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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행복해진 사람들 vs 불행해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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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로 행복해진 사람들 vs 불행해진 사람들

[공작의 꼬리 경쟁·9] 1997년 외환 위기

1997년 외환 위기를 통한 경쟁 논리의 현실화

1997년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변혁이 발생한 해이다. 그 전까지는 한국에 존재한 경쟁 논리 또는 시장 논리는 이 역사적 사건에 비하면 점진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시장 논리는 주로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학자들에 의하여 도입되었으며, 그들은 실제로 한국의 경제 개발을 주도하였고, 한국 경제가 나아갈 미래 방향을 설정하였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사회의 전반의 변화를 야기했으며, 그에 따른 가치 체계 역시 적응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한국의 전통적 가치들은 개인주의와 실용주의로 대체되어 간다. 주목할 것은 다른 서구의 여러 나라는 몇 백 년에 걸쳐 진행된 변화가 한국에서는 단 한두 세대 동안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초고속 경제 성장과 함께 초고속 사회 변화가 일어났으며 전통적 가치 체계의 혼란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불행히도 한국은 또 다른 충격적인 경제 대변혁을 맞게 된다.

통한의 IMF 구제 금융

1997년 타이의 외환 위기는 동남아 여러 국가에 퍼졌으며, 그해 말,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에서 외국의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되고, 이에 따라 환율이 폭등하고, 정부의 환율 방어는 실패하고 결국 한국은 외환 지급을 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몰린다. 국가 차원에서 외국의 돈을 갚지 못하는 파산의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IMF는 구제 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한국 경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1997 겨울, 한국 정부는 IMF의 요구를 수용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한다. 주요 요구 사항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반영하는 정부 역할의 축소와 규제 완화, 민영화, 자본의 자유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이후 한국은 IMF 규제에서 벗어나기까지 3년 동안 그 요구 사항들을 충실하게 이행한다. 이로써 한국의 경제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큰 변화를 겪게 되며, 그 변화는 한국인의 삶의 모든 방면에 알게 모르게 깊숙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시기 IMF의 요구에 의한 혹독한 긴축 경제 정책으로 한국은 연간 이자율이 30%가 넘는 수준으로 치솟고 1998년 초에는 매달 3000개의 기업이 도산하고 하루 실업자가 1만 명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IMF의 또 다른 요구로 노동 시장 유연화 정책이 도입되어 정리 해고와 파견 근무제가 도입된다.

그 결과로 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는 근로자들의 몫을 줄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중산층의 급격한 감소로 연결된다. 반면 금융 자산을 가진 고소득층의 수익 증가와 함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한 국가의 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말해주는 지니계수의 악화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사회가 갖는 가치의 변화는 사회의 실질적 변화에 영향을 주고, 그 사회의 변화는 다시 가치의 변화를 초래하는 상호 작용을 한다. 이러한 상호 작용 과정의 주체가 되는 사회 구성원들은 그 적응을 위해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그렇기에 변화는 점진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1997년 발생한 경제적 대변화는 전혀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IMF에 의한 신자유주의의 도입과 그에 따른 한국 경제의 변혁을 스티글리츠는 충격 요법(Shock Therapy)이라고 불렀다.

충격 요법이란 심리 치료에서 쓰이는 말로 심한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는 치료 방법의 하나다. 한국 경제의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신자유주의 도입이라는 충격 요법을 썼다는 말이다. 마치 한국 경제가 병을 앓고 있는 것과 같으니 그 병의 치료를 위해서 신자유주의라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러면 과연 한국은 그 당시 경제의 질환을 앓는 상황에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과연 외환 위기가 한국 경제의 질환에 의한 것일까? 스티글리츠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외환 위기 전까지 한국의 경제는 건실하였으며, 외환 위기의 발생은 한국의 실물 경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 위기는 한국의 자본 시장 개방에 기인한다. 외환 위기 발생 전에 한국은 외국 자본의 압력에 의해서 자본 시장을 개방하게 되었다. 그래서 외국 자본의 투자를 허락하였으며 외국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 시장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의 유출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결국 이러한 위험에 대한 대책이나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외환 위기가 발생하였으며, 정부는 그에 대한 어떠한 해결책도 내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였다.

신자유주의의 압력에 의하여 자본 시장을 아무런 규제 없이 개방하고, 그로 인하여 외환 위기를 맞게 되고, 그에 대한 처방으로 IMF로부터 또 다시 신자유주의라는 충격 요법의 강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스티글리츠는 그 충격 요법은 한국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외환 위기에 의하여 발생한 경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거대한 경제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인들은 이 위기에 대해서 어떠한 준비도 없었으며, 자신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변화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제3자로 방관하는 수밖에 없었다.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거대한 변혁 앞에 각자는 그것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몸소 경험한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들인 각 개인은 시장 논리와 경쟁 논리의 내면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새로운 가치의 도입과 그에 따른 현존하는 가치의 포기를 단번에 해야 되는 상황에서 많은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현실이 신자유주의에 의하여 변화했으며, 한국인들은 신자유주의의 강화로 그 변화에 적응한다. 급격히 그리고 강압적으로 수용된 신자유주의로 인하여 전환된 현실 경제는 더 높은 강도의 경쟁을 요구하는 체제이다. 그래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경쟁적이 되어야 하며, 경쟁은 필요한 것일 뿐만이 아니라 장려되어야 할 것이 된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 아래 경쟁 강화 이론은 대중의 삶에 그 뿌리를 견고히 내리게 된다. 경쟁의 내면화에서 이야기했듯이 현실의 경쟁 위주의 경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각 개인은 자신을 더 경쟁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 논리를 수용하고 내면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경쟁 논리 내면화는 사회 전체의 경쟁 논리 강화로 연결된다.

▲ 1997년 12월 3일 임창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과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서울 세종로 청사에서 긴급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한 최종 협상 결과를 발표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극단적 차등화는 자살률을 높인다

경쟁은 차등화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고, 또 차등화의 확대는 경쟁의 강화로 나타난다. 학교 교육에서 등수 없이, 또는 대학의 서열화 없이 입시 경쟁을 생각하기 힘들다. 그리고 임금의 차등화 없이 취업 경쟁 역시 생각할 수 없다. 운동에서는 금·은·동메달의 차등화에 따른 메달 경쟁, 일인당 국민소득의 비교에 따른 국가 간의 경쟁, 자동차나 집의 크기에 따른 부의 서열 경쟁 등 모두 차등화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등화의 강화로 인하여 대학의 서열이 확대되고, 임금의 차이가 확대되고, 부의 불균형이 확대 될수록 그 경쟁의 강도 역시 커지게 된다.

경제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며,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서 소득의 차등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공헌도에 따라 보수에 차등을 둠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그럼으로써 생산성이 좋아져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차등화를 하자는 주장 자체는 무조건 반대하기 힘든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능력이 있고 일을 더해도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일을 열심히 하려는 동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임금의 평등화는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와 모두 못살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의 문제점은 차등화와 평등화의 두 극단의 선택만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한 극단을 보고, 그에 대한 모순을 통하여 또 다른 극단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왜곡이다. 왜냐하면 사회는 양 극단의 어느 한 상태로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의 모든 분배가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능력이 있건 없건, 100% 균일하게 분배되는 그런 사회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그 반대로 모든 것을 무시한 극단적 차등화 상태 역시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소득의 분배가 정부의 관여에 의한 재분배가 전혀 없는 시장에 100% 의존하는 국가 역시 우리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0% 균등하게 분배되는 존재하지 않는 극단의 경우와 비교해서 차등화의 우월성을 강조하며, 그래야 경제 성장이 된다는 논리는 이미 차등화가 강도 높게 실현된 사회에는 적용할 수 없는 논리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IMF의 간섭 이후에 차등화가 급격히 강화되었고, 그에 따른 사회 문제가 심각해졌다.

자살률은 치솟았으며, 좋은 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교육의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미 성적 비관을 이유로 자살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학교를 졸업한 뒤의 취업 경쟁도 이에 못지않다.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직장에서는 영속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언젠가는 그만두어야 할 직장일 뿐이다.

오래 직장을 다니려면 정말 열심히 일을 해야 할뿐더러 역할에 맞는 자기 개발도 부지런히 해야 한다. 더군다나 직장을 다니는 중에도 실업에 대비하여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여러 능력도 키워야 한다. 결국은 경쟁에 이기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그 경쟁은 절대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이라 해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의 문제도 크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의 문제는 더욱 크다. 우선은 좋은 학교를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좋은 직장을 잡기가 힘들다. 그리고 평생 임시직이나 계약직과 같은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그나마 실업에 대한 그리고 노후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미비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회의 밑바닥으로 전락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

안정된 직업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주택이나 의료 혜택 등 기본적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기 힘들다. 그리고 조기 은퇴를 한 많은 사람들은 연금과 같은 노후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자영업의 함정에 빠진다. 그렇지만 자영업을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실패를 경험하고 극빈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차등화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장만을 보고 그를 위해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지불하는 고통은 무시한다. 극단의 차등화가 과연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며, 확실한 것은 한국사회가 지불하는 고통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차등화의 강조는 성장을 위한다기보다는 구성원들이 지불하는 고통을 정당화한다. 즉 성장을 앞세운 양극화를 정당화 하는 논리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극단적 평준화의 해악을 논하고, 그를 이용하여 차등화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맞는 질문은 차등화가 필요하다 하지 않다 하는 극단을 달리기보다는 현실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과연 차등화를 높여야 하는가이다. 차등화가 급격히 강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지불하는 고통의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제 차등화보다는 균등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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