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1월 26일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한국사데이터베이스>의 <자료대한민국사>에는 신문기사를 중심으로 방송연설문, 삐라 등 중요한 자료들이 날짜 별로 수록되어 있다. <해방일기> 작업에서 이 자료를 기본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2월 말 모스크바 결정이 나온 이후 1월 중순까지 몇 주일 동안 서울이 반탁운동으로 발칵 뒤집혀 있는 동안 신탁통치와 관련된 미국이나 군정청의 입장 표명이 <자료대한민국사>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관계 자료가 있었는데도 수록에서 배제되었을 리는 없고, 입장 표명이 원래 없었던 모양이다. 1월 22일까지 나타난 관련 기사는 이 정도다.
1946년01월15일 미 국무장관대리 애치슨, 조선에 신탁통치 준비 중이라고 언명
1946년01월19일 미 국무성 극동문제위원장 탁치문제 언급
1946년01월19일 군정장관, 반탁시위에 대하여 담화 발표
1946년01월21일 하지 '조선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성명서 발표
1946년01월22일 군정장관, '조선국민에게 고함' 성명서 발표
1월 18일자 한국 신문에 나타난 15일 애치슨의 발언과 19일 빈센트의 발언은 3상회담 결정 내용을 원론적으로 해설한 내용이다. 19일에서 22일 사이 러치 군정장관과 하지 사령관의 세 차례 담화와 성명은 치안과 질서를 강조한 내용이었다. 22일자 <조선일보>에 보도된 21일자 하지의 성명서는 이런 내용이었다. 원론적인 내용이지만 "이 이상 더 시위의 필요"가 없다는 표현 등에서 반탁 시위의 취지에는 자기도 공감한다는 뜻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조선인 중에 가장 좋은 의사를 가지고도 실지에 있어서는 자기 나라에 불리한 일을 하는 것을 볼 때 나는 극히 실망하고 있다. 나는 신탁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시위운동은 질서문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을 열강 제국에 유리하도록 전력을 다하여 소개해 놓았는데 인제 다시 조선인이 자기네의 나라에 문란 상태를 유지시킨다는 것은 낙심할 일입니다.
현실 그대로를 당면합시다. 미소회담은 조선의 긴급한 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진행 중입니다. 세계의 시선은 조선으로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니 이 이상 더 시위의 필요가 없습니다. 만일 시위와 문란이 더 계속한다면 조선을 위하여는 오직 해로울 뿐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열국으로 하여금 조선인은 안정이 되지 못했다 조선은 독립할 준비가 못되었다고 믿도록 할 것이오. 따라서 조선의 진정한 친구인 우리들이 깊이 생각한 바로서는 이러한 행동이 기필코 조선에 신탁을 강제 설치할 확실한 길을 닦아 주지 아니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에 하소연하여 시위와 문란 상태를 즉시 정지하려고 합니다. 전국 3000만의 규율정연과 파괴가 아니고 건설방면에 여러분의 전력을 다 쓰시는 것 같이 조선독립을 위하여 도움이 될 것이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4일 타스통신의 3상회담 과정 폭로 내용이 전해지자 신탁통치에 관한 발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5일 애치슨 미 국무차관은 타스통신의 폭로가 사실임을 시인했다.
[워싱턴 26日 UP發 朝鮮] 디 애치슨 미 국무차관은 25일 신문기자단에게 대하여 모스크바에서 조선 문제를 최초에 제기한 것은 미국이며 삼국 외상회담에서는 미국 안을 토대로 5년안을 가결케 된 것이라고 말하였다. 애치슨의 이같은 변명은 소련 측에서 미국은 10년간 조선신탁관리를 지지하였다고 보도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애치슨의 말에 의하면 미국대표는 최초에 개괄적인 안을 제출한 데 대하여 소련 측에서는 구체적인 5개년 신탁관리안을 제출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의 제안은 5개년간의 신탁관리가 만료한 다음에 경우에 의하여는 본 문제를 재고할 것을 제의한 것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서울신문> 1946년 01월 28일자)
같은 날 들어온 또 하나의 미국 발 기사는 어느 신문의 해설기사 같은데, 한국 내에서 공산당이 주장해 온 '신탁통치' 결정의 성격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3상회담의 결정이 이런 우호적이고 친절한 성격의 것이라면 한국 우익의 극단적 반탁운동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뉴욕 25日 UP發 朝鮮] (…) 종속국가에 대한 신탁관리의 최종의 목적은 궁극에는 독립에 있다. 이는 소련에서 가장 열렬히 주창한 바이다. (…) 소위 신탁관리는 제1차 세계대전 후에 발생한 국제연맹의 위임통치제도와는 전연 성질을 달리한다. 후자에 있어서는 위임통치국가는 실제적으로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고 있었다. 일례를 들면 일본은 태평양상의 자국의 위임통치 도서를 제2차 세계대전에 대비하여 요새화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은 島內의 사태를 살필 길이 없었다. 이는 연맹규약에 엄연히 위반되는 행위이었다. 그러나 일본정부에 대하여 무의미한 항의를 제출하는 이외에는 능사가 없었다.
연합국의 신탁관리제도하에서는 관리위임통치국가는 기탄없이 제약을 받을 것이다. 당사국은 타국의 활발한 공동감독 하에서 所與의 영토를 관리하게 될 것이다. (…) 미국은 시국적 이유 하에 일본으로부터 획득한 태평양상의 도서를 계속 지배하려고 하고 있다. 미 해군은 이의 지배권을 타국과 분할하는 데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상금 본 문제에 관한 연합국의 진행방식과도 일치하지 않을 뿐더러 조선인 측의 맹렬한 반대도 있다 하여 포기할 가능성도 보인다. (…) (<조선일보> 1946년 01월 27일자)
26일에는 소련의 대 한반도 정책 결정의 실력자인 미소공위 수석대표 스티코프가 서울에서의 첫 기자회견에서 타스통신의 폭로 기사 전문을 발표했다. 이튿날 애치슨 미 국무차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보다 더 구체적으로 타스통신의 폭로 내용을 인정했다.
[워싱턴 27日 AP發 合同]미 국무장관대리 애치슨은 27일 신문기자단 회견석상에서 미 국무성당국은 모스크바 방송 같이 조선에 대하여 5개년이 아니고 10개년의 신탁통치안을 제의하였는데 또 조선에 있어서의 과도적 임시정부 수립에 대한 제 규정을 소홀히 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미 당국은 소련의 협력으로 수립될 가능성이 있는 통일문제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소련이 과도적 임시정부 수립에 대한 구체적 성안을 제의한 것은 사실이다. 미 당국은 모스크바삼상회의 석상에서 만약 조선에 있어서 신탁통치가 필요할 경우에는 그 기한은 5개년으로 할 생각이고 또 이 기간이 경과 후에도 신탁통치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추측될 때에는 다시 5개년의 신탁통치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은 계획안이 아니고 의견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신문> 1946년 01월 29일자)
12월 27일자 <동아일보> 허위기사를 만들어낸 맥아더 사령부와 남한 군정청의 획책이 미국 정부를 이런 굴욕에 몰아넣은 것이다. 회담 과정을 밝히지 않는 외교 관례에 기대어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는데, 자극이 너무 심했다. 스탈린이 해리먼 미국 대사를 불러 문제를 지적한 다음 타스통신을 통해 외교 관례를 무릅쓰고 진상을 폭로해 버렸다. 해리먼이 2월 2일 하지를 찾아와 무슨 얘기를 했을까? 주먹다짐은 없었을까?
이 지경 속에서 하지는 어떤 형편이었을까? 정용욱은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는 이 모든 소동의 한가운데 있었고, 소련 정부까지 나서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 하지는 처음에는 사실무근을 주장했으나, 타스통신의 두 번째 보도가 나오자 공개적인 대응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미친 듯이 날뛰면서 국무부와 육군부에 타스통신 부도 내용의 진위를 묻는 전문을 타전했다. 본국으로부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는 답변을 듣자, 하지는 타스통신 보도로 미군정이 입은 정치적 손실은 국무부가 자신에게 제때에 정보를 주지 않고, 점령 이래 자신의 신탁통치 반대 건의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며 사태의 책임을 국무부에 떠넘겼다. (…)
하지 전문에 대해 국무부는 삼상회의에 참석한 미국 대표단에게 하지의 요청을 그때그때 전달했으며, 하지는 삼상회의에 임하는 미국 입장을 사전에 숙지했다며 하지의 불평에 대해 오히려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당시 국무부는 주한 미군사령부를 맥아더 장군 관할로부터 독립시켜 국무부와 직접 연결시키는 방안을 모색했고, 하지에게 보낼 고위 정치고문을 물색했다. 국무부는 하지 때문에 소련으로부터 외교적 망신을 톡톡히 당한 터라 그러한 생각은 한층 더 절실했을 것이다.
타스통신 보도로 미국은 심각한 정치적-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반탁운동이 가지고 있던 반공-반소 여론의 조성, 우익의 정치적 입지 강화라는 정치적 효과는 그 근거가 사라지게 되었다. 미군정은 신탁통치 파동이 시작되면서 일시 남한에서 정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으나 타스통신 보도로 그 지위를 도로 상실했다.(<존 하지와 미군 점령통치 3년> 86-87쪽)
이런 상황에서 1월 29일 나온 하지의 성명서가 놀랍게 보여 긴 글이지만 전문을 붙여놓는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 온 모습과 전혀 다른 차분한 시각과 공정한 태도가 담겨 있는 글이다. 하지의 참모 중에도 이만한 식견과 자세를 갖춘 사람이 있었을 것 같지 않다. 1946년 초 한국에 왔다는 레너드 버치 중위가 벌써 역할을 시작한 것일까? 버치에 대한 설명은 커밍스의 <The Origins of the Korean War> 534쪽에 나와 있고 소개할 때가 있을 것이다. 김자동 번역판에는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다.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완전 독립한 민주주의정부를 진실로 희망하는 참된 애국자로 사욕이 없는 조선 분에게만 드리는 말씀이오. 다른 분은 읽든가 듣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먼저 38도 이남에 계신 여러분은 4국 최고 5개년 신탁이라는 것은 아직도 확실히 설치가 되지 않았고 앞으로 4연합국에 제의하기 위하여 미소 양국은 조선정부가 서면 그 정부와 타협할 의제로 두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하니 나는 즐거움을 표하여 마지아니합니다.
여러분이 알아들으시는 그런 유의 신탁에 대한 혐오심에는 나도 전적으로 공명하며 따라서 나는 여러분이 싫어하는 장기간 조선 관리를 방지하기에 나의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냉정한 사실 그대로 말씀드린다면 이 일은 나 혼자만으로는 못합니다. 조선인 여러분이 여러분이 맡은 일을 하셔야 됩니다.
모스크바회의에서 연합국이 신탁문제를 추후 의제로 보류하였다는 사실은 연합국 마음속에 아직도 조선인이 자기네의 일을 자영하도록 준비가 되었나 의심하는 것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 의심을 제거하는 데는 오직 한 방법이 있습니다. 즉 조선인 자체가 얼마만큼 자중하는가, 또한 조선의 남북통일 조선 민주정부 수립 及 조선 완전독립국가 완성을 위한 모스크바案에 얼마만큼 협동 노력하는 데 있습니다.
과거 몇 주간 나의 관찰에 의하면 조선의 유수한 정치지도자와 거짓 선지자들은 자기네의 개인적 세력과 이익을 얻기 위하여 대중을 그릇 인도하지 않나 하고 나는 걱정합니다. 이러한 지도자들은 외국 사정과 국제 관계에 대한 지식이 적은 듯하며 더구나 그들의 이기적 행동이 열강에 주는 악영향이 얼마나 될까를 판단하는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지도자 중의 약간은 국민의 복리보다 자기네 위신을 더 생각하는 듯합니다. 나는 사욕을 가진 정치적 지도자 자신에 대한 반성과 민중의 지도자에 대한 검토를 권합니다. 쌍방은 상대방을 신중히 검토하여야겠습니다.
조선 대중은 단연 자기네 개인의 위신과 소득을 위하여 계속적으로 민중을 격동시키어 동란을 일으키는 그런 지도자는 배격하여야 할 것입니다. 조선 지도자는 마땅히 조선 국민의 복리를 심중에 두고 사욕이 없이 근로하여야 됩니다. 나는 조선 정치단체 간에 현재 당장 없는 黨祿을 가지고 반분을 하자고 한다고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투쟁이 계속되면 黨祿도 있을 수 없으려니와 오히려 조선인과 연합국이 원치 않는 불행과 곤란이 연장될 것뿐입니다.
그리고 도대체 정당 지도자들의 당파투쟁이나 부단한 私慾爭이 국민의 희망과 뜻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宅을 깨끗이 해 놓지 않으면 그 결과는 어찌 되겠습니까? 나는 조선이 미구에 자주자치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소개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38도 이남의 조선인 간에 통일 부족과 최근에 정치적으로 계획 지도한 오해와 문란은 세계에 명랑한 조선을 제공치 못했습니다.
내가 성심으로 조선 국민에게 청하는 것은 앞으로 열릴 연합국 자문회에 최근에 보던 혼돈의 조선 또는 조선을 개선시키려는 연합국의 노력에 반대한다는 그런 조선상을 보여 주지 말고 장래 건설을 위하여 참으로 노력하는 그 조선상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희망하기는 조선국민이 그들의 지도자로 하여금 자기네의 개인적 노력과 위신 쟁탈을 계속하는 대신 그들의 전 정력을 전 조선 기치 하에 결합시켜야 될 필요를 각성하도록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현하 조선에 있어 미국 군대나 경찰이나 군대의 힘만 가지고는 도저히 안 되고 오로지 조선 국민의 결의로야만 정정하고 소탕할 수 있는 폐해가 많이 있습니다. 그 예를 들자면 암시장입니다. 대중의 지지가 없으면 존속할 수가 없고 그들이 매매를 않는다면 곧 없어질 것입니다. 미곡 모리배나 저장자는 남모르게 이런 일을 할 수가 없고 아는 사람은 반드시 당국에 보고하여 그 물건을 몰수하고 선처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당국에 참으로 협조하려는 민의가 있었다면 일본에 쌀이나 필수품의 밀수가 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폐해의 정정은 조선 국민이 당국과 협력하려는 결의가 있어야 비로소 됩니다. 여러분이 꼭 알아 주셔야 할 것은 안녕질서는 이 나라에 계시는 남녀노유 각자에 관계되는 일이요 동시에 안녕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면 각자의 전폭적 협조가 필요합니다.
나에게 제일 한심하게 보이는 것은 각종 정계지도자들이 조선의 학생과 청년을 결속시켜 가지고 그들로 폭력행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것입니다. 또 민망한 것은 정계지도자들이 사사롭게 무슨 군대를 조직하여 가지고 민중을 약탈하며 자기네의 이기적 의사를 실행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며 또한 자기네가 싫어하는 사람을 복수하는 데에 쓰는 일입니다. 그리고 또 보기가 거북한 일은 학동들을 끌어내다 무엇을 지지하느니 무엇을 반대하느니 하는 정치적 시위운동에 참가시키는 것입니다. 열강국은 이런 소위를 허용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습니다.
조선민족은 독립자주국을 동경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소위는 민주주의의 소위가 아닙니다. 이러한 소위의 계속은 조선을 독립한 민주국가로 인도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습니다. 조선과 조선민족은 세계 시련대 위에 섰습니다. 오늘의 그들의 일동일정은 금후 조선국가 장래에 막대한 영향이 있습니다.
오늘의 조선은 일본통치 하의 조선이 아니올시다. 일본통치가 조선에 남긴 모든 훼손을 회복하려면 조선은 국외에서 약간의 원조를 받아야 될 것을 여러분들은 잘 아시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조선을 한 환자에 비할 수 있습니다. 그 병자는 의사와 간호인의 주의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특수한 음식과 간호와 원조는 병자가 튼튼해지기까지 요합니다. 연합국은 조선이 자립할 때까지 조선을 돕고자 하며 도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조선은 외국거래에 크레디트가 필요하며 상품과 육해공교통과 제품의 시장과 기계의 수선 及 부분품과 유류 등이 필요합니다. 조선은 민주주의정부운영에 지도가 필요하고 당분간 외래침략과 국내폭력행위방지가 필요합니다. 조선은 독립국가가 되려면 그 외 여러가지가 필요합니다.
전쟁마당에서 조선을 해방한 연합국은 조선에게 일본의 40년간 통치와 압박에서 받은 피해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원조를 준다고 서약한 것입니다. 최근 모스크바회의는 조선의 통일과 진정한 민주주의수립과 독립에 대한 안을 구비했습니다. 이 안의 내용은 조선 현실에 비추어 작성한 것으로 여러분 개인의 안과 부합되지 않는 점도 있겠지만 그 안을 주도히 검토해 보면 조선사람이 참으로 독립을 원하고 그 안에 협력한다면 하등 공포를 느낄 점이 없다고 나는 진정하게 확실히 믿습니다. 이 안을 조선이 기어 올라가면 꼭대기에서 독립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넓은 구름다리라고 봅니다. 그 구름다리는 튼튼하고 안전하고 올라가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독립을 향하여 올라가는 조선을 돕기 위하여 연합국원조라는 난간까지 좌우편에 있습니다.
이 구름다리 단계의 치수(寸數)나 빛깔이 여러분의 마음에 맞지 않을지 모르나 구름다리는 되었고 쓰도록 준비가 되었습니다. 튼튼하고 안전하고 씀직한 것입니다. 당장은 이것이 오직 하나의 유용한 열린 길이올시다. 연합국은 이 구름다리를 外人이 파괴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습니다. 조선사람은 벌써 맨밑 단계에 올라서 있습니다. 최근에 일어났던 불합작 혼란 무질서의 방법으로 이 구름다리를 파괴하려면 할 수 있는 처지에 여러분은 계십니다. 만일 사리만 아는 정치적 지도자들이 소위 黨祿이니 정권이니의 쟁탈이 생기면 필연코 불통일 비협동 무질서상태가 올 것이요, 이때야말로 완비된 그 구름다리를 조선인들이 파괴하고 불살라 버리는 것입니다. 새로 다른 구름다리를 짓자면 몇 해나 걸릴는지도 모르는 일이요, 새로 된다 할지라도 여러분 비위에 덜 맞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여러분이 정력을 다 합치어 서슴지 말고 이 구름다리에 올라가서 최종목표인 독립을 확보하라고 간절히 권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일반 목적지에 도착하고 민의를 대표한 독립정부가 서면 그 때에는 여러분의 장래 운명을 완전히 빚어낼 수 있는 튼튼한 자리에 서도록 됩니다. 만일 이 구름다리를 쓰지 않거나 비애국적 행동으로 조선사람들 자신이 파괴한다면 나는 조선 장래에 관하여 큰 공포를 가지게 됩니다.
여러분의 국가의 명랑한 장래를 위하여 나는 여러분이 연합국이 주도하게 만든 조선독립안에 충실히 협력하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역설합니다. 나는 여러분의 국가건설과 경제 보건 및 富力을 부흥시키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군정과 십분 협력하기를 주장합니다. 미국은 조선에 영토적 야심도 없고 조선을 장래에 통치하려는 생각도 없습니다. 미국은 카이로공약 이행 보장 이상 한시라도 더 오래 조선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군인을 주둔시키고자 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카이로에서 연합국이 공약한 조선의 완전 자유독립을 보고자 합니다. 만일 여러분들이 단결되어 조선독립문제 국가건설에 노력하는 연합국을 돕지 않는다면 나로서는 조선 장래에 대하여 아무 언약과 공약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이 여러분의 맡은 몫을 감당한다면 나는 나라를 대표하여 조선의 꿈이 실현되기까지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1946년 1월 29일 미국조선주둔군 최고지휘관 육군중장 존 R. 하지 (<조선일보> 1946년 0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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