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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상진 vs 최장집, '안철수의 길'은…

"안철수는 전형적 중민"…"중하층 서민들이 고통"

흔히 말하는 '중산층'에 사회변혁적인 의미가 살아있을까? 민주당과 세력화를 도모하는 안철수 의원은 이들을 포괄적으로 대의할 수 있는 정치적 대표체인가? 혹은, 그 방향이 옳은가?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이사장 한상진)이 3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민 이론'은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중산층 가운데 사회개혁적 성향을 지닌 계층(중민)을 사회변혁의 주체로 주목해왔다. 그 결실처럼 보였던 486 정치인들에 대해 그는 "손쉽게 제도정치에 포섭돼 원래의 꿈을 상실한 채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 나의 민주당 비판에 이들이 격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486 정치인의 참담한 신뢰 추락은 중민 이론의 허점을 여지없이 들춰내면서 민주당의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중도개혁 노선이 '중도-진보 양날개론'으로 재정립돼야 하고, 그 요체는 민생정치라고 했다.

한 교수는 안철수 의원에 대해 "성장과정과 주요 활동 및 가치지향에서 전형적인 중민에 속한다"고 했다. 권위주의 습속에 대한 비판, 약자에 대한 배려, 자신이 거둔 성공 과실의 사회 환원 등의 모습을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의 관계에서는 가능성과 위험이 같이 존재한다"며 "제도 정치권에 대한 높은 불만을 제외하면 안철수 지지집단의 가치지향이 문재인 투표자의 그것과 구별되는 지점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명실상부하게 환골탈태하면 상당수가 그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에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었지만 새로운 생명력이 솟아난다는 증거는 아직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중민에 주목하는 한 교수의 시각과 달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중하층 서민들의 현실을 강조했다. 중민 이론이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추상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전체 인구비중에 있어 상대적으로 소수가 된 중하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적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극히 중요한 정치적 사회적 의제가 됐다"며 "시민이라는 말 속에 담겨진 포괄적 인구집단으로서 중산층의 의사와 요구는 과다대표되는 동안 사회적 약자들을 포함하는 소수의 인구집단의 소리는 과소대표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민의 개념으로 말한다면 민중 부분은 중산층으로부터 떨어져나와 고립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된 노동시장구조, 부와 가난의 대물림을 제도화한 교육문제, 사회경제적이자 인간적 위기를 직면한 청년세대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런 현상들이 중산층과 서민 모두에 있어 공통적인 문제가 되었지만 사회경제적 부담이 훨씬 더 많이, 더 강하게 중하층 서민들에게 부과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의 이런 발언은 안철수 의원 측 싱크탱크에 참여한 그가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에 대한 지향을 밝힌 점과 일치한다.

▲ 한상진 교수(좌)와 최장집 교수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표학길 명예교수는 "최 교수의 발언은 안철수 현상을 편향된 진보의 시각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표 교수는 "안철수 지지집단은 진보와 보수적 성향을 모두 공유한다"며 "노동중심적 신당론은 안철수 현상의 핵심적 주체인 '개혁지향적 중도세력'의 결집을 와해시키고 대부분의 중도진보세력을 지지계층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백기철 논설위원은 최장집 교수의 안철수 싱크탱크 합류와 관련해 "최장집의 발언은 안철수 신당에 바라는 최대강령 수준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며 초점은 안철수가 어느정도까지 좌회전할 수 있느냐"라고 했다.

그는 "안철수의 그간 행보가 진보정당보다는 민주당에 더 가깝고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민주당과 더 겹친다는 점에서 그가 본격적인 진보정당 노선을 걸을지는 회의적"이라며 "안철수는 신당이 추구하는 노선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유권자들과 소통하면서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안철수, 누구냐 넌?

이 같은 갑론을박은 안철수 의원과 세력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시민정치가 정당체제의 수준에서는 새누리당-민주당의 불만족스런 양당제로 수렴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대한 불만은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향해 움직이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연소하고 있는 불길"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안철수 세력에 대해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조직이며 중요한 결정과 관련해 안 의원과 각을 세우면서까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런 조직에서는 모든 결정이 안 의원의 판단과 의지에 종속되며 심지어 중요한 결정이 안 의원에 의해 내려지길 기대하게 된다"고 했다.

최종숙 충북대 교수는 안철수 지지그룹 분석을 통해 "안철수 지지집단은 복지확대와 재벌규제의 경우 문재인 지지집단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대북정책이나 물질적 성공의 경우 박근혜 지지집단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통상적인 진보와 보수적 성향을 모두 공유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보수-진보라는 기존의 프레임으로는 포착할 수 없었던 새로운 복합적 유권자층의 등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김남국 고려대 교수는 "다원화되어 가는 사회를 대표하지 못하는 기존의 정치엘리트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안철수가 담고 있다면 안철수의 등장은 환영할 일"이라며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말한 안철수 신당이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격이라는 발언에 공감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시민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 있고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 그들만의 권력집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조직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시민에게 다가가고 포퓰리즘을 갖고 있는 안철수가 조직으로 다가가는 것이 지금의 모범답안"이라며 "다만 포퓰리즘에 조직을 더하는 것은 모든 카리스마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화 되고 조직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백기철 논설위원은 "경제에선 진보, 대북정책은 중도, 개인적 성공에선 보수로 요약되는 복합적 유권자층이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라는 분석은 유의미하다"며 "보수-진보 기존 프레임으로 포착할 수 없는 새로운 유권자층이 안철수 지지자라는 것은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천정배 전 의원은 "10월 재보선에서는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안철수 세력과도 힘겨운 경쟁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대선 패배를 능가하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겐 4개월의 시간이 있을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천 전 의원은 다만 "민주당이 10월 재보선에서 성과를 내고 자기쇄신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다면 민주당은 분명히 부활할 것"이라며 "안철수 현상의 수혜자가 궁극적으로도 안철수 의원일 것인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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