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추악한 日 기업, 할아버지·할머니는 이렇게 당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추악한 日 기업, 할아버지·할머니는 이렇게 당했다!

[편집자, 내 책을 말하다] <일제 강제 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

<일제 강제 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돌베개 펴냄)는 한일 과거사 문제의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조선인 강제 동원 문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르포이다.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3인의 저자는 현직 기자들로, 2009년 말 미쓰비시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 정신대 할머니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금 명목으로 99엔 지불을 판결한 일명 '99엔 사건'에 충격을 받아 이 문제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일본 본토는 물론 사할린, 남양군도까지 일본 전범 기업이 조선인 노무자를 강제 동원했던 작업장을 중심으로 취재한 저자의 열정과 노고가 담겨있다. 또 일제가 조선인 강제 동원을 시행하게 된 전후 배경부터 강제 동원이 본격화된 1939년 이후의 상황을 피해자의 증언과 관련 연구 기록을 토대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 <일제 강제 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김호경·권기석·우성규 지음, 돌베개 펴냄). ⓒ돌베개
이 책의 청탁 원고가 처음 출판사에 도착했을 때가 생각난다. 두툼한 우편 봉투에 기사뭉치가 들어 있었다. 2010년 초부터 5월까지 <국민일보>에 연재된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 기업을 고발한다' 제목의 기사들을 스크랩하여 보내온 것이다. (연재는 지난 9월에 마무리되었다.)

원고를 받고 잠시 고민했다. '일제 강제 동원'이라는 것이 독자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주제는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과거사 문제로 이따금 언론에 언급됐다가 금방 대중의 관심에서 잊히길 반복해온 주제였다. 사회단체 차원에서 자료집 형태로나마 간간히 소개되어 왔지만, 사회적 이슈로까지 발전시킨 강제 동원 대중서는 드물었다.

그럼에도 편집자는 이 기획 기사가 몇 가지 큰 매력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장 취재 중심으로 글을 엮어나가고 있다는 점, 강제 동원 과정에서 일본의 전범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들의 글은 진지했다.

신문사에서 만난 저자들은 본인들의 작업에 대단한 열정과 의욕을 갖고 있었다. 강제 동원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 못지않게 피해자의 보상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한 저자는 "이것은 정의의 문제"라고 얘기했다.

취재 과정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을 들었다. 저자들은 현장 취재를 중심으로 하되, 이와 병행하여 자료 조사에도 많은 공력을 들였다. '대일 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 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과 국내외 연구 기관의 방대한 자료를 치밀하게 검토하는 한편, 강제 동원 피해자와 일본 내 사회운동가들이 제공한 각종 문서와 사진 자료 등을 취합하고 기존 연구 자료와 꼼꼼히 대조해나갔다. 역사적 진실을 다루는 문제인 만큼 작은 통계 수치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연재가 끝나고 나서 저자들이 보내 온 원고는 연재 기사보다 두 배 이상 분량이 늘어 있었다. 연재 당시 지면의 한계로 빠진 부분과 취재 때 미진했던 부분을 대폭 보완했던 것이다. 특히 강제 동원 당시 전범 기업의 역할 부분을 부각시키고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저자들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 구성에 큰 장점이 되었다.

저자들이 보기에 전시에 이뤄진 강제 동원을 일본 정부의 탓으로 떠넘기기에는 일본 전범 기업들의 역할이 너무나 뚜렷했다. 1939년경 일본 대기업은 일제의 침략 전쟁에 조달할 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군수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당시 대기업은 생산 인력에 필요한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 식민지에 눈을 돌렸다.

대기업들이 고용한 브로커들이 조선 현지로 찾아가 모집 활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노무자 인솔부터 작업장 관리까지 기업의 손이 미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저자들은 조선인 강제 동원지로 알려진 나가사키 조선소, 미쓰이 탄광 등의 당시 강제 동원 작업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일본 기업들이 강제 동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증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증언과 자료를 찾는 데 주력했다.

또 이 책은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저자들의 다각적인 노력과 고민의 과정을 풀어놓고 있다. 저자들은 전문가 집단의 자문, 외국 사례의 검토, 중국인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배상 청구 소송으로부터 화해를 이끌어낸 사례를 점검했다. 특히 저자들은 독일의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 재단(EVZ)'의 사례를 주목하면서, 전범 기업들이 전후 일본 정부에 맡긴 미불임금에 대한 공탁금 등을 토대로 일본 정부와 함께 기금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저자들은 중국인 강제 연행 피해자들이 니시마츠건설과 화해를 이끌어내어 보상금을 받아낸 데에는 중국 정부의 노력과 중국 국민의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투자·영업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는 압박 수단들을 강구할 수 있다면, 전범 기업들이 지금처럼 강제 동원 문제를 미온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제의 침략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 노무자 연인원 600∼700만 명. 1939∼1945년, 그 6년 사이 식민지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보도 자료의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했다. 편집자에게 이런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한반도의 전체 인원의 약 30%가 매년 일제의 강제 노역에 동원됐고, 그 배후에 일본 전범 기업이 한 축으로 작용했다니…. 왜 우리는 이 사실을 몰랐을까?

최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을 보면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에 에너지를 쏟는 말에 다름 아니다. 개인은 물론이고 한 사회도 그들의 관심 대상에 돈과 시간을 쏟는다. 그리고 그런 행위 뒤에는 그들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다. 결식아동과 장애인 복지 예산을 깎고 특정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을 몰아주기, 4대강 홍보에 공무원 동원하기, 이 모든 행위 뒤에는 현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하나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들은 강제 동원 피해자의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서 이것을 소수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마땅한 통로도 없었고, 우리 정부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에 도의적 책임을 묻는 수준에서 피해자 구제를 외면했다. 우리 사회는 마땅히 써야 할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있을까. 사회적 약자에 무심하고 강자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는 사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은 과연 우리들이 원하는 사회의 모습일까.

책이 나오고 저자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었다. 저자들의 기획 기사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 기업을 고발한다'가 올해 앰네스티언론상을 수상했단다. 책으로 만들어진 것도 심사에 영향을 줬다니 편집자로서도 기쁜 일이다. 엊그제는 노근리 평화상까지 수상했다고 한다.

강제 동원과 같은 소수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소수의 인권단체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정부를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게 논의되길 소망한다. 그것은 곧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 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