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잠정 중단…"두려움으로 합의했다"

국회 주도 전문가 협의체 구성해 40일간 대안 검토

경상남도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됨에 따라 송전탑 공사가 잠정적으로 중단될 예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29일 오전 제2차 통상·에너지 소위원회를 열고 "국회 산업통자원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전력공사와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간의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중재안에 따라 전문가 협의체가 활동하는 기간 중 한국전력은 공사를 일시 정지한다. 다만 공사 현장 보전 조치(장비의 점검과 반출, 폭우 등의 재해에 대한 예방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으며 대책위원회 및 주민들은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 협의체는 한국전력 추천 3인, 대책위원회 추천 3인,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1인, 여·야 합의 1인)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전문가 협의체에 추천되는 전문가는 중재안이 발효된 날로부터 5일 이내에 결정돼야 하며, 전문가 협의체는 중재안이 발효된 날로부터 40일간 운영된다.

대책위원회는 애초에 전문가 협의체 활동 기간이 90일은 필요하다고 요구했으나 한국전력이 전력 수급 문제로 합의의 시급함을 강조해 40일로 합의했다.

전문가 협의체는 대책위원회가 송전탑의 대안으로 제시해온 기존 선로를 활용한 우회 송전 가능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또 밀양 구간 지중화(땅에 송전 선로를 묻는 방식)와 그 외의 대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수 있다.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위원장을 포함해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의결 과정에서 한국전력이 추천한 위원 또는 대책위원회가 추천한 위원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불참한 경우에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그때까지 논의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한다.

▲ 29일 오전 밀양 송전탑 건설 재개 관련 중재를 위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제2차 통상·에너지소위원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전력과 대책위원회에 해결 방안을 권고할 예정이며 한국전력과 대책위원회 모두 권고를 따라야 한다. 소위원회에 주민 대표로 참석한 이남우 부북면 주민 대책위원장은 활동 기간 등 여러 면에서 중재안이 애초에 바랐던 합의 내용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는 "70, 80대 할머니들이 몇 년 동안 정상 생활을 못 하면서 어릴 때 뛰놀던 산에 움막을 짓고 거기에서 먹고 자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할머니들의 그 지옥과 그 고통에 대한 안타까움은 없고 단지 공사를 못해서 안타깝다고만 하니까 너무 섭섭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이후 대책위원회는 즉각 성명서를 내어 "2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지금도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전력 공사를 중단하지 않았다"며 "농번기 농사일을 완전히 제쳐둔 채 폭우 속에서 귀가하지 않고 밤샘 농성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지켜보며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큰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협의체 구성에 임하게 되었다"고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대책위원회는 "내용적인 면에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되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며 "그나마 40일간 공사가 중단되고,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전력이 꼭꼭 숨겨왔던 원 자료들을 공개하고 이를 우리 측 전문가가 검토하고 따져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