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상의 워킹맘이여, 당당해도 괜찮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상의 워킹맘이여, 당당해도 괜찮아!

[2010 올해의 책] 세라 블래퍼 하디의 <어머니의 탄생>

프레시안 books' 송년호(21호)는 '올해의 책' 특집으로 꾸몄습니다. '프레시안 books' 서평위원이 의견을 모아서 선정한 두 권의 '올해의 책'(<삼성을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외에도 8명의 서평위원이 나름대로 선정한 '나의 올해의 책'을 별도로 소개합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장르의 이 책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지난주 토요일, 또 한명의 젊고 의욕 넘치는 여성이 결혼을 하고야 말았다. 석사 학위 논문을 쓸 때 필자가 지도했던 학생이었다. 지금은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미리 만나서 축하는 해주었지만 그 학생이나 필자나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둘 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학생으로서 학자로서 사회인으로서 그녀가 앞으로 감당해야할 짐의 중력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회에서 일하는 (또는 공부하는) 기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새삼 말을 꺼내기조차 어색하다. 우리들은 결국 결혼 후 그녀의 생활에 대한 염려어린 이야기들로 그 귀중한 짧은 만남을 소비해버리고야 말았다.

책 한권을 결혼 선물로 주기로 진작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다만, 결혼식은 대전에서, 신혼여행은 호주로, 신혼집은 대전과 위스콘신에 각각 따로 마련하는 사정을 감안해서 그 책은 미국 집으로 직접 보내기로 했다. 필자가 고른 책은 세라 블래퍼 하디의 <어머니의 탄생>(황희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세라 블래퍼 하디 지음, 황희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이언스북스
선물로 이 책을 떠나보내기 전에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몇 달 전 처음 이 책을 펼쳐봤을 때, <어머니의 탄생> 속에는 그야말로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더구나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여성의 본성을 재확립하려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특히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서 방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3부는 '일하는 어머니'를 둔 필자가 때로는 공감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반신반의하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과학자로서 한 세대를 앞서 살았던 하디의 치열하지만 고달팠고 갈등 속에서 타협해 갔던 그녀의 긴 인생 여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정해진 직업은 없었지만 늘 여러 직함을 갖고 사회 활동을 하셨던 할머니, 그리고 네 아이의 어머니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직업인으로 학자로 며느리로 아내로 좌충우돌 세상과 갈등하고 타협하며 모순 속에서 평생을 사셨던 어머니가 겹쳐 읽혔다.

이 책을 이들 모두에게 선물하고 싶다. 잠시 동안의 각성을 금방 망각하곤 하는 필자 때문에 (여기엔 필자 몸속의 유인원적 본성도 한 몫하고 있다.) 일하는 엄마로서의 고단한 삶이 더욱 고달파지곤 하는 아내에게 이 책을 꼭 읽어주고 싶다. 아니 이들의 남편, 남자 친구, 동료에게 이 책을 먼저 권하고 싶다. 출산, 육아부터 교육까지 어머니의 개인 '역할' 몫으로 떠넘기곤 하는 여전히 야만인 이 시대에, 만들어진 본성에 대해서 자각하고 만들어지고 역할 지워진 죄의식에서 벗어나는데 약간이나마 위안이 될까 하는 이유에서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이 꼭꼭 숨어있는 것 같아 늘 안타까웠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은 더욱 아쉬웠다. 문득, 이번 연말연시 선물은 이 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올해가 가기 전에 새 신부에게 필자가 다시 읽은 <어머니의 탄생>을 보내야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