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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4선' 성동구의 3개월짜리 '파리 목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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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4선' 성동구의 3개월짜리 '파리 목숨'들

도시관리공단, 비정규직 300여 명에게 일시에 계약 만료 통보 논란

서울 성동구청(구청장 고재득·민주 4선) 산하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300여 명이 최근 일시에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아 논란이다.

특히 계약 만료 통보를 받은 이들 가운데는 3개월 단위 '초단기' 근로 계약을 매번 갱신해오던 노동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정부가 상시·지속 업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 계약직)화한다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선 공공 기관은 이에 아랑곳없이 단기 계약직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성동구 도시관리공단 노조 등은 성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이사장 정병호) 비정규직 300여 명을 △전원 재고용할 것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비정규직 비율 68% 넘고 3개월짜리 '파리 목숨'만 138명

▲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의 '3개월' 초단기 근로 계약서. ⓒ민주노총 공공비정규직노조 제공

노조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얻은 '서울시 지방공단 비정규직 현황' 자료를 보면, 올 1월 1일 기준으로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에서 일하는 직원 447명 가운데 무기 계약직을 제외한 비정규직은 307명으로 그 비율이 68퍼센트를 넘는다.

특히 이 가운데에는 3개월 단위로 근로 계약서를 새로 쓰는 노동자가 138명, 6개월 단위가 12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개 시설 관리, 주차 관리, 도서관 운영 등 상시·지속 업무를 맡고 있으며 식비조차 지급되지 않는 최저임금 노동자다. 공단에서 주차 관리 일을 하는 정진희 씨는 "지난해에는 시급 4600원을, 올해는 4900원을 적용받고 있다"며 "지난달 통장에 들어온 실급여는 84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이들 비정규직 300여 명은 6월 말로 근로 계약이 만료된다는 통지를 지난주에 받고 재계약 여부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 씨는 "그렇지 않아도 3개월,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서 항상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한데, 계약이 끝났다는 종이 한 장을 받으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근로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고용 형태는 극단적인 고용 불안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혀 왔다. 회견 참가자들은 "3개월 단위 고용 계약은 어떠한 인생 계획도 세울 수 없게 한다"며 "하물며 새누리당 구청장인 강남과 중구도 비정규직 계약 기간이 1년"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역행"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의 초단기 계약직 사용 관행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공공 부문 비정규직 고용 개선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 부문 상시·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를 2015년까지 정규직(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약한 데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공단은 물론 공단을 지도·감독하는 성동구청 역시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 초단기 근로 계약은 업무 '효율'을 위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공단의 고용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단 운영을 지도·감독하는 구청 관계자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을 알고는 있으나, 3개월 단위 계약을 그간 계속해온 터라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3개월 근로 계약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갑자기 문제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단기 근로 계약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 계약을 유지해온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고용 관행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정상적인 공단 운영을 위해 300명을 한 번에 계약 해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간 만료를 알렸을 뿐, 근무 평가가 낮은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는 재계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단기 계약이 효율적", 구청 "문제 될 줄 몰랐다"

아울러 이번 집단 계약 만료는 공단이 노조와 갈등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근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했고, 노사 단체교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계약 만료 통보를 받고 공단에 따져 물으니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들었다"며 "불필요한 분쟁이 무엇이냐. 내일(5일) 시작하는 단체교섭, 기자 회견, 집회, 이런 일이 구청장이 피하고 싶은 분쟁이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30일 전 계약 만료를 통보하지 않고 계약 해지했던 사람이 노동부에 진정을 넣은 일이 있어, 이번에는 같은 절차상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는 차원으로 한 말이었다"며 "노사 교섭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등은 회견을 마치며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서울시에서 유일한 4선 구청장으로, 행정 서비스 시민 평가 최우수구 선정, 대통령 표창인 다산목민대상 수상, 지식경영인대상 수상 등을 자랑하고 있다"며 "성동구 구민이기도 한 우리 비정규직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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