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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초보를 좋아해?!"

[예병일의 '스포츠 뒤집어보기'] 삼성과 초보 감독

봄이 되니 야구와 축구 시즌이 시작되면서 농구와 배구 시즌이 끝났습니다. 1차 리그에서 꼴찌로 떨어지기도 했던 삼성화재 블루팡스 배구팀은 가빈 슈미트의 맹활약 속에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정규 리그 6위를 기록한 삼성 썬더스 농구팀은 3위를 기록한 KCC 이지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를 기록함으로써 시즌을 마감하였습니다.

2000~2001 시즌에 삼성 농구팀의 코치로 부임해 2004~2005 시즌부터 감독을 맡은 안준호는 7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것은 물론 우승 1회, 준우승 2회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2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하고 나서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중앙대학교 김상준이 신임 감독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배구의 신치용, 축구의 윤성효, 야구의 류중일과 더불어 농구의 김상준까지 삼성의 프로 스포츠 팀 감독 모두가 초보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투자를 잘 한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이 검증된 비싼 감독 대신 초보 감독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특이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팀 구별을 위해 도시 이름 대신 회사와 별명으로 표기하는 것에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삼성화재 배구팀의 유일한 감독 신치용

▲ 삼성화재 블루팡스 신치용 감독. ⓒ뉴시스
1995년 삼성화재 배구팀이 창단되어 그 해 말에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를 스카우트할 당시는 우리나라에서 프로 배구가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대학과 실업팀이 모두 출전하여 겨울철 내내 장기 레이스를 벌이는 슈퍼리그가 가장 큰 대회였는데, 창단 1년 만에 슈퍼리그에 첫 출전한 삼성화재 배구팀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대한배구협회의 배려로 팀 창단과 함께 두 대학팀의 졸업 선수를 모두 스카우트할 기회를 가진 삼성 배구팀은 국가 대표 김세진이 포함된 한양대학교와 역시 국가 대표 김상우가 포함된 성균관대학교 출신 선수들을 스카우트하면서 최상의 전력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실업팀들이 만만하게 볼 수 없을 정도의 전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현대로 이미 스카우트된 성균관대의 신진식이 계약금을 반환하고 삼성을 선택함으로써 2년간 대학 배구계가 배출한 불세출의 스타 3명이 모두 삼성으로 가게 되었고, 여세를 몰아 삼성은 첫 출전한 슈퍼리그(겨울철에 벌어지는 가장 큰 배구 대회)에서 우승이라는 기적을 달성했습니다.

"기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이 세 명이 함께 뛰었음을 감안한다 해도 삼성이 우승하리라고 예상한 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창단 첫해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신치용은 그 후로 지금까지 1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삼성의 초대 감독이자 유일한 감독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세 선수들과 함께 10년 이상을 보냈고, 이제는 새로운 선수들로 다시 한 번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삼성의 창단 감독을 맡기 전에 신치용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양인택이 이끄는 한국전력 배구팀의 코치로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 답입니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팀의 김호철 과는 동갑으로 같은 세터 출신입니다.

그러나 김호철이 세계적인 세터로 명성을 날리며 대표팀 부동의 주전 세터이자 이탈리아 리그 진출이라는 경력을 쌓아갈 동안 신치용은 선수로서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하고 일찍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만년 하위권에 머무른 한국전력의 코치로 10여 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와 30대 후반의 나이에 약 4년간 대표팀 코치를 역임하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상태였으므로, 1995년에 창단된 삼성 배구팀의 첫 감독을 맡은 것이 아주 파격적인 선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치용을 선택한 구단 관계자들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후에 삼성 배구팀이 이룬 성과를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신치용의 삼성화재 블루팡스 프로 배구팀은 올해까지 4년 연속 프로 배구 V리그에서 우승했습니다. 신치용은 15년간의 감독 생활동안 어느 누구도 이룰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승은 물론이고, 수시로 국가 대표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한국최고의 감독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타 감독의 뒤를 이은 윤성효 블루윙즈 감독

▲ 삼성 블루윙즈 윤성효 감독. ⓒ프레시안
축구와는 담을 쌓고 있던 삼성에서 1995년에 축구팀을 창단하면서 초대 감독으로 선임한 감독은 김호였습니다. 우수한 선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프로 리그 참가 첫 해에 종합 준우승이라는 믿지 못할 성적을 거두는 등 김호는 2003년 시즌까지 여덟 시즌 간 삼성 블루윙즈를 지휘하면서 K리그 2회 우승을 포함하여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뒤를 이은 2대 감독 차범근도 2004년과 2008년 K리그 우승을 비롯하여 정규 리그가 아닌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시즌에 들어와서 여러 가지 이유로 팀의 성적이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 결국 자진 사퇴를 하고 말았습니다.

두 명의 스타 감독의 뒤를 이어 하마평에 오른 감독 후보자는 많았지만 구단에서 선택한 3대 감독은 약간은 의외라 할 수 있는 숭실대학교 감독 윤성효였습니다. 국가 대표로 선발된 경력이 극히 짧아서 골수 축구팬들조차 "국가 대표 윤성효"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졸업 후 아마추어 팀으로 프로 리그에 참여하던 한일은행에 입단하여 서서히 실력을 보여주던 윤성효는 아마추어 팀을 배제한 본격적인 프로 리그가 시작되면서 포항제철 돌핀스, 대우 로얄즈를 거쳐 서른이 지난 나이에 새로 창단된 삼성 블루윙즈에 입단하여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냈습니다.

2000년에 선수 생활을 마치기까지 프로 축구 최고령 출전 기록을 남긴 윤성효는 은퇴 후 삼성 블루윙즈 코치를 지내는 동안 한일은행 시절 감독으로 모셨던 김호와 함께 2000년 슈퍼컵 우승을 비롯하여 8차례의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숭실대학교 축구 감독으로 부임하여 변수가 많은 대학 축구계에서는 보기 힘든, 5년 연속 전국 대회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나서 2010년 시즌 중간에 3대 삼성 블루윙즈 감독으로 취임했습니다.

금년도 K리그에서 10경기를 마친 지금 4위에 머물고 있지만 작년에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어수선한 팀을 이끌고 2010년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비록 프로 축구팀에서 초보 감독이기는 하지만 프로 축구팀의 코치와 대학 축구팀의 감독 시절에 보여 준 그의 능력은 초보라는 인상 대신 준비된 감독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예정에 없이(?) 감독 자리에 오른 류중일 라이온즈 감독

프로 야구 30번째 시즌을 이틀 앞둔 2010년 12월 30일, 삼성 감독 선동렬의 사임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데 감독이 사임했다는 소식에 야구팬들은 귀를 쫑긋했습니다. 그리고 6일이 지난 후 작전코치 류중일이 새로 삼성 감독으로 취임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6일간의 기간 동안 삼성 라이온즈의 새 감독이 누구냐에 대한 보도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선동렬이 갑자기 물러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기자들도 새 감독을 예상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13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가 류중일이었습니다. 수석코치 장태수보다 6살 연하일 뿐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교 선배인 코치 김성래, 김용국보다도 연하여서 의외의 인선이라는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했습니다.

1981년에 경북고등학교가 전국체전을 포함하여 4관왕을 달성할 당시 2학년으로 주전 유격수를 맡아 고교 야구 최고의 유격수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듬해에는 고교 선발팀 4번 타자로 일본 원정을 떠나 일본 선발팀에 승리를 거두었고, 대학 시절 4년간 줄곧 국가 대표를 역임하는 등 기복 없이 최고의 선수로 활약한 이가 바로 류중일이었습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서는 은퇴할 때까지 줄곧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후에는 감독으로 선임되기까지 7년간 주루코치, 3년간 수비코치를 지냈으니 삼성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재박, 이종범, 박진만과 함께 한국 프로 야구가 낳은 대표적인 유격수임에는 틀림없지만 감독은 물론 수석코치 경력도 없는 류중일이기에 "삼성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를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이야기나 "삼성에서 왕년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감독으로 모셔오기 위해 임시로 젊은 류중일을 감독으로 임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왜 구단에서 갑자기 감독을 바꾸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감독으로서의 성과 여부에 따라 앞서 나온 이야기들의 진위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NBA와 KBL에서의 징크스를 깨야 할 김상준 감독

7년간 꾸준한 성적을 올렸지만 플레이오프에서의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준호에 이어 삼성 썬더스의 지휘권을 잡은 이는 중앙대학교 감독 김상준입니다.

1970년대까지 대학 농구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등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980년대에 정봉섭이 이끄는 중앙대에는 한기범이라는 역대 최고의 키를 자랑하는 센터가 입학했지만, 대학 정상에 서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고교 랭킹 1위이던 김유택이 입학하자 중앙대가 대학 최강이 되었고, 1년 후 허재가 입학하자 중앙대는 대학 농구에서 아무도 당할 수 없는 최강팀이 되었습니다. 프로 농구가 탄생 전이던 당시에 이 중앙대를 당할 팀은 현대와 삼성 정도밖에 없었고, 그나마 누가 이길지 모르는 박빙의 승부를 벌여야 했습니다.

이후 졸업생들이 기아자동차로 진출했지만 강동희, 조동기, 김승기, 김영만, 양경민 등 계속해서 훌륭한 선수를 배출하였습니다. 중앙대는 연세대, 고려대와 더불어 대학 최강이자 실업팀을 위협할 만한 팀으로 소위 농구대잔치 세대에게는 항상 화제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상준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을 정도로 김상준의 현역 시절은 그다지 내세울 게 없었습니다. 훗날 프로 농구 나래 블루버드에 입단했다가 현대 걸리버스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김상준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에 중앙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입니다.

중앙대 감독 부임 이후 2년간 52연승을 기록하며 9개 대회 연속 우승을 해 그 해 11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약 2년간 참가했던 9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며, 총 52연승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 2010년에는 25전 전승을 기록하며 대학농구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중앙대 감독 재임 기간 중 126전 117승 9패라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한 후 이번에 삼성 썬더스의 감독으로 임명된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프로 농구 NBA가 아주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대학 농구 64강전도 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대학 농구 64강전이 벌어지는 시기에는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 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보니 훌륭한 성적을 올리는 감독들이 매스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곤 합니다. 가끔씩은 이들 중에 프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있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징크스가 있으며, 그것은 KBL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금까지 대학 감독을 거쳐 프로 농구 감독을 맡은 이는 최희암, 진효준, 김태환, 강을준, 이충희, 김남기 등 6명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우승을 이룬 감독은 아무도 없으며, 1996년에 김상준이 중앙대를 맡기 전에 중앙대 감독을 지낸 김태환이 LG 세이커스를 맡고 있던 2000-2001 시즌에 챔프전까지 진출한 것이 최고의 성적입니다. 그 외의 감독들은 프로 농구팀을 맡은 것이 결과적으로 명성을 약화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활약이 미미했습니다.

대학 감독 시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대한 업적을 쌓은 김상준이 한국과 미국 프로 농구에서의 징크스를 깨고 프로 농구 지도자로서 어떤 지도력을 보여줄 것인지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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