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회장님의 진심 "재벌의 단가 후려치기, 뭐가 문제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회장님의 진심 "재벌의 단가 후려치기, 뭐가 문제야?"

[공작의 꼬리 경쟁·5] 시장은 절대적으로 효율적인가?

완전 경쟁 1

경제 이론에서 이상적인 상태로서 완전 경쟁 상태를 가정한다. 이 가정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다"라는 이론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론은 현실 경제와는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은 알아야 한다. 그러한 이론과 현실과의 차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맹신적으로 이론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완전한 경쟁이란 어떤 경쟁인가?

레옹 발라(Leon Walras·왈라스)라는 프랑스 경제학자는 1870년경에 출판한 저서에서 모든 시장에서 팔고 사는 행위를 동시에 설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경제학에서 한 시장은 다른 시장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시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흉작으로 쌀의 가격이 올라 쌀 대신 보리를 더 소비하게 되면 보리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그러니 쌀 시장은 보리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쌀의 소비와 공급을 설명하려면 보리 시장을 함께 봐야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쌀과 보리 시장의 변화는 다른 농작물 시장에 영향을 주고, 또 농작물 시장의 변화는 트랙터나 농기구 등의 시장과 같은 제조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여러 시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엮일 것이다.

이렇게 시장들이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만약 어느 한 시장을 다른 시장과 분리해서 고려하면, 다른 시장들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한 영향을 간과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시장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레옹 발라가 시작한 이런 연구를 '일반 균형 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1950년대에 케네스 조지프 애로, 제라르 드브뢰, 라이오넬 맥켄지 등 많은 이론 경제학자들이 연구·발전시키게 된다.

일반 균형 이론은 시장이 완전 경쟁적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하여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자원 배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보는 경제 이론이다. 일반 균형 이론은 이론 경제학의 핵심을 담당했으며 이 이론과 관련 깊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반 균형 이론은 성격상 엄밀한 수학 이론이 적용되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모든 경제 행위를 함께 설명하는 야심찬 이론이다. 경제 행위에 참여하는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의 행위가 시장이라는 기구를 통하여 어떻게 실현되며, 그에 따른 가격 결정과 자원의 분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감탄할 만한 이론이다.

일반 균형 이론은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과 그에 따른 자원 배분을 수학적 엄밀함으로 간결하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론일 뿐더러, 시장 경제의 이해와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는 큰 업적을 이룬 이론이다.

시장은 과연 절대적으로 효율적인가?

일반 균형 이론이 전하는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경제 행위자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데(특히 어느 누구도 사회 전체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한 바도 없는데), 결과적으로 시장을 통하여 전체 사회의 효율적 자원 배분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자주 인용되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기적 행위와 경쟁이 효율을 증진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이용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기심을 자극하고, 경쟁을 강화함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더 큰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성장하면 모두가 더 행복해 질 것이고, 더 만족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느 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금언이라도 모든 상황에 관계없이 적용하면 안 되듯이, 경제 이론 역시 무차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한 경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 이론의 한계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일반 균형 이론 역시 사유화에 기초한 시장을 이해하는 큰 뼈대를 제공하는 이론으로서의 장점은 있지만, 그 이론을 현실 경제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특히 그 이론의 중요한 결과인 "시장이 효율적이다"라는 것과 그래서 "경쟁=효율"이라는 등식과 경쟁을 강화함으로써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현실 경제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이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맹목적인 현실 적용은 남용될 소지가 있으며, 오히려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반 균형 이론의 출발점인 완전 경쟁 가정이 묘사하는 경제가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그 주요 가정들을 살펴보고, 과연 그 경제가 현실 경제와 어느 정도 가깝게 밀접해 있는지 또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도록 하자.

완전경쟁 시장의 몇 가지 가정들

생산자나 소비자는 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일반 균형 이론이 어떤 경제 상황에 적용되는지는 그 가정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가정들이 현실 경제의 상황을 가깝게 묘사하면 할수록, 거기서 나오는 결과들이 역시 현실 경제를 잘 설명할 것이다. 그러면 일반 균형 이론에서 묘사하는 경제는 현실 경제에 잘 들어맞는가, 아니면 현실과 떨어진 실제 경제를 잘 나타내지 못하는 이론에 불과한가? 그리고 그 이론이 현실 경제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이론에 기초한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다" 하는 결과 역시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일반 균형 이론은 완전 경쟁 시장을 가정한다. 그래서 완전 경쟁 이론이라고 한다. 완전 경쟁이란 경쟁자들이 무수히 많아 개개인은 전체에 비해 아무런 힘이 없는 그런 경쟁 상태를 말한다. 개별 생산자나 소비자는 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며,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받아들여 생산이나 소비 활동을 한다. 가격 결정을 하지 못하는 힘없는 경제 주체에 대한 이러한 가정은 과연 현실 경제를 제대로 나타내는 것일까?

현실 경제에서는 대부분 단 하나의 기업이 한 시장을 독점하기도 하며, 또는 몇몇 기업들이 그 시장을 점유하기도 한다. 어느 한 기업이나 소수의 큰 기업들이 전혀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그런 시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주요 산업들인 반도체, 자동차, 금융 등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완전 시장 경제에서 묘사하는 경제와는 달리, 우리가 흔히 보는 독점 또는 과점과 같이 기업들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하여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준다. 생산자뿐만이 아니라 소수의 영향력 있는 소비자(구매자) 역시 가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소수의 지배력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 시장에 완전 경쟁 이론의 결과인 '시장이 효율적이다'라는 결론을 적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은 경제학의 교과서적 사례이다. 이러한 시장에는 완전 경쟁 이론에서 말하는 가격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결론을 이용할 수 없음에도, 맹목적인 시장 가격 기구의 신봉자들이나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어느 대기업에서 하청 기업인 중소기업들의 납품 단가를 조정하는 것과 같이 독점 구매자가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시장주의자들은 하청 기업들의 경쟁에 의하여 형성된 가격은 효율적이며 정당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그 가격이 너무 낮아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생산자로서 도태되고, 더 효율적인 다른 기업이 그 생산을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서 시장이나 대기업이 그들로 하여금 손해를 보면서 생산하여 납품하도록 강요하지 않았으니 정당한 것이고, 시장의 경쟁 논리에 따라 비효율적 기업은 당연히 효율적 기업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재벌이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는 일은 과연 효율적이며 정당한 것인가? 최근 '초과 이익 공유제' 비판에 나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프레시안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태의 위험에서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된다는 논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첫째 독점 구매자와 다수의 공급자로 대표되는 시장 구조에서 나오는 자원 배분은 비효율적이라는 점과, 둘째 그 산업이 창출하는 이윤의 분배에 있어서 독점적 시장이 갖는 문제점이다. 대기업은 독점력을 이용하여 시장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쟁 상태에 있는 중소기업들로부터 가능한 더 많은 몫의 이윤을 차지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는 생산자나 수요자가 그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또는 그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상품의 가격은 수출입 상품을 포함해서 생산자와 소비자에 의해 결정되고 거래된다. 즉 현실 경제는 완전 경쟁에서 묘사하는 그런 경제와는 아주 다른 경제라는 것이다. 독과점 시장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완전 경쟁의 결과를 그대로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완전 경쟁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이론적 결과를 현실 경제에 그대로 적용 하는 것은 중대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완벽한 정보의 소유와 초인적 계산 능력의 소유자

소비자나 생산자로서의 경제 주체인 경제적 인간에 대하여, 완전 경쟁은 이성적이며 의사 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소유하고 처리할 수 있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현재와 미래 소득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소득을 알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노동 시장에서 현재와 미래의 모든 노동 조건을 알아서,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소득을 올릴 것인지 하는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 소득이 있다면, 미래의 모든 투자의 기회를 알고, 그에 따른 투자를 통한 소득의 흐름에 관한 정보 역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에 일은 얼마나 하고,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을 하고, 그래서 소득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이에 맞춰 현재와 미래의 모든 소비를 완벽히 결정한다.

그리고 소비에 있어서 소비자는 모든 상품에 대한 모든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그 차가 어떤 결함이 있는지는 물론 알고 있어야 한다. 구입하는 차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고 구입에 제외된 그러나 비교 대상인 모든 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지 현재의 눈앞에 보이는 상품뿐만이 아닌, 미래에 생산되거나 거래될 모든 상품에 관한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상품의 품질, 가격과 같은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소비를 결정한다.

중요한 점은 현재의 소비는 미래의 소비와 직접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의 소비에 대한 고려 없이는 현재 소비 역시 결정되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모든 시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내일의 쌀 시장에서 쌀의 가격이 오른다면, 오늘 쌀을 더 많이 구입하게 된다. 아니면 미래의 노동 시장에서의 임금에 관한 정보는 그에 따른 미래 소득의 변화로 연결되고, 이는 현재의 소비 시장에서의 소비 지출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모든 상품 시장은 현재와 미래의 시장을 포함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그래서 일반 균형 이론에서는 모든 시장을 동시에 고려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은 이러한 모든 시장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소비자가 소비 결정을 위해 소유한 막대한 정보에 대한 가정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그를 바탕으로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결정을 어떻게 계산해낼 수 있을까? 막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처리 역시 불가능하다. 모든 소비자는 초인적 인간으로 현재와 미래의 모든 시장에 관한 정보, 상품에 대한 정보, 소득에 대한 정보 등에 기초하여, 미래를 포함한 모든 소비 결정에 필요한 계산을 해낼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서는 소비자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생산자 역시 다르지 않다. 이 이론에서의 생산자는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정보의 소유와 초인적 계산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가정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생산자나 소비자가 완벽한 정보를 소유하고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생산, 소비, 저축, 투자 등을 이성적으로 이윤 극대화나 효용 극대화를 달성하는 시장에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주식이나 자산의 버블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1997년 아시아 금융 대란이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도 존재할 수 없다. 신용 불량자가 되거나 개인이 하는 사업에 망하는 경우도 없다.

현실 경제인들은 막대한 정보와 초인적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춘 이성적 인간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현실과 동떨어진 완벽한 인간의 가정으로부터 출발한 일반 균형 이론의 결과를 그대로 현실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러한 가정에 기초하여 얻은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이 효율적이라는 결과 역시 현실 경제를 반영하지 못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