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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인체 감염 안 된다' 거짓말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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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인체 감염 안 된다' 거짓말은 이제 그만!"

[박상표 칼럼] 정부의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에 바란다

정부가 구제역 관련 정보를 일원화해서 오는 4일부터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www.구제역.kr)를 개설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2010년 11월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 발생이 보고된 지 3개월이 지난 뒤늦은 결정이지만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보인 점에 대해 한편으로는 환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국가적인 구제역 재난 상황에서 위기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된 위험 분석이 필수적이다. 1995년 FAO/WHO 전문가 회의는 독립적이지만 상호 관련이 있는 ①위험 평가(Risk Assessment) ②위험 관리(Risk Management) ③위험 정보 교환(Risk Communication)의 3가지 요소를 위험 분석의 원칙으로 결정했다.

구제역에 관한 위험 평가는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이 과학적 차원에서 수행해야 한다. 위험 평가에는 임의적인 판단이나 정치적 개입, 그리고 인체에 영향을 주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어 편견(bias)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된 과학자들이 위험 평가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위험 관리는 위험 평가에서 도출된 정보를 가지고 정책적인 결정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므로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의 상황은 위험 평가와 위험 관리에 대한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이 둘을 모두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위험 정보 교환이란 위험 평가자, 위험 관리자, 소비자와 기타 이해관계 집단 간에 위해 인자나 위해 인자에 관련된 요인에 대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위험 정보 교환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위험 평가와 위험 관리에서 결정된 위험 정보의 투명한 공개이며, 누구라도 위험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와 국민 사이의 의사소통로인 위험 정보 교환이 거의 없는 비민주주의적인 방식의 일상화, 관행화를 반성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에는 다음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 위기 관리는 과학적 위험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위험 평가, 위험 관리, 위험 정보 교환은 독립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특히 국민과의 위험 정보를 교환하는 소통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프레시안

솔직한 구제역 발생 통계

현재 정부의 공식 발표 자료만으로는 구제역 발생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정부 통계로만 보면 2월 25일 울산의 돼지 농가에서 150번째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 통계만으로는 국내에서 구제역은 150건만 발생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정부는 축산 농가 신고에 의한 신규 발생만을 통계로 발표하고 있다. 10㎞ 방역대 내에서 발생한 사례나 예방적 살처분 시 샘플 검사를 통해 확인된 구제역 사례는 의도적으로 통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러나 충청남도 지역만 보더라도 2월 26일 10건, 2월 27일 4건 양성이 확인되었다. 2월 28일에도 11건의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경상남도 김해 지역도 3월 2일 현재 89농가(돼지 77, 소 12)에서 양성 54농가(돼지 50, 소 4), 음성 19농가(돼지15, 소 4), 검사 의뢰 16농가(돼지12, 소 4)가 들어와 있는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에 10㎞ 방역대 내 발생을 포함한 전체 구제역 발생, 예방적 살처분 농가의 항체 양성 및 항원 양성, 예방 접종한 농가의 구제역 발생 및 동일 농가의 재발생 등의 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다.

매몰지 정보

매몰 처분에 대한 상황도 <연합뉴스>를 통해 '농림수산식품부 일일 상황 보고'를 공개하다가 현재는 관련 내용 전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2차적인 환경 재앙에 대비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매몰지에 관한 공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매몰지의 위치, 매몰 가축의 축종 및 두수, 매몰 연월일, 예상 침출수의 양 등의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구글 지도(☞바로 가기)에 '전국 구제역 매몰지 협업 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강화 및 안동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

구제역 유입 원인을 둘러싼 민주당 이춘석 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 사이의 공방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는 2010년 4월 강화도와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 1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강화도와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모두 O혈청형 남동아시아(SEA) 지역형(topotype)으로 미얀마에서 1998년 보고된 'Mya98 strain'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7000개 정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정부는 VP1 유전자 640개를 퍼브라이트 연구소에 보내서 분석을 의뢰했다.

구제역 전체 유전자의 10%에 해당하는 VP1 유전자는 구조 단백질로서 혈청형, 지역형, strain 분석과 백신주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문가들이 정부 주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 전체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정부 발표 자료와 퍼브라이트 연구소는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가 "홍콩, 러시아, 일본, 동남아시아(베트남), 몽골 등에서 최근 발생된 바이러스 유전형과 관련성이 있음"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서도 2011년 1월 '한국에서 분리된 구제역 바이러스에 대하여(韓国で分離された口蹄疫ウイルスについて)'라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바로 보기)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2010년 4월 한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다른 주(株)라는 것이 판명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한국 정부는 2010년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재발이 아니고 새로운 발생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2010년 7월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2010년 4월 일본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가깝다(近縁)고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본 정부에 제공한 자료도 국민들에게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다.

구제역 백서

지난 2000년, 2002년, 2010년 1월, 2010년 4월 발생한 구제역을 종식시킨 후 정부가 발간한 구제역 백서를 모두 구제역 종합포탈 사이트에 공개하기 바란다. 2010년 9월 경기도에서 발간한 <2010 구제역 백서>를 보면, 방역 추진상의 문제점(359쪽)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적하고 있다.

첫째, 혹한기 긴급 방역 추진이 어렵다. 영하 10도 이하에서는 액체의 소독제가 얼어붙어서 문제가 있다.

둘째, 항원 검사용 간이 진단 키트 부재로 신속 대응이 미흡했다. (실제로 2010년 1월 경기도 발생 구제역에서 이미 키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빨리 시정했으면 2010년 11월 안동에서 초동 대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셋째, 살처분 가축, 분뇨 등 처리 방안이 정립되지 않아 민원이 발생했다.

▲ <경기도 2010 구제역 백서>(왼쪽), 2010년 8월 10일자 구제역 방역 실시 요령(오른쪽). ⓒ프레시안

그리고 개선 방향(건의 사항, 361쪽)으로 첫째, 구제역 긴급 행동 지침을 보완하여 혹한기 방역 요령 추가를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

둘째, 시도 방역 기관에 방역 권한 이양을 건의했다. <2003 구제역 백서>에는 시도에 간이항원 검사 키트를 내려 보내서 신속하게 대응해서 큰 재앙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0년 1월과 4월 두 차례나 구제역을 겪은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 것은 치명적 실수라고 볼 수 있다.

셋째, 살처분에 따른 환경오염 방지 대책 강화를 건의했다. 2010년 환경부 용역 보고서도 이미 제출되었었고, 경기도에서 건의도 있었기 때문에 중앙 정부 차원에서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상호 협조하여 대안을 마련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직무유기로 2011년 엄청난 환경 재앙이 예고되어 있다. 매몰지 선정시 환경부가 참여하도록 건의를 했는데, 환경부는 뒷북만 치고 있다.

넷째, 중앙 정부의 실질적 지원 및 역학 강화를 건의했다. 대규모 살처분에 대비하여 국공유지에 매몰지 사전 확보를 건의한 내용은 현실적으로 아주 중요했다.

경기도 구제역 백서에 부록으로 실린 '구제역 방역 실시 요령'(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10-19, 2010년 8월 10일)도 안동발 구제역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2010년 1월, 4월 구제역 발생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만든 고시인데, 제3장의 제9조에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몰지 관련 환경부 용역 자료

환경부는 어떤 이유에선지 <조선일보>가 지난 2월 9일 입수하여 단독 보도한 한국환경공단의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주변 지역 환경 영향 조사 최종 보고서를 국회에조차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환경부가 한국환경공단에 용역 발주한 AI 발생 주변 지역 환경 영향 조사 최종 보고서를 비롯하여 <가축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 관리 방안 마련>(서울시립대학교 산학 협력단, 2010년), <살처분 가축 매몰 지역 관리 현황과 개선 과제>(국회입법처, 2010년 1월 7일), <가축 매몰지 관리 종합 대책 추진>(2011년 2월 15일), <한강 상류 지역 가축 매몰지 조사 결과>(환경부 등 민관합동조사, 2011년 2월 17일) 등의 자료를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에 모두 공개하기 바란다.

구제역의 인체 전염 우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구제역이 아주 드물게 인간에게 전염되지만 증상은 아주 약하다. 구제역은 공중보건 상의 문제로 고려되지 않는다"며 자국의 국민들에게 확실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역의 인체 감염은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을 다루는 중에 또는 실험실에서 피부 상처를 통해 일어날 수 있으며, 구제역에 감염된 우유를 마시면서 입을 통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도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한 후에 감염된 가축의 고기를 섭취하거나 다른 축산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구제역에 감염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제역의 인체 감염은 일시적이며, 경증이고, 아주 드문 경우에만 임상적으로 질병(열, 손과 발 또는 입에 수포)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또 구제역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병인 수족구병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 구제역의 인체 전염에 대해 과학적 정보를 제공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사이트 ⓒ프레시안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가 편향된 정보만을 제공하여 국민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일방적 홍보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2008년 촛불 집회 이후 정부의 국민과의 소통 방식은 과거 독재 정권 시절의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만일 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일방적 홍보에 의한 국민 통제라는 사이버체제(cyberocracy)를 염두에 두고 구제역 종합 포털 사이트를 운영한다면, 분명히 독재자의 딜레마(dictator's dilemma)에 빠지게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아랍권의 독재자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이라크 국민과 기자들이 미군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담고 있는 위기리크스의 콜래트럴 살인자(Collateral Murder) 비디오 폭로로 미국 정부가 어떤 어려움에 처했는지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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