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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싫다 울던 아이 먼저 보낸 부모 마음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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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싫다 울던 아이 먼저 보낸 부모 마음을 아는가"

"최근 5년 환경성 질환 피해자 2526명"…정부는 '나 몰라라'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싫다고 인형을 붙잡고 울던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 어땠겠나. 아이가 세상을 떠나고 몇 년 후에 우리 아이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가에서 유독물질을 관리하지 못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다 유야무야돼서 분명히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온다." (3살 딸 아이 잃은 아버지 백승목 씨)

"시멘트 공장이 생긴 1960년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동네에 와서 '시멘트 공장은 식량만큼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피해자들이 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이번 대선 때도 어르신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당선돼야 석면 문제가 해결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뽑으셨다. 노인분들 마음을 달래주는 정도의 대책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박광호, '전국 시멘트 공장 건강 피해 대책위원회' 위원장)


▲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환경 건강피해 대책 제도 마련 촉구' 기자 회견에서 최예용 센터 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회견에서 석면, 시멘트, 가습기 살균제 등으로 인한 환경성 질환 실태를 발표하고 환경 피해 보상법 제정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5일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 환경성 질환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환경성 질환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근 5년 동안 환경성 질환 피해자 2526명

이 자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은 최근 5년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환경성 질환 실태를 집계한 결과를 최초로 발표했다.

최근 5년간 환경부의 공식적인 조사 결과 환경성 질환자로 확인된 석면·시멘트 피해자 2125명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401건을 합하면 환경성 질환 피해자는 총 2526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683명, 생존자는 1843명이다.

석면 공장과 광산에서 나오는 석면으로 사망하거나 암 등 질병을 앓게 된 피해자는 총 1071명이다. 이 중 549명은 이미 사망했다. 시멘트 공장이 내뿜은 대기 오염 물질 때문에 발생한 피해자는 총 1054명이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접수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 401건(5월 13일 기준) 중 127건이 사망 사례였다. 274명의 생존자들은 폐 질환 때문에 산소 발생기에 의존한 채 힘겹게 투병하고 있다.

조사만 벌이고 대책은 없다는 정부

이들은 "정부는 환경성 질환 피해에 대해 조사만 하고 대책은 세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환경성 질환 피해자 대부분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채 경제적 어려움으로 2중, 3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석면 피해의 경우, 환경성 석면 피해 구제법에 따라 석면폐증(석면에 의하여 폐가 굳어지는 질병) 피해자에게 생활 요양 수당을 2년간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석면폐증 3급인 김익경(남·82) 씨의 요양 수당도 지난 2월 중단됐다. 그는 충청남도 홍성군의 석면 광산 근처에서 평생 거주하며 약 1년 동안 직접 광산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석면폐증은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지 않고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병"이라며 "매달 24만 원 정도로 적은 돈이지만 죽을 때까지 그 적은 돈이나마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 2년 지나도록 "소관 부처 없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를 섬유화시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소관 부처들은 아직도 부처 간 떠넘기기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 7일에는 환경노동위원회가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의결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책 예산' 50억 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근거 법이 없고 정부 내에 소관 부처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예산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대의 뜻을 밝혔다.

환경부(유독물질 관리), 보건복지부(질병 발생에 대해 역학 조사 시행 후 조치), 산업통상자원부(전 지식경제부,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국가 인증 마크 허가) 등 책임을 져야 할 부처가 3곳이나 되지만 어느 부처 하나 속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난 4월 24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련 부처 장관 중 최초로 피해자를 면담했을 뿐, 환경부와 산자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새누리당과 정부가 당정 협의를 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을 6월에 국회에서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환경부가 나서 "6월 국회에서 처리를 추진하기로 한 바 없다"고 해명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낮은 수준의 피해 보상으로 피해 반복"

이들은 환경성 질환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경 건강 피해 문제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 기관에 의해 확인된 환경 건강 피해는 '선 보상 후 구상' 방침에 의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원인 제공자가 고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면 징벌적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의 환경 피해 보상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를 '징벌'함으로써 사건의 재발을 막고자 미국 등에서 도입된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초고액의 배상액을 치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낮은 수준의 피해 구제가 되풀이되면 피해가 반복된다"며 "산업 재해 보상 수준과 민사 소송 결과에 준하는 환경 피해 보상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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