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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극복할 당신의 생존 지수는?

[이명현의 '사이홀릭'] 김주환의 <회복탄력성>

우리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찰리 채플린의 말로 기억한다. 자연의 흐름을 크게 보면 조화가 있고 우리의 삶도 이에 묻혀 무덤덤하게 그저 흘러가는 것이니 희극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이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일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속내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의 사연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연들의 배경에는 불확실성이 있고 그 종착역에는 삶의 유한성이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을 돌이켜보면 우리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은 행운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나 병마와 같은 좋지 않은 일들이 예기치 않게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우연의 현실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온갖 사연이 생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죽음과 함께 마무리된다. 그 누구도 죽음을 거역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의 종말은 마음과 몸의 사라짐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비극적인 운명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설정하고 거기서부터 거꾸로 삶을 사는 방식이다. 우선 삶의 유한성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체념하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이 문제에 대한 많은 고뇌의 과정이 필요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죽음이라는 종말은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 바로 이 순간이 될 수도 있고 아주 먼 미래의 어느 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마지막 시점으로 생각하고 살자는 것이 내 주된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현재'가 중요해진다. '현재'는 언제나 놓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삶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우연히 발생한다는 점은 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 같다. 다만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확률을 줄이거나 또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일에 매진해왔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예기치 않게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면 바로 인정해버리고 그 다음 대책을 생각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이런 식으로 키워져 왔으니 내 인생의 실천적 화두는 당연히 '불확실하고 유한한 이 삶을 어떻게 잘 살아나갈 것인가'였다. 최근에 나에게 연이어서 좋지 않은 일들이 터졌다. 물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살아내는' 문제가 더욱 더 절실해졌다. 이 때 만난 책이 <회복탄력성>(김주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이다.

▲ <회복탄력성>(김주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위즈덤하우스
글 앞머리에 써놓았던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을 읽었다. 아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런 관점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다. 내 삶의 스토리텔링을 재구성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삶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또 하나의 '고민'으로 읽었다. 궁극적으로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을 위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스토리텔링 초고로 읽었다.

물론 이것을 완성시켜서 삶의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스토리텔러인 우리들 각자의 몫일 것이다. 김주환이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회복탄력성의 강화'가 불확실하고 유한한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좋은 방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긍정 심리학의 핵심은 심리학이 그동안 병적인 심리 상태를 치유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오랫동안 심리학은 비정상적인 사람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일에 주력해왔다. 셀리그만 교수는 이제 정상적인 사람을 더욱더 고양시키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긍정 심리학을 제안하였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주환이 '행복한 삶의 구축'을 구상하면서 긍정 심리학의 개념들이 갖고 있는 파괴력에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김주환은 그런 긍정 심리학의 핵심 요소 중 하나면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회복탄력성'에 대해서 먼저 소개하고 있다.

'회복탄력성'은 "자신에게 닥치는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힘"이며 "마음의 근육"이고 "다시 튀어 오르거나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는 뜻인데, 심리학에서는 주로 '정신적 저항력'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고 적고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학자들은 회복탄력성을 주로 스트레스나 역경에 대한 정신적인 면역성, 내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역경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능력 등으로 정의한다. 좀 더 포괄적으로 회복탄력성은 대체로 '곤란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고 환경에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면 "회복탄력성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그 환경을 스스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하는 인간의 총체적 능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회복탄력성'은 얼마나 될까? 이 책에 실려 있는 '한국형 회복탄력성 지수' 문항 53개에 직접 답하면서 검사를 수행해 보기로 했다.

먼저 나의 자기 조절 능력 점수는 68점이 나왔다. 한국인의 평균 점수는 63.5점이었다. 김주환은 이 점수가 63점 이하라면 자기 조절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70점 이상이라면 자기 조절 능력에 별 문제가 없다고 적고 있다. 내 경우는 그 사이이니 좀 더 노력하면 적절한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나름대로 자신을 잘 조절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돌발적인 게으름이나 분노가 의지를 앞서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이 점수가 내 상태를 비교적 잘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대인 관계 능력 점수는 67점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점수는 67.8점이었는데, 이번에는 67점 이하라면 대인 관계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74점 이상이면 별 다른 문제가 없다고 한다. 딱 67점에 걸렸으니 나의 대인 관계 능력에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나는 평소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는 만난 기간이나 나이나 성별이나 다른 어떤 조건과도 관계없이 허물없이 잘 지내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반면에 뜻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오랫동안 함께 지냈어도 마음을 쉽게 터놓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양극화된 대인 관계 행태가 이 점수에 반영된 것 같다. 내겐 개선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이고 딜레마이기도 하다.

긍정성 점수는 69점이 나왔다. 평균 점수는 63.4점이었다. 70점 이상이면 긍정성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니 약간의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평소에 늘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좀 낮은 점수가 나온 것은 최근의 연이은 사건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나의 긍정성을 약화시킨 결과일수도 있을 것 같다. 초심을 잃지 않는 노력을 하라는 충고로 이 점수를 받아들였다.

'회복탄력성 지수'는 앞서 말한 자기 조절 능력, 대인 관계 능력, 긍정성의 세 가지 점수를 합한 값으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점수는 195점이었다. 내 경우는 204점이었는데, 200점을 넘으면 일단 안심이라니 한숨은 돌렸다. 하지만 212점 정도는 돼야 상위 20%에 든다고 하고, 220점을 넘어야 대단히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 웬만한 불행한 사건도 그를 흔들어 놓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내 경우는 회복탄력성은 갖췄지만 그 기반이 튼튼하지는 않은 범주에 속하는 것 같다. 결국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것인가?

"성질 급한 독자를 위해서 먼저 결론부터 밝혀두자면, 답은 긍정성의 강화다. 긍정성을 강화하면 자기 조절 능력과 대인 관계 능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긍정성을 습관화하면 누구나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긍정성을 습관화한다는 것은 뇌를 긍정적인 뇌로 바꿔나간다는 뜻이다."

결국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뇌를 재-회로화 시키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건에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뇌의 반응 기제를 바꾸는 일이다. 즉 당신의 뇌를 긍정적인 뇌로 만드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반복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이러한 훈련은 우리 외가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저절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이 바로 긍정성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다."

당연히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 책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김주환의 글을 모아서 인용해 보자.

"행복은 '성공의 결과'라기 보다는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하다기보다는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행복해진다기보다는 행복해져야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당양한 사건들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하느냐는 곧 그 사람이 지닌 신념 체계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신념 체계는 우리가 어떠한 스토리텔링을 하느냐를 결정짓는 기본적인 마음의 습관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그리고 강한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뒤에서 다룰 긍정성을 향상시켜 긍정적인 정보 처리 루트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자신에게 닥친 여러 사건에 대해 자동적으로 긍정적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언급했던 내 삶의 실천적 화두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런 까닭에 <회복탄력성>의 많은 부분은 당연히 어떻게 '긍정성'을 높여서 행복한 삶을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설득과 제안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김주환이 정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복의 시작 포인트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데 있는 것 같다. 여기에 마음의 좋은 습관인 '감사하기와 몸에 좋은 습관인 '운동하기'를 덧붙이면 긍정적인 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행복의 핵심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즐거움과 성취와 보람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이다. 강점을 발휘하는 삶을 통해서 우리는 행복의 기본 수준을 점차 끌어올릴 수 있다."

'나의 강점'을 발견하기 위해서 부록에 실린 '나의 고유한 대표 강점 발견하기' 작업도 수행해봤다. 김주환 자신도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자신의 강점에 대한 설명을 이 책에 서술해 놓고 있다. 우선 48개의 문항에 답하고 점수가 높은 항목 몇 개를 뽑아냈다. 심미안과 창의성 점수가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 진정성, 호기심, 학습 욕구, 판단력, 통찰력, 공정성, 쾌활성 같은 것들이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에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성적 기준에 따라서 나의 '대표 강점' 3~4개를 뽑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심미안, 창의성, 그리고 호기심이 선택되었다.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진정성을 넣고 싶다.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이들 '대표 강점'을 잘 빗어서 또 다른 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시작하는 것일 것이다. <회복탄력성>은 어려울 때 불쑥 따뜻한 손을 내미는 반가운 벗과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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