 포획하였고, 천해에서 농어를 2000톤 양식했으며, 원양 어업으로 참치를 32만2000톤이나 잡아들였다. 원양 어업 총 어획고 49만4000톤 중에서 참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65.2퍼센트나 된다. 게다가 원양 어업으로 잡아들인 참치 중에서 55퍼센트에 해당하는 17만8000톤을 수출했다.

2007년에 우리 국민들은 명태 38만 톤, 오징어 30만 톤, 고등어 15만 톤, 갈치 11만 톤, 조기 8만8000톤을 먹어 치웠으며, 국내 소비량 중 명태 81퍼센트, 고등어 22퍼센트, 갈치 31퍼센트, 조기 42퍼센트를 수입했다.

한편, 한국 시민이 횟집에서 가장 즐겨먹는 광어와 우럭의 양식 생산량은 '포 피시' 중에서 농어, 대구, 연어 3종류의 어획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8배 이상 많은 8만7000톤에 이른다. 양식 넙치의 50퍼센트는 제주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제주도의 양식 넙치 폐사량은 2007년 3869톤(폐사율 15.7퍼센트), 2008년 4519톤(폐사율 15.7퍼센트), 2009년 4427톤(폐사율 14.5퍼센트), 2010년 5599톤(폐사율 20.2퍼센트)이나 되었다. 양식 넙치 5마리 중 1마리가 죽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사료 전문가 앤 마틴에 따르면, 한국의 양식장용 사료 원료로 개와 고양이의 사체가 사용되기도 했다. 2003년 12월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 사태로 대다수 아시아 국가가 미국산 쇠고기가 함유된 원료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서 합법적으로 개와 고양이의 사체로 만든 육골분 사료가 양식장용 사료 원료로 가공되어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한국에 수출되었다.(<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앤 마틴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22쪽)

<포 피시>, 낚시 면허 시험 교재로 채택되길

201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바다에 버린 쓰레기가 무려 462만9000톤이나 된다. 산업 폐수(117만5000톤), 음식물 쓰레기(110만 톤), 가정에서 배출된 하수 찌꺼기(109만3000톤), 가축 분뇨(103만9000톤), 수산물 쓰레기, 준설토 등이 바다에 버려졌다.

그 밖에 나일론 어구 문제도 심각하다. 연간 1억5000만 톤의 나일론 어구를 소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4300만 톤이 유실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지구 생태계 면적의 0.3퍼센트, 우리나라 면적의 2.5퍼센트를 차지하는 갯벌이 급격하게 소실되고 있다. 새만금 간척 사업 등 대규모 간척 사업과 매립 등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갯벌의 약 4분의 1이 사라졌다.

따라서 한국의 물고기와 바다 환경의 현실은 그린버그가 <포 피시>에서 파헤친 것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4대강 사업, 원자력 발전소 건설, 한강 르네상스, 새만금 간척 등 환경을 파괴하는 대규모 토목 사업을 '녹색 성장'이라고 우기고 있지 않은가. 광어나 우럭 양식장에서 기생충 약으로 발암성 독극물인 포르말린을 사용하는 것이 합법적인 이런 나라에서 환경이나 생태는 씨알도 먹히기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이 책을 서점의 환경 매대가 아닌 취미·교양 매대에 두는 것이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국내의 낚시 인구는 600만~800만 명으로 추산되며, 낚시점이 약 5만 개, 낚시 방송은 2개 채널이나 있다. <포 피시>가 낚시인의 필독서가 되거나, 앞으로 국내에서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낚시 면허 시험의 교재로 채택된다면 우리의 물고기와 바다 환경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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