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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국민건강보험 폐지를 주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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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당은 국민건강보험 폐지를 주장하라!

[기고] 민주당의 '무상 의료'를 지지하는 이유

최근 민주당이 '무상 의료 추진 방안'을 당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채택했다. 지난 1월 6일,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입원 진료비의 보장을 90%까지 높이고 환자 부담 진료비 상한을 100만 원으로 낮추어 모든 국민이 의료비 부담이 없도록 하는 실질적인 무상 의료 실현 방안을 정책의총을 통해 당론으로 확정한 것이다.

우선 반가웠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주장해 왔던 대부분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수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작년 시민사회로부터 시작해 정치권까지 확산되었던 '국민건강보험 대개혁 논쟁'의 결과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도 당황(?)할 정도의 수준으로 상당히 과감하게 '좌클릭'을 한 입장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일이었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계기로 복지 국가를 향한 한국 사회의 개혁을 추진할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복지 포퓰리즘'? 재정의 확보? 문제는 '정치'다

민주당의 무상 의료 정책은 사실상 '무료'가 아니다. 환자가 부담하는 진료비의 상한을 연간 100만 원으로 낮추고 입원 진료의 경우 환자 부담을 10%로 낮추는 것을 실질적인 목표로 설정해 두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수준에서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무상 의료라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며, '공산주의적 목표'라는 빨간 딱지를 붙이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논하지 않겠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무상 의료 정책에 대한 대표적인 반응은 두 가지였다. 한나라당 주류의 가장 즉각적인 반응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었다. 한나라당은 '보편적 복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묻지마 복지'라고 비난하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무작정 퍼주는 복지'라고 '보편적 복지'를 평가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자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는 연결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는 한나라당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저열한 수준에서 나오는 판단이다. '국민건강보험'이란 모든 국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를 제공함은 물론이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질병의 위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국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반쪽짜리 보험'이며, '의료비 할인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전체 의료비 중에서 고작 60% 정도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며 나머지는 모두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이런 수준에서는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사례를 없앨 수 없다.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다. 심지어 전 국민 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환자의 치료비를 따로 모금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의 '무상 의료 정책'은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실제 목적에 맞게 효과를 발휘하도록 개선하고자 하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모든 국민을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복지 포퓰리즘'이고 '망국적 정책'이라면 차라리 한나라당은 전 국민이 가입되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부정하면 된다. 모든 국민이 알아서 의료비를 담당하는 '민간 의료보험 중심'으로 하겠다고 당당히 밝히면 된다. <식코(Sicko)>의 나라 미국처럼 하자고 하면 된다. 이런 방향을 '한나라당의 보건의료 정책'이라고 당당히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받자고 하면 된다.

민주당의 무상 의료 정책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재정 확보 방안'에 대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인데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국가 재정도 어려운데 건강보험에 세금을 더 넣어야 하는 것이냐?'는 비판부터 '왜 건강보험 인상과 같은 현실적 방안을 이야기하지 않는가?'라는 비판까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재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학교 무상 급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먼저 재정을 다 준비해두고 '무상 급식' 정책을 추진했던가? 그동안은 '재정' 준비가 안 되어서 '무상 급식'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10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재정이 준비되어서 '무상 급식'의 정책이 현실로 다가온 것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국민의 지지를 획득한 정책에 '예산'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부 부담 확대이든, 목적세의 신설이든,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서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을 높이자'는 정책이 지지를 획득한다면, 예산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재원 확보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책임있는 정치의 자세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원 확보 방안이 뻔한 상황에서 그 방안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상 의료' 정책이 비판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정'을 이유로 지지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소심하고 무책임한 세력일 뿐임을 드러내는 꼴이 될 것이다.

ⓒ뉴시스

한국 사회 진보의 과제, '건강보험 대개혁'에서 길을 찾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발전 과정은 진보적 시민운동의 활동과 역사를 함께하고 있다. 비록 그 탄생은 군사 독재 시대에 이루어졌지만, 농민·노동자·시민운동은 1990년대 의료보험 통합 운동을 통해 단숨에 '전 국민을 위한 보험'으로 가져왔다. 의료보험 개혁 운동은 바로 우리 국민의 것이었고, 2000년 통합된 국민건강보험의 출범이라는 결과의 성취 역시 진보와 민주 세력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건강보험의 개혁을 위한 새로운 목표는 제시되었다. 2002년 진보정당이 무상 의료 정책을 전면화하였고, 2005년 시민사회가 '암부터 무상 의료' 운동을 펼치며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대개혁을 이끌었다. 그리고 지난해 국민건강보험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는 시민사회의 행사에서 '100만 원의 개혁-건강보험 대개혁' 방안이 제시되었다.

이런 제안에 민주당이 호응을 보였다. 작년 8월말부터 9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3차례 정책 토론회를 거치며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하며 '실질적인 무상 의료' 정책을 다듬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새해 벽두에 밝힌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잃었던 자신의 진보, 개혁의 정체성을 되찾았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무상 급식' 정책에 이어 '무상 의료', 그리고 나아가 '무상 보육'에 이르기까지 '보편적 복지'의 구체적 내용을 국민 앞에 내놓으며 진보·개혁 세력으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렇듯 시민운동의 노력은 진보정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합류하게 되면서 실질적인 힘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영리 병원 도입',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등과 같이 국민의 건강마저 시장에 맡기고 국민건강보험을 뒤흔드는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내릴 구도가 만들어졌다.

'정치적 슬로건'이 아닌 '준비된 정책'으로 나아가야

그러나 시민사회를 비롯한 진보 세력은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역시 단지 무상 의료 추진 정책을 '대선을 위한 슬로건' 정도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무상 의료 정책'이 '정치적 슬로건'이 아닌 '준비된 정책'으로 국민 앞에 제시하며 신뢰를 얻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3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건강보험 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여기서는 형평성과 사회연대의 원리가 중요한 원칙이 된다. 이와 관련해서 볼 때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을 현재 '임금 소득'으로 국한된 것에서 '금융 소득과 임대 소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또 노령화 사회를 대비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여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 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건강보험 지출 구조의 개혁이다. 이와 관련하여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민사회가 제기하는 '총액예산제'와 '주치의제'도 물론 포함될 것이지만, 그 외의 다른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를 추진할 시기이다. 지출 구조의 개혁은 그 어느 것보다도 시급하다. 현재의 낭비적 구조로는 수입을 늘려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과제는 의료 민영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태도의 표명이다. 국민건강보험과 민간 의료보험의 관계를 정립하고, 병원이 상업화되지 않도록 하며, 공공 서비스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의료보험법' 제정과 같이 필요한 규제는 만들어야 하지만, 공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민간 병원에 대해서도 정부가 과감히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되어야 한다.

한편, 이와 같은 정책의 준비와 함께 2012년 정치적 시기를 돌파하기 위하여 '(가칭)건강보험 대개혁-무상의료추진위원회'를 시민사회, 정당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미 시민사회에서는 '의료 민영화 저지 및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전국의 90여개 노동, 시민사회, 보건의료단체가 모여 있다. 이와 같은 시민사회의 활동과 연계하고 협력할 수 있는 정당의 활동 체계를 준비해야 한다.

또 정부는 물론, 의료계, 국민건강보험공단, 시민사회, 정당이 참여하여 '건강보험 대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를 하루 속히 만들어야 한다. 함께 추진해야 할 건강보험 대개혁의 목표를 먼저 합의하고 수단과 방법에 대해 유연하게 논의해 나간다면 우리는 불가능할 것 같이 보이던 개혁을 현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무상의료'는 꿈이 아니다. 모든 이의 건강과 의료 이용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은 더 이상 비현실적인 망상이 아니다. 지금, 힘을 모을 실천과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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