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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TAXI,TAXI'와 김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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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TAXI,TAXI'와 김태동

[김상수 칼럼] 정당성 없는 정치권력과 부패한 자본권력에 맞서는 힘

필자가 쓰고 연출하는 연극 'TAXI,TAXI'(5월 1일까지 대학로 대로변 KFC 지하 '공간아울' 소극장)가 4월,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견자(見者)- 역에 대표적인 진보학자 오세철 교수가 4월 12일부터 출연하고 있고, 우리사회 재벌과 부동산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경제정의의 실현이 경제의 요체임을 주창하는 김태동 교수(성균관대학교 경제학부,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가 지난 15일부터 화요일, 금요일 밤 공연에 '택시승객'으로 TAXI,TAXI 무대에 서고 있다.

오세철, 김태동 교수, 이들 진보지식인의 TAXI,TAXI 특별 출연은 비좁은 연극지식 생태계에서 '사회언어로의 연극 예술'을 확대, 심화시키고자 하는 필자의 의도에 두 분께서 호응해주신 덕분이다. 경제학자이자 실천적 지식인인 김태동 교수는 2주 전 극을 관람한 이후 바로 전격적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김태동 교수가 TAXI,TAXI에 출연하면서 필자와 나눈 대화를 여기에 옮긴다. <필자>


2시간이 넘는 창작연극 TAXI,TAXI

김태동: 대부분 외국 원작을 번역, 번안한 '쉬운 연극'이 판치는 대학로 연극계에서 연극 TAXI,TAXI를 쓰고 연출하는 김 감독은 창작극으로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연극 TAXI,TAXI를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친구들과 북한산을 오르며 '택시! 택시!'를 외쳤습니다. 산에 있던 등산객들이 '아니 저놈 미쳤나? 산에서 무슨 택시야?'하는 표정이었지만, (제가 설명을 드리자) 나중엔 따뜻한 웃음으로 관심을 보여 주시고 관극하러 오시겠다고 약속까지 해주셨습니다.

김상수: 하하. 고맙습니다. 산 정상에서 '택시! 택시!'를 외치시니 등산객들이 어리둥절할 수 밖에요.

▲ 김태동 교수 ⓒ김상수
김태동:
공연시간이 2시간이 넘지요? 팽팽하게 긴장을 하며 봐서 그런지, 1시간 좀 넘은 것 같이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김상수: 요즘 한국 공연계 추세가 공연 시간이 2시간이 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1시간 20분을 넘기면 관객이 지루해하고 불편해 한다고, 2시간 안에 끝낸다는 건 일종의 불문율로 알려져 있더군요. 특히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자기 앞에 주어진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있습니다. 마치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듯이 말이지요.

그러나 이 연극을 보러 오는 젊은이들은 공연 시간 내내 집중해주고 있었습니다. <한겨레> 기사에선 '불편하고 위험한 연극'이란 표현을 했더군요. 아마 우리 현실을 정면에서 그대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만.

김태동: 연극 TAXI,TAXI는 우리 현실을 너무나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불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사실이나 진실 앞에서 때때로 불편해하니까요. 그러나 사실과 진실은 우리들 자신들을 일깨웁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 특히 삼성전자 생산직 노동자의 사망과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은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줍니까? 절대 세습 재벌권력과 세습 언론권력이,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멋대로 좌지우지하는 이 '불편한 세상'을 알려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점점 더 불공정해지는 이 세상을 고발하는 입장에서 TAXI,TAXI 연극은 '불편한 사실'에서 '진실'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으로, 제 눈엔 연극예술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김상수: 오래전부터 한국사회에서 연극은 삶의 주변부의 장식적 예술로만 취급돼 왔습니다. 정당성이 없는 정치권력과 부패한 자본권력에 맞서는 힘으로의 연극예술이란 생소하기도 할 겁니다. 이게 불편하고 또 위험해 보일 수 있겠지요.

김태동: TAXI,TAXI 연극에서 보자면, 주인공 택시운전수 유미란은 딸 미루가 일류 기업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리자 재벌기업의 부당함과 맞서 싸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거대한 벽처럼 다가서는 정부의 무기력함, 언론의 무관심을 날카롭게 꼬집는다는 사실은, 병든 사회를 향해 던지는 질문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삶의 현재 처지를 묻고 있습니다. 장자연 사건만 해도, 故 장자연씨가 한을 품고 이 세상을 하직한 뒤에, 국회에서는 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손자인 이종걸 의원과, 노동자의 벗인 이정희 대표가 불의에 맞서 용감한 의정활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법의 현실을 보십시오. 소위 <장자연 리스트>에 이름이 적혀 있는 자들은 친일파 자손을 포함하여 대부분 무혐의 처분되고, 이정희, 이종걸 의원은 기소되어 계속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니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불공정한 사회입니다.

▲ 연극 TAXI, TAXI ⓒ김상수

이명박 집권 3년은 총체적 재앙?

김상수: 이명박 집권 3년 만에 한국사회는 난파선의 형국입니다. 문화·언론·정치·사회·노동·사법·경제 등 사회 전 영역에서 국가적 혼란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건전한 상식은 파괴되고 사회를 근간에서 받쳐야하는 도덕적 기준도 무너졌습니다. 법치를 말하지만 사법은 그 성립이 불가능하도록 파행적입니다. 사회양극화 때문에 '죽지 못해서 그 냥 산다'는 체념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 원인과 문제들을 살피는 눈으로서 당연히 한국 사회의 기본 시스템에 일대 의구심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은 경제학자로서 이명박 3년의 경과에서 보이는 경제현실을 어떻게 보시고 계십니까?

김태동: 최근 제가 <서울경제TV>와 한 시간 인터뷰 나눈 것이 방영되었습니다. 거기서 이야기한 대로, 김대중 정부는 60점, 노무현 정부는 40점에서 50점인데, 이명박 정부는 0점도 줄 수 없는, 마이너스 정부입니다. 2008년 여름부터 2009년 봄까지 환율이 폭등한 '제2 외환위기'였는데, 지금까지 숨기고 있어요. 따라서 제3의 환란을 막을 대비도 못하고 있죠. 태국도 안 당한 제2환란입니다. 중소기업, 자영업 모두 큰 타격을 입었죠. 부동산 거품 유지를 위한 무리한 재정운영, 부자감세,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은행을 정부에 종속화시킨 금융 쿠데타, 4대강 사업 등 독재형 토목공사, 반값 등록금 공약 파기, 전세난, 물가고 등 90% 이상 나랏님(국민)들에게 너무 힘든 3년이었죠.

다시, '사람중심경제'로

김상수: 이런 현실인데, 한국의 경제현실에서 시스템 또는 구조의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제시스템이 과연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회의하고 있습니다.

김태동: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시스템이 '사람중심'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치원에서 대학교까지는 교육비 절감에 최선을 다 해야 하고, 국가 재정에서 이를 부담해야죠. 그 다음에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하구요. 시장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는 실업자, 무직자, 무주택자들을 위한 복지망도 넓혀야 합니다. 노년층과 건강보험도 확충되어야 하구요. 한마디로 자본주의 국가 중에서 독일과 북구에 가까운 경제시스템이 21세기초 한국에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형 시장만능주의는 2008년 대공황으로 이제 끝났습니다.

김상수: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 수 있을까요?

김태동: 먼저 만연한 부패가 척결되어야 하고, 재벌독재체제가 해체되어야 합니다. 재벌은 깨끗한 전문경영 그룹으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또 깨끗하고 재벌에 예속되지 않은 나랏님(국민)들의 신뢰받는 정부가 누진세로 세수를 늘려, 튼튼한 경제, 따뜻한 경제를 이끌어야 합니다.

정치권력을 통한 금융권력의 추구

김상수: '신자유주의'라는 표현은 오도된 언어표현이라고 생각되어 저는 피하고 싶은 표현입니다. 차라리 '신자본주의 시스템'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요? 잘못된 정책들로 인한 실물경제와의 괴리, 공공연한 혼란을 초래하는 경제정책들, 그리고 경제학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반시대의 요구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우리사회 경제현실에서 시급하게 개선이 요청되는 사항들은 어떤 것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태동: 첫째는 더 이상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겪지 않는 튼튼한 경제가 필요하지요. 그러자면 자본통제를 강화해서 선진국 투기자본이 한국을 놀이터로 삼지 않게 해야 합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 '먹튀'하려 하는데, 대주주 자격이 없음을 결정해야 하구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독립시켜야 차후 또 다른 외환위기, 금융위기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MB가 만든 '금융위원회'는 선천성 불구조직이기 때문에 없애야 합니다.

둘째는 인체도 피가 모세혈관까지 골고루 흘러야 건강하듯이, 나라경제도 중소기업, 자영업에까지 돈이 골고루 흘러 들어가야 일자리도 늘고 정부의 복지부담도 커지지 않습니다. 손발이 따뜻한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금산일체의 재벌체제를 해체시켜야

김상수: 정치권력과 금융권력의 결탁이랄까요? 또는 정치권력을 통한 금융권력의 추구? 이명박 집단이 정권 초기부터 추구한 것이 이게 아닌가요? 그러나 알게 모르게 일정 저항에 부딪치면서 이들의 몽상은 실패에 그칠 것 같습니다만 아직도 이런 미몽을 꿈꾸고 획책하는 무리는 여전히 있습니다. 금산분리완화 등, 재벌의 금융지배는 너무나 심각합니다.

김태동: 최근에도 저축은행의 부실자산을 시중은행에 떠넘기려는 금융위원회의 관치금융 압력이 있습니다. 1997년 제1환란을 극복하면서, 나랏님들의 동의를 구해 공적자금으로 부실금융을 해결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경제 위기를 초래한 정부 책임을 은폐하기 위해 민간은행을 지금 쥐어짜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보다도 재벌이 금융업을 많이 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신용카드사, 지방은행 등 시중은행 빼고 다 합니다. 그런데 MB정부가 들어서자, 그 시중은행까지 재벌이 지배할 수 있는 길을 터 줬습니다. 금산분리 완화가 아니라, 금산일체가 되게 한 것이죠. 시중은행이 부실화되면, 분명 하나둘 재벌은행으로 둔갑하게 될 것입니다. 시민들이 힘을 합쳐서 막아야죠.

김상수: 힘을 합쳐 막기 위해서는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요.

부패세력의 정권이란

김태동: 정체를 똑똑히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정권은 부패세력입니다. 부패세력이 정권을 잡아서 토건사업을 많이 하고, 부패자금이 건설업체에서 정치권과 언론으로 흘러갑니다. 문화는 이들 부패세력을 지원하는 '기쁨조'로 전락했구요. 건설업체가 도산하면, 금융권이 흔들리고, 재벌이 금융업 영역을 더 넓히게 됩니다. 이런 악순환을 막아야 합니다.

시민의 역량이 곧 민주주의

김상수: 시장만능주의의 광포화는 '착취의 시스템화'이 거의 자동화(自動化)하는 경향까지 내다르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시민의 역량은 어떻게 무장되어야 할까요?

김태동: 시민운동은 쉽지 않습니다. MB정부는 당연히 그들의 목적에 반하는 시민단체의 지원금마저 끊었습니다. 시민생활의 어려움을 아는 정당을 지원할 수밖에 없겠죠. 민주정부 10년, 그동안에 필요한 시스템 개혁을 일부는 했어요.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벌의 상호지금보증 철폐 정도? 그런데 MB정권에서 종부세는 무력화되었고, 투기꾼 위한 개악조치만 늘었죠. 나랏님(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니까,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정보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덜 나쁜 심부름꾼들을 가려내서 뽑아야 하겠죠. 튀니지 사람들도 하는데 우리가 못하겠습니까? 주인들이 낙관적으로 적극적으로 주인 노릇해야 사기꾼들이 힘을 못 쓰게 돼죠.

뉴타운 아닌, "망타운 갑시다!"

김상수: '뉴타운이 아니라, "망타운 갑시다!"라는 대사를 하시면서 택시에 올라타는 연기로 연극 TAXI,TAXI에 출연하고 계십니다. 직접 무대에 서시니 어떤 감회가 드시는지요? 또 우리 문화현실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프레시안
김태동:
연극무대에는 처음입니다. 별로 길지 않은 대사인데, 기억해서 말하기가 아주 어렵더군요. 전문연기자들을 보니까 머리가 굉장히 좋으신 분들인 것 같아요.(웃음) 우리 문화현실이라? 경제는 문화와 같이 발전합니다. '인생' 또는 '생활'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죠. 뉴타운 사업으로 80~90%의 원래 주민이 보금자리를 떠나야 하듯이, 시장 만능주의하에 나랏님을 위한 문화도 피폐해져 있습니다. 대신 기득권층을 위한 밤 문화(장자연 사건), 기득권층이 소외계층의 의식을 마비시키는 3S문화(스포츠, 저질 영화연극, 저질 성문화)가 판을 치는 거죠. 저는 연극 TAXI,TAXI가 나랏님들을 위한 '시민연극'이라고 판단됩니다. 이제 공연이 몇 번 안 남았는데, 많은 시민들이 오셔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상수: 바쁘신데, 출연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 작가 김상수 홈페이지 바로 가기 : www.kimsangs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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