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을 보내기 전에 야후 재팬에서 '李泳禧(리영희)'를 넣고 검색해 보았습니다. 정연주 선생이 2010년 창비 여름호(통권 148호)에 기고하신 '사상의 은사' <리영희 프리즘> 서평이 일어로 번역된 글이 올라왔습니다. 야노 씨한테 답장을 쓰면서, 맨 마지막에 "오늘 지성·사상계의 거성이 떨어진 날입니다. 지성·사상계 사람들 중에 그에게 감화되지 않은 자 드물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일본 야후 사이트에서 검색된 <리영희 프리즘>을 링크해서 마지막에 음력 날짜를 적어 넣고 메일을 발신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다른 때와는 달리 맨 앞에 '한국'의 라는 수식어를 넣지 않았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메일함으로 돌아와 <한겨레>에서 일하셨던 어느 선생님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33년간 언론인으로 일하신 그 분의 생신이 공교롭게도 12월 5일이었습니다. 부고를 접한 착잡한 기분과 함께, 그래도 생신 축하드린다는 메일을 보내고 잠시 먹먹해졌습니다. 다시 추도 기사들을 읽다가 12월 5일 부고가 난 선생님과 12월 5일 생신을 맞이한 선생님과 동시에 인연이 있는 미스홍콩 님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한겨레>가 맨 처음 창간되던 시절의 어지럽고 뜨거웠던 시간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썼습니다. 그렇게 메일을 보내고 나서 삼각산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서 김민웅 선생의 리영희 선생 인터뷰를 일어로 읽은 신쵸 편집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 ⓒ프레시안(김하영) |
문장은 가능하면 짧게 하고, 긴 문장이 나온 뒤에는 짧은 문장이 두세 개쯤 나와서 독자가 한숨 돌릴 수 있도록 구성을 하고. 별로 중요하지 않는 내용은 좀 긴 문장을 쓰고, 핵심을 담고 있는 문장은 짧게 끊어서 쓰곤 했다.
문장이 길면 읽는 사람의 호흡이 가쁘고, 앞뒤 의미의 연결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지."
(2005년 3월 29일 <프레시안>,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와의 인터뷰 "일본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바로가기)중 발췌. <창작과비평> 2010년 여름호 일어판에 실린 문장의 번역은 와타나베 나오키(渡邊直紀)가 했다.)
오늘따라 소나무 숲길은 어두웠고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서너 시간을 숲 속에서 거닐며 1987년 이후를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메일함을 열어보니 그 사이 미스홍콩 님한테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은 자신의 죽음"이라고, 그래서 "아프다"고, "한 분의 기일이 또 한 분의 생일인 날, 아프지 말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마음이 몹시도 아픈 그런 하루를 보냈습니다. 편히 쉬세요, 리영희 선생님. 남기고 가신 글들은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김정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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