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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일본인, 가장 많이 앓았던 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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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일본인, 가장 많이 앓았던 병은?

[일제 강점기 의료의 풍경·9] 식민지의 질병

조선 시대 말, 대한제국기 한국인들의 전반적인 건강과 질병 상태를 말해 주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록이나 통계 자료는 (발견된 것이) 없다.

미국인 선교 의사 알렌과 헤론이 작성한 <조선 정부 병원 제1차년도 보고서>(1886년), 일본인 군의관 고이케(小池正直)가 펴낸 <계림의사(鷄林醫事)>(1887년) 그리고 몇몇 신문 기사와 외국인들의 여행기 등을 통해 당시 한국인들의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으며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한편,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질병 통계는 1904년도치부터 찾아볼 수 있다. 통감부(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1907년 12월에 발간한 <제1회 통감부 통계 연보>에는 1904년부터 1906년까지 매년도의 질병별 환자와 사망자 수 등이 수록되어 있다. 상세한 조사 방법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통감부 본청 및 지역 행정 기관인 이사청(理事廳)이 자료를 수집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한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작성한 것이다.

▲ <제1차 통감부 통계 연보>(1907년 12월 발행)의 위생 관련 통계. 1904년, 1905년, 1906년 한국 거주 일본인들의 질병별 환자 수, 사망자 수가 지역별, 월별(月別)로 나와 있다. ⓒ프레시안
이 통계에서는 질병을 전염병(傳染性病), 발육영양병(發育及營養的病), 피부근육병(皮膚及筋病), 골관절병(關節及骨病), 순환기병(血行器病), 신경계병(神經系及五管病), 호흡기병(呼吸器病), 소화기병(消化器病), 비뇨생식기병(泌尿及生殖器病), 외과질환(外襲性及外科的疾患), 중독증(中毒症) 등 11가지 질병군(疾病群)으로 분류하고 분류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병명불상(病名不詳)이라고 했다.

이러한 질병 분류 방식은 이 당시 일본에서는 쓰이지 않고 (반)식민지인 한국과 대만에서만 사용하던 것이었다. (따라서 같은 시기 일본 내의 질병 통계와 비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1899년부터 사용하고 있던 세밀한 질병 분류는 여러 가지로 여건이 열악한 한국과 대만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1883년 하반기부터 11가지 질병군으로 분류하여 위생 통계를 작성했으며, 1899년부터는 폐결핵, 결핵성 뇌막염, 장결핵, 암종(癌腫), 각기, 간장 경화, 신장염 및 브라이트(武雷馬)씨병, 산욕열 등 40여 가지로 세분하여 통계를 작성했다. 이 가운데 전염병에 관해서는 더욱 이르게 1876년부터 콜레라, 적리(이질), 장티푸스, 두창, 디프테리아 등 5종에 대한 환자 및 사망자 통계가 작성되었으며, 1879년 발진티푸스, 1897년에는 성홍열과 페스트가 추가되었다. 요컨대 일본에서는 1900년 이전에 근대적인 질병 통계 및 관리 체계가 확립되었던 것이다.

▲ 이 표에서 보이듯이(1903년판 <일본제국통계적요(日本帝國統計摘要)>) 일본에서는 이미 1899년부터 질병을 급성 기관지염, 만성 기관지염, 폐렴 및 기관지 폐렴, 탈장, 간장 경화, 복막염, 신장염, 산욕열 등 40여 가지로 세분하여 통계를 작성했다. 이 당시 일본과 한국의 보건의료 수준은 비교 자체가 난센스라 할 정도로 차이가 컸다. 김익남이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일본 지케이 의학교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1899년, 근대식 의학 교육을 받은 일본인 의사는 이미 2만 명을 헤아렸다. ⓒ프레시안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환자 수가 해마다 크게 늘어난 것은 재한 일본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또 그들의 병원 이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통계 연보>에 따르면 1906년 말 현재 한국인은 978만1671명, 일본인은 8만1754명이었다. 한국인은 실제로는 이 수치보다 몇 백만 명 많았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질병별로는 소화기병(27~29%)과 호흡기병(20~22%)이 전체 질병의 절반을 차지했고, 신경계병, 비뇨생식기병, 외과질환, 피부근육병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 <제1차 통감부 통계 연보>(1907년). ⓒ프레시안

전염병은 전체 질병의 5~7%로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큰 전염병 유행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소화기병이나 호흡기병으로 (잘못) 분류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아래 표에서 보듯이 같은 기간 대만에서는 전염병이 전체 질병의 18%가량(대만 거주 일본인 및 대만인)으로 집계되었다.

환자 수를 성별로 비교하면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의 70~75%였다. 당시 한국에 거주한 일본인 여성이 남성보다 적었던 것과 여성들의 병원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질병별로는 전염병과 외과질환은 남성에게 많았으며 신경계병, 호흡기병, 소화기병, 비뇨생식기병은 절대 수는 남성이 많았지만 상대적으로는 여성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 <제1차 (한국)통감부 통계 연보>(1907년) 및 <대만총독부 제10 통계서>(1906년). ⓒ프레시안

바로 위 표에서 한국 거주 일본인과 대만 거주 일본인, 그리고 대만 거주 일본인과 대만인 사이에 각각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일본인이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 질병 패턴에 차이가 보이는데, 전염병은 대만 거주 일본인에게 월등히 많으며, 반면 소화기병과 호흡기병은 한국 거주 일본인에게 많았다. 한편 대만 거주 일본인은 소화기병과 비뇨생식기병이, 대만인은 피부근육병, 외과질환, (아편)중독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 시기 한국인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가 없어 비교할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그러한 자료들이 많이 있어 비교 분석이 가능하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할 것이다.

▲ <제1차 통감부 통계 연보>(1907년). ⓒ프레시안

▲ <제1차 통감부 통계 연보>(1907년), <대만 총독부 제10 통계서>(1906년).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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