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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성공을 보장하는 사랑의 별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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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 성공을 보장하는 사랑의 별자리는?

[이명현의 '사이홀릭']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별과 별자리에 관한 퀴즈 몇 개.

① 천왕성과 명왕성은 발견될 당시 어떤 별자리를 지나가고 있었는가?
②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 중에서 가장 작은 별자리는?
③ 로마 시대부터 시력 검사에 사용되었던 별은?
④ 더 정밀한 시력 검사에 사용되었던 별은?
⑤ 이집트 시대의 북극성은?
⑥ 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프러포즈할 때 연인에게 알려주는 별자리는?


답이 궁금한 사람은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김영사 펴냄)을 펼쳐보시라. 사실 ⑥번 퀴즈는 질문 자체가 너무 주관적이어서 퀴즈로서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제시하는 답은 돌고래자리다.

▲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태형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몇 년 전에 이름이 제법 알려진 아마추어 천문가를 매달 한 명씩 인터뷰하고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별자리 이야기가 쏟아지기 마련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의외로 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돌고래자리를 가장 좋아하는 별자리로 꼽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서 연인에게 프러포즈할 때 돌고래자리를 알려주고 전설을 이야기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실제로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고 그때 그 장면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주 사적인 일이라 여기서 밝히기는 민망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이태형도 나도 돌고래자리와 얽힌 추억을 마음속 깊이 고이 간직하고 있다.

독수리자리 견우성 근처에 있는 돌고래자리는 4등성 별들로 이루어져 있는 작고 어두운 별자리이다. 마치 작은 돌고래가 은하수로 퐁당 뛰어 들어가려는 깜찍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모양은 귀엽지만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 연인과 함께 한여름 밤 어두운 시골 어느 곳에 같이 드러누워 은하수가 지나가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예쁜 돌고래자리를 같이 찾아보고 별자리 전설을 이야기해준다면, 그리고 사랑의 고백을 한다면, 장담하건대 백발백중이다. 사실 돌고래자리의 전설도 마침 그런 내용이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라. 언젠가 "연애 천문학"이란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 돌고래자리와 얽힌 (내가 아는) 아마추어 천문가 친구들의 개인사를 낱낱이 밝혀볼 작정이다.

이번에는 이 책을 차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지만, 사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한 번에 쭉 읽어 내려가는 책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그때그때 찾아서 참고하고 읽어보는 책이다.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서 살펴보니 2002년 4월 3일에 발행한 1판 76쇄 본이었다. 이 책의 성공으로 아마추어 천문가 이태형은 '천문 우주 문화'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다.

책의 구성은 비교적 단순하다. 각 계절별로 별자리들을 묶어서 큰 단원을 구성하고 각 단원에서는 그 계절에 속한 별자리를 다시 작은 단원으로 구분해서 싣고 있다. 작은 단원은 그 별자리와 이에 속한 별들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그 별자리를 찾는 방법, 별자리를 이루고 있는 별들에 대한 설명, 동서양을 아우르는 별자리 전설, 그리고 그 별자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있다. 천문학 상식 퀴즈와 답을 군데군데 싣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오래 전에 출판된 판본을 보고 있어서인지 낡은 정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퀴즈의 답은 그 사이 변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보현산천문대에 있는 1.8미터(m) 망원경이다. 이 책에서는 여전히 소백산천문대와 연세대학교 일산천문대의 61센티미터(㎝) 망원경을 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자자리유성우는 1998년부터 몇 년 동안 희비가 엇갈리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었다. 이 책에서는 2002년 판본인데도 여전히 옛날이야기만 하고 있다. 간혹 행성을 일본식 표기인 '혹성'으로 쓰고 있기도 하다. 외계인을 '우주인'으로 표기한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혹시 최신판에는 이런 내용들이 바뀌어 있을까 해서 서점에 가보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 책이 절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왕 서점에 간 김에 서점에 있는 다른 별자리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았다. 구성이나 내용이 비슷비슷했고 특징적인 책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을 넘어서는 책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래전에 나온 이 책은 여전히 세련되고 유익했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 현재 시점에서도 유효하고 다시 인쇄되어 나오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이 책의 모태가 된 것은 1985년 3월 25일에 서울대학교 아마추어 천문회에서 엮어서 '청우문화사'라는 인쇄소에서 인쇄한 후 한정판 비매품으로 내놓은 <별따라 꼴따라>라는 책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자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달되었고 정식으로 출판되거나 서점에 나온 적은 없다. 이태형도 이 책자에 글을 쓴 여섯 명의 글쓴이 중 한명이었다.

1989년에 초판이 나온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과 1985년에 엮어냈던 <별따라 꼴따라>를 비교해보면 내용의 구성이 비슷한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별자리 책이라는 것이 원래 새로운 내용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것이니 만큼 책의 구성이 비슷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서점에서 살펴 본 많은 별자리 안내서들이 대동소이한 구성과 내용을 갖고 있는 것도 그 방증일 것이다. 더구나 이태형이 <별따라 꼴따라>의 공동 저자 중 한명이었으니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구성과 내용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때 이 두 책을 둘러싼 가십성 루머가 떠돌았다. 짐작하겠지만, 이태형이 공동 저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별따라 꼴따라>를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으로 바꿔서 자신만의 이름으로 출판했다는 것이 그 내용의 골자였다. 물론 그 행간을 넘나드는 무수한 가십성 루머들이 있기는 하다. 나는 당사자도 아니고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기가 참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갖고 있는 상식으로 이야기해보면 이렇다.

<별따라 꼴따라>가 '별자리 안내서'의 등장에 큰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 전에도 몇몇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단체에서 회보를 통해서 또는 비공식 출판물을 통해서 '별자리 안내서' 역할을 했던 책자들을 만들어낸 적이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업데이트를 계속해 오던 나만의 '별자리 책'을 갖고 있었다.

아마추어 천문가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별자리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시도 끝에 그나마 규격을 갖춘 모양새를 갖추고 나온 것이 <별따라 꼴따라>였다. 이 책자 뒤편에 실린 참고 문헌의 수가 39개인데, 이 책 저 책에서 내용을 뽑고 다듬어서 <별따라 꼴따라>를 엮어냈던 것이다. 지금 보면 내용은 빈약하기 짝이 없지만 '규격'을 갖춘 형태의 '별자리 안내서'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를 길게 쓴 이유는 당시 아마추어 천문가의 분위기나 '별자리 안내서'의 필요성으로 봐서 <별따라 꼴따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와 거의 같은 구성과 내용으로 엮은 책자가 바로 나왔을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자의 의미는 인정하지만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는 말이다. 참고할 수 있는 책도 한정되어 있었고 모두들 공유하고 있었다. 어쩌면 당시 아마추어 천문가들 모두가 이 책자의 간접 저자였는지도 모른다.

분명히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출판 시장에 나온 우리말로 쓴 첫 번째 본격적인 '별자리 안내서'였다. 잠재적 수요가 반응하면서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이태형은 이 책의 서문에서 책이 나오기까지 서울대학교 아마추어 천문회 회원들과 전국 대학생 아마추어 천문회 회원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도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글은 그가 썼지만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일정 부분 '공동 작업'이라는 시대적 소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서문에 <별따라 꼴따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 책자에 같이 글을 썼던 나머지 다섯 명의 이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1985년과 1989년 사이에 이 책을 만드는데 관여한 사람들의 면면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태형은 이 책의 모태가 된 <별따라 꼴따라>에 대한 이야기나 추억, 그리고 옛 동료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서문에 써놓았어야 했다.

분명히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별따라 꼴따라> 같은 '묶음집'이 아니라 '책다운 책'이다. 내용도 많이 풍부해졌고 균형감이 생겼고 구성도 좀 더 다채로워졌다. 간결한 문체도 좋았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이태형의 능력과 혜안에 따른 것이겠지만 그런 그와 그의 책을 있게 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별따라 꼴따라>였다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이러쿵저러쿵 떠도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닐 것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치기어린 추측인 경우가 많다. 두 권의 책을 둘러싼 루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쨌든 이태형이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서문에서 <별따라 꼴따라> 이야기를 누락시킨 것은 잘못이다. 어쩌면 수많은 루머의 빌미를 제공한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태형과 친한 사이다. 그가 이 두 권의 책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서 해명하는 이야기도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늘 그렇지만 사실 관계보다 더 복잡한 인간관계가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누구를 편들거나 해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바라던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럼에도 대중들 앞에 '책'이라는 형태로 내놓은 한사람의 저자의 노력과 가치 또한 존중되어야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별따라 꼴따라>는 의미 있는 책자지만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결코 아니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은 여전히 매력적인 책이다.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가이드북이다. 절판되어 서점에서 만날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책이 그동안의 변화를 수용해서 더욱 풍성한 내용으로 다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 찍어낼 책의 서문에는 꼭 <별따라 꼴따라> 이야기를 이태형의 목소리로 담아내길 바란다. 돌고래자리와 얽힌 추억도 내가 먼저 다른 곳에서 토해내기 전에 돌고래자리 단원에서 직접 밝혀준다면 금상첨화겠다.

퀴즈의 정답은…

① 쌍둥이자리
② 조랑말자리
③ 북두칠성에 속한 별인 미자르와 알코르
④ 염소자리 알게디 별
⑤ 용자리 꼬리 부분에 있는 투반 별
⑥ 돌고래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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