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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적'인 사람일수록 성 경험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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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적'인 사람일수록 성 경험도 빠르다?

[프레시안 books] 마커스 드 사토이의 <대칭>

엘츠 성(Burg Elz)은 내가 독일 본(Bonn)에 살던 시절, 유럽에 출장 왔다가 우리 집에서 하루 이틀 묵었다 가는 객들에게 안내하던 관광지다. 협곡 사이에 솟은 좁은 외톨이 봉우리에 우뚝 선 이 성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모든 방과 복도가 하나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첫 번째 방에 대한 안내가 끝날 무렵 관광안내인은 이렇게 묻는다.

"여기에 있는 왼쪽 문은 2층으로 통하는 입구입니다. 그렇다면 이 오른쪽 문은 어디로 연결될까요?"

상품으로 걸린 기념엽서가 탐나거나 안내원의 흥을 돋우려는 관광객들은 여러 가지 대답을 하지만 정답은 허탈하게도 "아무 데로도 통하지 않는다."이다. 문은 열리지만 그 뒤에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 오른쪽 문은 방의 구조를 대칭으로 만들기 위한 장식일 뿐이다. (장식에는 비용이 든다.)

대칭(symmetry)은 변환(transformation)이다. 어떤 대상을 반사하거나 회전 또는 이동시켜서 원래와 똑같이 보인다면, 그 변환은 대칭이다. 물리법칙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언제나 성립하여야 한다. 즉 장소의 이동과 시간의 흐름에 대칭이어야 한다. 대칭은 현대물리학의 양대 분야, 즉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 세계와 거시 세계를 다루는 상대론 세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에 이르는 길을 안내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대칭성은 물리학의 강력한 도구다.

▲ 회전대칭과 거울대칭의 예 ⓒ이정모

생명체에게 대칭은 하나의 언어다. 벌과 같은 곤충에게 대칭은 필수적인 생존조건이다. 벌은 색맹이다. 정원의 초록색은 회색으로 보이고, 붉은 꽃은 검은색으로 보인다. 또 벌은 사물과의 거리를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물과 충돌한다. 하지만 벌은 대칭을 강하게 인지한다. 인동덩굴의 오각형 대칭, 클레머티스의 육각형 대칭, 해바라기의 방사형 대칭, 난초, 완두콩, 디기탈리스의 거울 대칭을 좋아한다. 대칭을 인식해야 먹이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식물 역시 대칭성을 확보해야 더 많은 곤충을 유인하여 진화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대칭은 식물과 곤충이 소통하는 중요한 언어다. ('냄새' 또한 중요한 수단이다.)

대칭은 쉽게 얻을 수 있는 형질이 아니다. 환경에 가장 적합한 식물만이 균형 잡힌 모양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여분'의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은 대칭적인 아름다운 꽃이 생산하는 꿀이 더 달고 양도 많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동물도 마찬가지로 얼굴의 좌우가 완벽한 거울대칭인 상대를 짝으로 고른다. 대칭은 가장 효율적으로 운동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이것은 먹이를 잘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대칭 모양의 배우자는 더 좋은 DNA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더 대칭적인 사람일수록 어린 나이에 첫 번째 성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겨울 방학이면 수능을 끝낸 수많은 젊은이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내 유전자는 우수하다."라는 거짓 정보를 이성에게 흘리기 위한 비용 부담이다. (이에 비해 화장은 성형보다는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덜 드는 수단이다.)

대칭을 유전적으로 얻는 것은 어렵지만 많은 자연 현상들은 대칭으로 이끌린다. 대칭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빗방울을 눈물 모양으로 묘사하지만 실제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진짜 모양은 완전한 구체다. 구는 가장 작은 표면적으로 주어진 같은 부피의 공기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적은 에너지를 쓴다. 구는 3차원에서 가장 대칭인 형태다.

▲ 보통 그림에서 빗방울은 눈물 모양으로 표현되지만 실제는 완전한 구에 가깝다. ⓒ이정모

같은 원리로 메탄(CH4)은 탄소 원자를 중심으로 네 개의 수소 원자들이 정사면체의 각 꼭짓점에 있는 구조가 된다. 이래야 각각의 수소 원자는 다른 수소 원자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위치하여 에너지가 가장 낮은 배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 메탄(CH4)의 구조(정사면체) ⓒ이정모

거울 대칭 물질 가운데는 같은 물질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물질이 있다. 아무리 회전시켜 봐야 한 분자가 다른 분자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왼손과 오른손이 대칭으로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왼손을 오른손 위에 정확히 포개놓을 방법이 없는 것과 같다. 이런 분자를 키랄성(chirality) 또는 손대칭성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 있는 분자들은 손대칭성인 경우가 많다. 아미노산이 대표적이다. 생명체에서는 언제나 L-아미노산만 관찰되고 그 거울상인 D-아미노산은 보이지 않는다. 아미노산을 다루는 단백질의 배열 때문인데, 단백질의 구조가 그렇게 된 까닭은 아무도 모른다.

▲ 왼쪽의 L-아미노산은 효소 단백질 구조에 적합하지만 거울대칭인 D-아미노산은 효소 단백질과 반응할 수 없다. ⓒ이정모

생명체와 달리 화학공장은 대부분 손대칭성을 구분하지 못한다. 1957년 독일의 제약회사 그뤼넨탈은 새로운 진정제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약효를 인정하는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면 곧바로 시판할 수 있었다.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입덧을 막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이 약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문제는 곧바로 나타났다. 이 약을 복용하면 태아에 혈액 공급이 심각하게 제한된다.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태아의 팔과 다리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그 결과 사지에 심각한 기형이 있는 아기의 출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기형아가 전 세계적으로 1만 2000~2만 명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R형 탈리도마이드는 임신안정제로 작용하지만 그 거울대칭형인 S형 탈리도마이드는 기형아를 유발했다. ⓒ이정모

우리는 생각도 대칭으로 한다. 여기서 책 354쪽에 나오는 퀴즈 하나를 인용해 보자. 아래 그림과 같은 네 장의 카드와 함께 '한쪽에 모음(母音)이 있는 카드의 반대쪽 면에는 짝수가 있다.'는 정보가 있을 때, 이 정보가 참(true)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카드 두 장을 뒤집어 봐야 할까?

▲ 카드 ⓒ이정모

당신이 A와 C를 골랐다면 당신은 96%의 다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이고 원시적이며 동물적인 뇌에 대응하여, 모든 곳에서 대칭을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칭에 혈안이 된 나머지 짝수가 있는 카드의 뒷면에서 모음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러나 카드 C 뒤에 자음이 있어도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 카드를 고른 다수의 사람들은 'A면 B다'가 참이면 그것의 거울상인 'B면 A다'도 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논리적인 추론은 보통 매우 비대칭적이다. 소수에 속하는 4%만 A와 D를 고른다고 한다.

이렇듯 대칭은 화학,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대칭의 개념은 수학에서 시작되었으며, 도서출판 승산은 수학의 관점에서 대칭의 문제를 다룬 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다. 지금까지 <무한 공간의 왕>(시오반 로버츠 지음, 안재권 옮김), <미지수, 상상의 역사>(존 더비셔 지음, 고중숙 옮김), <아름다움은 왜 진리인가>(이언 스튜어트 지음, 안재권 옮김)를 내었으며, 올해에는 <대칭>(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이 나왔고, 앞으로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리언 레더먼 등 지음)가 나올 예정이다.

▲ 승산의 대칭 시리즈 ⓒ승산

<대칭>(원제 'SYMMETRY: A Journey into the Patterns of Nature')의 저자인 마커스 드 사토이는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교수다. 그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필즈상의 수상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나이인) 40세가 되던 2005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한 해 동안 스페인의 알람브라 궁전, 독일 본의 막스플랑크 연구소, 런던의 대영박물관, 일본의 오키나와 등을 여행하면서 생긴 일화와 대칭의 주기율표를 편찬하는 수학의 역사를 맛있게 버무렸다.

▲ <대칭>(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승산 펴냄) ⓒ승산
세계가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100여 개의 원소로 구성되고, 모든 수가 소수(prime number,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뉘는 수)의 곱으로 이루어졌듯이 모든 대칭도 분류하다 보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불가분군(indivisible group)으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수학자들의 고민이었다. 수학자들은 대칭의 목록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모험을 시작한다. 그 여정에는 1832년 21살의 나이로 죽은 에바리스트 갈루아를 비롯하여, 콘웨이, 얀코, 헬드, 볼처스 등 유수의 수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결국 19만 6883차원에 존재하는 '몬스터군(Monster Group)'을 발견하였고, 마침내 1986년 대칭의 주기율표라고 할 수 있는 <유한군의 아틀라스(Atlas of Finite Groups)>를 편찬하였다. (☞PDF 다운로드 바로 가기)

책을 다 읽은 다음에도 도대체 19만 6883차원의 정체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사실 나는 4차원의 세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19만 6883이라는 숫자는 내가 아는 가장 커다란 세 개의 소수인 71, 59, 47을 곱해서 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5차 방정식을 위한 근의 공식이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으며, 대칭에 관한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그것을 보면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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